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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6

       아스모데우스를 마주한 순간, 모든 병사들은 본능적으로 한 단어를 떠올렸다.

         

       마왕.

         

       “아, 아아…….”

         

       몇몇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하며 도망치려고 들었다. 아무리 정예병이라고 한들, 마왕이 노골적으로 풍겨대는 마기를 견뎌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두려움, 공포…….

         

       모두 아스모데우스가 좋아하는 감정들이었다.

         

       “……흐응.”

         

       아스모데우스는 허공에 턱을 괸 채로 손가락을 한 번 까닥거렸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꿈틀거리던 살점들이 갑자기 증식하더니, 수천 마리의 마물을 뱉어냈다. 마물들은 자신들의 왕의 명에 따라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죽이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끼에에에엑……!]

         

       한데 뭉쳐서 징그럽게 다리를 꿈틀거리는 거대 마물들. 놈들이 움직일 때마다 압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분쇄되는 마물들의 비명이 병사들의 정신을 마구 헤집었다.

         

       몇몇은 버티지 못하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드래곤처럼 피어가 몰아치지는 않았지만, 감정적인 동요는 어쩔 수 없었다.

         

       [마왕이시여…….]

         

       불쑥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계와 인간계를 연결하기 위해 만들어낸 차원의 틈 너머, 대악마 벨페고르가 보였다. 아스모데우스는 벨페고르를 보며 눈썹을 꿈틀거렸다.

         

       “……왜?”

       [악마들을 전부 불러 모았는데……바로 출진하면 되겠습니까?]

         

       아스모데우스가 살점으로 만들어진 옥좌를 툭툭 두드렸다. 그 행동에, 벨페고르는 화들짝 놀라 아스모데우스 앞에 나타나 고개를 조아렸다.

         

       아스모데우스의 눈동자가 예리한 빛을 발했다.

         

       “왜. 싸우고 싶니?”

         

       떠보는 듯한 말에, 벨페고르가 마른침을 삼켰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대악마였던 존재, 아스모데우스. 본래 그녀는 대악마들 사이에서도 별종이기로 유명했다.

         

       마왕에게 도전할 자격을 갖추었음에도 도전하지 않는 악마.

         

       단순히 몇십, 몇 백년 동안 도전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옥좌의 주인이 무려 일곱 번이나 바뀔 동안, 아스모데우스는 단 한 번도 마왕의 위(位)에 도전하지 않았다.

         

       단순히 관심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물론 그에 불만을 품은 대악마들도 많았다. 전대 동 공작이 그러하였고, 전전대 서 공작도 그러하였다. 그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아스모데우스에게 서열전을 요구했고, 전부 죽었다.

         

       영겁의 세월 동안 마계의 2위 자리를 지켜온 자.

         

       마왕보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순간부터, 그녀는 단순히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마왕의 권위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랬던 그녀가, 돌연 마왕이 되기를 선언했다.

         

       솔직한 감상을 늘어놓자면, 아무리 아스모데우스가 강하다고 한들 마왕에 비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오판이었다.

         

       사흘 동안 이어진 전투는, 아스모데우스가 마왕의 목을 척추째로 뽑아내는 순간 막을 내렸다. 다른 악마들은 그저 감탄했지만, 벨페고르의 생각은 달랐다.

         

       전투는 일방적이었다. 전투가 사흘씩이나 이어진 이유는, 아스모데우스가 그것을 바랬기 때문이다.

         

       벨페고르는 말없이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남부에 강림했을 때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인간들은 나약했다. 몇몇 강자들이 있기는 했지만, 자신의 진체에 피해를 입힐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인간은 올리비아 한 명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자신을 소멸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대한 기운들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아무리 인간들의 혼이 탐난다고는 하지만, 벨페고르는 제 목숨 귀한 줄 아는 악마였다. 자신보다 강한 대악마가 벌써 둘이나 소멸했는데, 미쳤다고 덤빌 생각은 없었다.

         

       [……괜찮습니다.]

       “흐음……그렇게 말하니 오히려 더 보내고 싶어지는데요?”

         

       아스모데우스는 빙긋 웃으며 벨페고르에게 속삭였다.

         

       “어디보자……저기, 저쪽 하늘에 보여요?”

         

       벨페고르는 아스모데우스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하늘 높은 곳, 화이트 드래곤의 몸체에서 누군가 뛰어내렸다. 동시에 펼쳐지는 순백색 날개.

         

       위험하다. 까마득한 거리지만, 벨페고르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신성력?’

         

       저 작은 소녀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아무리 대악마라고 해도 쉬이 넘길 수 없었다. 벨페고르의 얼굴이 뻣뻣하게 굳었다.

         

       “저거, 잡아와요.”

       [성녀를……말씀이십니까?]

         

       아스모데우스가 미소지었다. 이 지독한 악마는, 지금 자신의 능력으로는 이룰 수 없는 일을 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저거랑 싸우는 동안에는, 죽이지 않을게요. 어때요?”

         

         

       *****

         

         

       벨페고르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그는 제 수명을 1초라도 늘리기 위해, 미리 집결시켜두었던 악마와 마물들을 싸그리 소환했다.

         

       스스스스…….

         

       뱀이 바닥을 기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

         

       병사들은 어느 순간, 하늘에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온통 어둠으로 이루어진 몸체. 수백 미터에 필적하는 거대한 뱀이, 조용히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고층 탑이 눈 앞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듯한 압도적인 위압감.

         

       진체로 강림한 벨페고르는, 거대한 붉은 눈동자로 자신이 죽여야할 상대를 노려보았다.

         

       [……성녀를 죽여라.]

         

       화아악!

         

       바람이 몰아치며, 벨페고르의 아래에 도열해 있던 고위 악마들이 일제히 뛰어올랐다. 빛에 휘감긴, 찬란한 여덟 장의 날개. 수백 년이 넘는 세월을 대악마로서 살아온 벨페고르는, 당연히 그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고위 악마들이라고 한들, 저 정도 농도의 신성력 앞에서는 찰나조차 견뎌내지 못하겠지.

         

       하지만 그 잠깐이면 충분했다.

         

       물밀듯이 쏟아지는 마물의 파도는 곧 인간들의 군세를 덮칠 것이고, 성녀는 자신을 죽이는 것과 인간들을 구하는 것 중에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왜냐하면, 성녀니까.

         

         

       리브가는 입술을 뿌득 깨물었다.

         

       ‘조금만……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눈 앞에 원수가 있는데, 가로막는 장애물들이 너무나도 많다.

         

       리브가는 날개를 활짝 펼쳤다. 속도에 박차를 가하며 가슴 앞으로 끌어모은 손을 기도하듯 맞잡았다.

         

       여신의 가호가 리브가의 몸에 어리며, 미친듯이 덤벼들던 고위 악마들이 일제히 튕겨나간다.

         

       악마들은 그녀의 상대가 아니다. 분명 그들이 풍기는 마기는 보통이 아니었지만, 천사의 육신을 입은 그녀에 비할 정도는 아니었다.

         

       저 너머에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대악마 또한, 마찬가지. 그들의 어둠이 아무리 짙다고 한들, 자신의 빛보다 밝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마물들에게 수많은 사람들이 쓸려나갈 것이다.

         

       “아아아아!”

       

       창 끝이 떨린다. 리브가는 포효하며 허공을 박찼다.

         

       고뇌가 끝난 순간.

         

       리브가는 순백색 혜성이 되어있었다. 물밀듯이 밀려드는 마물의 파도, 그 중심에 혜성이 처박혔다. 대마법에 비견될 정도로 거대한 힘의 충돌에, 마물들은 그대로 쓸려나갔다.

         

       “성기사단!”

         

       리브가는 성창을 들었다.

       

       “출진!”

       

       아스모데우스는.

         

       그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우왕자왕하던 성기사단이 집결하는 것을 보았다. 검성이 거대 마물을 홀로 사냥하는 것을 보았다. 벨페고르가 브레스를 뿜는 것을 보았고, 망령들을 소환하는 것을 보았다.

         

       마물들은 갈수록 그 수를 불려나가고 있다. 성기사단이 뒤늦게 정신을 차리기는 했지만……제국군과 협력하지 않는다면 결국 패배는 예정되어 있다. 혼자서 전투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실력자들도 물론 존재했지만, 그들은 각자의 맞수를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스모데우스는 시선을 하늘로 돌렸다.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더 이상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애초에, 저런 잡것들을 학살하기 위해 마왕이 된 것이 아니다.

         

       [너, 죽을 때는 안 웃더라고.]

         

       마신으로부터 제 의식을 지켜낸 인간.

         

       [자기가 공포 같은 감정을 느낄리 없다면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부정하더라.]

         

       ……맘에 들지 않는다.

         

       애초에 황녀와 비밀리에 접선한 이유도, 되도 않는 말을 지껄이는 그 인간을 죽이기 위함이었으니까. 물론 일이 잘 풀리지는 않았지만.

         

       바로 그때.

         

       하늘에서 무언가 추락했다.

         

       힘없이 나풀거리는 금발.

         

       번갯불에 그을린 듯, 엉망이 된 제복.

         

       곧 추락하는 형체의 정체가 누구인지를 알아낸 아스모데우스의 눈동자가 약간 커졌다.

         

       ‘황녀……?’

         

       다음 순간, 아스모데우스의 등 뒤에서 스산한 냉기가 번뜩이고.

         

       그대로 심장을 꿰뚫었다.

         

         

       *****

         

         

       올리비아는 입술에 흐른 핏물을 닦아냈다. 생각보다 아리아를 쓰러뜨리는 데 많은 힘을 소모했다.

         

       ‘……그래도, 아직 충분해.’

         

       왜 마왕의 옥좌에 아스모데우스 저 년이 앉아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마왕이 누가 되었든, ‘엔딩’을 보기 위해 반드시 죽여야 할 대상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그녀의 의지는 곧 현실이 되었다. 마왕의 옥좌가 그대로 얼어붙었고, 동시에 사방에서 솟구쳐 올라온 송곳이 아스모데우스의 몸을 수십 번 넘게 관통했다.

         

       쩌저저적!

         

       아스모데우스는 몸을 일으켜 찰나의 순간 그 모든 공격을 스쳐보낸다. 어차피 맞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상대는 마(魔)의 정점에 달한 존재. 이런 가벼운 공격을 허용했더라면 오히려 이쪽이 실망했을 것이다.

         

       ‘온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아스모데우스는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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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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