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185

       대검 기사를 선보인 날로부터 사흘.

        

       반추해보건데, 제법 훌륭한 쇼케이스였다고 자평할 수 있겠더라.

        

       빌드의 반향은 생각보다도 거셌다. 하기야, 특대검으로 모든 걸 부수며 전진하는 빌드를 어떻게 참겠어. 예전에 반응이 미적지근했던 건, 이미 어느 정도는 고여버린 시점에 나왔던 탓 아닐까.

        

       커뮤니티 여기저기에서는 플레이 후기가 업로드되고 있었다. 평가는 제법 일관적으로 ‘너무 어렵지만 재밌어서 상관없다’ 였지만……숙련도가 쌓이면 금방 달라지겠지.

        

       충분한 인원수가 충분히 많은 시간을 투입하면, 그 중 숙련자는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머지 않은 미래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북미에서의 반응이 어마어마했으니.

        

       이제, 기다릴 뿐이다.

        

       불씨는 내가 붙이더라도, 그 규모를 키우는 건 내가 어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결국 모든 일에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법 아니겠는가.

        

       다시금 사흘 간의 휴방을 공지한 이유다. 이미 산불이 났는데, 입김으로 후후 불어가며 보탤 이유는 없으니까.

        

       할 일도 많고.

        

       밀린 집안일처럼, 일상적인 과업들도 있고……다음 빌드를 선보이기 위한 준비도 해야 한다. 무릇, 이런 건 기세가 중요한 법이니. 두번째 수가 첫 수보다 약하면 얕잡히기 십상이다.

        

       저 기사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만큼은 참을 수 없다.

        

       그래도,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일단은……바이오한테 자세한 대검 기사 운용법을 미끼로 법사 빌드까지 전달해뒀으니까. 최소한 솔로 랭크에서는 조금 해보겠지. 빌드 자체의 임팩트는 둘째치고, 파급력은 더 높을 터다.

        

       그러니, 지금 할 일은……아.

        

       확인 좀 해둘까.

        

       겸사겸사, 해야 할 일 목록에 쌓인 과업도 조금 치울 겸.

        

       * * * *

        

       아침 8시. 레반, 시훈은 햇볕을 한껏 받아들이는 부엌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프라이팬에 버터를 살짝 녹여 구워 낸 토스트와 계란, 그리고 미리 만들어 둔 바질 페스토를 곁들인 닭가슴살 스테이크로 구성된 아침식사. 평소에 비해 조금은 과한 칼로리였으나, 방송 전 운동을 하는 날에는 끼니를 든든하게 챙겨 먹는 것 또한 하나의 루틴이었다.

        

       그리 준비한 요리를 들고 자연스레 컴퓨터 앞에 착석하는 것까지가 기본 일과였다.

        

       언제부턴가 그의 루틴에 스며든, 이예나의 방송 다시보기를 시청하는 시간이다.  

        

       생방송 시간이 대부분 겹치는 탓이기도 했으나, 들킬 가능성이 없다는 메리트도 적지 않았다. 누구에게 들키는 게 더 두려운지는 애매했지만.

        

       《자. 그러면, 여기서 중요한 건데……이 크기의 대검은 투척이 가능할까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화면에는 우락부락한 등근육이 꿈틀거리는 기사의 등판이 가득했다. 최근에 이예나의 방송에서 보이는 신선한 그림이다. 괴상한 꿍꿍이를 품은 행각이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쉬이 눈을 떼기는 어렵더랬다.

        

       -콰앙!

        

       《정답은, 가능합니다. 아, 벽은 못 뚫는데……사람은 뚫으니까.》

        

       굉음과 어우러지는 차분한 설명을 배경으로, 또 한 명의 희생양이 당연하다는 듯이 넝마처럼 쓰러졌다.

        

       언제나와 같이 호쾌한 매력이 있는 움직임이었다. 나오나를 보는 눈이 그 누구보다도 높은 편인 레반조차도 ‘눈호강’이라는 표현을 자꾸 떠올리게 만드는. 그리 생각하며, 레반은 정성들여 만든 음식을 먹는 것도 잊은 채 화면에 몰입했다.

        

       본래도 제법 보는 맛이 있던 이예나의 플레이 스타일이었다. 방송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부터 소위 말하는 ‘아는 사람은 아는 방송’으로 인기를 끈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물론, 그 매력이 더더욱 두드러지기 시작한 건 저 괴이한 대검 성기사를 시작한 이후였다. 이예나는 동의하지 않겠지만.

        

       가끔씩 멘트가 사라져도 지루함을 느낄 틈은 없었다. 화려한 플레이가 모든 것을 메워줬으니.

        

       돌진. 투척한 대검으로 광전사를 절명시킨 기사가, 나무에 박힌 대검을 천천히 회수하고- 성난 황소처럼 달려들었다. 다른 그 누가 갑옷 한 조각 없는 맨몸으로 저렇게 위협적일 수 있을까. 레반은 문득 맞은편에 선 기사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차라리 이쪽에 이입하는 게 낫겠지. 헤드기어를 뒤집어쓰고, 일인칭 화면으로 관람을 시작했다.

        

       따라가기 어지러운 화면이었지만, 진정한 매력이 드러나는 화면이기도 했다.

        

       -부웅!

        

       선수를 던지는 상대의 칼이 눈앞을 스치고 지나간다. 늘 그렇듯 종이 한 장 차이. 머리 속에 좌표가 그려지기라도 하는 걸까. 대체 어떻게 매번 이런 거리 계산이 가능한 건지, 따져 묻고 싶을 지경이었다.

        

       연격. 가벼운 잽에 가까운 찌르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현명한 판단이다. 갑옷도 방패도 없는 기사를 상대로 힘을 준 공격을 할 필요는 없으니. 날을 세운 검이 그 어느 부위에 박히더라도 시스템은 치명적인 타격을 인정하리라.

        

       그러한 약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터임에도, 조금도 두렵지 않은 걸까. 이예나는 조금도 뒤로 물러서지 않고 있었다. 몇 번이고 살갗을 내어준 탓에 시야가 피로 물든 채로 회피동작을 반복할 뿐.

        

       어지러이 날아드는 검격을 끝없이 회피해내는 화면이 계속되던 중-

        

       일인칭 시야가 시뻘겋게 물들었다. 상대의 잽이 드디어 얼굴을 스쳤다. 체력이 주욱 감소하는 것이 제법 드라마틱하게 보인다.

        

       그리고, 진입.

        

       -부웅!

        

       먼저 들리는 것은, 소리다. 묵직한 대검은 아직 뒤에 끌리듯 따라오는 중이니. 모든 것을 부수며. 뒤늦게 카운터 일격을 깨달은 기사가 방패를 움직이려 들고 있지만-

       

       늦었다. 저런 움직임으론, 방패 째 쪼개질 뿐이다.

        

       -퍼억!

        

       글자가 깨진 아이디가 킬을 기록했음을 알리는 메시지가 화면을 메웠다.

        

       녹화된 채팅창은 물음표로 가득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실시간으로 방송을 보는 사람들 중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한 사람은 한줌에 불과할 테니.

        

       레반조차도 마음먹고 집중한 상태가 아니었다면 놓쳤을 기술들의 향연이었다. 공격 판정이 없는 움직임을 섞어가며 진입해서, 모션을 몇 차례나 딜레이 없이 캔슬하고, 먹음직스러운 머리를 일부러 내어준 끝에 기어이 카운터를 성공시킬 때까지.

        

       말도 안 되는 실력이었다.

        

       사실, 저 사람 집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VR기기 대신 소주병이 굴러다니더라- 같은 말을 해봐야, 아무도 안 믿겠지. 누구에게도 말할 일은 없겠지만. 그리 생각하며, 레반은 저도 모르게 작은 웃음을 흘렸다.

        

       화려하고, 과감하며, 호쾌한 공격 일변도의 플레이에- 심지어 메타를 선도하는 빌드.

        

       시청자들이 몰려드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어디까지 유명해지려는 건지. 이제 그녀의 채팅창에서 영어를 찾아보는 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외국인이 너무 많이 유입된다며 불평하는 시청자들이 있을 지경이었으니.

        

       분위기를 흐린다는 이유였지만, 레반은 그리 날뛰는 이들의 가슴 깊은 곳에 어떤 진심이 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저런 걸 쓸 줄 알면서 왜 도적을…….’

        

       그리하여, 이예나가 들었다면 제법 볼만한 표정을 지었을 법한 생각으로 머리를 메우며 식어가는 토스트를 입으로 옮기는 사이.

        

       -우우웅

        

       [이예나: 레반#322님]

       [이예나: 바쁘신가요]

        

       영상 속 목소리의 주인공으로부터 톡이 도착했다.

        

       [네]

       [왜요]

        

       [이예나: 이유가 타당하면 안 바빠지시나요 혹시]

       [이예나: 정말 타당한 이유가 있는데]

        

       《……심리전을 보여달라……는 분들이 계시네요. 상대방의 생각과 심리를 읽는 건 대대대검이 없는 사람이나 해야 하는 일이에요. 이건 그냥 휘두르면 되는데.》

        

       나른한 목소리 탓일까. 아니면, 톡이 화면에 떠오른 순간 우연히 녹음된 소리가 들려온 탓일까.

        

       레반은 분명 저 이유를 모르는 편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호기심이 앞섰지만.

        

       [일단 이상한 이유인 건 알겠네]

       [뭡니까]

        

       [이예나: 시위하려면 이것저것 할 일이 있는데……도움이 필요해요]

       [이예나: 아]

       [이예나: 사전 답사도 할 건데]

       [이예나: 초대가수로서 같이 답사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이예나: 저번에 약속한 밥도 사드릴게요]

        

       저번. 저번이 대체 언제인지. 레반은 기억의 저편을 뒤적거린 끝에, 일방적인 약속을 선포당했던 사건을 떠올리는 데 성공했다.

        

       ‘분명, 치킨 기프티콘을 보내고는 방송에서 치킨을 사줬네 어쩌네 폭탄 발언을 던진 다음에, 밥을 먹기로 했다고 추가타를…….’

        

       그의 스마트폰 화면에 메시지가 떠올랐다가 삭제되고, 다시 떠오르기를 몇 차례.

        

       [이예나: 🪓]

       [이예나: 🌲]

       [이예나: 🪓]

       [이예나: 🌳]

       [이예나: 🪓]

        

       이예나는 어디서 찾은 건지 모를 이모티콘을 도배하기 시작했다. 

        

       [그건 또 뭡니까]

        

       [이예나: 아]

       [이예나: 음]

       [이예나: 미끼……?]

       [이예나: 왠지 이걸 보내면 일단 무시는 못 할 거라는 감이 왔어요]

       [이예나: 제가 감이 좋은 편이라]

        

       과연, 정확한 예측이었다.

        

       

       감이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었지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다음화 보기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