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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5

       달려드는 잡배들 몇을 잠재워주고 나니 슬슬 겁이 나는 듯 흑 어쩌구의 무리가 점차 뒤로 물러서는 게 보였다.

       

       이래서 주제를 모르는 것들을 상대하는 게 귀찮은 것이다.

       

       자기 주제를 모르고 일단 머리를 박은 후에 한 번 깨지고 나서야 자신의 앞에 선 게 무엇인지를 살피니까.

       

       일단 부딪혀봐야 상대를 아는 것이 닭과 닮아있구나.

       

       흠. 슬슬 구심점이 되는 놈을 날려주면 저 알아 도망을 칠 때가 되었는데.

       

       그리 생각을 하며 닭대가리들 중에 그나마 부리가 날카로운 이를 찾던 중 백화령이 한 남자의 앞에 서 있는 게 보였다.

       

       “정형님! 보여주십쇼!”

       “정형님!”

       

       닭들이 선망과 기대의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는 걸 보면 저 자가 대장인가.

       

       부하들의 응원에 등이 떠밀린 것일까. 겁을 먹은 것처럼 보이던 남자가 자신의 내공을 운용하더니 자세를 취했다.

       

       대충 보기에도 이름 있는 문파에서 수학을 한 놈은 아닌 것 같구나.

       

       내기를 다루는 방식이나 몸을 움직이는 방식이 잡스러워.

       

       스스로가 어찌 생각할지는 모르겠다만 지닌 내공이 아까운 작자구나.

       

       닭대가리들의 대장이 펼쳐낸 전력은 너무도 허무하게 백화령의 손아귀에 붙잡혀 버렸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 아래의 기반이 개판이니 그의 몸에서 펼쳐진 무공도 난장판일 수밖에.

       

       “절기를 펼치라 했을 터인데?”

       “아니. 저.”

       “본인을 무시하는 거냐?”

       “그 놈은 나름의 절기를 쓴 것이다.”

       

       백화령이 눈살을 찌푸리기에 중간에 끼어 들어 설명을 해주었다. 저게 저 녀석이 낸 진심이라고.

       

       그러자 백화령이 눈을 끔뻑였다.

       

       “…설마 이게 진짜 절기라고?”

       

       그녀가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천마신교에서 자라나 정파의 여러 명문들을 상대한 후 다시금 신교에 몸을 의탁한 그녀다.

       

       흑 어쩌구 같은 시정잡배의 무공을 상대할 일이 있었겠는가.

       

       나도 신교에서 빠져나와 처음 잡배들을 상대하게 되었을 때 경악을 했었지.

       

       이딴 것을 무공이라 쓰고 다니면서 의기양양해 하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거든.

       

       나는 여러 의미로 놀랍다는 듯 남자를 노려보는 백화령의 목덜미를 붙잡아 떼어낸 후 닭대가리들의 대장에게 고했다.

       

       “한 번의 기회를 주마. 꺼지도록.”

       “자비에 감사드립니다!”

       

       백화령은 흑 어쩌구의 무리가 떠나가는 걸 보면서도 떨떠름한 것처럼 보였다.

       

       – 유부 먹었을 때보다 지금 충격이 더 큰 것 같지 않음?

       – 새로운 음식이 준 충격 < 쓰레기 무공이 준 충격

       – 무인답다고 해야 하나?

       

       “무림의 수준이 이토록 낮았단 말인가?”

       “세상은 그대가 생각하던 것보다 넓다는 것이지. 긍정적인 방향이건 부정적인 방향이건 간에 말이야.”

       

       백화령을 데리고서 다시금 유부를 파는 가게로 돌아오니 우리가 들어오자마자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졌다.

       

       우리가 벌인 일이 일이니만큼 다른 이들의 눈총을 받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보통 그럴 때 쏟아지는 시선은 경계나 공포다.

       

       허나 지금 우리에게 쏘아지는 시선은 달랐다.

       

       그는 명백한 관심의 시선이었다.

       

       “새로운 이들이 많아 보이는 구나.”

       

       백화령은 그리 이야기를 하며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그녀의 시선이 닿을 때마다 사람들이 다급히 시선을 피한다.

       

       “어쩔테냐? 엎을 것이야?”

       

       그 모습을 보고서 어느 정도 확신을 한 걸까.

       

       백화령이 내기를 살짝 끌어 올리며 내게 물었다.

       

       “잠깐 기다려 보거라.”

       

       사람들의 시선에 짐작이 가는 부분이 있어 백화령을 말렸다.

       

       그리고는 시청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솔직히 말해봐라. 지금 여기에 우리를 보러 온 자들이 몇이나 되느냐.”

       

       – ㅇ?

       – 갑자기?

       

       “말을 하지 않으면 내 직접 색출할 수밖에 없다만.”

       

       – 너무 자의식 과잉인 거 아냐?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죄송합니다. 눈으로 한 번 보고 싶었어요.]

       

       – 진짜 있었음?!

       – 무친.

       – 아 ㅋㅋ. 화령님이 괜히 그런 말 했겠냐고.

       – 의심한 사람 읎제?

       

       “이 녀석만 있는 게 아니란 걸 안다. 따로 추궁하진 않을 터이니 나를 보러 온 이라면 물컵을 들어보도록.”

       

       내가 그리 말을 하자 식탁에 앉은 이들 중 몇이 물컵을 들었다.

       

       그 수는 어림잡아도 열 댓은 될 것처럼 보였다.

       

       심지어 그 중엔 내가 식당에 들어왔을 적부터 앉아있던 녀석도 있었다.

       

       – 이렇게 많다고?!

       – 화령 보겠다고 다급히 달려온 거야?

       – RPG겜 방송하면 어쩔 수 없긴 하지.

       

       “됐다. 내려라.”

       

       흑 어쩌구를 처리하는 데 시간이 얼마 걸렸다고 급히 달려와 빈자리를 꽉꽉 채운 것을 보면 본인이 보고 싶긴 했나 보구나.

       

       “보고만 있는다면 따로 무어라 하진 않으마.”

       

       – ㅇㅇ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자비로우신 화령님. 감사합니다!]

       

       – 비공식 팬미팅이야?

       – 나도 갈까.

       – 아. 씨. 나 일하는 중인데.

       – 불쌍.

       

       “그렇다고 찾아오란 소리는 아니다만.”

       

       무언가 착각을 하는 듯 하여 정정을 해주고 있자니 옆에서 백화령이 목소릴 냈다.

       

       “민가야? 저 놈들이 왜 네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냐?”

       “저들이 본인의 추종자 비스무리한 놈들이라 그렇다.”

       “신자들이더냐?”

       “아니 그것과는 다르다. 그러니까. 흠.”

       

       무어라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현대에 관해 아예 알지 못하는 백화령에게 방송이니 게임이니 하는 걸 말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니.

       

       – 신자 맞지 않나?

       – ㅇㅇ. 우리 별명이 마교도들이니까.

       

       적당한 단어가 있나 채팅창을 살펴보니 저들은 자기들이 마교도라는 소리나 지껄이고 있었다.

       

       천마신교의 신교를 자칭하는 녀석들이 마교도라는 단어를 입에 담다니.

       

       웃기는 이야기였지만 그리 도움이 되는 소리는 아니었다.

       

       “그냥 내 얼굴을 보고 싶어 하는 이들이라 생각하거라.”

       “허. 고생이 많구나.”

       

       한숨을 내쉬며 그리 말했더니 백화령이 그 고생을 이해한다는 듯 고갤 끄덕였다.

       

       지금의 내가 신교에 갇혀 사는 너에게 동정 받을 입장은 아니다만.

       

       다시금 우리가 앉아 있던 자리로 돌아왔더니 바루가 침을 뚝뚝 떨어트리며 음식을 바라보다 고갤 들었다.

       

       “왔느냐! 이번엔 먹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신령보단 칭찬을 바라는 어린아이에가 가까운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절로 웃음이 새 나왔다.

       

       다른 이들도 비슷한 기분인가 싶어 주변을 둘러보니 내 방송의 시청자들이나 백화령이나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

       

       [화령 방송에 천마 떴는데?!]

       

       천마신교의 그 천마 맞음. 아피스 천마랑 똑같이 생김.

       

       – ㅁㅊ. ㄹㅇ이네.

       – 신교에 처박혀 있어야 할 천마가 왜 나옴?!

       – 아니 왜 천마가 친구집 방문 하듯이 가볍게 등장하냐곸ㅋㅋ

       – 저 사람 천마 맞음?

       └ 학영충이 기겁한 거 보면 맞는 거 같은데?

       

       [대체 화령이랑 천마랑 무슨 관계임?]

       

       둘이 말하는 게 서로 겁나 친한 거 같은데? 화령 이 인간 아쓰대 코칭하는 중에 뭔 짓 한 거야.

       

       – 천마신공 사용자라 만나러 왔고, 한 판 붙은 후에 친해졌다는 데?

       └ 진짜?! 아니 그걸 왜 방송 끄고 하냐고. ㅆㅂ!

       

       [천마가 화산에 들린 이유 밝혀짐]

       

       바루랑 놀러온 거였음. 지금 유부호소인 가지고 바루 유혹하는 중.

       

       – ㅈㄹㄴ. 얼굴보기도 힘든 천마가 그깟 이유로 올 리 없잖음.

       └ 진짜라니까?! <클립 링크>

       └ 이왜진?

       – 천마가 들고 있는 저게 유부라고? 고문당해 죽은 두부처럼 생겼는데.

       └ 일단 천마가 유부래.

       └ 무림의 유부는 저런 거야?

       

       [시무룩한 천마]

       

       <바루가 사람으로 변해서 시무룩한 천마 사진.>

       

       – 이딴게 천마?

       – 저 사람이 무림의 공포로 군림한 사람이라고?

       – 인지 부조화 겁나 오는데.

       – 내가 상상한 천마는 좀 더 카리스마 넘치는 사람이었다고!

       

       [역용술 쩐다. 사람이 바뀌네.]

       

       [천마신교 음식 수준이 어떻길래 천마 반응이 저럼?]

       

       [근데 유부 좀 맛있어 보이긴 한다]

       

       [그래도 천마는 천마다.]

       

       방금 정색하고 목소리내는 데 좀 쫄았음.

       

       – 화면 너머로도 카리스마 장난 아니더라.

       – 저 자리에 있었으면 숨도 못 쉬었을 듯.

       – 바루 깡 개 쩔지 않음? 그 분위기에서 어떻게 유부 튀김을 먹고 있지.

       

       [흑운파 쟤네 저기서 왜 자살하기를 고르냐.]

       

       [천마 둘이 움직이니까 사람이 벌레마냥 쓰러지네.]

       

       [이딴 게 절기?]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천마 표정이 진짜 웃기넼ㅋㅋ.

       

       – 자기가 생각하는 절기는 저런 게 아닐테니까.

       – 천마가 쓰는 절기는 어떤 걸까?

       – 산 하나 없애버리는 거 아냐?

       

       [아. 화령 밥 다먹고 방송 껐어.]

       

       에바야. 화령 다시 방송 켜!

       

       *

       

       백화령은 나와 같이 화산에 돌아와서는 기어코 바루를 품에 끌어안는 데 성공했다.

       

       같이 식사를 하면서 어느 정도 경계를 푼 것일까. 바루가 싫은 기색을 보이면서도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몸을 내어 준 것이다.

       

       바루의 포근한 털에 녹아내린 표정을 짓는 백화령은 아무리 보아도 엉덩이를 뗄 생각이 없는 인간처럼 보였다.

       

       “아해야.”

       “왜 그러느냐?”

       “이러고 있어도 괜찮은 것이냐? 할 일이 있을 터인데.”

       “괜찮다! 나를 대신해 제자가 일을 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인지부조화가 오는 느낌이구나.

       

       거기에 오는 일거리는 모두 다 천마가 처리해야 하는 일이지 않더냐?

       

       물론 본인도 일을 하는 걸 더럽게 싫어하긴 했지만 그래도 다 스스로 처리하긴 했단 말이다.

       

       그런데 자기 마음대로 굴릴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그 녀석에게 다 일을 미루다니…

       

       실로 부럽구나.

       

       “민가야. 정작 그러는 너도 문파원에게 일을 다 미뤄두고 있지 않으냐?”

       

       백화령의 품 안에 안겨있던 바루가 한심하다는 듯 나를 보면서 그리 말을 했다.

       

       부정할 수가 없었다.

       

       시유검에게 서류 작업을 모두 맡긴 건 사실인지라.

       

       “무어냐. 너도 제자에게 일을 맡겨둔 것이냐? 하하. 그럴 줄 알았다.”

       “제자는 아니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화산의 문파원이고 화산의 무공을 익힐 뿐.

       

       본인의 제자는 아니라 할 순 없지.

       

       “그대라면 알 텐데? 제자란 것이 그리 가벼운 의미가 아님을.”

       

       빙궁이 무너지고 헤매던 본인에게 길을 제시해 주었던 은인께서 말을 하길.

       

       무인에게 제자라는 것은 자신이 지닌 뜻을 이어 스스로가 바라던 무가 옳았음을 증명해 줄 사람이니.

       

       어설픈 자를 제자로 들이게 되면 자신의 무가 틀렸음을 증명하는 꼴이니 제자를 들이는 데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은인은 죽는 그 순간까지도 날 제자라 부르지 않았다.

       

       내가 가려는 길이 스스로가 생각하는 길과 다르다 여겼기에.

       

       지금 생각해도 괴팍한 노친네구나.

       

       “알지. 스승이 해 준 말을 어찌 잊을까.”

       “…허?”

       

       뭐라고?

       

       “스승? 그 노친네가 그댈 제자로 받아준 것인가?”

       “그래. 몇 년 되지 않은 이야기다마는.”

       

       그럴 리가.

       

       그 괴팍한 인간이 본인을 제자로 받아 줄 리가 없다.

       

       서로가 바라보는 길이 전혀 다르지 않았느냐.

       

       백화령과 본인이 추구하는 무에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진 않다만?

       

       “본인이 무언가 달라졌다기 보단 그 인간이 나이가 들어 유해진 덕분이긴 하다만. 명줄도 질긴 노친네 같으니.”

       “아니. 잠깐만.”

       

       중간에 걸리는 단어들이 너무도 많았다.

       

       백화령이 내뱉는 단어 하나하나가 본인의 머릿속을 휘젓는 느낌이었다.

       

       나는 왜 그러냐는 냥 고갤 갸웃거리는 백화령을 보다 간신히 질문을 꺼냈다.

       

       “ 그 인간이 살아있는가?”

       “그렇다만? 지금도 어디 산골에 틀어박혀서 무공의 연구를 거듭하고 있을 거다.”

       

       …허.

       

       그 노친네가 살아 있다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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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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