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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6

       

       

       

       

       

       “아이고, 용사님! 이곳엔 어쩐 일이십니까!”

       “용사? 용사라고?”

       “정말로? 그 레키온이 우리 용병 길드에 왔어?”

       “보면 모르는가? 저 찬란하게 빛나는 금빛 머리칼에, 진한 황옥빛 눈동자! 초상화로 본 것보다 실물이 훨씬 잘생겼구먼.”

       “파메라 기사단장이 되었다더니, 삐까뻔쩍한 갑옷이 참 부럽구만. 난 언제 저런 거 입어 보나.”

       “크으…! 그런데 그런 용사님이 진짜 이 촌구석엔 웬일이시지?”

       “옆에 있는 분은 부단장님 아니야? 단장님이랑 부단장님이 같이 찾아오다니, 무슨 일 났나?”

       

       레키온이 이호르의 용병 길드에 들어서자 주변은 금세 시끌시끌해졌고, 길드장은 한달음에 헐레벌떡 뛰어나와 그를 맞이했다. 

       

       “안녕하십니까, 길드장님.”

       “어서 오십시오. 파메라 기사단의 활약에는 저희도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 기사단에 들어온 어려운 의뢰들을 전부 신속하고 완벽하게 해치우셨다고…!”

       “하하하,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건 저보단 이쪽에 있는 분들이 워낙 잘 도와주셔서 가능했던 일이지요.”

       “이 분들은…?”

       

       용병 길드장은 레키온과 데보라의 뒤에서 아르를 안고 있는 나와 실비아를 발견했다. 

       

       “저희 기사단에 일시적으로 계약 영입을 하게 된 분들입니다. 실력이 아주 뛰어나 저희와 함께 일하게 됐지요.”

       “오오…! 그렇군요! 어쩐지 다른 기사 분들 대신 용병으로 보이는 분들이 동행하고 계신다 싶었더니….”

       “레온입니다.”

       “실비아입니다.”

       “쀼우!”

       

       우리도 차례로 길드장에게 인사를 했다. 

       레키온은 예의 바르게 인사하는 아르를 너무 귀여워 죽겠다는 얼굴로 바라보다가, 이내 헛기침을 하며 표정을 가다듬었다.

       

       “크흠. 다름이 아니고, 이곳에 꽤나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는 의뢰가 하나 있다고 들어 이렇게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의뢰 말씀입니까?”

       “예. 블러드 구울 관련 제보 의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길드장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제보 의뢰, 제보 의뢰, 하고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곧 그게 무슨 뜻인지 생각해 보더니 입을 떡 벌렸다.

       그리고 별안간 레키온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길드장님…?!”

       “죄송합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제가 관리를 좀 잘 했어야 했는데, 다 제 잘못입니다! 비용을 조금 더 얹어서라도 빨리 처리를 했으면 됐을 텐데…. 제가 얼른….”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용병 길드에서 수주할 수 있는 의뢰에는 ‘제보 의뢰’라는 종류의 의뢰가 있다. 

       

       보통 의뢰는 자신의 거주 지역 근처에서 어떤 마물을 발견해서 불안해 퇴치해 달라거나, 아니면 특정 마물에게서 나오는 재료를 수집해 와 달라거나, 약초 같은 희귀 재료를 채취해 달라는 등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길드에 걸리게 된다. 

       

       하지만 그와 달리 제보 의뢰는 ‘어디에서 무엇을 봤는데 이거 퇴치해야 되는 거 아니냐?’ 같은 제보를 용병 길드에서 받은 뒤, 이해 관계가 얽혀 있지 않더라도 비용을 약속하고 의뢰를 거는 걸로 생성되게 된다. 

       

       이때 용병 길드 측에서는 나가는 돈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뢰를 완료하고 용병이 가져올 재료값에 수고비를 조금 더 얹어서 건네주는 정도로 끝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래서 제보 의뢰는 대부분의 경우 딱히 메리트가 없었다.

       

       ‘거는 쪽에서도, 하는 쪽에서도 큰 메리트가 없는 의뢰긴 하지만, 공식적으로 제국에서 세금 혜택 같은 걸 받고 있는 용병 길드에서는 의무적으로 제보 의뢰를 받아야 하지.’

       

       물론 정말 쓸데없는 제보 의뢰는 알아서 길드장이 자를 수 있지만, 만약 해당 제보를 무시함으로써 제국 내 백성들에게 피해가 발생한다거나 하면 그에 따른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다. 

       

       “한 번만 봐 주십시오. 동쪽 숲에 블러드 구울이 있다는 제보 의뢰가 좀 오래되긴 했습니다만, 아직까지 놈들이 영역을 많이 확장한 건 아닌 것으로 확인되어서 좀 기다리고 있었던 것뿐입니다.”

       

       터무니없이 비용을 낮게 책정해서 의뢰 유찰을 고의로 유도하는 것도 잘 걸리진 않지만 만약 걸리면 꽤 큰 패널티를 받을 수 있기에, 길드장은 지금 레키온이 제국의 명을 받아 조사를 나온 것이라 생각하고 사색이 된 것이었다. 

       

       “기회를 주신다면 당장 의뢰 보수를 두 배 이상으로 책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자, 뭣들 하고 있나! 어서 게시판 가서 내용 수정해!”

       “네! 알겠습니다!”

       

       창구에 있던 직원이 벌떡 일어나 게시판으로 달려가더니, 의뢰서의 금액 부분을 펜으로 찍찍 긋고 훨씬 높은 금액을 적어서 가져왔다. 

       

       “바로 시정하였고, 여기 두 줄 그어 둔 금액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완전히 터무니없는 금액까지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잠깐, 잠깐만요.”

       

       레키온은 숨이 넘어갈 듯한 길드장을 간신히 진정시켰다. 

       

       그리고 자신이 찾아온 이유에 대해 차분하게 설명했다. 

       

       “아…. 그러니까 이 제보 의뢰를 직접 수주하러 오셨단 말씀이십니까…?”

       

       아직도 길드장이 얼을 타고 있자, 옆에 있던 데보라가 나서서 의뢰서를 탁자 위에 턱, 올려 놓고 직원에게 펜을 받아 빠르게 슥슥 사인을 했다.

       

       “그렇다니까요. 괜히 쫄아 있는 거 보니 뒤지면 뭐 구린 거 더 나오는 거 아닌가, 이거?”

       “그, 그, 그럴 리가요! 절대 그런 일은 없습니다! 당장 조사해 보셔도!”

       “알았어요. 조사야 나중에 다른 기관이 할 거고, 저희는 이거 하러 갑니다. 레키온, 가자.”

       “어, 응.”

       

       레키온은 데보라를 따라 나가며 길드장에게 인사를 했다. 

       

       “그럼 의뢰 완료 후 찾아뵙겠습니다.”

       “저, 그럼 의뢰 금액은….”

       

       길드장이 조심스레 말하자 데보라가 짜증 섞인 말투로 외쳤다. 

       

       “당연히 여기 써진 금액대로 받아야죠! 돈 준비나 해 두세요!”

       “……옙.”

       

       ***

       

       파티는 단촐했다.

       레키온과 데보라, 그리고 레온과 실비아, 아르.

       그리고 파메라 기사단 소속의 정식 기사 다섯이 전부였다. 

       

       ‘사실 데보라는 따라오지 않았으면 했는데….’

       

       그래서 은근슬쩍 성에 충분한 인원이 주둔할 수 있도록 동행하는 인원은 최소화하자고 말해서 레키온과 따로 이야기할 시간을 벌고 싶었으나….

       

       -뭐? 인원을 최소화하고 싶다고? 그럼 내가 같이 가고 다른 기사들 더 남기면 되겠네.

       

       …라고 데보라가 말하면서 같이 가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동행하게 되었다. 

       

       ‘괜히 그렇게 말하는데 더 밀어붙이면 수상하게만 보일 테니….’

       

       그냥 기회를 잘 봐서 레키온과 따로 이야기를 잘 해 보는 수밖에.

       

       달그락, 달그락.

       

       마차를 타고 이동하던 우리는 숲 속 의뢰 지역 근처에서 내렸다. 

       

       “해가 질 때까지 한 시간 조금 넘게 남았군요. 딱 좋네요. 간단히 식사를 하고 해가 질 때까지 대기하다가 블러드 구울을 잡으러 들어가 봅시다.”

       

       블러드 구울은 대부분의 언데드형 마물들이 그러하듯 햇빛이 있는 동안에는 땅 속에 숨어 있다가, 해가 지면 슬금슬금 나타난다. 

       

       ‘레키온 정도의 날카로운 감각을 가지고 있으면 블러드 구울이 잠들어 있는 곳을 추적해서 먼저 땅속을 뒤집어 엎어 놓을 수도 있긴 하지만….’

       

       정확히 어디 어디에 얼마큼 있을지도 모르는데 일일이 추적해서 뒤집어 엎는 것보다는 아예 해가 진 후에 나타나면 싸우는 게 더 나았다. 

       

       ‘그리고 블러드 구울들이 숲을 파괴하기 전에 진압하러 왔다는 느낌인데, 레키온이 숲을 파괴해 버려서야 의미가 없으니.’

       

       여튼, 레키온이 정지 명령을 내리자마자 기사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신속하게 먼저 내려서 짐을 후다닥 내리기 시작했다. 

       

       ‘이건 좋네.’

       

       최대한 고른 땅에 깔고 앉을 수 있는 매트를 세팅하고 앉아, 기사들은 하나둘씩 전투 식량을 꺼내서 먹기 시작했다.

       

       우물우물, 질겅질겅.

       기사들은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마른 육포를 씹고, 물을 마셨다. 

       

       “하하, 긴장이 많이 되나 보군. 하긴, 블러드 구울은 처음 잡아 보지?”

       

       레키온이 기사들에게 묻자 기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조금….”

       

       레키온은 일부러 인원 선정을 할 때에 블러드 구울을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실력이면서도 경험이 조금 부족한 기사들을 골랐다.

       

       게다가 기존에 합을 맞추던 동료 기사들이 아닌 레온과 실비아 같은 용병과도 합동해서 싸워 볼 수 있으니, 이런 한 번 한 번의 기회가 기사들에게는 꽤나 귀중했다. 

       

       “수련한 대로만 하면 큰 문제는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긴장하고 있으면 오히려 실력 발휘가 안 되니까.”

       “명심하겠습니다.”

       “아니면 긴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 귀여운 아르를 보는 방법도 있지.”

       “예?”

       

       레키온은 그새 우리 쪽으로 다가와서 육포를 두 손으로 꼬옥 잡고 질겅질겅 씹고 있는 아르를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맛있니?”

       “뿌우.”

       

       아르는 딱딱하고 질기기만 한 육포를 씹다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헉. 하긴, 전투 식량은 입에 안 맞을 수도 있겠네. 어쩌지?”

       “쀼우우.”

       

       아르는 나를 올려다보며 ‘레온, 이거 맛업써. 아르 쵸코바 먹고 시퍼!’라고 말했다. 

       

       “하하하. 잠시만요. 짐에 따로 챙겨온 간식이 좀 있어서.”

       

       나는 황급히 짐더미 쪽으로 가서 짐을 뒤적거리는 척을 했다. 

       물론, 짐 안에 초코바 같은 건 없었다.

       

       “아르야. 지금.”

       

       내가 아르에게 속삭이자, 아르는 고개를 끄덕이고 보따리 안에서 아공간을 열어 초코바가 든 봉투를 떨어뜨렸다. 

       

       아르를 데리고 다시 자리에 앉은 나는 초코바를 까서 아르에게 주었다. 

       

       “쀼우!”

       

       맛없는 육포 대신 바삭 달달한 초코바를 먹은 아르의 표정이 사르르 녹았고.

       

       “쀼우움, 쀼우.”

       “아구, 귀여워라.”

       “정말 귀엽긴 귀엽군요.”

       “저는 그간 멀리서만 좀 봤었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정말 귀엽습니다.”

       

       아르를 지켜보는, 레키온을 포함한 기사들의 표정도 사르르 함께 녹았다. 

       

       “쀼우우!”

       

       아르는 사람들이 자신을 흐뭇한 얼굴로 바라보자, 내 품에서 폴짝 뛰어내리더니 가져온 종이봉투에서 초코바를 양손으로 한 움큼 꺼냈다. 

       

       그리고 기사들에게 내밀었다. 

       

       “쀼우!”

       “우, 우리도 먹으라고?”

       “쀼!”

       

       아르는 입에 초코바를 묻힌 채로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맙소사….”

       “고, 고마워. 잘 먹을게, 아르야.”

       “내가 살다 보니 다른 사람 사역마한테 초코바를 다 받아 보네.”

       

       기사들은 조금 얼떨떨한 표정으로 아르가 내민 초코바를 하나씩 집어들었다.

       

       “와, 진짜 맛있는데?”

       “그러게. 육포 먹다 초코바 먹어서 그런가?”

       “예끼. 아르가 준 거라 그렇다고 해야지!”

       “아차.”

       

       맛이 있을 수밖에 없다. 

       육포를 먹다가 초코바를 먹은 것도 있지만, 이건 빵의 성지인 투호르반에서 팔던 수제 초코바니까.

       

       아무래도 빵 전문이긴 하지만 초코바도 심심찮게 팔리길래 틈날 때마다 쟁여 두었더니 출출할 때마다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상품이었다. 

       

       “쀼움.”

       

       아르는 기사들이 좋아하자 뿌듯한 표정으로 초코바를 하나 더 꺼내 먹었다. 

       

       그렇게 다들 화기애애해진 분위기 속에서 어깨의 긴장을 푼 채, 해가 질 때까지 기다렸고.

       

       “자, 이제 움직여 볼까.”

       “옙!”

       

       해가 완전히 떨어지자 기사들은 본격적으로 블러드 구울을 찾기 위해 수색에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레키온과 단 둘이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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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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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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