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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5

       

       공손요예는 무림초출이다.

       성씨의 원복이라는 가문의 숙명을 위한 결전병기의 삶은 하루하루가 수련뿐이다.

         

       수련으로 하루를 시작해 아침 먹고 수련.

       점심은 아예 연무장에서 먹고 어둑해질 때까지 수련하다가, 가족들과의 저녁 식사가 끝나면 또 수련이었다.

       그러고는 아예 수련장 옆에 지어진 독채에서 잠들면 하루의 끝이었다.

         

       그러니 무림대회를 앞두고 얼마나 가슴이 뛰었겠는가.

         

       또래의 무인들과 진지하게 무리를 토론하며 검을 부딪치고 호흡을 섞으며 함께 저 무학의 끝을 향해 달려 나가는 우정!

         

       그 결과, 봉황회 여인들에게 공손요예의 평가는 이러했다.

         

       무공 좀 친다고 꺼드럭대는 년.

       계집이 어쩌고 무인이 저쩌고 지는 그럼 계집 아니고 뭔데, 사람 깔보는 거야 뭐야.

       아주 사내만 보면 눈깔이 뒤집혀서 대련 핑계로 살이라도 부딪치려나 봐.

       촌년이 주제에 또 유명한 무림방파에는 비비고 싶은가 보지?

         

       물론, 공손요예의 처신이 매우 나빴다.

         

       여인이기 이전에 한 명의 무인이라는 자부심도 좋지만, 본래 자부심은 혼자 느껴야 하는 법이었다.

         

       용봉지회의 모두 사이에서 청룡회 사내들까지 다 듣는 와중에, 그깟 치장이니 의복이며 연애 이상형 혼인 따위의 한심한 소리나 하고 있느냐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심지어 사내들이 그 말에 호응해 기립하여 박수치고 옳소옳소 참무인이다 환호까지 보냈다. (검치가 제일 먼저 일어나 외치며 바람을 잡은 탓이 좀 컸다)

       평소에 무공 수련에 진심이었건 아니건, 사내들 앞이라고 예쁘게 치장하고 나왔던 모든 여인들에게 아주 큰 모욕을 날려버린 것이다.

       

       만약 청이 이 광경을 보았다면, 고향 땅 대학교 선후배 다 모인 첫 술자리에서 ‘대학교까지 온 계집들이 큰 사람 되려고 공부는 않고, 화장에 옷에 돈 쓰며 사내에게 빌붙는 취집이나 노리냐’ 하고 일갈한 꼴이라고 했을 터다. 

       

       물론, 공손요예도 억울할 수 있다.

       그저 배운 대로 했을 뿐이니, 엄한 가문 어르신들이 항상 하시던 말씀이었다.

         

       일어나라, 여염집 계집들처럼 질질 짜지 말고. 수치스러운 줄을 알아라.

       달거리가 뭐 어쨌다는 것이냐. 적들도 달에 사흘 사정 봐주며 살살 해줄 것 같으냐. 모자란 년 같으니.

       치장은 무인 못 되는 계집들이 안 되는 능력을 깨닫고 사내나 꾀어 팔자 펴려는 같잖은 수작질이다. 그딴 불결한 것엔 손을 댈 생각조차 말아라.

         

       사람은 본래, 타인과 교류가 없으면 세상 모두가 자신처럼 사는 줄 알게 된다.

       정파 무림의 촉망받는 신성들이니 당연히 사내 여인 가리지 않는 당당한 무인일 것이라고 기대했으니 어쩔 수 있나.

         

       이렇게 용봉지회 모임은 공손요예에게 세상 끔찍한 자리가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수련이나 하겠다며 불참하려다, 가문의 숙원을 위한 친목 도모가 가볍게 보이느냐고 호되게 야단을 맞은 이후로 빠질 수도 없게 되었다.

         

       그러면 그나마 사내들, 무인들과 어울려 볼까 해도 다 허사였다.

       정작 청룡회 회원들도 저들끼리 떠들면서 사내만의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거나 혹은 여인에게 잘 보여 연애를 꿈꾸거나 둘 중 하나였으니까.

         

       그러니 자연스럽게 공손요예는 없는 사람처럼 되고 말았다.

       나타나도 아는 척이 없고(조학체 유형들 빼고) 앉아서도 말 거는 사람이 없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도 붙잡지 않는다.

       묵묵히 자리에 앉아 애써 의연한 표정으로 아무도 말 걸지 않는 외로운 시간 보내다 숙소로 돌아오는 나날이었다.

         

       특히 청룡회와 봉황회가 분리되어 열리는 날은 더더욱 끔찍했고, 그때가 지금이었다.

         

       그러던 와중이었다.

         

       “공손 소저?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공손요예가 움찔했다.

       며칠 전 시장에서 본 면사 쓴 여인이었으니까.

         

       공손요예 최초의 일탈로, 무시를 견디다 못해 빠져나와 혼자 시장을 거닐 때였다.

       소매치기를 잡아준 여인이었는데, 땡땡이와 머리 장식 어느 쪽이든 가문에 알려질까 두려워 도망쳐 버리고 말았다.

         

       “무슨, 무슨 일이시죠? 저는 할 이야기가 없는데요.”

         

       “에이, 그러지 마시구. 자, 잠깐 바람이나 쐴 겸 나갔다 와야지, 여러분 공손 소저 좀 빌려갈게요, 괜찮죠?”

         

       그러자 같은 식탁에 앉았던 여인 중 하나가 뚱하게 대답했다.

         

       “그 여잔 이쪽 일행 아닌데요. 마음대로 하세요.”

         

       “아. 그러시구나. 그런데 왜 그리 냉랭해요? 둘이 싸웠나? 에이, 사이좋게 지내면 좋지. 자 그럼, 마음대로 합니다?”

         

       그러더니 손목을 향해 하얗다 못해 창백하여 아름다운 손아귀를 뻗어오는 것이다.

       삶이 수련이었던 자신이 겨우 사내와 노닥거리던 여인에게 쉽게 팔목을 내줄 정도로 허술하진- 덥썩.

       손목을 낚아채인 공손요예가 멍한 표정이 되었다.

       뒤이어 힘주어 잡아당기는데 무슨 힘이, 아니, 세상에.

         

       공손요예가 속수무책으로 질질 끌려갔다.

         

       “잠깐만요, 소저, 저는 할 이야기가 없-”

         

       “전 있는데요. 그리고 저 소저도 마음대로 하랬잖아요. 그러니까 제 마음임.”

         

       “저는 허락한 적이 없어요!”

         

       “에이, 무슨 친왕이세요? 그냥 이야기하자는 것도 허락받게? 그리고 나는 친왕한테도 허락을 구한 적이 없거든요?”

         

       그리하여 다루 밖으로 나오고 나니, 또 하는 소리가 우리 좀 걷자면서 다루 앞의 운하길 따라 척척 잡아끄는 것이었다.

         

       “히야, 배 진짜 많다. 그렇지 않아요?”

         

       “이제 할 이야기 하시죠? 손은 좀 놓고.”

         

       “놓으면 또 도망갈 거 아녜요. 내가 도주 전문이라 딱 보니 벌써 각도 재고 있네.”

         

       “누가 도망을 간다고 그러시죠?”

         

       “됐고. 그때도 혼자 시장 구경하고 있던 거 아닌가? 구경하는 거 좋아하나 봐요? 그럼, 철탑 봤어요? 어디 보자, 저기쯤, 아. 저거 보여요?”

         

       여인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몰고 나니, 전각들 사이 꼭대기 삐죽 솟은 거무죽죽한 탑두가 슬쩍 비쳤다.

         

       꽤나 멀리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일 정도면 본래의 높이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공손요예가 저도 모르게 감탄을 토했다.

         

       “와……”

         

       “아직 안 본 모양이네. 가까이서 보면 와 진짜 높다 크다 넓다 삼중으로 감탄사가 터진다니까요. 나중에 한 번 가 봐요. 볼만 하드라.”

         

       “그보다, 할 이야기가 뭐죠?”

         

       “아. 그래. 며칠 전에 말이에요. 막돼먹은 소매치기놈 하나가 예쁜 여인의 행낭에다 손을 뻗길래 저도 모르게 정의를 집행하고 말았지 뭐예요?”

         

       “제가 아니라고-”

         

       “근데 내 정의를 증명해줄 그 예쁜 여인이 나몰라라 도망치는 바람에 성격 더러운 칼잡이가 되어서 감옥에 갇혀버렸지 뭐야. 무려 이틀이나 그 차가운 감옥 바닥에서, 맛대가리 없는 식사는 두 끼밖에 안 주고. 그리고 형벌은 태형이래. 태형 알아요? 사람 묶어놓고 대나무 몽둥이로 막막 때리는 형벌인데.”

         

       공손요예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게 그 정도의 일이었던가?

         

       “누가 도와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그 정도인 줄 알았으면, 나도 그렇게는. 나는 몰랐어요.”

         

       “됐어요. 육십 문 내면 봐준다길래 육십 문 내고 매는 안 맞았어.”

         

       “육십 문이라니……”

         

       “어쨌든, 자. 이 장식 공손 소저꺼 맞죠? 원래는 매값으로 내가 가지려고 했는데, 자 인심 썼다. 돌려줄게요.”

         

       “제 것이 아니라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그럼, 공손 소저꺼 아닌 걸로 해요. 와, 내가 길가다 아주아주 예쁜 머리 장식을 주웠는데 딱 보니까 우리 공손 소저한테 딱이네. 자. 선물.”

         

       공손요예가 얼떨결에 머리 장식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나니 여인이 말하는 것이었다.

         

       “다른 건 아니고,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어서 데리고 나왔어요. 나는 머리 장식이 예뻐 보이길래 귀한 건가 해서 돌려주려고 했지. 공손 소저가 그렇게 창피해할 줄은 몰랐거든요. 앞으로도 입 다물 테니까 걱정 안 해도 돼요.”

         

       “아……”

         

       “그리고 딱히 마음 쓰지 않아도 되는 게, 그냥 소매치기가 보이길래 조진 거라서. 원래 쓰레기 보면 줍고 막 그러잖아요? 나도 인간쓰레기를 보면 막 손이 나가. 그러니 소저 아니었어도 언젠가 육십 문 낼 운명이었으니 딱히 신경 쓸 필요 없어요.”

         

       공손요예가 머리 장식을 내려다보았다.

       어릴 적, 혹독한 수련에 숨죽이며 몰래 울고 있을 때(울면 더 혼나기에) 어머니가 둘만의 비밀이라며 챙겨주신 선물이었다.

         

       “자. 내 용건은 끝. 공손 소저도 이제 볼일 보러 돌아가시면 돼요. 흠. 다들 적당히 놀다가 돌아오려나.”

         

       여인이 그렇게 말하고는 미련 없이 등을 돌려 척척 걸어 나갔다.

         

       공손요예가 손안의 머리 장식을 보고, 량운다루 봉황회 회장을 향했다가, 고개를 돌려 저만치 빼꼼 드러낸 철탑의 끄트머리를 보았다.

       그리고는 성큼 멀어져가는 여인이 뒷모습을 찾아보다가-

         

       “잠깐만요! 소저!”

         

       급히 뛰어나가 여인의 뒤를 잡았다.

         

       “오잉? 왜요? 반품은 안 되는데.”

         

       “그, 죄송하지만, 혹시, 폐가 되지 않으시다면, 철탑을 안내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가까이서 한번 보고 싶어서……”

         

         

       —-

         

         

       철탑은 그저 높고 큰 벽돌탑일 뿐이다.

       처음 봤을 때나 놀랍고 경이롭지 두 번 본다고 해서 여전히 놀랍다!

       원시 고대 미개 중화에 이러한 기술력이 있다니!

         

       “와……”

         

       “원래는 두 배 더 높은 목탑이었는데 벼락 맞아 불타는 바람에 안 타는 벽돌로 다시 짓느라 높이가 반토막이 났대요.”

         

       청이 저도 주워들은 이야기를 아는 체하며 뽐냈다.

         

       “세상에, 지금도 이리 높은데. 이전 모습을 못 본 게 아쉽네요.”

         

       “그렇죠? 그런데 뭐 중화 사람들 허풍이 있으니까 진짜 두 배였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 솔직히 안 믿어요.”

         

       “그런…… 가요?”

         

       “그야, 그런 식이면 나도 하겠다. 신녀문에 일백 층으로 하늘 높이 선녀들이랑 만나는 탑이 하나 있었는데, 아이고 선녀님이랑 불장난하다가 불붙어서 사라져버렸네. 뭐야 못 믿겠다구요? 옛날 일인데 어떻게 그리 확언하세요? 없었다는 증거 안 가져오면 있었던 거지.”

         

       청의 말에, 공손요예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진짜로 그런 탑이 있었나요?”

         

       “있었겠어요? 그럼 신녀문이 아니라 신탑문이나 천탑문쯤 되었겠지.”

         

       청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무림초출이라더니 순진하기는.

         

       “아. 맞다. 이거 물어봐도 되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 물어봐도 되나요?”

         

       “뭔가요?”

         

       “그 공손 소저는, 이름 쪽이 손요예라고 들었는데, 공손 소저라 불러주는 편이 훨씬 좋다고 해서 그리 부르는데 뭐 실례라거나 그런 건 아니죠?”

         

       “아. 그 말인가요. 사실은 저희 가문의 원래 성씨가 공손이었답니다. 태초조로부터 내려온 가문이니까요.”

         

       “아. 헌원씨.”

         

       청도 삼황오제 도가의 계보 정도는 안다.

       지난겨울에 열심히 필사하며 머리에 박힌 덕분이었다.

       중국의 첫 번째 황제로, 성은 공손이며 이름은 헌원이다. 흔히 헌원씨라 부르지만 여기서 씨氏란 성이 아니라 신화 속 존재들에게 붙이는 존칭 비스무리한 것이다.

         

       “……그래서 성씨를 원복하려 해요.”

         

       공손요예가 가문의 사정을 털어놓았다.

         

       “아. 남의 성씨를 왜 마음대로 반토막을 내고 그런데요. 아주 못돼먹었네.”

         

       “그런 말씀을 함부로 하시면 안 돼요.”

         

       “왜, 원래 없는 자리에선 욕하고 그러는거지 뭐. 그쪽 가족들은 황제 욕 안 해요? 할 것 같은데?”

         

       “……조금만요.”

         

       “그거 봐요. 음. 출출한가? 배가 고픈 건 아닌데 입이 궁금하네. 공손 소저는 과자 좋아해요? 아니지, 과자 싫어하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할 리가. 어떤 과자 좋아해요?”

         

       “어, 저는 과자는……”

         

       “뭐야, 과자가 싫다 이거에요? 내가 방금 그렇게 말했는데 면전에서 싫다고 하기 있기 없기?”

         

       “그게 아니라, 먹어본 적이 별로 없어서 이름도 잘 몰라요. 그 튀긴. 사각형의, 달고 팥 들은……”

         

       그러자 청이 가소롭다는 듯 웃으며 대답하는 것이었다.

         

       “중원 과자 넷 중 하나는 튀긴 사각형에 달고 팥 들었거든요? 안 되겠다. 오늘 아주 다점에 과자 사라지는 날이다. 가요. 내가 과자 배 터지게 먹여줄 테니.”

       

       

       

       청이 응징의 핵폭격으로 벌어들인 돈이 보통 수준이 아니었다.

         

       게다가 일행에 사내가 있을 때는, 청이 돈을 쓸 일이 없다.

       일행에 사내가 있을 때 여인이 금전을 꺼내면, 그건 사내를 무시하는 무례한 행동이 되기 때문이었다.

         

       의외로 사내들도 별 불만이 없었는데, 불만 있는 사내들은 ‘쯧쯧 사내새끼가 여인에게 쓸 돈도 없어서 거지새끼냐’ 하는 말과 함께 사내에서 탈락해버리기 때문이었다.

         

       물론, 여인들은 용돈 아니면 금전 생길 일이 없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하기는 했다.

       기본적으로 여인들은 수입이 없으므로, 돈 버는 사내들이 전담하는 구조였다.

         

       그 후로는 청이 마음껏 기분을 냈다.

       목 좋은 다점에 떡하니 자리를 잡아 있는 과자 종류별로 다 내오라 통 크게 주문을 하고.

         

       “소저, 그렇게는 못 먹어요.”

         

       “……? 내가 먹을 건데요.”

         

       그리고는 이어지는 과자 학살극에 공손 요예가 경악했다.

       아무리 여인 아니라 무인이니 뭐니 말을 했지만, 저건 여인과 무인을 떠나서 사람과 짐승의 차이가 아닌가?

       삼 일 굶은 돼지도 저렇게는 안 처먹지 않을까?

         

       어쨌거나 공손요예도 종류별로 조금씩 맛은 보았으니 제 과자 취향이 어떤지 스물 일곱 평생에 처음으로 깨닫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는 목소리 비는 침묵이 싫은 청이 아무 소리나 하고, 말수가 별로 없는 공손요예가 어색하게 받아주는 식이었다.

       그렇게 한참 시간을 때우다가 사위가 어둑하니 청도 이제는 슬슬 돌아가야겠다고.

       

       작별 인사를 건네는 청에게, 공손요예가 머뭇거리다 물었다.

       

       “서문 소저는 내일 용봉지회에 참석하시나요?”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갈 수도 있고? 안 갈 수도 있고?”

         

       “어째서죠?”

         

       “얼굴 팔리기 싫어하는 친구 때문일수도 있고. 달리 할 일 없으면 갈 수도 있고. 아. 검우랑 창빈이도 봐야 하니까 아무래도 가야 하려나. 음, 높은 확률로 참석?”

         

       “그렇군요.”

       

       공손요예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무어라 말하려는 듯 어물거리다, 결국 잘 가라며 작별이나 고하고 말았다.

       

       청은 그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뭐야, 싱겁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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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This Murim’s Crazy B*tch

I Am This Murim’s Crazy B*tch

이 무림의 미친년은 나야
Score 4.3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female character in a martial arts game I’ve played for the first time. I know absolutely nothing about Murim, th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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