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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5

       올리비아의 마법과 함께 검게 물든 하늘. 그 너머에 부서지듯 갈라지며 그 핵을 드러낸 아리아의 모조태양.

         

       천천히 바스라지는 태양은 뒤로 한 채, 올리비아가 천천히 아리아를 향해 나아갔다.

         

       쩌적, 쩌저적……!

         

       시간이라는 개념이 얼어붙은 세계 속에서, 움직이는 것은 오직 그녀뿐.

         

       다른 이들은 회색빛으로 변한 채로 굳어 있었다.

         

       멈춰버린 세계 속에서는, 자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마력이 소모된다.

         

       대마법사들조차 찰나를 버티지 못하는 시간의 지평선.

         

       그 부하(負荷)는, 아무리 진리를 깨달은 그녀라고 해도 쉬이 넘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천천히 움직이는 것도, 그 부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함이었다.

         

       츠츠츠츳……!

         

       올리비아가 아리아에게 다가서자, 얼어붙은 사람처럼 고요히 입을 닫고 있던 아리아가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대단하네.”

       

       놀랍게도 아리아는 정신을 잃지 않았다.

         

       그녀가 깨달은 진리는 두 가지. 화염 계통과 시간 계통.

         

       아마 그 중 시간 계열 마법을 사용한 것이겠지.

         

       “시간……만이 아니라……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모든 개념을……얼릴 줄이야.”

        “…….”

       

       하지만 그렇다고 조금도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리아의 말은 평소보다 느릿했고, 움직임은 그보다도 훨씬 느렸다. 거의 정지했다고 봐도 될 수준이었다.

         

       “너는……어떻게……멀쩡하지?”

       “내가 사용한 마법이니까.”

         

       아리아가 아주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걸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듯이.

         

       “아무리 술자라고 해도……세계가 그 대상이라면……자유로울 수 없어. 그건……기본 중에 기본이야.”

         

       째깍, 째깍.

         

       어디선가 초침이 흔들리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곧 그 소리가 어디서 흘러나오는 것인지 알아챈 올리비아가 피식 웃었다.

         

       “시간이라도 끌어볼려고?”

        “틀린 말은……아니야.”

       

       아리아의 뒤편에서 울려퍼지는 초침 소리. 그 속도는, 처음보다 훨씬 빨라져 있었다.

         

       “하지만 궁금한 것도 사실이야. 아무리 진리에 닿은 초월자라고 해도……세계의 법칙을 완전히……무시할 수는 없으니까.”

         

       초침의 간극이 짧아질수록, 아리아의 말소리 또한 점점 제 속도를 찾아간다.

         

       그동안은 올리비아의 뒤만 쫓던 아리아의 시선이, 처음으로 올리비아의 위치를 정확히 측정해낸다.

         

       이제야 비로소 시간대가 맞춰진 사람처럼.

         

       세계의 시간축을 원상태로 되돌린 것이 아니다. 얼어붙지 않은 올리비아의 시간축과 동일하게 조정했을 뿐이다.

         

       비교적 간단한 방법을 택했기에 이토록 빠르게 정신을 찾은 것이다.

         

       아리아가 매서운 시선으로 올리비아를 노려보았다.

         

       “필멸의 굴레를 반쯤 벗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야. 너는 도대체……무슨 짓을 한거야?”

       “글쎄…….”

       

       올리비아는 시선을 주위로 돌리며 말끝을 흐렸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마력을 끝도 없이 퍼붓고 있었지만, 아리아 한 명이 통제에서 벗어난 탓인지 순식간에 세계 곳곳이 빠르게 재생하기 시작한다.

         

       ‘……더 유지해봤자 득 될 건 없겠어.’

         

       어차피 이 마법을 사용한 이유는 아리아의 모조태양을 없애기 위함이었지, 아리아를 공격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애초에 모든 것이 얼어붙은 세계에서는 ‘공격’이라는 개념조차 통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궁금하면 네 안에 있는 황제한테 물어봐.”

        “……뭐?”

       “걔는 알고 있을테니까.”

         

       이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했다.

         

       올리비아는 빠르게 마법을 해제하고, 아리아의 단서부터 얻어내기로 결심했다.

         

       [마왕 강림까지 앞으로…….]

         

       시간이 촉박했으니까.

         

       쩌저저적……!

         

       얼려놓았던 시공간이 부풀어 오르며, 순식간에 원래 상태로 재생된다.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던 세계가 일순간에 제 색을 찾는다. 한 곳에 정체되어 있던 마력과 공기가 제자리로 되돌아갔다.

         

       “후우…….”

         

       온 몸이 끓어오르는 듯한 고통을 견뎌낸 올리비아가 허공에 떠오른 지팡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슬슬 끝내자.”

         

         

       *****

         

         

       리브가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 찰나에 불과한 순간에, 세상이 회색빛으로 변했다가 원래대로 되돌아왔다.

         

       “태, 태양이 없어졌다!”

       “동요하지 마라……! 허상이었을 뿐이다!”

       “우리 모두 죽어버릴거야악!”

       

       리브가는 마른침을 삼키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느끼지 못한 건가? 방금 그 찰나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

         

       엄청난 열기를 뿜어내던 태양은 소멸했고, 하늘은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고요했다.

         

       타는듯한 열기가 사라지자, 차가운 냉기가 피부에 와닿았다.

         

       정적으로 물든 하늘.

         

       오직 글레이시아의 날개 소리만 들리는 그 공간에서, 리브가는 입술을 깨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공기가, 차갑다.

         

       단순히 화이트 드래곤의 등 위에 타 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더 청량했고, 또한 익숙한 차가움이었다.

         

       “……글레이시아 님.”

       [나도 느꼈어.]

         

       그 말에, 속에서 무엇인가가 왈칵 솟아오를 것만 같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종류의 만남이었기 때문일까.

         

       “부탁드릴게요.”

         

       화아악! 글레이시아가 크게 날갯짓을 하자, 공기가 통째로 뒤집어지며 세찬 바람이 리브가를 덮쳤다. 리브가는 양손에 힘을 줘 몸을 단단히 고정했다.

         

       순식간에 구름 위로 치솟은 리브가의 눈동자에, 한 여인이 보였다.

         

       조금씩 가까워질 때마다 온 몸을 타고 휘감아 오르는 파멸적인 냉기의 마력.

         

       그 기세는 물론이거니와, 마법에 담긴 압도적인 확신은 리브가로 하여금 향수를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그 순간 리브가의 등 뒤에서 희미하게 울려퍼지는 목소리.

         

       “더 가까이 다가갔다간 얼어 죽을걸.”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였다. 리브가는 깜짝 놀라 등 뒤를 돌아보았다.

         

       길다란 곰방대를 손에 쥔 채, 이쪽을 내려다보는 구릿빛 피부의 여인.

         

       아득하게 높은 상공에서 아무렇지 않게 떠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그녀의 강함을 증명했다.

         

       대마녀, 아우렐리아.

         

       마침내 그녀가 이 전장에 당도한 것이다.

         

       글레이시아는 더 나아가기를 멈추고 아우렐리아를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

         

       눈 앞의 여인이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우렐리아는 성녀와 드래곤의 경계 어린 시선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냈다.

         

       “너무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지 마. 이래뵈도 올리비아 부탁받고 온거니까.”

       “…….”

       “올리비아랑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운 건 알겠는데, 너희들이 저기 가봤자 방해밖에 안 돼.”

         

       리브가는 아우렐리아를 향해 뭐라고 말을 하려 입을 열었으나, 아우렐리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올리비아가 부탁했어. 올라오는 사람 있으면 이유를 불문하고 막아달라고.”

         

       맨날 힘든 건 나한테만 시킨다니까?

         

       아우렐리아는 그렇게 투덜거리면서 수인을 맺어 주력을 끌어올렸다. 동시에 허공에서 떠오르는 거대한 소환진.

         

       소환진에서 보랏빛이 일렁거리다가 꺼지는 것과 동시에, 아우렐리아의 옆에서 아가리를 쩍 벌린 거대한 레드 드래곤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크아아아아악!]

         

       레드 드래곤이 비명을 지를 때마다 목구멍 안쪽에서 뜨거운 화염이 꿈틀거린다.

         

       “……이 새끼는 항상 시끄럽네.”

         

       아우렐리아는 혀를 차며 대충 뿌리듯 부적을 던졌다. 그녀가 던진 부적은 드래곤의 주변을 일정한 간격으로 맴돌며 투명한 결계를 만들었다.

         

       레드 드래곤의 정체를 알아챈 글레이시아가 경악했다.

         

       [어, 어떻게 에리야스님을……?]

       “그래봤자 드래곤인데 뭘.”

         

       가볍게 몸을 뒤트는 것만으로도 왕국을 박살낼 수 있는 괴물이었지만, 아우렐리아에게는 별 감흥 없는 상대였다.

         

       애초에, 그녀가 에리야스와 한두 번 싸워본 것도 아니었으니까.

         

       [감히……!!]

         

       아우렐리아를 바라보는 에리야스의 눈동자가 분노를 머금었다.

         

       드래곤 로드의 살기를 직통으로 받고 있는 소름끼치는 상황.

       하지만 아우렐리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을 이었다.

         

       “저 안에 봉인된 순간부터 힘조절은 못해. 엄청나게 아플거고, 나는 올리비아의 편을 들어준 너희들이 짜부되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아.”

         

       ‘……진작 결계를 쳐놨어야 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늦게 도착해서 이런 사단이 나버렸다.

         

       그러나 아우렐리아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다.

         

       올리비아의 마지막 ‘불살’회차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뒤늦게 떠올라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알아들었으면 지상으로 내려가.”

       “하지만……!”

        “성녀. 네 역할은 따로 있어.”

         

       아우렐리아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전장에 도착하기 전부터 느껴졌던 불길한 흉조들.

         

       “곧 악마들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상에서 굉음이 울려퍼졌다.

         

       콰지지지직!

         

       시야가 희뿌옇게 흐려지는가 싶더니, 이내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아무 전조도 없이 펼쳐지는 일식(日蝕). 동시에 하늘에 새카만 흉터 같은 것이 나타나, 끔찍하게 오염된 차원의 잔해들을 지면으로 쏟아부었다.

         

       갑작스런 소리에 모두가 병장기를 내리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투둑, 투두둑.

         

       무언가 계속해서 떨어진다. 그것들은 어느 순간 산보다 더 높게 쌓였고,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꿀렁거렸다.

         

       밀려오는 마기에 병사들은 기겁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것에 닿으면,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어 버린다.

         

       “아, 안 돼!”

        “끄아아아아악!”

       “내, 내 몸이……!”

         

       살점이 녹아내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빨이 딱딱거리는 소리. 뼈마디가 으깨지는 소리.

         

       “……하.”

         

       아우렐리아는 입술을 비틀었다.

         

       불길하고, 끔찍하고, 역겹고 흉물스러운 마계의 마물들.

         

       그리고.

         

       “아아아…….”

         

       마왕.

         

       “반가워요, 필멸자 여러분.”

         

       아스모데우스.

         

       결국 녀석이 나타나버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wastetime님 1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여, 연참대신 기여운 아스모데우스를 드리겠읍미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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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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