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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5

   달링을 한차례 혼낸 뒤 크라슈는 여자로 변하는 약이 필요한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그리고 설명을 다 들은 달링은 이마에 돋아난 혹을 손으로 매만지며 고개를 기울였다.

     

   “그래서 여자 기숙사에 숨어들기 위해서 약이 필요하다는 거야?”

   “앞에 전후 사정을 다 떼지 마라.”

     

   크라슈가 한 번 더 혼낼 기미를 보이자 달링은 냉큼 주머니에서 약을 하나 꺼냈다.

     

   “자, 여기, 하루 정도 유지되는 TS 약이야.”

     

   하루 정도라는 건 하루 이상도 있다는 건가.

   크라슈는 꺼림칙한 기분과 함께 약을 받았다.

     

   깨부수고 싶은 충동이 들끓었지만 애써 참았다.

     

   “그런데 약만 먹고 바로 들어가려고?”

   “그야, 당연히 그럴 생각인데.”

   “남자 교복인데?”

     

   다음 질문을 듣고 크라슈는 눈을 깜빡였다.

   그러고는 자기 옷을 내려다보았다.

     

   확실히 달링의 말대로 여자 모습이라도 남자 교복인 채로 들어가면 의심을 살 것이다.

     

   남자 모습에서 여자로 되어 버린 바이오렌도 한동안 소란이었으니 말이다.

     

   “빌려줄까?”

     

   달링은 별로 어려운 것 없다는 듯이 선뜻 말했다.

   크라슈로서도 나쁜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래, 빌려줘.”

   “알았어. 그럼 치수를 알아야 하니까 약 먹어봐.”

     

   그리고 크라슈는 달링이 선뜻 친절을 베푼 이유를 눈치챘다.

     

   이 녀석 눈앞에서 여자로 변하는 걸 보고 싶어 하는 거다.

     

   한 대 더 쥐어 박을까 했지만, 크라슈는 순순히 약병의 뚜껑을 열었다.

     

   어차피 교복이 필요한 건 사실이니까.

   크라슈는 냉큼 약을 들이켰다.

     

   ‘딸기 우유 맛인데.’

     

   약이면서 무슨 이런 맛이 나는지 모르겠다.

   크라슈가 입맛을 다시고 있는 순간 몸에서 두둑 소리가 나왔다.

     

   예전에 크라드로 변해본 적 있는 크라슈이기에 조금은 익숙하게 기다렸다.

   그러자 점점 시야가 내려갔다.

     

   키가 작아지고 있는 거였다.

     

   잠시 후 가슴 가가 답답해지는 감각과 함께 바지 뒤가 끼는 감각이 들었다.

   동시에 목 안이 간질간질해진 크라슈가 한차례 헛기침을 내뱉었다.

     

   “흐흠, 흠.”

     

   흘러나온 음성은 이전과 달리 무척이나 하이톤이었다.

   거기에 목뒤가 무거운 감각에 손을 뒤로 올리자 머리카락도 덩달아 길어져 있었다.

   

   

   

   

     

   크라슈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거기에는 달링이 멍한 눈으로 있었다.

     

   “잘됐냐?”

     

   평소 말투에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하이톤이라 묘하게 매칭이 안 됐다.

     

   하지만 크라슈의 물음에도 달링은 멍하니 크라슈를 보았다.

   그러고는 이내 투둑하고 그녀의 코에서 무언가 흘러내렸다.

     

   그건 코피였다.

   어째선지 굉장히 기분 나쁜 감각을 받은 크라슈가 자기 몸을 감싸며 두 걸음 물러섰다.

     

   그리고 크라슈의 눈에 경멸이 서리자 달링이 뒤늦게 코를 손으로 감쌌다.

     

   “아, 미안해. 나 어젯밤을 좀 샜거든. 종종 이래.”

     

   하필 이 타이밍에서 그러는 건가.

   휴지로 코를 막은 달링은 이내 손거울을 하나 꺼냈다.

     

   “여기 확인해 봐.”

     

   그녀에게서 손거울을 받은 크라슈는 얼굴을 확인했다.

   그러자 곧 크라슈는 손거울을 부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게 거기에는 크라슈의 어머니의 젊은 시절이 그대로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썅.”

     

   자신의 어머니를 극도로 싫어하는 크라슈다.

   그녀와 똑 닮은 모습이었으니 당연히 질색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상당한 외모인 것은 변함없었다.

   남성일 때 느껴지는 날카로움이 여성스러움에 덮여 순화된 것이 더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월음지체 탓일까, 유달리 피부가 하얗게 변하여 차가운 느낌이 강해졌다.

     

   “기분 나쁘게 왜 닮고 난리야.”

     

   크라슈는 못 볼 걸 봤다는 듯이 손거울을 치웠다.

     

   그러는 사이, 자리에서 일어난 달링이 크라슈의 몸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여친, 옷 좀 한 번 벗어 볼래?”

     

   어느새 호칭까지 바꾼 달링의 모습의 크라슈의 눈빛이 살벌해졌다.

   그러자 달링은 오해라는 듯이 손을 저었다.

     

   “나랑 체형이 다른 거 같아서 하는 말이야. 여성 옷은 체형을 좀 많이 타거든. 사이즈가 안 맞을 수도 있어.”

     

   크라슈는 혀를 차며 외투를 벗었다.

   그러자 뒤로 다가온 달링이 크라슈의 와이셔츠 쪽을 손으로 꾹 당겼다.

     

   팽팽해진 앞섬을 잠깐 보던 달링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장면을 봤네.”

     

   그리고 달링은 크라슈에게 한 대 더 얻어맞아야 했다.

     

     

   * * *

     

     

   여성 기숙사의 앞.

   스커트 자락이 굉장히 불편한 듯 끝을 매만지는 여성이 서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상당한 미녀인 그녀는 가는 길 내내 이목을 끌었다.

     

   [ 쭈뼛거리지 좀 말거라. 괜히 더 의심스럽지 않으냐. ]

     

   그러자 여성 기숙사의 지붕 위에 앉아 있던 크림슨가든이 낄낄거리는 웃음을 내었다.

   남 일이라고 멋대로 말하기는.

     

   크라슈는 이를 바득 갈며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검은색으로 염색해둔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걸음을 옮겼다.

     

   본래 머리색은 너무 눈에 띄니 일부러 염색해둔 거였다.

     

   여성 기숙사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서자 여러 여성진들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중 크라슈가 들어서는 모습을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달링의 물약이 무척이나 잘 적용되었다는 증거였다.

     

   “후.”

     

   입구를 무사히 지나온 크라슈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귀족답게 서로의 격식을 차리는 이들이 많아서일까.

   여성들만 모인 공간임에도 흐트러짐 없이 다 잘 정돈되어 있었다.

     

   오죽하면 남자 기숙사와 달리 묘하게 달콤한 향기까지 날 지경이었다.

   기숙사생들이 향수를 여럿 사용하기 때문이겠지.

     

   ‘메리는 3층이었지.’

     

   메리의 층수를 미리 들어뒀던 크라슈는 그대로 계단 쪽으로 향했다.

     

   “진짜야? 정말로 고백했데?”

   “그렇다니까!”

     

   그러자 계단 위쪽에서 꺄르륵 거리는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바깥과는 달리 비교적 편안한 복장인 그들은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며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그러다 마침 크라슈와 눈이 마주치자 그들은 하나 같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도 그럴 게 차가운 외모의 미녀가 검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와.”

     

   지나던 아이가 무심코 감탄사를 내뱉었다.

   하지만 크라슈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위로 마저 올라가자 아이들은 멍하니 그 뒷모습을 보았다.

     

   “누구셔? 저런 분이 계셨던가.”

   “예쁘다. 머리색도 그런데 눈이 엄청 보석 같아.”

     

   남자가 예쁜 이를 좋아하듯 여성들도 마찬가지였기에 그녀들은 홀린 듯 크라슈의 뒷모습을 보았다.

   정작, 크라슈는 그러한 시선들이 괜한 의심을 산 게 아닐까 싶어 속이 끓는 느낌이었다.

     

   그야, 여기서 들통 나는 순간 크라슈가 지금까지 쌓아온 이미지가 죄다 박살 날 테니 말이다.

     

   여장하고 여자 기숙사에 잠입하는 발하임 직계라니.

   상상만 해도 끔찍하기 그지없는 평가다.

     

   그렇게 크라슈가 가슴을 졸이며 3층에 들어섰을까.

   크라슈의 눈에 익숙한 인영이 보였다.

     

   반대편 복도에서 걸어오고 있는 이는 무척이나 무방비하게 하품을 내뱉고 있었다.

     

   오늘 수업을 마친 뒤로 낮잠이라도 잔 것인지 검은색과 보라색이 뒤섞인 머리는 한쪽이 살짝 눌려 있었고.

   옷차림도 여름이 가까워진 덕에 민소매 티셔츠 한 장만과 반바지만을 입고 있었다.

     

   그녀의 정체는 하링 라그렌.

   크라슈와 같은 동급생의 여학생이었다.

     

   평소에는 정돈된 모습을 보이더니 기숙사에서는 저런 모습이었나.

     

   무심코 하링을 따라 시선이 갔던 크라슈는 고개를 돌렸다.

   괜히 눈이 마주쳤다가 하링이 알아보기라도 하면 곤란했다.

     

   그렇게 크라슈가 하링의 옆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이었다.

     

   우뚝-

     

   갑자기 크라슈를 스쳐 지나간 하링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대뜸 고개를 돌린 하링은 방금까지 졸렸던 표정 대신 의문 섞인 눈으로 바라보았다.

     

   “……크라슈?”

     

   그녀가 입을 떼자마자 크라슈는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하지만 크라슈는 그 말에 조금도 반응하지 않고 계속해서 걸어 나갔다.

     

   그런 크라슈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하링은 고개를 기울였다.

   독을 만지는 덕분에 냄새에 예민한 그녀는 분명 조금 전 크라슈의 향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가고 있는 이는 크라슈와는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검은 흑발의 미녀였다.

     

   잠시동안 고개를 기울이던 하링은 이내 자신의 옷차림을 떠올리곤 엉거주춤한 자세로 섰다.

   만약 정말로 크라슈였다면 못 볼 꼴을 보인 거였다.

     

   차라리 크라슈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그녀는 얼른 걸음을 옮겼다.

     

   ‘식겁했네.’

     

   하링이 더 부르지 않고 가버리자 크라슈는 뛰는 가슴을 겨우 진정시켰다.

   뻔뻔한 연기를 자주 해온 게 여기서 도움이 될지 몰랐다.

     

   놀란 가슴을 전부 진정시킨 크라슈는 드디어 원래 목적이었던 방 앞에 멈춰 섰다.

     

   311호.

   메리의 방이었다.

     

   방 앞은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학생들은 여기 근처를 얼씬도 하기 싫다는 듯이 아무도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시선이 덜 끌렸다.

     

   크라슈는 한차례 심호흡하고는 방문을 두드렸다.

     

   “메리.”

     

   두드린 방문과 함께 크라슈는 잠시 침묵했다.

   왜냐하면 방에서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기척은 안에 있는데.’

     

   일부러 무시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불이라도 뒤집어쓰고 있겠지.

     

   짧게 혀를 찬 크라슈는 조금 더 세게 방을 두드렸다.

     

   “방문 좀 열어봐라. 이야기 좀 하자.”

     

   하지만 여전히 안에서는 묵묵부답이었다.

   직접 찾아오면 열어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굳세다.

     

   ‘그러고 보니 지금 내 목소리가 다르지.’

     

   뒤늦게 자신의 목소리가 다름을 안 크라슈는 정체부터 밝히기로 했다.

     

   “나 크라…….”

   “거기서 뭐 하고 계시는가요?”

     

   그 순간 크라슈는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흠칫하며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도시락을 들고 있는 한 인물이 서 있었다.

     

   건강한 피부색에 붉은 계열의 머리카락.

   거기에 이리저리 장신구를 낀 그녀의 정체는 포세우스 왕국의 9왕녀 카란디스 포세우스였다.

     

   카란디스는 크라슈를 보더니 고개를 기울였다.

   상당히 눈에 띄는 외모였는데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눈에 익었다.

     

   그녀가 의문을 보이는 사이 크라슈는 자세를 바로 했다.

     

   “볼 일이 좀 있어서요.”

   “메리 다이아나에게요?”

     

   카란디스는 물끄러미 크라슈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무언가 눈치챘다는 듯이 미심쩍은 눈을 하였다.

     

   “또 비난하러 오신 분인가 보네요.”

     

   그리고 이상한 오해를 샀다.

   크라슈가 눈을 깜빡이자 카란디스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시그린 에파니아 님의 추종자분 중 한 분이시죠? 그날의 소란은 메리 양 탓만은 아니니 너무 그러지 말아 주세요.”

     

   크라슈는 의외라는 눈으로 카란디스를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 게 메리와는 앙숙처럼 굴던 것이 그녀였기 때문이다.

     

   카란디스가 메리를 옹호하다니.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메리와는 사이가 안 좋은 거 아니셨습니까?”

     

   크라슈가 질문하자 카란디스는 코웃음을 핫하니 쳤다.

     

   “당연히 사이야 안 좋죠. 하지만 그래도 같은 특급 반인걸요.”

     

   메리가 비록 중간 평가에서 낙제했다고는 하나 특급 반인 것은 달라지지 않았다.

   메리의 실력은 교수들도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챙길 건 챙겨야죠. 동기 좋은 게 뭐겠어요.”

     

   카란디스는 이런 사람이었나.

     

   지금까지 그녀를 남자를 꼬셔 인생을 바꿔 보려는 꽃뱀으로만 봤던 크라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면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니 그만 가주세요. 메리 양이 식사라도 하려면 사람이 없는 게 낫거든요. 요즘 통 안 먹는 중이라.”

     

   그녀는 그리 말하면서 도시락을 문 앞에 봉지와 함께 걸어 두었다.

   메리가 방에 틀어박힌 동안 메리의 식사를 챙겨 주고 있었던 건 카란디스였는 모양이다.

     

   “아뇨. 그런 거라면 더 들어가야겠죠.”

     

   크라슈의 발언에 카란디스가 고개를 기울였을 때였다.

   크라슈는 손을 들어 문을 쿵하니 두드렸다.

     

   “메리, 크라슈다. 이야기 좀 하자.”

     

   크라슈가 다음 말을 내뱉은 순간 카란디스의 눈이 뒤늦게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크라슈의 외모가 어딘가 익숙했던 느낌을 받았다는 사실이 떠오르자 그녀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크, 크라…….”

   “쉿.”

     

   크라슈는 카란디스의 얼굴 앞에 자기 얼굴을 들이밀며 입가에 검지를 올렸다.

   그러자 얼굴이 서서히 새빨갛게 물들기 시작했다.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더 뛰어난 외모가 그녀의 마음조차 흔들어 놓은 것이다.

   카란디스가 입술을 뻐끔거렸을 때 안쪽에서 쿠당탕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깥소리의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증거였다.

     

   잠시 후 끼익하니 문이 살짝 열리자 크라슈는 카란디스의 도시락을 받은 채로 그녀에게 손을 살랑였다.

     

   “카란디스 님, 다시 봤습니다.”

     

   그 말을 남긴 크라슈가 눈웃음과 함께 방안으로 들어서자 그 자리에는 카란디스만이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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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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