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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6

       

        

        

        

        

       ───투두두두두!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였나.”

        

        

        

        수없이 많은 종류의 격발음이 북극해의 눈 섞인 바람 사이로 흩어진다.

        

        기상 상황은 좋지 않았다. 매 판마다 작게는 맵의 날씨, 박스의 위치, 스킬 활성화 구역이 달라지고, 크게는 맵의 구조마저 일부 바뀐다. 그렇기에 맵에 배치된 유저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현재 이 맵이 어떠한 형태를 취하고 있는지를 대강이라도 짐작하는 것이었다.

        

        케이스, 그 역시도 본래라면 그래야 했지만, 끝난 지 얼마 안 된 첫 판, 칼라만스크가 여전히 머릿속을 맴돈다. 이는 좋은 징조라고는 할 수 없었으나, 어쩌겠는가. 세상 만사 원하는 대로 되는 게 없는 것을.

       

        게다가 그럴 만한 이유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예상보다 더 나은 움직임을 보이는 한국 유저들이 한두 사람이 아니라 다수. 개별적인 인원들이 사전에 세워둔 대전략을 무너뜨리기에는 충분하겠지.’

        

        

        

        고도의 유연성을 가지고 임기응변으로 대처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도 일정 이상의 기량이 없다면 당연하게도 불가능. 심지어는 자신조차 당황하는데, 그보다 경험이 없는 이들이 더 나은 교전 결과를 산출할 수 있을 리가 없을 터.

        

        게다가 첫 번째 경기의 결과 또한 모든 이들의 멘탈에 상흔을 입히기에 충분했다 – 1등이 누가 될지는 예상했다. 그러나 15위 내에 한국 유저들이 여섯 명이나 존재한다는 건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한 달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도대체 얼마만큼의 발전을 한국 1군들로 하여금 일궈내게 만들었단 말인가? 

        

        

        

       “….”

        

        

        

        한국 대표 스무 명 전원을 피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 중핵에 있는 유저에게 휘말려 죽지는 않게끔, 그녀와는 되도록이면 교전을 회피하라 – 아직도 유진에 대한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시점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내려진 결정.

        

        아이러니하게도, 초반에 치뤄진 두 판 동안엔 그 선택이 약간이나마 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진은 1등을 했지만, 그에 따르는 충분한 킬 포인트를 확보했다기엔 살짝 모자랐다. 내리 이어진 두 판에서 유진은 각각 4포인트, 그리고 3포인트를 확보했으니.

        

        이전처럼 한 경기에서 12명씩 로비로 사출시키던 것에 비하면 조금은 부진한 결과였다.

        

        

        그러나, 아시아 예선전 또한 일종의 팀 게임.

        

        한 나라가 1등을 할 때 거머쥐는 포인트 수는 상당했지만, 이를 만회할 방법은 다양했다.

        

        물론 자국 팀 – 일본 – 에게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막대한 부하가 걸리겠지만, 계속해서 스노우볼을 굴린다면 일요일 막바지에는 한국과 습득한 포인트가 엇비슷해질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닐 터.

        

        한편, 그 와중.

        

        

        

       ───카카카카캉!

        

       “호우.”

        

        

        

        누군지는 몰라도 난리로군.

        

        눈보라 사이로 흘러드는 대구경 총기의 사격음. 꽤나 높은 확률로 유진일 것이었다.

        

        그녀에게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택틱은 바로 저 모습을 기반으로 마련된 것이었다. 고화력 총기의 능숙한 사용을 통해 머리조차 내밀지 못하도록 둔중하게 압박해오는 바로 그 모습. 그러나 이로부터 산출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는 건 아니었다.

        

        

        그리하여 일본의 분석팀은 이를 철저히 파악한 후, 해당 유저의 최대 속도-평균값을 산출한 뒤, ‘교전이 발생하였을 때 가능성이 없다고 여겨지면 그 이상의 속도로 빠르게 퇴각하라’라는 새로운 교전 공리를 제시했다.

        

        물론 반발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첫 판에 온 몸에 구멍이 났고, 그 이후 순순히 받아들였다.

        

        

        방금 들은 소리의 반향정위. 적어도 200m 안에 있을 확률이 높았다.

        

        케이스 역시도 여지껏 이어진 두 판 동안 유진과의 교전 경험을 새로이 적립했고, 정면 대결은 그닥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 다르게 말하자면 폭풍의 중심으로부터 좀 더 멀어져야 한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슬슬 그 불청객이 나타난 모양이고.

        

        

        

       ───드르르륵!

        

       “그 사이 손님이 왔군.”

        

        

        

        케이스가 트리거를 당겼다. 그러자 십수 발의 탄환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비록 한 발도 맞추지 못했지만, 일종의 제압사격이었기에 명중률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한국 유저들이 잘하게 되었다고 해서 본인의 실력이 죽은 건 아니다. 게다가 일본이 부진하더라도 그는 단독으로 본선에 나갈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 그러나 그럼에도 그는 모든 교전에 최선을 다한다.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고 냉정하게 승률을 계산했다.

        

        단 한 가지, 적응이 안 되는 변수라고 하면 아바타 정도일까.

        

        

        

       ‘무도회장에서 춤이나 추고 있을 법한 아바타가 게임에서 총을 들고 돌아다니는 건…그다지 적응이 안 된단 말이지.’

        

        

        

        본인 역시도 커스터마이즈에 조금 손을 대긴 했지만, 그럼에도 현실과 크게 다른 건 아니다. 요즘은 현실의 성별과 아바타의 성별이 동일한 것만으로도 그다지 꾸미지 않았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의 해괴한 시대가 되어버렸다.

        

        이번에는 도대체 어떤 모습의 적이 튀어나올 것인가. 예쁜 걸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여하간 그는 나름 마음의 준비를 하며 인기척이 들린 곳으로 총구를 겨누었다. 거리는 대략 70m 정도. 꽤나 상당한 간격이었다.

        

        그렇게 최상의 집중력을 유지하며 계속해서 해당 방향을 조준하고 있었을까.

        

        

        

       ───!

        

       “이런…!”

        

        

        

        심상치 않은 속도로 튀어나온 한 명의 인영이 허공을 총으로 긁는다.

        

        파드득! 마치 드론이 부유하는 듯한 소리. 적이 든 총기의 발사속도 자체가 상당하단 뜻이었다. 그럼에도 정확성이 심상찮다. 마치 그라인딩 벨트에 대고 긁은 것마냥 실드가 갈려나갔다.

        

        급격히 치솟는 아드레날린과 – 상대에 대한 위험성 수치. 무언가 심상찮다. 근거리 교전에 극도로 능숙한 인원이다. 빠르게 거리를 좁혀오는 걸 보면 최선을 다해 대응해야만 하는 유저임이 분명했다.

        

        유진인가? 아니면 한국 유저? 전자라면 대구경 총기를 이용해 둔중하게 압박해 들어올거고, 후자라면 대응하지 못할 건 없었다. 일단 교전 추이를 지켜보면서 확인해보도록 하자.

        

        그러나.

        

        

        

       ‘….’

        

        

        

        시간이 지남에도 불길한 느낌은 가시지 않는다. 아니,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뭐라고 해야 하나, 차라리…공간 자체의 점유권이 저쪽에게 집어먹히는 듯한 느낌.

        

        그와 동시에 머릿속에 드는 생각 – 왜 유진이 무조건 대구경 총기만을 사용하여 타 유저들을 상대할 거라고 판단했던 거지? 

        

        그리고 그제서야 보이는 것.

        

        

        

       “큰일났군.”

        

        

        

        중요한 장기와 가슴 부분만을 보호하는 플레이트 캐리어.

        

        한 눈에 보아도 가벼워보이는 체스트 리그. 손에 들린 MPX. 그것을 들고 지면을 부술 듯한 각력으로 박차며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모습. 아무런 상호작용조차 못하고 시선만 끌어, 누가 보아도 단점밖에는 없을 듯한 길다란 뱀 꼬리까지.

        

        평소 그녀가 달고 다니는 것으로 추정되던 40kg 정도의 완전무장이 아니라, 누가 보아도 20kg 가량밖에 되지 않을 듯한 모습. 그리고 무게가 절반이 되었단 것은 신속성에 주안점을 두었다는 소리였다.

        

        그 말대로, 유진은 자신의 눈에 띄인 그 누구도 도망가지 못할 정도의 스피드로 접근 중이었다.

        

       사신이 전속력으로 그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양쪽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사생결단이 시작되었다.

        

        

        

        

        

        

        

        

        

        

        

        

        

        

        

       

        

       “아, 말씀드리는 순간! 유진 선수와 케이스 선수 간의 빅매치가 시작됩니다아─!”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

        

        

        

        용산 전체가 뒤흔들린다.

        

        E스포츠 경기장부터 용산공원 일부, 그리고 근처의 대형 전시장을 통째로 빌림으로서 수용된 20만 명 가량의 인파가 하나가 되어 내지르는 목소리. 용산에 무슨 일 났는지라거나, 차량 안에서도 함성이 들릴 정도라는 글들이 SNS를 빌려 사방팔방에서 올라올 정도의 파급력.

        

        벌써 몇 번이고 이어지는 함성의 파워는 초반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매 경기마다, 그리고 매 교전마다 새롭다. 대한민국 인구 일곱 명 중 한 명에 달하는 인원이 시청 중임에도 주눅은커녕 매 경기마다 그 피지컬을 더해가는 사람이 있는데.

        

        그리고 이는 주 경기장, 대형 전시관의 뒤를 잇는 규모로 용산공원의 한복판에 설치된 초대형 홀로그램 에어리어에서도 동일하게 벌어지는 일이었다.

        

        

        

       “야, 그러니까 내가 저 사람이랑 일곱 번 넘게 싸웠다니까? 내가 조금만 더 잘 했으면 비등비등할 수도 있을 걸?”

        

       “지랄 자제하자, 카토야.”

        

       “아니, 진짜라니까!”

        

        

        

        그렇게 사방팔방에서 벌어지는 난장판.

        

        그러나 자잘하게 발생하는 모든 소음들은 말 그대로 소음일 뿐이었다. 모든 이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건 그 무엇도 아닌 화면이었으므로. 경기장 내부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 중계의 성능 또한 이에 한몫했다.

        

        그리고 그 화면에는 유진과 필사적인 사투를 벌이고 있는 케이스가 나타나고 있었다. 몇 초가 흐르고, 몇십 초가 흐르며, 이윽고 1분과 2분이 넘어가자 모두 숨가쁘게 이를 관람한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경기를 넘어 세 번째 경기에 이르렀음에도 긴장과 감동은 여전했다.

        

        작년만 해도 넘을 수 없었던 벽이라고 여겨졌던 유저가, 압도적인 파워를 내재한 파도의 끊임없는 공세에 처참히 무너진다. 그러나 그 역시도 끈질기게 버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아, 케이스 선수! 유진 선수를 상대로 무려 3분 가량을 버텨낸 끝에 어그로를 분산시켜 탈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닙니다,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입니다! 해당 선수는 이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비록 안타깝게도 잡아 족치지는 못했지만, 마지막까지 일본을 1등에 올려놓았던 일본의 기둥이 만신창이가 되어 도망간다.

        

        HP는 10% 이하. 이미 실드는 갈려버렸다. 이들이 3분 동안 사용한 탄환의 수만 하더라도 600발에 가까웠다. 이미 해당 교전은 대회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할 수 없는 고차원적인 위치에 올라선다.

        

        숨조차 쉴 수 없는 강철과 화염의 발레. 그 사이에서는 어쩔 수 없이 죽음의 향기가 흘렀다. 진실로 사람을 죽이기 위한 기술을 단련해온 이들만이 가능한, 피비린내 가득한 치열함. 깊이를 알 수 없는 두 유저의 눈 속에서 짙은 광기의 화염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 사실을 정확하게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그에 준하는 압도감은 이를 관람하는 모든 이들의 뇌리에 지울 수 없을 정도로 깊숙하게 새겨진다.

        

        

        흥분이 걷히자, 냉정한 분석이 시작되었다.

        

        

        

       “이번 세 번째 경기에서 주목할 점은 그 무엇도 아닌 유진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이 바뀌었다는 점이겠죠. 첫 판과 두 번째 판에서는 마주하는 이들을 육중하게 압박했다면, 이번에는 직접 적을 사냥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자세한 데이터를 보면 알겠지만, 휴대하는 무게 자체가 전 판의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이는 훨씬 더 나은 기동력을 보장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죠.”

        

       “예상컨대 이제부터는 교전의 회피가 능사가 될 수 없을 겁니다. 정말이지 압도적인 피지컬입니다. 그러나 유진 선수가 하드코어 모드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교전은 체력 면에서도 상당히 부담이 가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여지껏 보여주었던 모습을 생각하면 그리 신경쓸 부분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설령 체력적 문제를 겪는다 하더라도, 이미 한국은 상당한 점수 이득을 본 시점일 거라고 추측합니다.”

        

        

        

        세 번째 경기는 어느덧 종반에 돌입한다.

        

        그나마 모두에게 있어서 다행인 건, 유진이 교전 스타일을 바꾸었다고 해서 그것이 이전에 비해 획기적인 개선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었단 점이었다. 이곳에 모인 이들 역시도 자국에서 고르고 골라 뽑힌 이들이었다.

        

        죽을 때 죽더라도 몇 분씩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거나, 제 몸만 아주 간신히 건사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은 있단 소리였다. 그리하여 유진의 킬 포인트 상승률은 이전의 50% 정도만 상승한 상황.

        

        유진이 TOP 10에 들었을 때의 킬 포인트는 5였다.

        

        

        

       “아, 말씀드리는 순간 킬존이 최종 국면으로 접어듭니다. 남은 인원은 열 명. 아주 쟁쟁한 라인업이로군요. 한국의 유진과 다이스, 도베르만. 러시아의 즈베즈다와 MKVS. 대만의 스팅어와 중국의 사하라, 류와 일본의 케이스, 스즈란까지. 도베르만 선수를 제외하면 작년에 본선에 진출한 인원들만 모였습니다.”

        

       “이 지점까지 살아남은 인원들은 당장 본선에 진출하더라도 한 몸 챙길 수 있는 실력자들이라는 소리죠. 특히 도베르만 선수, 기세가 상당히 매섭습니다. 이번 판에 세 명을 사살하고 TOP 10에 들었군요.”

        

       “과연 이번 년도에는 아시아 예선전 1위를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한국 국가대표의 평균 실력의 상승을 감안한다면 파이널 챔피언십에 5명의 선수가 함께 출국하는 걸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킬존이 좁혀진다.

        

        그와 동시에 개별적으로 이동하는 점. 킬존은 모두를 삼켜버리고 한 점으로 수렴하여, 오로지 단 한 명만이 남기 전까지는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을 지져버릴 것이었다.

        

        각 국가 선수들은 전원 자잘하게 흩어진 상황. 설령 같은 국가의 국가대표가 전투를 개시하더라도 크게 상관은 없었다 – 마주치는 순간 서로의 시야 데이터에 이미 죽은 타국 선수의 아바타가 덧씌워져, 누굴 죽였는지 마지막까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교전이 시작된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것은 다이스와 사하라입니다. 교전 지역은 건물 안이로군요. 둘 다 실드량은 100%.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는 어떤 총기군을 사용할지에 대해서도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다이스 선수. 등 뒤에서 샷건을 꺼내드는군요. AA-12입니다. 독특하게도 슬러그 탄과 12게이지 탄환을 번갈아서 장전해둔 드럼탄창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완전히 극후반부 건물 교전을 상정한 총기 선택이로군요.”

        

       “바로 그렇습니다. 킬 포인트가 2밖에 되지 않는 것도, 총기의 특성으로 인해 최대한 교전을 회피해왔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 아, 다이스 선수! 20발 드럼 탄창이 회전합니다! 그 무엇도 범접할 수 없는 막강한 근거리 화력을 사하라에게 토해내고 있습니다!”

        

        

        

        고작해야 킬포인트 2.

        

        총 자체도 무겁고, 탄창도 다용도 파우치에 들어갈까말까한 크기. 그런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는 이유는 바로 지금을 위해서였다는 듯, 모든 울분을 담아 다이스가 방아쇠를 신나게 당겨댄다.

        

        사하라 역시도 건물 곳곳의 엄폐물에 숨어 기회를 노린다. 불꽃이 튀어대는 접전. 그러나 다이스가 들고 있는 샷건에서 토해지는 12개의 쇠구슬은 점이 아닌 면 단위의 공간을 제압하기에 가장 알맞았으며, 파이어플라이와 시커 마인을 비롯한 스킬들은 허망하게 파쇄된다.

        

        게다가 장전하는 틈을 타, 또는 벽 뒤에 숨어 깔짝깔짝 사격하는 얍삽한 전법 또한 통하지 않는다. 딜링을 할 기회가 있을 즈음이면 다이스는 충분히 거리를 벌려 안전을 확보한다.

        

        오로지 기회가 있을 때만 그것을 낚아챈다.

        

        오직 그 뿐.

        

        

        사하라가 ‘차라리 건물에서 나갔어야만 했다’고 후회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벌겋게 달아오른 총구에서 쏟아진 탄환이 그를 걸레짝으로 만드는 시간 역시도 그러했다.

        

        환호가 울려퍼졌다.

        

        

        

       ───와아아아아!

        

       “아, 다이스 선수! 현 지형에서 가장 효과적인 전법을 통해 사하라를 말 그대로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로써 그녀의 킬카운트는 3으로 올라갑니다!”

        

       “한편 다른 곳에서도 교전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유진 선수가 같은 국가의 도베르만과 전투하던 와중 즈베즈다의 공격을 받습니다. 전반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해서 벌어지는군요.”

        

       “아홉에서 여덟, 여덟에서 일곱으로. 세 번째 경기의 결과가 앞으로 2분 안에 판가름납니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는 법.

        

        다른 누군가의 시체를 계단 삼아, 살아남은 사람들의 순위는 한 칸씩 전진한다. 그러나 마치 단단히 박혀버린 못마냥 그 사이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이름들이 있다.

        

        열 명에서 일곱 명으로, 그리고 다섯 명으로.

        

        그리고 세 명.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누가 봐도 유진 씨인데, 저거….’

        

        

        

        여지껏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경무장의 유진이 다이스를 겨눈다.

        

        상기 언급했던 필터에 의해 완전히 다른 유저의 모습으로 덧씌워진 상태였지만 다이스는 알 수 있었다. 저 거짓된 모습 너머, 유진 특유의 시퍼런 안광이 화염이 되어 불타오르는 것만 같았다.

        

        어느덧 킬존은 세 명이 있는 건물까지 침투한 상황. 맹렬한 교전이 발생했다. 유진이 본연의 스피드를 살려 거리를 좁히기엔 남은 두 명의 사격 실력이 상당했고, 다이스가 샷건의 화력을 살리기도 어려웠다.

        

        물론, 두 명의 아바타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 가능한 케이스로서는 어느 쪽이든 건드려서는 안 될 시한폭탄에 불과했다.

        

        

        그러나 시간을 멈출 수 없듯이, 교전은 필연적이었다.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선 것은 유진이었다. 남은 두 명의 위치를 아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직접 행동에 들어간 것이었다 – 목표는 다이스. 그러나 다이스에게도 나름의 노림수는 있었다.

        

        샷건이 뒤를 생각하지 않겠다는 듯 불을 뿜는다. 예상보다도 넓게 형성된 화망에 유진의 기세가 꺾인 사이 다른 방향에서부터 날아드는 정확한 사격. 케이스는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듯, 앞뒤 안 가리고 달려 거리를 좁혔다.

        

        

        유진을 해결한 후 살아있기만 하다면 어떻게든 활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케이스.

        

        그와 마찬가지의 생각을 하는 중인 다이스.

        

        두 명의 최정상급 유저 사이에 샌드위치를 당했음에도 역으로 두 명을 압박하며 순식간에 탈출을 시도하는 유진까지.

        

        완벽한 혼전 그 자체였다.

        

        그렇게 한 치도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향해 달려가던 자동차가 고꾸라져 성대하게 박살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것도 모두의 기대를 화려하게 배신하면서.

        

        

        

       -[알림 : Eugene ‘Axed’ Keith] 

        

       -[알림 : Keith ▄︻┻┳═- Eugene]

        

        

        

       “아! 이게 무슨 일입니까! 격렬한 전투를 이어가던 케이스 선수와 유진 선수가 동시에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습니다───!”

        

        

        

        미간에 도끼가 틀어박힌 케이스와, 마지막까지 저항하다 몸이 벌집이 되어 차디찬 바닥에 몸을 뉘인 유진. 이 둘이 사라지는 건 동시였다.

        

        간단한 이야기였다. 유진은 교전 중 자신의 HP를 충분히 낮게 깎아낼 수 있을 지점까지 다이스를 키웠고…요컨대 너무 잘 키웠고, 케이스는 로비로 사출되며 쏘아낸 유진의 마지막 발악을 회피하지 못했다.

        

        

        한편, 날아드는 탄환을 막 피해낸 후 마지막 공격을 이어가려던 다이스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엄폐물 사이에서 머리를 내밀었다.

        

        폴리곤이 되어 흩어지는 두 명과 함께, 경기가 끝났음을 알리듯 공간 전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뭐야, 끝났어? 왜?”

        

        

        

        도대체 뭔 일이 일어났길래?

        

        유진에 이어 두 번째 1위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표정에는 승리의 기쁨 대신 의문만이 자리할 뿐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흔한 AP 대회의 일상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군을 너무 잘키워버린

    이번 아시아 예선전 이야기는 10편 이내로 끊을 예정입니다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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