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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5

       생일이라는 날을 두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은 생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난 날이고, 그 사람이 살아가면서 한 모든 행동, 맺어온 모든 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한 날이었으니까.

        

       자기 삶이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생일을 축하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리라.

        

       설령 얼마 전까지 자기 삶이 별로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사라야, 그러고 보니, 생일이 언제야?”

        

       하늘이가 그렇게 물어온 것은, 여느 때처럼 우리 네 명이 방에 모여있을 때였다.

        

       양혜인은 그녀의 할머니 집에 들렀다 온 뒤로는 성격이나 말투가 상당히 부드러워졌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그녀가 가지고 있던 생활방식을 유지하고 있었다.

        

       식사 시간과 사라가 방 밖으로 나가는 시간이 아니라면, 양혜인은 굳이 우리 네 명의 생활을 방해하지는 않았다.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바뀐 점도 상당히 많았지만…… 그건 차차 설명하기로 하고.

        

       ……그나저나, 어느 순간부터 하늘이가 집에 가지 않는 것 같은데, 이건 기분 탓인가?

        

       뭐, 그래도 종종 자택에서 자고 오거나, 부모님께서 쥐여주신 반찬들을 싸 들고 오는 것을 보면 한때의 수아처럼 ‘가출’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늘이 말로는 아버지께서 꽤 무뚝뚝하신 성격이라고 했었는데, 의외로 이런 쪽으로는 열린 생각을 가지고 계신 걸지도 모르겠다.

        

       뭐, 나야 좋다. 괜히 하늘이 한 명만 따돌리는 기분이 들지 않아서 마음이 편했다.

        

       “내 생일?”

        

       아무튼, 생일에 관한 질문을 받은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도 그럴 게, 내 생일을 말해야 할지, 사라의 생일을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 생일! 내 생일로 해!

        

       내가 고민할 틈도 없이, 의식 안의 사라가 그렇게 외쳐댔다.

        

       “어…… 6월 17일.”

        

       그래서, 나는 반사적으로 그렇게 대답하고 말았다.

        

       그날은 사라의 생일이었다.

        

       “어, 일주일밖에 안 남았네.”

        

       스마트폰을 쥐고 침대 위를 뒹굴뒹굴하던 소희가 그렇게 말했다.

        

       그러게.

        

       사라와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무척 많은 나였다. 밤에 잠이 들 때마다 사라를 만났으니까.

        

       사라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라의 생일을 들었고, 그랬기에 제대로 기억하고 있기는 했지만…….

        

       정작 사라 생일을 일주일 앞둘 때까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

        

       그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사라가 못마땅하다는 심기를 드러냈다.

        

       미안. 그래도 축하는 제대로 해 줄 테니까.

        

       ……그런데, 사라한테 선물은 어떻게 해야 하지? 일단 사서 포장해두면 되나? 그리고 사라를 불러서 뜯어보게 하면 되는 걸까?

        

       생일 케이크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하지?

        

       우리 둘의 인격은 분명히 별개였지만, 쓰는 몸이 하나이다 보니 한 공간에 둘이 동시에 존재할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지난번에 놀이공원 갔을 때 있잖아. 그렇게 해 주면 좋겠다.

        

       ……뭐, 본인이 그렇게 말하면 그렇게 해 줄 수밖에.

        

       진짜 축하는 의식 안에서 직접 해 주면 되는 일이고.

        

       사라가 조금 웃은 것 같다. 괜히 기분이 좋아지네.

        

       “그럼, 혹시 가지고 싶은 거 있어?”

        

       “가지고 싶은 거…….”

        

       음.

        

       그날은 사라의 생일이니, 사라가 원하는 걸로 골라야 하지 않을까?

        

       사라는 뭘 가지고 싶을까.

        

       “…….”

        

       아, 이거 엄청나게 어려운데.

        

       나는 사라가 가지고 싶은 것을 이야기해줄 때까지 기다려봤지만, 사라는 묵묵부답이었다.

        

       ……대신, 의식 깊은 곳에서부터 사라의 옅은 기대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

        

       아.

        

       망했다, 이거.

        

       왠지 ‘한 번 알아맞혀 봐’ 모드인 것 같은데.

        

       “사라야?”

        

       하늘이가 재차 물어온다.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나는 여자친구 같은 존재가 없었기에, 오늘 나 어디가 달라 보여? 라던가, 아무거나 먹자, 라던가, 내가 뭘 가지고 싶은지 몰라서 그래? 같은 말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그렇고 그런 관계의 직전까지 간 것은 사라가 처음이라는 말이다.

        

       “어…….”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 그러게……?”

        

       결국, 그렇게 대답하고 말았다.

        

       *

        

       “그, 그러게……?”

        

       사라의 대답은 몹시 애매한 것이었다.

        

       하지만, 유하늘은 그 대답이 나온 이유를 대충은 알 것 같기도 했다.

        

       왜냐하면, 사라는 가지고 싶은 것은 뭐든지 가질 수 있었으니까.

        

       비유도 뭣도 아니고, 사라는 그냥 돈이 많았다. 만약 본인이 정말로 가지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그냥 가서 사거나, 돈을 제시하면 그만이었다. 아마 마음만 먹으면 온갖 희귀동물이 있는 동물원을 만들어서 혼자만 관람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대답을 이해하는 것과, 그 대답에 제대로 된 답을 찾아내는 것은 별개였다.

        

       정말로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아이에게 어떤 선물을 할지 생각해내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으음…….”

        

       제대로 된 대답을 해주지 못한 것을 신경 쓰는지,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힌 사라를 보면서, 유하늘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럼 어쩔 수 없지. 원래 갑자기 이렇게 물어보면 바로 대답하기 어려운 법이니까.”

        

       하긴, 굳이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평소에 정말로 가지고 싶은 물건이나 꼭 필요한 물건이 없다면 이렇게 대답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법이다.

        

       “미, 미안…….”

        

       왠지 모르게 시무룩해진 사라는 귀여웠다.

        

       아니, 진짜로 시무룩해진 본인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실례이긴 했지만, 그걸 의식하고 있어도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좋아하는 애였고, 사라는 굳이 그런 표정을 짓지 않아도 귀엽기까지 했으니까.

        

       객관적으로 봐도 예쁘고 귀여운 애를 보는데 그 위에 콩깍지까지 쓰였으니,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미안해할 것 없어. 그럴 수도 있지.”

        

       유하늘은 웃으면서 사라의 머리를 손으로 살살 쓸어내렸다.

        

       계속 만지고 싶을 정도로 기분 좋은 머리카락이었다.

        

       …….

        

       물론, 그거랑은 별개로 선물에 대한 고민도 계속 떠올랐지만.

        

       그래도 걱정하지는 않았다.

        

       유하늘은 자신이 사라가 원하는 것을 분명히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

        

       사라가 받을 선물……?

        

       사라의 머리카락을 은근슬쩍 만지고 있는 하늘이를 보며, 이수아는 고민했다.

        

       과연, 사라가 무엇을 원할까.

        

       ……아마도, 물질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이건 이수아도 겪어본 적이 있는 일이었다.

        

       사람이 바쁘다 보면, 아주 중요한 약속이나 기념일이라도 잊어버리는 법이다. 이수아의 부모님이 그랬다.

        

       물론 그렇다고 이수아의 생일을 무조건 잊어버렸던 것은 아니다. 그저 워낙 바쁘고, 외국에 있어서 시차 때문에 날짜를 헷갈린다거나, 날짜를 잊어버리고 있다가 한밤중에라도 부랴부랴 전화해서 축하한다고 전해주거나……

        

       생일 선물을 못 받은 기억은 없었다. 부모님들은 자신들이 바쁘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언제나 생일 선물을 최대한 빨리 준비해두었으니까.

        

       하지만, 그때마다, 이수아는 선물보다는 부모님이 보고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수아 본인의 생일이 아닌가.

        

       가족들이 모여앉아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케이크 위의 촛불을 끄고, 케이크를 잘라서 나누어 먹으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생일의 본질이 아닐까?

        

       ……그리고, 사라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생일 축하를 받아본 적이 없을 터였다.

        

       “그렇구나.”

        

       그렇다면, 굳이 비싼 선물을 준비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진심이 담긴 축하가 더 좋을 것이다.

        

       사라가 지금까지 살아있다는 것에 이수아 자신이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지, 그리고 사라를 만난 것이 이수아의 인생에서 얼마나 축복이었는지.

        

       그래, 그게 좋겠다.

        

       사라의 삶이, 다른 사람의 삶에 충분한 희망이 되었다는 것.

        

       그걸 알려주고 싶다.

        

       그렇게, 이수아의 선물은 정해졌다.

        

       *

        

       “그렇구나.”

        

       수아가 중얼거리는 것을 듣고, 신소희는 조금 불안해졌다.

        

       머릿속에 그럴싸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라에게 줄 선물을 떠올린 것 같은 하늘이나, 뭔가 그럴싸한 아이디어를 떠올린 듯 생각에 잠긴 수아와는 다르게.

        

       “으음…….”

        

       팔짱을 끼고 고민하다가, 신소희는 이내 그 고민을 확 치워버렸다.

        

       애초에 고민이라는 것은 신소희와는 맞지 않는 것이었으니까.

        

       가고 싶은 곳으로, 마음 가는 곳으로 마음껏 달린다.

        

       눈앞을 뭔가가 가로막고 있다면, 넘거나 부숴버리고 전진한다. 그 호쾌함이 신소희 자신이 가진 특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이번에도 노력한다.

        

       사라가 원하는 것을 찾아보고, 사라가 충분히 즐거워할 만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스스로 생각해낼 수 있는 것은 전부 생각해내서 사라를 위해 쏟아낸다.

        

       ……그리고, 뭐.

        

       신소희에게는 이럴 때 분명히 도움이 될 직장 선배도 있었으니까.

        

       지금 당장은 이 방에 없기는 했지만, 분명 사라의 생일 때는 뭘 하고 지나갔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일단은 선배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대책을 생각해본다.

        

       제일 중요한 것은 사라가 싫어하지 않도록, 너무 부담스럽게 느끼지 않도록 잘 조절하는 거겠지.

        

       신소희는 팔짱을 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음,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은데.

        

       조금 바쁘게 준비하면, 분명 일주일 안에 그럴싸한 파티를 준비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들어 선배 상태가 좀 이상한 것 같기는 하지만 말야.

        

       그렇게, 머리 구석에 떠오른 생각을 애써 무시하는 신소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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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Q악역 영애가 되긴 싫어
Status: Completed Author:
I fell into the single-player game 'If You Wish' and decided to struggle to avoid becoming a villainess with a terrible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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