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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5

    <185 – 당연한 강함>

     

    [다수의 급우들이 훈련 도중 훈련을 포기하거나 탈주했습니다. 기능경험치 효율이 대폭 감소합니다.]

    [교육 경험치+5]

    [나쁜아이 경험치+1]

     

    쳇.

    먼저 훈련 시켜달라고 할 때는 언제고.

    다들 사람이 참 나쁘다.

    내 학점 내 성적 아니니까 탈주해도 말리진 않았지만 기분이 나쁜 건 어쩔 수 없다.

    기껏 모두를 위해서 시간을 내어서 훈련까지 봐줬는데 마지막까지 진도를 따라온 사람은 도로시, 로지니, 샌드쿠커 세 명이 전부다.

     

    “하아.”

     

    뒷정리를 하고 있자니 저 약해빠진 것들의 미래가 걱정되어서 한숨부터 나온다.

     

    “도와줄까?”

     

    슬그머니 다가와 눈치를 보며 묻는 도로시.

    고된 움직임에 팔다리가 떨리는 주제에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건지 모르겠다.

     

    “괜찮아. 다들 힘들었을 텐데 돌아가서 마나호흡도 하고 푹 쉬어. 잘 쉬어야 근력도 늘거든.”

     

    미안 이사벨.

    반대항전은 혼자서 해결하는 쪽이 편하겠어.

    이사벨과 모두에게는 앞으로 뭐든 혼자서 저지르기보단 모두에게 의지하기로 약속했지만 노력했는데도 따라오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잖아?

     

     

    * *

     

     

    오크노디는 침울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도로시는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미안, 오크노디. 반대항전이라서 모두가 성적이 오르면 좋을 거라고 생각해서 모두 다 받아줬는데 다들 이렇게 근성이 약할 줄은 몰랐어.”

    “아니야. 도로시 잘못도 아닌데 뭐. 내가 너무 어렵게 가르쳐서 그런 거겠지.”

     

    자기반성을 하는 오크노디.

    그렇지만 도로시는 기억하고 있다.

    달리기와 불타는 링 뛰어넘기 내내 오크노디가 자신들을 독려하며 했던 말을.

    이 정도는 기초 중의 기초에 불과하다고.

    다른 하급반 학생인 모브도 견뎌낸 훈련과정이라고.

    여기서 마음이 꺾이면 안 된다고.

    그녀는 진심으로 이 훈련을 쉽다고 여겼다.

    그리고 굉장히 익숙하다는 듯이 함께 달리기를 하고 불타는 링을 뛰어넘었다.

    심지어는 이편이 민첩상승효율이 더 좋다면서 공중에서 빙글빙글 두 바퀴 세 바퀴 회전수를 늘려가며 링을 통과하기까지 했다.

     

    ‘오크노디는 이런 훈련을 전부 겪었던 건가…’

     

    와이히엠하이 재단.

    교내에서 소문만 무성한 오크노디의 뒷배.

    재단에서는 이 정도 훈련도 기초였겠지.

    그것이 상식이라고 여기며 자라왔다.

    그렇게 아카데미에 입학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이 아님을 알았다.

    대부분이 그녀의 훈련을 따라오지 못했다.

    재단이 그녀를 속였다.

    지나치게 과한 기준을 제시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오크노디는 어떤 심정이 들까.

     

    재단을 향한 배신감을 느꼈을까.

    우리들을 향한 실망감을 느꼈을까.

    혹은 둘 다일까.

     

    “오크노디 쟤 표정이 되게 안 좋았지?”

     

    도로시 혼자만의 걱정은 아니었던 걸까.

    로지니도 운동장을 떠나는 오크노디의 뒷모습을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도와줄까?”

    “괜찮아. 다들 힘들었을 텐데 돌아가서 마나호흡도 하고 푹 쉬어. 잘 쉬어야 근력도 늘거든.”

     

    모래를 끼얹어 불을 끄고 시무룩한 얼굴로 땅에 박았던 링을 손으로 쑥쑥 뽑아 회수하던 오크노디.

    도움을 주려고 하자 괜찮다고 말하는 목소리에도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우리라도 열심히 할까?”

     

    샌드쿠커가 손을 내밀자 로지니와 도로시도 그 위에 손을 얹었다.

     

    “적색마탑의 승부욕은 누구보다도 뜨거워. 먼저 도움을 바래놓고 실망시킨 채로 끝내고 싶지 않아.”

    “오크노디를 실망시킨 96명의 몫까지 우리 셋이 극복하자!”

    “멍청이. 우리 셋까지 합치면 1인당 33인분이잖아. 제국학생 33명을 혼자 무찌르려면 얼마나 체력바보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하는 건데.”

    “뭐야, 그 말투는. 네가 열심히 하자고 해놓고선.”

    “그런 근성은 황색마탑의 대지술사가 아니면 가질 수 없다고. 금방 불타고 픽 꺼지는 적색마탑 출신 주제에 까불지 말라고.”

    “흥. 숲지기도 근성이라면 어디 가서 빠지지 않거든? 두고 봐.”

     

    오기와 독기로 똘똘 뭉친 세 사람.

    셋이 합쳐 99인분을 하겠다는 야심을 그들의 몸이 따라 줄지는 두고 봐야 알 노릇이었다.

     

     

    * *

     

     

    “오크노디. 친구들 중간고사를 도와주고 왔다더니 왜 그리 기운이 없어?”

    “그냥요. 후우. 제가 생각을 잘못했던 건 아닌가 싶어서요.”

    “밥이 맛없던 건 아니지?”

    “전혀요! 고기에 구운 가지에 유부초밥에 도시락에 든 건 전부 맛있었어요! …파프리카만 빼고요.”

    “편식하지 않아야 키가 커. 230cm가 될 거라며?”

     

    농담에도 작게 웃음 짓고는 금방 표정이 흐려지는 오크노디.

    움츠러든 어깨만 봐도 딱한 마음이 들었다.

     

    “지젤. 정보 좀 알아봐줄 수 있어?”

    “정보활동이야 제 주특기죠.”

    “오크노디가 친구들 시험 준비를 도와주고 온 뒤로 부쩍 기운이 없어. 왜 그런지 알아봐줄래?”

     

    지젤은 선뜻 수락했다.

    사실 그가 아카데미에 입학한 것도 오크노디에게 호기심과 측은함을 느껴서가 아니었던가.

    오크노디에 대한 일은 이사벨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그의 관심사 1순위였다.

     

    ‘다들 교수를 향한 두려움 때문인가? 정보수집을 하면서 묘하게 교수에게 무언가를 물어보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군.’

     

    지젤은 가장 먼저 문제의 강의를 가르치는 교수인 위어드 교수를 찾아갔다.

     

    “실례합니다, 교수님. 1학년 <마나사용의 기초와 이해> 강의에 대해 여쭐 건이 있어 방문했습니다.”

    “제 잘못 아니에요. 마나피폭은 1학년한테는 영향 없게 제대로 잘 막아뒀으니까 보상금 얘기는 꺼내지도 말아요.”

    “…저는 <제국마도학의 기초와 이해> 강의를 듣는 학생들과 반대항전을 벌이는 학생들의 자발적 특훈에 대해 아는 바를 여쭙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눈도 안 마주치고 딴청을 하던 위어드 교수가 들고 있던 책을 소파 뒤로 내던지고 늘어져라 등을 기대고 몸을 소파에 파묻었다.

     

    “진즉 그렇게 말하지. 괜히 긴장했잖아요. 1학년?”

    “모험학부 지망생 지젤이라고 합니다.”

    “특훈을 도와달라는 요청이라면 거절하겠어요. 자연마법의 요체란 일상의 수련에서 비롯되는 법. 시련과 역경이 닥쳐도 도태될 학생은 도태되고 번식할 학생은 번식하기 마련이에요.”

    “…예?? 번식이요?”

    “제 지론이에요. 지금 그거, 조금은 드라이어드처럼 들렸죠? 책에서 보니 선조들은 귀찮은 일을 하기 싫을 때는 이런 말을 주로 했다고 하더라고요.”

     

    도태나 당해라, 망할 드라이어드.

    어디서 무슨 짓을 하기에 마나피폭 소리가 나오고 1학년의 교육은 또 뒷전으로 하는지.

    오크노디의 특훈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러 왔다가 괜히 울화통만 터졌다.

     

    “바쁘신 분을 방해드렸군요. 실례했습니다.”

    “오크노디의 친구. 맞죠?”

    “…알고 계셨습니까? 저는 교수님의 강의를 듣지도 않는데.”

    “들었거든요. 입학시험을 주관하던 시험관 중 한 명인 미네르바 교수한테. 굉장히 꺼림칙한 아이가 하나 있으니 꼭 알아두라고.”

    “…!”

    “그리 긴장하지 말아요. 드라이어드는 인간과 나무요정의 혼혈. 반은 인간이지만 반은 요정. 자신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과 주변인관계도는 외우고 있죠.”

     

    마냥 글러먹은 교수로만 보였던 위어드 교수는 뜻밖에도 오크노디를 주시하고 있었다.

    자신의 강의실 바깥에서의 주변 인간관계까지 외워둘 정도로.

    그 근성의 반만이라도 자기 강의를 듣는 1학년들에게 투자해서 특훈을 해주면 좋을 텐데.

    강의를 듣는 학생들만 딱하게 됐다.

     

    “너무 그런 표정 짓지 말아요. 저라고 정말로 방치만 하는 건 아니니까. 그 아이들의 훈련방향이 잘 잡혔으니까 개입하지 않는 것뿐이에요.”

    “마법훈련 대신 체력단련과 곡예훈련만 한다고 들었는데 그게 맞다고 보십니까?”

    “그거 아나요? 몸이 좋으면 마법은 필요 없다는 사실. 마법은 본디 약자가 강자를 꺾기 위해 개발한 무술과 다르지 않아요.”

     

    무술은 약한 힘으로 강자를 꺾는 것에 치중해있고 마법은 다양한 진화요소를 마법의 힘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 차이가 있을 뿐.

    도달하고자 하는 지향점은 같다.

     

    “그런 점에서 오크노디의 지향점은 정답에 지극히 가깝죠. 그 아이는 틀리지 않았어요. 단지 너무 어린 나이에 너무 먼 길을 걸었을 뿐이죠.”

     

    위어드 교수는 지젤이 알고 싶었던 정보, 오크노디가 기운이 없는 이유를 알려주었다.

     

    “그 아이는 고독을 느끼는 것뿐이에요. 다른 아이들과 자신이 다르다는 차이를 실감함에 비롯되는 고독함. 보통은 수십 년 이상 한 분야의 대가가 되어 지난 인생을 돌아볼 때나 느끼는 회한을 저 어린 나이에 느끼다니 참 신기하죠?”

    “혹시 교수님께서 오크노디를 위해 도움을 주실 수는…”

    “거절하죠.”

    “왜죠? 교수님은 오크노디가 신경 쓰이는 거 아니었습니까?”

    “착각을 정정할 필요가 있겠군요.”

     

    위어드 교수는 쇼파에서 빈둥빈둥거리며 말했다.

     

    “게으른 동물은 굶어죽지만 게으른 식물은 아무데서나 그냥 잘 살아요.”

    “…”

    “그리고 그 아이는 수준에 맞는 친구들하고만 어울리면 알아서 잘 해결될 일이에요. 어른이 나설 것까지도 없어요.”

    “수준에 맞는 친구…입니까?”

    “지금까지는 자신의 인생이 홀로 너무 앞서나간 것처럼 느껴지며 평범함과는 선이 그어졌음을 느꼈기 때문에 소외감이 있었겠죠.”

     

    평범하지 않은 강함을 의식하지 않게 만드는.

    당연한 강함을 지닌 친구가 필요하다.

    그것도 이왕이면 제 나잇대의.

    싫은 척 귀찮은 척 하면서도 결국 할 말은 다 해주는 위어드 교수님.

    …덕분에 딱 한 명 떠올랐다.

    또래는 아니지만 아카데미에서는 연령대가 그나마 비슷한 편인 아이가 하나.

    그 오크노디와 비교해도 약하다고 섣불리 말하기 힘든, 바닥을 가늠할 수 없는 동종업계의 실력자가.

     

     

    * *

     

     

    “그래서 날 찾아왔다고?”

    “우리 꼬마아가씨 좀 잘 부탁드립니다.”

     

    즈앙이 나무등치에 꽂힌 암기에 손을 뻗자 강력한 자성이 금속으로 된 암기를 잡아당겼다.

    쇳소리를 내며 장갑에 달라붙는 암기.

    사선으로 암기를 쓸어내리며 장갑에서 가볍게 떼어낸 그녀가 암기를 몸 곳곳에 회수했다.

    마름모꼴의 질려는 주머니에 쓸어 담고, 장침은 장갑 손등덮개를 열어 집어넣고, 단검은 허벅지의 단검벨트에 장착하고, 손목 안과 허리춤, 상의 안주머니, 의복안감에까지 골고루 챙겨넣고…

     

    ‘이게 사람이야 암기덩어리야?’

     

    건들기도 무서울 정도로 많은 암기를 몸 이곳저곳에 알차게 전부 회수한 즈앙.

    그녀가 삐뚜룸하게 사악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니까… 이런 거지? 오크노디를 우울하게 만든 괘씸한 녀석들에게 아픈 꼴을 보게 해달라고.”

    “전혀 아닙니다.”

     

    너 좋을 대로 날뛰게 두었다가는 애들이 죽어나갈 것 같아. 지젤은 진심으로 정색하며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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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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