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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5

       ​

        “재편이라니…”

        ​

        “무림맹의 부대를 해체하고 새롭게 재편하자는 말이오?”

        ​

        “맞습니다.”

        ​

        지금도 주작대 백호대 청룡대 순찰대 등등 많은 부대로 나뉘어져 있기는 하지만, 그대로 써먹기는 다소 어려운 감이 있었다.

        ​

        무림인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배운 게 다 다르고 특기도 다 다르다 보니 아무리 그 부대들이 쓰는 무공을 배웠다고는 해도 실전에서 그게 얼마나 유용할지는 장담하기 어려웠다.

        ​

        특히 후기지수들.

        ​

        후기지수들은 개성이 너무 강하다 보니 한 부대로 묶어서 별동대로 쓰기엔 다소 애매한 감이 있었다. 

        ​

        예를 들어, 남궁세가와 하북 팽가.

        ​

        패도적인 도법을 장기로 하는 하북팽가와, 뛰어난 중검을 장기로 하는 남궁세가.

        ​

        순수하게 마교와의 싸움이라면 적당한 곳에 투입시키면 그만이지만, 파르스가 마교를 먹어버린 이상 그런 싸움이 일어날 리가 없었다.

        ​

        전쟁에서 어떻게 해야 이기는지 아는 놈이 마교 부대를 재편하지 않을 리가 없으니까.

        ​

        마교의 마인들이 모두 그 녀석의 말을 들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그놈의 말을 듣는 부하가 늘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골치 아픈 일이었다.

        ​

        이쪽도 나름대로 그놈들을 상대할 수 있게 부대 재편을 해야 할 테니까.

        ​

        “위 대협은 서역에서 군문에 종사했다고 들었소.”

        ​

        새롭게 군사가 된 제갈 뭐시기 군사는 나에게 뭔가 좋은 의견을 내달라는 듯이 쳐다보았다.

        ​

        이쪽은 경험 많은 쪽이 설명하라는 건가. 

        ​

        애초에 그럴 생각이었으니…뭐.

        ​

        “우선, 병력을 재편하기 전에 마교를 침공한 세력…파르스와 그의 휘하에 소속된 맘루크들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

        “맘루크?”

        ​

        “그게 뭐지?”

        ​

        생전 처음 들어본 단어에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서로를 쳐다보았다. 아마 이 중에서 맘루크라는 단어의 뜻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 더 혼란스럽겠지.

        ​

        잠시 뜸을 들인 나는 맘루크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

        “맘루크는 파사국 등지에서 육성한 정예병들을 말합니다.”

        ​

        “정예병이라…신의군 같은 것이오?”

        ​

        “비슷합니다. 어릴 적부터 사상교육을 시키고, 개종시켜 철저한 훈련을 거쳐 육성한 전투의 달인들.

        ​

        그게 바로 맘루크입니다.

        ​

        검술, 창술, 궁술, 마술까지 4가지 무예를 완전히 체득한 괴물들입니다.”

        ​

        어떤 의미로는 기사들보다도 더한 무력집단이 맘루크.

        ​

        우리들이 맘루크와의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던 것은 더 풍부한 전투 경험과 기사들이 작정하고 펼치는 방어 태세를 맘루크들이 쉽사리 뚫지 못했기 때문.

        ​

        하지만 무림인들이 맘루크의 공세를 받아낼 수 있을까?

        ​

        극한의 절삭력을 추구해 오러아머째로 기사를 양단할 수도 있는 놈들을?

        ​

        아니, 어쩌면 무림인들이 더 제격일 수 있긴 하지만, 문제는 놈들이 기병이라는 거지.

        ​

        기병과 보병의 차이는 경공을 감안해도 쉽사리 좁힐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

        아무리 무림인이 빨라도 말보다 빨리 달릴 수 있는 무림인은 절정 정도는 되어야 가능하고.

        ​

        맘루크들 숫자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마교를 점령한 것을 보면 최소한 세 자릿수는 될 터.

        ​

        “저들은 기본적으로 기병이기 때문에 상대하기 까다롭습니다.”

        ​

        “기병이라…”

        ​

        “무림인들이 아무리 날래다고 하나 작정하고 거리를 벌리면서 활을 쏘아대면 일방적으로 무인들만 피해를 볼 터이니, 그들의 발을 묶어 놓을 수단이 필요합니다.”

        ​

        같은 기병이 있다면 좋겠지만, 말이 너무 귀한 이 나라에서 그럴 수는 없으니 순수하게 경공으로 그들에게 접근할 무인들이 필요했다.

        ​

        “함정을 설치하면 되지 않겠소?”

        ​

        “남궁가주님. 맞는 말이오나, 그들은 함정이 깔린 곳에 마인들을 먼저 풀어놓을 확률이 높습니다.”

        ​

        맘루크는 최정예 병력. 굳이 맘루크를 먼저 소비시키기보다, 마인들을 밀어 넣어 피해를 최소화하고 그 뒤를 맘루크가 지원하며 조여오는 전술을 사용할 확률이 높았다.

        ​

        그놈들은 기사들처럼 돌격 전술을 애용하는 놈들도 아니거니와, 본대의 힘을 아껴두고 싶을 테니까.

        ​

        마인들이 큰 피해를 입든 말든 개의치 않으리라.

        ​

        “끙…”

        ​

        “정파의 무림인들을 전부 모으면 무시 못 할 수가 나올 걸세! 저들이 많아 봐야 중원의 무림인들보다 많지 않을 테니, 힘으로 밀어붙이면-”

        ​

        “팽가주님. 모두가 팽가의 무인인 것은 아니니, 배운 무공의 종류에 따라 무인들을 분류하고, 싸울 준비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

        “이거 참 답답하구먼.”

        ​

        “참으시지요. 팽가주. 강한 힘은 부드러움을 이기지 못하는 법이니, 위 대협의 말처럼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지 않겠소?”

        ​

        “에헤이, 강한 힘으로 밀어붙이면 천마고 뭐고…”

        ​

        천마라.

        ​

        사실 그게 제일 불안한데.

        ​

        천마를 죽였는지, 아니면 사로잡았는지, 하다못해 회유라도 했는지.

        ​

        그걸 모르니까 답답해 죽겠네.

        ​

        파르스에게 진 걸 보면 최소한 멀쩡한 상태는 아닐 것 같은데. 경지 자체도 원작보다는 낮을 테고.

        ​

        “…천마도 저희가 고려해야 할 대상입니다.”

        ​

        “흠, 이보게. 사…아니 위 소협. 천마가 아직 살아있을 수도 있다는 뜻인가?”

        ​

        “파르스는 제가 군문에 종사했을 적에 적으로 자주 만났던 상대입니다. 그놈은 쓸모가 있다면 적이라도 살려서 어떻게든 써먹으려는 녀석이지요. 천마가 죽었다면 그쪽만 신경 쓰면 되나, 살아있다면…”

        ​

        “천마를 상대할 무인도 따로 뽑아놓아야 한다는 소리로군. 맞나?”

        ​

        “예.”

        ​

        “맹주께서 나서시면 되지 않소이까?”

        ​

        “청운진인. 천마는 나로서도 이길 수 있다 장담하기 어려운 상대요.”

        ​

        정확히는 ‘어느 정도의 강함인지 알기 어렵다’에 가깝지.

        ​

        원작에서야 탈마의 고수였지만, 파르스에게 진 시점에서 탈마라고 단언하기 어려워졌다.

        ​

        원작보다 1~2년 정도는 일찍 준비에 들어가는 것이니까.

        ​

        “한 명이 천마를 막는 건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조금 비겁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이름난 고수 여럿이 작정하고 천마를 상대하는 게 좋을듯 합니다. 물론 천마가 있을 경우입니다.”

        ​

        “다 같이 천마를 개 패듯이 패면 되겠구만.”

        ​

        “그겁니다 방주님. 우리는 혹시 나올 천마를 틀어막고, 본대는 파르스의 군세를 막아내야 합니다. 천자께서 군을 지원해주신다면 아예 진지를 구축하고 장기전에 돌입하는 것도 방법이지요.”

        ​

        가능하면 청해 북서쪽에 있을 군이라도 협조를 받을 수 있으면 훨씬 수월하겠지.

        ​

        꽤 오랫동안 침략이 없던 곳이라 군의 수준이나 숫자는 형편없을 것 같지만, 중요한 건 성벽이었다.

        ​

        성벽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천지 차이니까.

        ​

        “하지만 성벽을 무시하고 지나가면 그만 아니오? 드넓은 중원 땅에 우회로는 많을 터…”

        ​

        “좋은 지적입니다…”

        ​

        “장립진인이라 부르게.”

        ​

        “예. 장립진인. 진인 말대로 우회하면 저희의 계획은 모래성처럼 순식간에 허물어지고 말 겁니다. 하지만…놈들이 기병을 동원하는 이상, 우회로를 고르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

        아주 멀리 돌아간다면 가능하겠지만…”

        ​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보급.

        ​

        마교의 보급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약탈 없이 장기전을 벌일 보급 능력이 될까?

        ​

        멀리 돌아가면 보급을 유지할만한 병력은 있고?

        ​

        천산에 있는 모든 인력을 끌어다 써도 마교가 그 정도는 안 될 텐데?

        ​

        마인들뿐이라면 해봄 직하지만, 기병이 포함되면 보급 유지는 더 빡세지. 

        ​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경계와 보급입니다. 이 두 가지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그 어떤 정예병이라도 힘들 겁니다.”

        ​

        “허나 그놈들은 독종일세. 목숨이나 보급 따윈 신경 쓰지 않고 산을 타고 우회를 해올 수도 있을 것이네.”

        ​

        “숫자는 저희가 더 많습니다. 병력을 넓게 배치해서 최대한 감시망을 촘촘하게 짜고 소식 전달만 확실하게 된다면 저희가 숫자로 누를 수 있습니다. 아니면…아예 저희가 선제공격을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

        성공만 한다면 가장 적은 희생으로 마교의 침략을 막아낼 수 있을 겁니다.”

       

       “흐음…”

        ​

        마교가 무서운 건 이 새끼들이 민간인 무림인 안 가리고 닥치는 대로 메뚜기떼마냥 쓸어 먹는 다는 점에 있으니까.

       

       그리고…사실상 내가 꺼내려던 것은 이쪽이었다.

        ​

        “선제공격이라니? 그게 가능하겠소?”

        ​

        “못 할 건 없습니다.”

        ​

        최소한 파르스의 주의를 끌 만한 방법은 있었으니까.

        ​

        “놈들이 중원에 첩보망을 얼마나 깔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정도 놈들의 진격을 늦추기만 해도 전투가 수월해질 겁니다. 발이 묶인 기병만큼 도움이 안 되는 병은 없으니 말입니다.”

        ​

        솔직히 도박이긴 하지만,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한 방법이지.

        ​

        나와 그놈의 악연을 생각하면…그놈의 머리가 조금은 복잡해질 테니까.

        ​

        “위 소협. 자네의 의견은 잘 들었네. 헌데…그 방법이 뭔가?”

        ​

        역시 묻는 건가.

        ​

        나는 곧장 입을 열어 대답했다.

        ​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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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eval Knight in a Martial Arts Novel

Medieval Knight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소설 속 중세기사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fter two years of being reincarnated as a medieval knight, he finally realizes that he's been reincarnated into a martial arts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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