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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6

    “퇴원 축하드려요, 예르나언니!”

     

    소르비가 예르나를 크게 반기며 다가왔다.

    그리고 이내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바꾸며 묻는다.

     

    “그럼 이제 일에는 언제쯤 복귀하실 수 있어요?”

     

    “넌 그게 제일 궁금하지?”

     

    “아얏.”

     

    소르비의 그 속이 투명하게 비치는 듯한 질문에 키르케가 소르비의 이마에 딱밤을 날렸다.

    아무래도 방금 퇴원해서 일은 어떤지 보러 온 사람한테 건넬 농담은 아니지 않나 싶어서.

     

    그 모습에 예르나는 푸핫,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괜찮아 키르케. 소르비, 미안해. 그동안 내가 너무 많이 쉬었지?”

     

    장기휴가에 연달아 병가라니, 솔직히 그동안 거의 쉬지 않고 일을 했던 예르나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이렇게 휴가를 쓴다고 하면 비록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해도 숲지기들 사이에서 욕을 먹을 만한 일인 것은 사실이었다.

     

    딱히 소르비가 정말로 욕을 하려고 한 것은 아니라는 걸 잘 알지만서도, 사실은 자신이 미안해해야할 일이라는 것도 아는 예르나의 마음은 그렇게 편치만은 않았던 것이다.

     

    예르나는 자신의 오른손에 감싸인 붕대와 깁스를 내려다보며 이야기했다.

     

    “일단 격한 움직임만 조심하면 괜찮을 거라니까, 일단 순찰업무는 문제없이 수행할 수 있을 거야.”

     

    “그렇담 다행이네요.”

     

    “얼른 나아서 당직도 같이 서요, 언니.”

     

    “아하하. 그래, 그래야지.”

     

    예르나는 활기차게 웃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병원에서 지내던 매순간마다, 하루 빨리 숲에서 몬스터를 소탕하고 관리하는 일을 하고 싶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분명히 쉬고 있으면 편하긴 하지만 너무 오래 숲에서 근무한 탓일까, 역시 숲지기를 하지 않으면 삶이 어딘가 허전하단 느낌을 받는다.

    이제 숲의 마나가 느껴지지 않으면 불안하다고 해야하나, 몸은 편해도 마음만은 편하지 않다.

    그것은 딱히 자신의 종족이 엘프이기 때문은 아니다.

    숲에 일부러 찾아가지는 않는 엘프도 세상엔 꽤 많으니까.

     

    다만, 천직이라는 것이겠지.

    오랜 기간 해온 일은 이미 자신의 일부가 되어버린 셈이다.

    직업이 곧 자신이 되는 경지가 되었다고 봐야하나.

    숲지기가 아니면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지 전혀 갈피가 잡히지 않는 지경이니까.

    아마도 자신은 평생을 숲지기로 살겠지.

     

    예르나는 크게 숨을 들이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푸른 하늘과 푸르른 초목들이 무성하게 자라있는 아름다운 나의 직장, 루크 숲의 모습을 말이다.

     

    또, 매일 아침 루크와 숲길을 산책하던 그 일과도 이제는 할 수 있으리라.

     

    “아, 맞다. 루는 지금 어디에 있어?”

     

    예르나의 물음에 다프네가 곧장 대꾸했다.

     

    “아마도 언니 숙소에 있을 거에요. 아마 지금쯤 슬슬 일어났을 것 같네요.”

     

    다프네는 가볍게 웃고는 루크가 있는 숙소의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마침 창문을 열고 있던 루크와 눈이 마주쳐서 가볍게 인사를 건네자, 루크도 크게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그 모습에 예르나도 왼손을 들어 흔들며 웃었다.

    루크가 다시 창문 안쪽으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던 예르나는, 이내 루크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손을 내리며 말했다.

     

    “루는 여전하네.”

     

    루크 숲의 마스코트나 다름없던 루크의 부상소식은 예르나의 부상 소식과 함께 당연히 온 숲지기들에게 퍼져나갔다.

    그렇기에 적어도 루크 숲에서는 루크가 뿔이 부숴지고, 머리카락이 잘리고, 눈을 다친데다, 덩달아 힘도 약해졌다는 사실을 모르는 자는 없었다.

     

    혹시나 이번 일로 루크가 부정적인 아이가 될까봐 얼마나 걱정을 했던가.

     

    그럼에도 루크는 평소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몸이 약해졌다고 해도 루크는 여전히 매일 아침 지팡이를 짚으면서 산책을 꼬박꼬박 나가고, 꽃을 돌보고, 놀고, 공부한다.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다는 것 처럼 말이다.

     

    “……그래.”

     

    예르나는 잠시 눈을 감고, 자신의 곁에 함께 입원했던 루크가 했던 말을 떠올려보았다.

     

    ‘이정도 부상쯤은, 그대를 죽음으로부터 구하기 위한 대가 치고는 싸게 먹힌 셈이지.’

     

    정말 듣는 사람의 낯이 다 부끄러워질 정도로 왕도적인 동화 속의 영웅의 대사였다.

    그래도 루크라면, 영웅의 이름을 짊어지기에 부족한 아이는 아니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 거대한 눈과 이빨에 맞서는 루크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했으니까.

     

    멋있었다. 솔직히.

    그때 자신이 본 것이 환상인지, 기절해서 꾼 꿈 같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루크가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그 검은 불길속에서 구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으니까.

     

    사실은, 조금 두근거렸다고 하기엔 나잇값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멋있다고 솔직히 말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래도 그건 그거고, 루크의 부상이 걱정이 되는 것은 또 별개의 일이다.

     

    뿔과 머리카락의 경우는 큰 걱정이 들지 않았다.

    머리카락이야 당연히 놔두면 자랄 것이고, 뿔은 원래부터 굉장히 불편하다며 칭얼대곤 했으니, 이번 기회에 단면을 조금 다듬어서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도록 해 두었다.

     

    수인 아이들이 놀다가 어딘가에 부딪혀서 뿔을 부수거나 깨먹는 경우도 사실은 흔한 일이니 말이다.

    결국 수인의 뿔도 아이들의 젖니처럼 성장기에 한번은 교체가 되는 기관이다 보니, 딱히 큰 문제는 없다.

     

    애초에 뿔을 조금 갈아내서 예쁜 모양으로 만들거나, 위험하지 않게 뭉뚝하게 하는 경우는 미용시술로 뿔을 지닌 수인들 사이에서 종종하는 그런 일이기도 하고.

     

    그러나 눈이 다치고, 몸이 약해진 것은 아무래도 걱정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하지만 검사결과, 다행히 모두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부상이라는 것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게다가, 마력도 거의 사라졌다고 하고.’

     

    전화위복이라고 해야할까, 그야말로 갑작스레 닥친 불행이 행운으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원래 서클에서 그렇게 갑작스럽게 모든 마력이 빠져나가면 목숨이 위험한 것이 보통이었다.

    애초에 서클을 돌려 마법을 사용하는 것 조차 위험한데, 강제적으로 마나를 뽑아내는 것이 더욱 위험한 것은 당연한 사실.

    그러니 서클에 직접 쌓인 마나를 다루는 것에는 의사들도 조심할 수 밖에 없었다.

    하물며, 세계수의 코어급 마력이라니…….

    적어도 사람을 치료하기위한 마법중에 그런 마력량을 부작용 없이 다룰 수 있는 방법은 없었으니까.

     

    그것을 묻자 마력이 얼마나 많던지 자신은 다룰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던 루크의 말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벌써 마력폭주로 입원한 것이 세번째인지라, 루크의 그 말이 단순한 허풍이나 자신에 대한 과신이 아니리라고 100% 신뢰하기란 역시 조금 힘들다.

     

    서클의 마력에는 항상성이 있어서 결국 마나가 심장에 채워지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당장은 마나 감응력도 크게 떨어진 상태라서 걱정하는 것만큼이나 마나가 빨리 쌓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들었다.

    떨어진 마나 감응력이 언제 복구될지는 미지수지만, 예르나는 그것도 사실은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조금 나쁜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루크가 앞으로 계속 살아갈 수 있다면, 계속 몸이 불편해도 좋을 거라는 생각까지 순간적으로 했을 정도다.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살아있다면 행복해질 기회 따위는 얼마든지 있을 테니까.

     

    만약에 루크의 몸이 낫지 않아 불행해진다고 해도, 자신이 노력해서 행복하게 만들어주면 그만이다.

     

    처음에는 그저 자신의 가슴을 짓누르던 죄책감 때문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루크가 여러가지로 즐거워하는 모습을 조금 더 지켜보고 싶었다.

    단지 그뿐.

     

    그렇게 다짐하고 숙소로 향하려하자, 익숙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예르나. 언제왔어? 몸은 좀 괜찮아? 좀 더 쉬지.”

     

    “괜찮아. 오히려 좋은걸? 병원에서부터 얼마나 이 숲의 향기가 그리웠는지 몰라.”

     

    “그렇다면 다행이고…….”

     

    “걱정해줘서 고마워, 항상 루크 데리고 병문안 와줘서 고맙고.”

     

    예르나는 다이튼에게 걸어가 팔을 툭툭 치며 웃었다.

     

    “큰 도움이 됐어.”

     

    자신을 향하는 그 미소에 다이튼은 얼굴이 빨개져서는 시선을 피하곤 머쓱하게 뒤통수를 긁으며 말했다.

     

    “그, 그래? 그러엄, 음……. 이따가 루크랑 같이 산책 갈건데, 같이 갈래?”

     

    “그래, 좋아.”

     

    예르나는 화사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루크와 함께 산책을 가는 것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

     

    루크는 커튼 사이로 들어와 자신의 눈가를 비추는 햇빛에 눈살을 찌푸렸다가 이내 눈을 떴다.

     

    해가 뜬 것을 보니, 새벽의 마나는 이번에도 글러먹었다.

     

    또 늦잠을 자버렸나.

     

    “흐음…….”

     

    요즘들어 늦잠이 잦다.

    몸이 약해져서인지, 꿈자리가 사나워서인지는 정확히 몰라도, 결과적으로 자신은 항상 늦잠을 자고 있었다.

     

    낮잠도 충분히 자는 것 같은데, 어째서인지 모르겠다.

    잠이 계속 부족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뭐, 이미 지난 것을 어찌하랴, 루크는 몸을 일으키고 한숨을 쉴 뿐이었다.

    더 이상 늦잠을 잔다면 아침산책조차 할 수 없게 될 것이니.

     

    루크가 눈을 떠서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파이리스의 자세였다.

    어떻게 매번 저렇게 몸을 배배 꼬면서 잘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면 의문이었다.

    아직 뼈가 단단하지 않은 아이의 몸을 취하고 있기 때문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파이리스의 자세를 바로잡아주고는 아침햇살을 맞으며 기지개를 켜고 커튼을 치워냈다.

     

    언제나처럼 날씨는 꽤 좋았다.

     

    창문을 열어 풍경을 보고 있으니, 저쪽에 다프네와 키르케, 소르비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조금 시야에 집중하자, 예르나의 얼굴이었음을 알아차린다.

     

    퇴원이라고 들었는데, 벌써 숲에 온 것인가.

    일단 반가움을 담아 손을 흔들어주니, 예르나도 크게 웃으며 왼손을 흔드는 것으로 답했다.

     

    ‘오늘은 예르나도 함께 산책을 하게 될 지도 모르겠군.’

     

    그렇게 생각하며, 루크는 몸단장을 시작했다.

     

    매일 아침, 본격적으로 더워지기 전에 언제나 루크는 산책을 했다.

     

    일단은 심장에 마나를 쌓는 것이 목적이다.

     

    지금 자신의 마나 감응력은 크게 떨어진 상태여서, 과거처럼 한 장소에서 명상을 하는 것으로 서클의 부족한 마나를 채우기는 턱없이 부족할뿐더러, 파이가 건네 주는 마나조차 받아먹을 수 없을 정도였기에 산책을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세수를 하고, 이를 닦고, 머리를 빗고, 옷을 갈아입는다.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 없이 해오던 것이니 딱히 새로울 것도 없다.

    다만 평소와 조금 달라진 것은 바로, 치마였다.

     

    루크는 마지막으로 꼬리가 제대로 꼬리 구멍을 통해 빠져나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꼬리를 움직여보았다.

    수인 친화적으로 제작된 치마이니, 역시 꼬리의 가동성에는 문제가 없었다.

     

    항상 교복으로는 꼬리구멍이 난 치마를 입기는 했지만, 그것은 교칙이라 입었던 것이고 순수하게 자신의 의지로 입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파충류 특유의 뿌리가 두꺼운 꼬리에 털이 난 형상이 어딘가 이질적이지 않을까 해서 사복은 항상 감추기를 선호했지만, 요즘은 그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역시, 덥군.”

     

    그러기엔 날씨가 너무 더웠으니까.

     

    수인의 꼬리는 열을 방출하는 역할도 겸한다.

    꼬리가 치마에 둘러싸여있어서야 열이 제대로 방출될리가 없고, 그것은 곧 더욱 더운 날씨를 견뎌야함을 의미했다.

     

    원래라면 더위쯤은 아무렇지 않았을 것이다.

    용의 인자가 적어도 더위에는 강한 저항력을 부여해준 탓이다.

    하지만 지금 그 용은 뿔을 잘라내어 거래로 올려버리며 비율이 굉장히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마법을 사용할 수도 없었다.

    지금의 서클은 마법을 쓰기에 적합한 상태도 아닐뿐더러, 당장 심장에 마나를 쌓아 올릴 시간도 벅찼으니까.

     

    덕분에 평범한 수인이 느끼는 여름을 경험하게 된 루크는, 이번 여름이 굉장히 더웠다.

     

    애초에 루크는 온 생애를 통틀어 이런 더위를 경험할 일이 없었다.

     

    아주 어릴 적부터 마법과 함께한 삶을 살아왔던 루크에게 더위와 추위는 심장에 3서클을 새긴 8살 이후부터는 전혀 느껴본 적이 없는 감각이다.

    루크에겐 서클의 마나를 잃고, 마법을 자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적은 단언컨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탓에 들이닥친 여름이 루크에게는 꽤 견디기 어려웠다.

     

    마나 감응력이 떨어지지 않았다면, 계절의 마나를 모조리 흡수해 빠른 가을을 도래하게 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렇게 한동안 자신의 꼬리가 꿈틀거리는 모습을 보고있던 루크는 이내 지팡이를 손에 들었다.

     

    “……후음.”

     

    그러자, 그 소리에 깼는지 파이리스가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잘 잤는가.”

     

    “언니, 산책가? 나도 갈래, 하암…….”

     

    파이리스는 ‘언니’라는 단어의 뜻을 알게 된 이후 꼬박꼬박 루크를 언니라고 부르고 있었다.

    이 아이는 그 단어로인해 자신과 마치 가족처럼 이어진 느낌을 받는 것 같다.

    그것이 딱히 나쁜 일도 아니고 하니, 루크는 그저 웃으며 답했다.

    “그럼 일단 세수부터 하자꾸나.”

     

    아무래도 당장 나가기엔 무리가 있는 모습이다.

    눈에는 눈곱에, 머리는 새의 둥지, 입가엔 침이 흐른 자국까지 있었다.

    아무래도 파이리스의 외형은 지금 자신의 모습과 닮은 형상을 띄고있다보니, 자신의 모습이 망가진 것 같기도 하여 그냥 놔둘 수도 없었다.

     

    ———–

     

     

    “오, 저건 말뿌리 풀꽃이 아닌가? 어서 저쪽으로 가보자꾸나!”

     

     

    다이튼의 어깨에 올라앉은 루크가 흥미롭다는 듯 귀를 쫑긋거리면서 지팡이로 오른쪽을 가리키며 외쳤다.

    애초에 루크의 체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 예르나가 합류한 덕분에 평소보다 깊숙한 장소까지 들어온 탓이다.

     

    사실 평소에도 걷다가 지치면 다이튼이 안아주거나 목마를 태워주곤 했기 때문에, 이제는 루크도 굉장히 익숙해진 모양새다.

    “마나는 저쪽에 더 많은데, 너 마나가 더 급하다고 하지 않았어?”

     

    마력시를 쓸 수 없는 루크를 대신해 마력감지의 능력을 지닌 다이튼이 그 반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마나는 어딜 가나 있어. 그런 것보다 저 꽃이 더 중요하다, 이 시기 여름에만 나는 귀중한 마력초란 말이다! 얼른!”

     

    “아, 알았어, 알았다고. 그러니까 꼬리좀 가만히 냅 둬. 간지럽잖아.”

     

    어찌나 어깨에 앉는 것이 익숙한지, 이제는 아예 자신의 꼬리를 이용해서 얼굴을 찌르기까지 할 정도다.

    꼬리에 난 털이 솜털 같아서 굉장히 부드럽긴 하지만 그 털이 코에 들어가면 얼마나 간지러운지 모른다.

    하는 수 없이 루크의 의도에 맞춰 몸을 돌려주자, 그제서야 루크의 꼬리가 잠잠해졌다.

     

     

    뒤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예르나는 피식 웃으며 생각했다.

     

    ‘이렇게 보니까, 되게 가족같네.’

     

    그 모습이 영락없이 사이가 좋은 아빠와 딸 같아서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이튼은 나중에 좋은 아빠가 되겠어.”

     

    그렇게 중얼거리자, 예르나의 손을 쥐고있던 파이리스가 크게 외쳤다.

     

    “다이튼 아빠?”

     

    -휘청.

     

    파이리스의 외침에 갑자기 다이튼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꺗!”

     

    그 탓에 어깨에서 떨어질 뻔 했던 루크는 반사적으로 끌어안았던 다이튼의 머리를 놓으며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지금 대체 뭐하는 겐가! 놀랐잖나!”

    “미, 미안! 발을 헛디뎌서…….”

    “돌부리 하나 없는 평지에서 대체 어떻게 넘어질 뻔한다는 게야? 정 힘들다면 그냥 내려주거라! 내 발로 걸을테니!”

     

    루크는 그리 외치며 다이튼을 꾸짖었다.

    그에 다이튼이 루크를 조심스럽게 내려주자, 예르나가 곧장 다가와 ‘괜찮아? 많이 놀랐어? 다이튼, 갑자기 왜 그래?’라는 질문들을 쏘아냈다.

    다이튼은 그저 미안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루크는 자신이 놀라서 꼴사납게 비명을 내뱉었다는 사실이 많이 거슬렸는지 불만이 가득한 눈빛으로 다이튼을 쏘아보고는 먼저 걸어가기 시작했다.

    많이 놀랐나보다.

    그야 당연히 놀랄 수 밖에 없었겠지…….

    “…….”

     

    하지만 어떤 남자라도 갑자기 아빠라는 말을 듣게되면 당황을 하지 않을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른 건 몰라도 서클과 마력시가 없는 생활에는 익숙하지 않은 루크지만, 일단은 도움을 받으면서 잘 살고 있습니다.

    근데 삽화 이거 ㄹㅇ 가족사진 같네요.

    아무튼, 뿔도 없고 마나도 없어서 이제 루크는 더위를 탑니다! 저런, 이제 곧 한여름인데 어쩌나.

    그나저나 루크는 이제 아이처럼 안아 들어도 크게 불평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게 되었네요.
    그래도 역시 ‘꺗’은 좀 부끄럽다나 봅니다.

    하지만 여자아이의 성대로 비명을 지르게 되면 어쩔 수 없는 게 아닐까요?
    비록 루크가 말투는 저래도 여태껏 확실히 여자아이의 목소리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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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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