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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4

       충격파로 튕겨 나간 에스티가 땅바닥을 세차게 굴렀다.

         

       어깨에서 시작된 고통이 천천히 쇄골과 심장을 향해 퍼져 나가며 상반신을 마비시킨다.

         

       “……크읍!”

         

       동시에 하늘을 가득 메운 화살들이 매서운 속도로 육체에 틀어박힌다.

         

       두두두두두두!

         

       “……너도 정상적인 인간은 아니군.”

       “퉤, 누가 할 소리.”

         

       눈을 녹여 만들어낸 물로 온 몸을 두르고, 일시적으로 몸을 유체로 바꾸어 물리력을 상쇄한다.

         

       지금까지 파악한 바로는 피부나 근육 조직까지는 마음대로 유체화할 수 있는 것으로 보였다.

         

       “……젠장할. 무슨 궁사가 근접전을 그렇게 잘해?”

       

       에스티는 스스로의 목덜미를 한 번 쓱 매만지면서 중얼거렸다.

         

       “죽을 뻔했잖아.”

       

       에스티는 힐끗 주변을 돌아보며 말했다.

         

       ‘……물이 너무 없어.’

         

       사방을 둘러봐도 눈과 얼음뿐이다. 그녀의 능력은 물을 조종하는 것. 이처럼 물이 없는 공간에서는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그나마 신체 부위에 닿는 눈이 녹아내렸기에 망정이지, 그조차 없었더라면 유체화도 사용할 수 없었을 것이다.

         

       ‘……분명 녹을거라면서!’

         

       한참은 싸운 것 같은데, 녹기는 커녕 온도가 오를 기미조차 없다.

         

       상대는 악마 사냥꾼. 궁술에 대해 제대로 된 지식이 없는 에스티가 보기에도, 그녀는 엄청난 실력을 가진 궁사였다.

         

       장애물은 물론이거니와, 거리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괴물.

         

       초반에 기습적으로 접근을 성공했기에 망정이지, 만약 상대의 위치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로 일방적인 저격을 허용했더라면 분명 오래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키이잉……!

         

       허공에서 화살을 만들어낸 악마사냥꾼의 손끝에 맺힌 항마의 마력. 까드득, 활시위가 한계까지 당겨지는 것과 동시에, 창백한 섬광이 에스티의 머리를 노리고 쏘아졌다.

         

       음속을 아득히 초월한 속도에 공기가 터져나가고, 일대에 있던 눈들이 폭발하듯 하늘로 솟구친다.

         

       “……젠장!”

         

       에스티가 이를 악무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주변을 떠다니던 물방울들이 세차게 회전하며 탄환처럼 쏘아졌다.

         

       콰아아앙!

         

       에스티의 공격에 의해 궤도가 비틀렸음에도 돌덩이를 비틀어 쪼개버릴 정도의 위력.

         

       직접 맞았더라면 아마 몸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났을 것이다.

         

       에스티가 한숨을 돌리기도 전에, 나무 위에서 악마사냥꾼이 기척을 드러냈다.

         

       “네가 강 쪽으로 나를 유인한다는 걸 모를 줄 알았나?”

         

       에스티는 슬쩍, 발 아래서 흐르는 강물을 내려다보았다.

         

       “……하.”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강이, 통째로 얼어붙어 있었다.

         

       “카르시안의 도움을 받았지.”

       “…….”

         

       처음부터 몰이당하고 있었다는 뜻인가?

         

       강이 흐르고 있었다면 모를까, 이렇게 완전히 얼어붙어 있다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차라리 방금까지 있었던 눈밭이 나을 정도다. 눈이야, 꽉 쥐고 있기만 하면 녹아내리니까.

         

       에스티는 악마사냥꾼을 노려보다가, 그녀의 표정을 확인하고는 피식 웃었다.

         

       “벌써 지가 이긴 줄 아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악마사냥꾼이 서있던 자리가 그대로 폭발했다.

         

       두두두두두두!

         

       공격은 아슬아슬하게 악마사냥꾼의 발치를 스쳐 지나갔다.

         

       ‘……어떻게? 분명 공격 수단은 없었을텐데?’

         

       기민하게 움직이던 악마사냥꾼이 미간을 찌푸리며 에스티를 응시했다.

         

       하지만 상처투성이가 된 그녀의 손목을 확인한 순간, 헛웃음을 지어낸다.

         

       에스티의 손목에서 뜨거운 핏물이 비산했다. 그것들은 에스티의 통제를 따라 사방으로 비산하며 악마사냥꾼의 목숨을 노렸다.

         

       “혈법사들과 다를 게 없군.”

        “……그러니까, 이 꼴 보기 싫었으면 강을 얼리지 말았야지.”

         

       에스티는 그렇게 비웃으면서도 냉철히 상황을 판단했다.

         

       혈액을 조종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 지금 같은 추위에서는 금세 얼어붙어버리니, 그 총량조차 빠르게 줄어든다.

         

       시간이 끌릴수록 불리해지는 건 이쪽이다.

         

       사방에서 내리꽂히는 화살비를 피해내며, 기감을 어지럽히는 살기를 몰아내며.

         

       집중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나간다.

         

       촤라라락!

       

       사방에 솟아오른 거대한 나무. 사각을 노리고 날아드는 화살. 시야를 가로막는 눈보라.

         

       그 모든 장애물 사이에서 최소한의 혈액을 사용해 어떻게든 전투를 이어나간다.

         

       ‘……실?’

         

       에스티가 가느다란 은사(銀絲)의 존재를 인지한 순간.

         

       “걸려들었군.”

        “……!!”

       

       촤아아아악!

         

       화살에 매달아두었던 은사가 일제히 조여든다. 수십 겹에 달하는 그물이 마치 거미줄처럼 에스티의 진로를 가로막았다.

         

       닿는 즉시 살점이 잘려나갈 정도로 날카로운 무기.

         

       은사 위에 올라탄 악마사냥꾼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포기라는 것을 좀 알았으면 좋겠군.”

       “…….”

       “나는 궁수이기 전에 사냥꾼이다. 내게 있어 지형지물은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지.”

         

       키릭!

       

       악마사냥꾼이 손가락을 당기자, 바짝 조여든 은사가 에스티의 사지 곳곳에 얽매인 채 비틀린다.

         

       사방에서 터져나오는 핏물. 여기서 조금만 더 당긴다면, 그대로 숨통이 끊어질 정도였다.

         

       촤아아악!

         

       ‘……역시. 혈액의 조종은 미숙하군.’

         

       저렇게 많은 피를 흘렸는데도, 상처를 억누르는 것이 고작이다.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만약 혈액을 조종하는 능력이 뛰어났더라면, 파도잡이가 아닌 혈법사로 이름을 날렸을테니까.

         

       이걸로 더 확실해졌다.

         

       “죽이지는 않으마.”

       “…….”

         

       에스티가 표독스러운 눈길로 노려보자, 악마사냥꾼은 피식 웃었다.

         

       “왜, 죽일 거라 생각했나?”

       “…….”

       “나는 악인만 죽인다. 그리고, 내가 봤을 때 너는 악인이 아니다. 오히려 행보만 본다면 선인에 가깝지.”

         

       직접 만나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에스티에 관한 소문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 이카일의 해역을 백 년이 넘는 세월동안 수호해온 파도잡이.

         

       이번에는 입장이 달라 적으로 만났을 뿐, 죽일 필요까지는 없었다.

         

       “상황이 마무리되면 데리러 오겠다.”

         

       악마사냥꾼이 미련없이 몸을 돌리려던 그 순간.

         

       화아아아악!

         

       등 뒤에서 무시무시한 열풍이 불었다.

         

       평범한 인간들은 감히 쳐다볼 수조차 없는 높은 하늘.

         

       그 거리조차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고도에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태양.

         

       세계의 모든 기운을 끌어다 모은 것 같은 열기는 그 존재만으로도 지면을 끓게 만들었다.

         

       츠츠츠츠츳!

       

       ‘……이건, 아리아 황녀?’

         

       악마사냥꾼은 미간을 잔뜩 일그러뜨리며 하늘을 쳐다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 빛이 너무나 강렬한 탓에 감히 올려다 볼 수조차 없었다.

         

       흔들리던 악마사냥꾼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저런걸 쏘아낸다면 아래 있는 사람들이 멀쩡할 리 없을텐데.’

         

       당장 그녀 주변에 있던 눈들만 해도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었으니까.

         

       그 간단한 사실을 황녀가 모를 리 없었다.

         

       ‘……잠깐만. 녹는다고?’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악마사냥꾼의 몸이 굳었다.

         

       촤아아악……!

         

       머리 뒤편에서 청량한 물 소리가 들려왔다.

         

       악마사냥꾼은 그 사실을 인지한 순간, 망설이지 않고 그 반대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쿠구구구구!

         

       “……!”

         

       땅이,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악마사냥꾼의 표정을 변하게 한 것은 단순히 그것 때문이 아니다.

         

       그녀의 시야가 닿는 모든 곳에 물이 차오르는 것과 동시에, 사방의 빛깔이 마치 해안가의 그것처럼 변한다.

         

       정신을 차린 순간, 그녀는 끝도 없이 넘실거리는 바다의 한 곳에 서 있었다.

         

       “……젠장할 올리비아. 너무 늦잖아.”

         

       거대한 바다 속에서, 에스티가 솟구치듯 악마사냥꾼을 지나쳐 수면 위로 솟아오른다.

         

       온 몸에 피칠갑을 한 그 모습은, 악마사냥꾼이 보기에도 섬뜩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던 에스티가, 고개를 뒤로 기울여 악마사냥꾼을 응시한다.

         

       “……방금 네가 뭐라고 했었더라?”

       “…….”

         

       악마사냥꾼은 대답하는 대신 활을 붙들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에스티가 씩 웃었다.

         

       “그 말, 그대로 돌려줄게.”

       

         

       *****

         

         

       진리란, 마법사가 한 속성의 끝에 도달했을 때 내릴 수 있는 답.

         

       세계의 본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깨달음이자, 마법사의 심상을 그대로 본딴 소우주.

         

       그러므로 황녀가 만들어낸 저 마법은, 아니.

         

       저 ‘깨달음’은, 분명 황제의 것일 것이다.

         

       화르르르르르륵!

         

       모든 것이 타오르는 하늘.

         

       그 불꽃이 어찌나 강렬한지, 올리비아의 몸을 둘러싸고 부유하던 얼음 정수들이 그대로 녹아내릴 정도였다.

         

       아리아는, 눈을 감고 언령을 외웠다.

         

       비록 직접 얻은 깨달음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인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화염에는 정형(定型)이 없으니.]

         

       결국, 그녀도 아리아였으니.

         

       [되고자 하는 그 무엇이든지 될 수 있음이라.]

         

       휘몰아치는 화염의 세계.

         

       모든 것이 되는 불.

         

       [화화(化火)]

         

       아리아의 벽안이, 한순간 붉은 불꽃을 머금고.

         

       이 우주에서, 가장 강한 불꽃을 만들어낸다.

         

       [초월 마법, 천광지귀(天光之貴)]

         

       올리비아는,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지 알고 있었다.

         

       태양(太阳)의 수많은 이름 중 하나.

         

       공기가 급격히 뜨거워지며, 올리비아의 옷에 불이 붙었다. 뒤이어 숨막히는 열기가 덮쳐왔고, 호흡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공기가 끓어올랐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공격에 닿기도 전에 재가 되어 사라질 판이었으니까.

         

       ‘……얼린다.’

         

       진리에 닿은 화염 계통 마법사가 피워올린 궁극의 공격 술식.

         

       태양을 모조한 수준을 넘어, 그 자체를 소형으로 압축하여 강림시킨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

         

       촤라라락!

         

       태고의 지팡이를 한 번 크게 회전시켜 주변 온도를 낮춘다.

         

       본래 이 지팡이의 본질은 ‘겨울’이라는 계절 그 자체.

         

       하지만 태양을 막아내기에는, 단순히 겨울로는 부족했다.

         

       빙하기는 물론이거니와, 절대영도(絶對零度)로도 턱 없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키이이이잉!

       

       올리비아를 중심으로, 주위의 모든 힘을 흡수하려는 것처럼 막대한 인력이 터져 나왔다.

         

       세계 그 자체를, 마력로로 변환하며 생긴 현상이다.

         

       순식간에 너덜너덜해진 올리비아의 신형.

         

       세계와 일시적으로 합일(合一)하며 생기는 고통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

         

       파지지지지직!

       

       몰아치는 푸른빛의 마력광 사이로, 올리비아가 태양을 올라다보며, 천천히 양 손을 들어올렸다.

         

       새로운 세계선에 도달할 때마다, 새로히 도출해낸 답안.

         

       매 회차마다, 그녀가 내린 ‘답’은 달랐고.

         

       그렇기에 그 깨달음 또한 당연히 모두 다를 수밖에 없었다.

         

       한 때는 세계를 얼렸으며, 어떤 때는 개념을 얼렸으며, 또 다른 때에는 공간을, 시간을…….

         

       쩌저저저저저저저적!

       

       모든 인지를.

         

       얼렸다.

         

       [일절도(一切都)]

         

       [동결적(冻结的)]

         

       모든 것이 얼어붙는 세계.

         

       인간의 이지(理智)를 아득히 초월한 술식이 올리비아의 뒤에서 빛을 발하는 것과 동시에.

         

       [초월 마법, 멸천(滅天)]

       

       그대로, 태양이 빛을 잃고 소멸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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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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