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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6

       

       

       

       —따르르르르릉~

       

       “으으응……”

       

       알람시계가 마구 울어대고 있는 탓에 잠에서 깼다. 으으~ 귀 아파!! 알람을 끄기 위해 시계를 보니, 지금 시간이…… 으악!

       

       

       

       

       “우왓! 지각이다, 지각!”

       

       내 이름은 백철연! 평범한 고등학교 2학년!

       택시기사를 하는 함씨 아저씨네 집에서 하숙생활을 하고 있어!

       

       

       

       “으이구, 또 지각하셔요? 그래도 밥은 먹고 가시지.”

       “늦었어!”

       

       얘는 하숙집 아저씨네 딸인 함서주! 이제 중학교 3학년이지!

       하지만 중학생이라서 여유있게 함서주와 달리, 나는 지각할 위기였기에 서둘러 현관을 나섰다!

       

       

       

       “아저씨! 저 좀 태워줘요!”

       “어허! 난 우리 딸 다니는 중학교에 태워다 줘야지. 그러게 누가 늦잠 자랬남? 학생양반은 뛰어가셔!” 

       “거 참, 치사빤스네!”

       

       나는 헐레벌떡 골목길을 달렸다.

       

       “으아아! 지각, 지각! 이러다 진짜로 늦겠는걸……”

       

       그런데 골목길에서 뭔가 튀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앗……!”

       

       

       

       우당탕!

       

       “아이고!”

       “아얏!” 

       

       젠장! 모퉁이에서 마주 달려오던 누군가와 부딛혔나보다! 일어서서 대체 어떤 녀석이 나와 부딪혔는지 확인해보니……

       

       ‘아닛?!’’

       

       

       

       ‘흰색……!’

       

       여우가 그려진 흰색 팬티! 당황해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자니, 

       

       

       

       짝-!

       

       “어딜 봐요! 길이나 똑바로 보고 다니시죠!”

       

       그 여학생이 따귀를 날리는 것이 아닌가!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뭐? 먼저 부딪힌 게 누군데!”

       “흥! 이래서 서민들이란!”

       

       여학생은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홱! 돌아서더니 가버렸다. 나는 여학생이 떠나고 정신이 멍해져서는 중얼거렸다.

       

       “뭐, 뭐라고? 서민……?” 

       

       하여간, 건방진 것 봐. 그럼 자기는 무슨 귀족인가? 대체 어느 학교 애야?

       

       

       

       ***

       

       

       

       

       

       띵- 동- 뎅- 동-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후우! 눈썹이 휘날리게 달려온 덕에, 겨우 지각을 면하고 교실에 도착한 나는 자리에 앉았다.

       

       

       

       “철하~” 

       “어…… 유하.”

       “오늘도 늦었네? 선생님은 아직 안 오셨어.”

       

       이 상냥한 아이의 이름은 이유하! 공부도 잘하고, 여학생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인 여자애지만…… 학기 초의 인연 덕분인지 나랑은 꽤 친하게 지내는 아이야!

       

       유하는 부채를 들어 나에게 부채질을 해주기 시작했다.

       

       “후후. 덥지?” 

       “어, 좀 살겠다. 고마워.”

       

       그렇게 잠시 숨을 돌리는데……

       

       “우왓! 저기 봐봐!” 

       “오늘 온다는 전학생인가 봐!”

       

       반 애들이 모두 창가 쪽으로 몰려가서 창밖을 보며 야단법석을 떠는게 아닌가!

       

       

       

       “허어, 엄청 예쁘군! 저 정도면, 도내 최고급인가……”

       “어이, 철연! 너도 와서 봐라!”

       

       녀석들이 날 부르기에, 나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여자 처음 보냐? 난 아침부터 여자 팬티 보고와서 생각 없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하기가 무섭게,

       

       

       

       “뭣! 이 자식, 어디서 본 거냐!”

       “허어!좋은 구경 했겠군! 나도 알려주어!”

       

       하고 달려드는 것이 아닌가. 이런, 사춘기를 주체 못하는 녀석들! 너희들 때문에 나까지 싸잡아서 바보 삼총사라고 불리잖아!

       

       “자! 조용조용!”

       

       학생들이 떠드는 사이, 말쑥한 인상의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왔다. 담임 선생님인 최성길 선생님이다.

        

       “어제 말한 대로, 전학생이 왔으니 잘 대해주도록! 자아! 자기소개를 해 보렴.”

       

       선생님을 따라, 흑발 생머리의 여학생이 들어왔다. 

       

       ‘어라? 쟤는……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전학생은 아이들을 등진 채, 칠판에 또박또박 이름을 쓰고 교실을 향해 몸을 돌리며 외쳤다. 그런데……

       

       

       

       “제 이름은 도연화!”

       “뭐~~~? 도연화라면……!”

       

       반 애들이 왜 놀라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야말로 저 전학생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서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저 계집애가 전학생?!”

       

       그러자 전학생도 나를 보고 놀라며,

       

       “아앗? 당신은 아침의 그 서민?!”

       “누가 서민이야, 이 계집애야!”

       

       내가 전학생과 말다툼을 하고 있자니, 앞 자리의 송병오 녀석이 안경을 올리며 나에게 말했다.

       

       “저 계집애라니! 너, 쟤가 누군지 몰라?”

       “누군데?”

       “도진그룹 회장의 외동딸이잖아!”

       

       도진그룹? 설마…… 그 도진그룹? 

       

       ‘그 대기업 말이야? 그런 애가 왜 우리학교에?’

       

       내 오른쪽에 앉은 이유하가 조용히, 하지만 갑자기 차가워진 목소리로 물어왔다.

       

       “철연아. 여자 팬티를 봤다는게, 혹시 쟤니?”

       “앗……”

       “후우…… 철연, 실망이야. 여자아이 팬티나 보고 다니다니.”

       “아니, 오해야!”

       

       하지만, 오해를 풀 기회도 없이 이미 나를 바라보는 이유하의 눈길은 싸늘해져있었던 것이다……!

       

       “그래. 연화 양, 저기 빈자리에 가서 앉도록.”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전학생은 책상들 사이를 또각또각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걸어오는 자리가……

       

       ‘어? 앗! 빈자리가 하필!’

       

       비어있는 자리는 하필이면 내 왼쪽이었던 것이다. 

       

       ‘어어……’

       

       그러다보니 오른쪽은 이유하, 왼쪽은 전학생……

       

       

       

       ‘시선이 신경쓰여!’

       

       제길! 양쪽의 시선이 매우 신경쓰였다. 내 평온한 학교생활에 갑자기 이게 무슨 난리란 말인가? 그러고 있자니 선생님이 교탁을 두드리며 말했다.

       

       “자! 조용조용! 1교시가 국어시간이니 바로 시작한다. 저번 시간에는 뭘 배웠었지?”

       

       이유하가 나를 지긋이 바라보던 것을 멈추고 손을 들며 외쳤다.

       

       “네! 선생님. 저번 시간에는 ‘하여가’를 배웠습니다!”

       “그렇지! 역시 유하는 성실하단 말이야. 옆에 앉은 누구랑은 다르게……”

       

       와하하하! 아이들이 한차례 웃었다. 너희들은 이게 웃기냐고!

       

       “그럼, 오늘은 ‘단심가’를 배울 차례로군! ……백철연!”

       

       으앗? 나?! 나는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네! 선생님!”

       “교과서 17페이지를 읽어 보도록!”

       “네……”

       

       나는 선생님의 말에 따라 교과서를 펼쳤다. 

       

       ‘17페이지, 17페이지라…… 여긴가.’

       

       나는 17페이지를 찾았다. 그런데,

       

       “어…… 뭐지? 글자가……”

       

        글자가 일렁일렁, 어쩐지 잘 읽혀지지가 않았다. 내가 눈을 비비며 다시 교과서를 들여다보고 있자, 선생님이 호통을 치셨다.

       

       “백철연! 왜 못 읽는 거냐!”

       

       선생님이 교탁을 탁탁, 치며 외쳤다.

       

       “단심가를 읽으란 말이다!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번 고쳐죽어!”

       “저, 잠시만요. 선생님. 글자가……”

       

       선생님이 바로 앞에 서 있었다.

       

       “내가! 나 최성길이! 나 사이가네 세이지가! 너 때문에 죽어서! 백골이 진토가 되었는데! 너는 기억하지 못하는 거냐! 시라바야시이이이!!”

       “어, 어어……”

       

       극도로 일그러진 선생님의 얼굴이얼굴이눈앞에가득눈앞에가득

       

       “시라바야시이이이이이이이이!이몸이죽고죽어일백번고쳐죽어백골이진토되어넋이라도있고없고 널 향한 원한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으……”

       

       

       

       

       “으아아아악!”

       

       

       

       

       

       

       

       

       

       

       

       ***

       

       

       

       “허억, 헉……”

       

       꿈이었다.

       

       ‘무슨 개꿈이야, 대체.’

       

       나는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훔치며 생각했다. 오래 전에 죽은 최성길, 가짜 사이가네 교수가 나오다니. 완전 학기 초의 일이었다. 

       

       게다가 아무리 꿈이라지만, 어렸을 때나 볼 법한 만화같은 스토리는 또 뭐고.

       

       짐작컨대, 친구들끼리 이렇게 모여있자니 어린 시절도 떠오르고, 또 어젯밤에 아오끼 소좌를 만났다보니 죽은 사람이 되돌아오는 꿈을 꾼 모양이었다.  꿈은 잠들기 직전에 생각하던 것이 나오는 법이라고 하니까.

       

       ‘후우…… 하여간 꿈자리 하고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방 앞의 쪽마루에 누워 있었다. 아마 좁은 방 안에 낑겨자기 불편하다고 밖으로 나온 모양이었다.

       

       하늘을 보니 아직 동트기 전의 새벽이었다. 어제 다들 술 마시고 떠드느라 늦게 잔 것 같은데, 몇 시간도 못 자고 일어난 건가.

       

       방 문을 슬쩍 열어보니, 다른 애들은 아직 퍼질러 자고있었다. 일어난 것은 나 뿐.

       

       ‘나야, 독성 면역 패시브 때문에 술이 취하질 않으니……’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다시 방 문을 닫으려다가, 문득 다시 방 안을 들여다 보았다. 마치 수학여행이라도 온 것처럼 좁은 방 안에 테트리스처럼 낑겨 자는 아이들.

       

       ‘……이 녀석들을 끌어들여도 정말 괜찮은 걸까.’

       

       어제 얘기를 다 하긴 했지만 이제와서 또 걱정이 들었다. 얘네들, 내가 보기엔 아직 아이들이다. 그런데, 위험에 끌여들여야 하다니.

       

       ‘지금 우리들, 만 17세였지.’

       

       지금은 전문학교 1학년이고 나름대로 성인 취급을 받는 나이였지만, 내가 태어난 원래 세계선의 미래에서 태어났다면 아까 꾼 꿈에서처럼 평범한 고등학교 2학년의 생활을 누리고 있었겠지. 아직 미성년자 아이들 취급을 받을 나이란 것이다.

       

       그런 녀석들인데, 정말 괜찮을까.

       

       어젯밤엔 다들 나를 따르겠다고 했지만…… 그 때는 다들 분위기에 떠밀려, 술기운에 떠밀려 동의한 것이 아닐까. 

       

       대동아공영회와 싸우는 것은 둘째치고, 당장 오늘부터 학교를 다닐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 때, 

       

       —따르르르릉!

       

       전화벨 소리가 울려왔다. 

       

       ‘누구지?’

       

       이런 새벽부터 전화할 사람이…… 모르겠다. 받아보면 알겠지. 나는 전화를 받기 위해 아이들 사이로 지나가다가 누군가를 물컹, 밟았다. 

       

       “아악! 그만두어!……”

       

       송병오 녀석이었던 모양이다.

       

       “어! 미안.”

       “아악…… 안, 안하겠소! 다시는 안하겠소!……” 

       

       녀석은 그렇게 잠꼬대를 하고선 다시 돌아누워 잔다. 이 녀석, 대체 무슨 꿈을 꾸는 거야. 그렇게 아이들의 틈새를 발끝으로 디디며 방구석을 이동해, 앉은뱅이 책상 위의 전화기에 겨우 손이 닿았다.

       

       『여보세요.』

       

       하고 달칵 수화기를 전화를 받으니, 수화기 너머로

       

       —『후훗, 시라바야시 상!』

       

       하는 익숙한 목소리는, 어쩐지 밝은 목소리의 렌까였다. 

       

       『어, 렌까냐.』

       —『시라바야시 상-!』

       『아 왜.』

       —『시라바야시 상!!!!』

       

       아오, 귀 따가워라. 나는 수화기를 귀에서 조금 떨어트려놓고 생각했다.

       

       얘, 오늘따라 왜 이렇게 텐션이 높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즐거운 만우절 보내고 계신가용?

    어제 말씀드린 대로 만우절 외전은 없었습니다! 오늘 분량도 어디까지나 본편입니다, 본편.
    본편 진도를 나가는 것도 벅찬 와중에 외전까지 쓰는 것은 무리였으니까요.

    다만 오랜만에 삽화가 많아서, 그리느라 조금 힘들었네요. 그래서 3시간 가까이나 지각하고 말았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작중 백철연의 꿈 파트에서는 어렸을 때 TV로 만화보던 느낌을 내고 싶었습니당. 그래서 고의적으로 옛날 만화 느낌으로 묘사하긴 했읍니다만……그런 느낌이 잘 전해졌는지 모르겠네용!

    그럼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저는 다음주 월요일에 찾아뵙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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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eongseong’s Hunter Academy

Gyeongseong’s Hunter Academy

경성의 헌터 아카데미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oke up during the Japanese Colonial 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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