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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6

        

         “!? 아이고야…! 이거 행여나 제 허풍이 중간에 좀 곡해돼서 전달된 건 아닌지 걱정되네요? 설마 미스터 라구스께서 직접 나오실… 줄…은……??”

         

         “……그럴 여지가 조금 많긴 했지.”

         

         일반 시민과의 상거래가 일상적인 파라다이스인만큼 담당 직원 한두 명에 전속 중개사, 많이 잡아도 서류 처리를 해줄 사람까지 셋 정도가 나오지 않을까… 하고 리처드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정작 엘리베이터에서 덜컹덜컹 우르르 내린 건 이름을 살짝 빌린 라구스 지부장…을 포함한 대집단.

         

         심지어 사무일과 직무 연관성이 높아 보이는 말쑥한 차림새의 화이트칼라 종사자는 소수고, 대부분은 중화기와 겹장갑으로 무장한 특공대와 부대 특유의 일체형 방독면을 눌러쓴 징수 부대원들이었는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 오늘이 내 제삿날이었나. 망할, 뭐지. 제발 좀 살려주시겠습니까.

         

         “아하하…?”

         

         비상 연락망을 가동하는 땀샘을 제어한 뒤, 인사말을 고르는 척하며 그는 부동산 매물 관리 프로그램을 재차 확인했다.

         

         [ 파라다이스 코퍼레이션의 엔지니어 플라자 36층 더블룸 독실 : 현재 매매 진행 중. 관할 중개사 리처드 하워스. ]

         

         다행히, 신청도 제대로 들어갔고 거래 현황도 정상적으로 표기된다.

         

         그렇다면 분위기가 조금-많이- 험악하긴 해도 쫄 것 없다. 뭔가 오해가 있다면 대화를 시도하면 되고… 자신이 중대한 말실수를 한 게 아니라면 저쪽에서 헛다리를 짚은 것일 터이니 잘만 풀어내면 된다 잘!

         

         게다가 지금 방에서 자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계실 클라이언트는 에나마 출신.

         

         여차하더라도 서로 본격적으로 얼굴을 붉히기 보단 좋게 좋게 넘어갈 공산이 훨씬 컸으니, 일개 중개사는 의뢰받은 대로 일에만 집중하면 되는 것이다. 괜히 어쭙잖게 켕기는 게 있는 것처럼 행동하다가 진짜 큰일나는 게 아니라.

         

         ……물론 선두에 선 라구스의 얼굴은 이미 꽤나 붉었지만 어쨌거나.

         

         “혹시 근처에서 무슨 행사라도 있으셨습니까? 이렇게 한달음에, 그것도 직접 와 주실 줄 알았다면 훨씬 더 정중하게 로비까지 마중을 나갔을 텐데!”

         

         “입 발린 말은 됐네. …그래, 인사치레만큼이나 공실 하나를 넘기는 것도 문제는 아니지. 그런데 대관절 누가 경우 없이 기술자 전용 주거지에 입주를 희망하면서 차명 거래를 원했다고?”

         

         아까 최고 상관의 뒷골을 얼얼하게 한 신입도 그렇고, 이 의문의 손님도 그렇고.

         무슨 세대 교체라도 일어나려는 징조인지 아주 맹랑한 인재들이 넘친다는 감상과 함께 화를 억눌렀다.

         

         쪼거나 총구를 겨누는 건 장단에 맞춰서 일이 돌아가는 추이를 지켜보고 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다짜고짜 수갑부터 채우고 구속하는 건 헤이롱 전문이지, 우아한 돈놀음을 지향하는 파라다이스와는 거리가 멀다.

         

         “입구 신원 조회도 자네 보증으로 대신하고 넘어갔던데, 얼마나 부끄럼이 많은 사람인지 짐작이 안 가는군. 아니면… 상당한 비밀주의자던가. 지금 건물 안에 그 의뢰인이 남아있기는 한가?”

         

         “아이고, 그럼 당연히 방에 계시죠! 대금조차 대출 안 끼고 일괄 정산에, 당일 입주를 희망하실 정도로 열정이 넘치시는 분 인걸요? 자자, 어서 안으로 드시죠. 제가 미스터 라구스만한 분을 손님으로 받아본 지가 좀 돼서 어색하긴 합니다만!”

         

         “……하.”

         

         라구스의 입에서 한숨이 나올 때마다 원활한 일처리를 위해 현장까지 동행한 재무팀 직원의 안색이 거무죽죽해지는 건 퍽 우스운 광경이었다.

         

         정작 본인은 능청스러운 중개사와 말을 섞는 와중에도, 상대방이 실수로 흘리는 정보나 이런 중립 구역에 모두를 행차하게 만든 도박 중독자 녀석과의 연관성이 없을까 살피느라 바빴지만 말이다.

         

         …진정하자, 이 자리를 풀어나가는 건 자기여도 어차피 판단을 결정짓는 건 시치미를 뚝 뗀 채 뒤에서 싱글거리고 있는 남자니까.

         

         자신은 거기까지 상황을 매끄럽게 끌고가기만 하면 된다. 실제로 거래가 이루어지던 말던.

         

         “그나저나 뒤에 계신 귀티 흐르는 신사 분은…… 분명 최근에도 어디서 많이 뵌 것 같은데. 혹시 신문이나 뉴스에 자주 나오십니까? 연예인치고는 너무 복장이 정갈하신데, 뭐라고 불러드려야 할까요?”

         

         스르륵 밀리는 방문 앞에선 리처드가 인파 속에서도 눈에 띄게 생겼었는데, 어느새 같이 입실할 것처럼 지부장의 뒤까지 따라붙은 황금빛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말끔한 외형에 대한 칭찬 아닌 칭찬은 애매한 거리감의 원인을 찾고자 우리가 구면이냐고 에둘러서 물어보는 거나 다름없었으나.

         평소라면 한껏 무게를 잡았을 당사자는 열린 문틈 사이로 보이는 그리운 동업자의 형상에 별 것 아니라는 것처럼 답했다.

         

         “그냥 드레이퓨스라 불러 주시면 됩니다. 저도 초대를 받고 온 입장인지라 어렵게 생각하실 것 없으니 안심하시길.”

         

         “……?”

         

         마치 안심하라는 말 앞에 ‘잡아먹지는 않겠다.’ 는 문장이 생략된 것 같은 세상 오만한 표현에 그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말장난을 하는 건가 싶어서.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참으로 파라다이스와 어울리는 복장, 부드럽지만 소름 끼치는 눈매, 배배 꼬는 말투와 드레이퓨스라는 드문 호칭까지 합쳐지자.

         리처드의 뇌는 금세 한 구석에 미뤄 놨던 ‘네오 헤이븐에서 자주 보이지 않는 유명인사’ 중 하나와 부합하는 인물을 떠올려내는데 성공했다.

         

         “어… 그럼 미스터 드레이퓨스라 불러드리면 되겠습니까? ………………잠깐, 아론 드레이퓨스? ……딸꾹!?!”

         

         

         

         ★ ☆ ★ ☆ ★

         

         

         

         ‘……시발.’

         

         아까만 해도 나 혼자서 쓰기엔 꽤 큰 걸~ 하고 만족스럽게 어루만지고 넘어갔던 테이블이 지금은 정말 숨막힐 듯이 비좁게 느껴졌다.

         

         왜냐고? 그야… 첫번째 이유로는, 다 큰 남정네 셋에 불쌍한 나까지 낑겨서 옹기종기 둘러앉아 있으니 여유 공간이 거의 없는 게 사실이었기 때문이고.

         두번째로는 매매 절차를 진행해야 할 리처드 씨가 중압감에 짓눌려서 매끄럽게 업무를 진행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계신 점을 꼽을 수 있었다.

         

         …그리고 굳이 세번째 이유를 대보라고 하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돼먹은 상황인지를 네 사람 중 누구도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 게 가장 크다고 말하고 싶다.

         

         “……흐흠♪”

         ““…….””

         “아하하…….”

         

         ‘시발…!’

         

         세상 어색한 웃음을 지어봐도, 속으로 열심히 욕을 퍼부어봐도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복도에 도열한 기타 직원들을 뺀 난입자 둘은 굉장히 공교롭게도 모두 내가 아는 얼굴이었다.

         

         콧노래를 부르면서 좌중의 얼굴을 훑어보고 있는 건 역시 아론.

         재밌는 장난감이라도 찾아낸 것 마냥 여유를 부리고 있는 게 영 마음에 안 든다. 대강만 봐도 여기서는 자기가 쩔쩔맬 정도로 급이 되는 인물이 없다 이거겠지. 얄미운 녀석.

         

         이 놈은 무조건 이 사태가 굴러가는 영문을 알고 있을 것처럼 보이는데.

         아무리 눈총을 줘도 그윽하게 고개를 끄덕이기만 할 뿐, 적극적으로 나에게 정보를 넘기는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아서 정말 짜증이 솟구쳤다.

         

         야이씨. 그래도 한 배를 탄 입장인데 살짝 전화나 문자로 찔러주면 덧나냐, 어?? 하다못해 이게 어찌 된 경위인지라도 설명해보던가…!

         

         ‘……으휴.’

         

         정말 내킬 때만 협조할 기색이 만만한 아론에게서 그냥 시선을 떼버렸다.

         그래도 설마 자기 선에서 수습 못할 상황을 만들지는 않을 테니까, 오히려 지금은 나머지 한 명에게 신경을 집중하는 게 나을 것 같았기에.

         

         “다짜고짜 차명 거래를 원한다길래, 얼굴도 꽁꽁 감췄을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군.”

         

         “커허흠! 제 고객께서 무슨 범죄자도 아닐진대, 뭐 얼마나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요청하셨겠습니까? 요즘 같은 시기에 명의 분산만큼 좋은 안전책도 없는 법이죠. 안 그렇습니까!”

         

         “그으으으…럼요. 네.”

         

         싹싹한 표정을 짓고 매매 절차와 양식이 담긴 표준 계약서를 송신하면서.

         

         이쪽을 찔러보는 듯한 질문에,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대리인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한 리처드 씨가 대신 적극적인 변호를 펼쳐주었다. 딱히 거리낄 것도 거절할 사유도 없겠다 나는 잽싸게 거기에 올라탔고.

         

         그래, 둘 모두가 아는 얼굴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방금 나를 떠보려고 한 다른 한 사람. 당찬 대답을 듣고도 마음에 안 드는 게 많은지 여전히 나와 리처드 씨를 살피는 파라다이스 네오 헤이븐 지부의 탑, 라구스 안젤루스는 내 인명부에 포함된 인물이었다.

         

         상당히 꼬장꼬장한 아재라고 해야 할까. 요령이 부족한 정석 기업인이라고 하는 게 맞을까.

         보라, 노련하게 내심을 숨긴 채 음습하게 옭아맬 수 있음에도 일부러 불편하다는 낌새를 드러내서 자백을 유도하려는 고지식함을.

         

         꼴통…이라고 무자비하게 말해버리면 폄훼하는 셈이 되니까 좀 아니지만, 하여간 원작에서는 파라다이스 회장과 주인공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주는 고마운 분이시다.

         

         네오 헤이븐에서 일어나는 파라다이스의 모든 행동과 작전에 대한 총책임자인만큼, 복잡한 분쟁에 대해 정치적 중립을 지향하고자 노력하다가.

         결국 자신이 판단할 그릇이 아니라는 체념과 함께 주인공에 대한 처우를 윗선에 넘겨버리는 비운의 사회인.

         

         ……비록 그 탓에 적대하다가 손을 맞잡는다는 클리셰의 체현자가 되고, 나중엔 파라다이스 쪽 퀘스트나 알선해주는… 참 짬에 안 어울리는 일을 떠맡은 사람이기도 했는데.

         

         다른 말로 하면 원래는 라구스 안젤루스는 회장을 제외하면 파라다이스 쪽 인물로 등장하는 네임드 캐릭터 중에서는 최고 간부,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이틀에 안 어울리게 기분파인 회장과 사건사고의 스케일이 남다른 주인공 사이에서 개고생을 하는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 그런가?

         

         “…흠, 아직 젊어 보이는 아가씨가 능력은 꽤 있나 보군.”

         

         “네… 뭐, 목숨 걸고 정당하게 벌었으니까요…?”

         

         중개사 권한으로 개설된 에스크로 계좌에 일시불로 들어간 거금을 보고는 한 말이 저거였으나, 자금 출처에 대해 트집을 잡고 싶어하는 기미가 언뜻언뜻 보이는데도 별로 화가 나지도 않았다.

         

         옛날에는 ‘지부장이라는 거물을 왜 그리 소모성 캐릭터로 써먹었냐.’, ‘기업 숫자도 꽤 되니까 그럴 수도 있지 않나?’ 를 가지고 유저들끼리 떠들었던 것 같은데 막상 직접 만나보니까 얼추 감이 온다.

         

         이 아저씨는 그냥 그런 방면에서 눈치가 빨랐던 거다. 자진해서 문제를 키울 생각도 없고 그렇다고 또 뻔히 터질 폭탄을 껴안고 있을 만큼 바보 같은 것도 아니었고.

         

         ‘…아.’

         

         그런 사람이 왜 저렇게 내 눈에도 보일 정도로 안절부절못하나 잘 생각해보니, 저 뒷짐지고 구경하느라 바쁜 아론 녀석이 훨씬 직위가 높은 인간이었다.

         

         와우, 놀라워라! 메가코프의 계급 체계! 설마 사이버펑크 세상엔 뭐 상식인은 밑에서 구르고, 변태일수록 성공하기 쉽다는 인성 반비례의 법칙이라도 있는 거니.

         

         역시 자유와 광기의 시대인만큼 어딘가 미쳐야 유능해지나? …난 게임에 미쳤다가 그대로 잡혀온 것 같은데요! 겁나 서럽게도.

         

         “세부적인 가격 협상 절차느은…… 원래라면 제 수임료에 포함된 노무인데 말이죠. 감히 제가 떠드는 시간이 미스터 라구스의 시급에도 미치지 못할 것 같은데, 밖에 계신 부하 직원분 중에 담당자가 있다면 얼른 마무리하고 돌아오겠습니다만…?”

         

         “마음대로 하게.”

         

         아, 대답을 듣자마자 리처드 씨가 쏜살같이 도망갔다.

         행여나 자신에게 추가적인 관심이 쏠릴라 작은 소음조차 없이 미끄러지듯 빠져나가는 솜씨는 놀라웠지만 그의 등판에 못마땅하다는 시선을 보내는 라구스 지부장을 보니 뭔가 밉보인 게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댁이 왜 친히 나오셨냐고요.

         여기가 혹시 이 아저씨 집이었나? 팔기 싫으면 그냥 솔직하게 말해주면 안 되나? 딱히 척지을 사이도 아닌 만큼 알아서 다른 곳을 알아보러 가던, 협조할 게 있으면 협조하던 할 테니까!

         

         “아가씨가 여기 어쩌다 관심을 보였는지 좀 물어도 되겠나?”

         “네…? 그냥… 드물게 공실이 생겼다고 들어서 중개사 소개로 왔는데요.”

         

         “……왜 공실이 되었는지는 알고?”

         “그건… 전 주인이 잡혀갔다고 얼핏 듣기는 한 것 같기도 하고….”

         

         “허면 크레딧은…?”

         “자금 출처는 아까 전에도 대답해드렸…… 잠깐, 파라다이스는 원래 집 팔 때 따로 호구 조사도 했어요…?”

         

         “…큼!!”

         

         갈수록 쪼잔해지는 질문이 이상해서 되물으니, 초조한 헛기침만 되돌아왔다.

         

         아니 거 아저씨, 그렇게 팔기 싫으면 내놓질 말던가!

         미묘하게 겉도는 대화와 지옥 같은 어색함이 더해지니 이만한 콜라보도 어디 가서 찾아보기 힘드리라.

         

         꼭 내가 알아야 하는 슬픈 전설이라도 있는 것처럼 퉁명스럽게 말하다가도, 차마 아론 앞에서 언성을 높일 수는 없었는지 세상 골치 아픈 표정을 지어 보인 그가 손가락을 들어 테이블을 톡톡 두들겼다.

         

         확실하게 밉보일 건덕지라도 있었다면 ‘아, 내가 실수했네~’ 하고 대책을 세우겠는데 이것 참… 속이 터질 것처럼 답답하다. 어우씨.

         

         ‘아오… 그냥 눈 딱 감고, 무슨 볼일 있냐고 한 번 들이박아 봐?’

         

         상대하기 피곤한 건 분명하지만, 반대로 걸리는 게 없다면 당당하게 마주해도 비교적 괜찮다 생각되는 게 라구스다.

         

         게다가 아론도…… 씁, 저놈은 사실 잘 모르겠지만! 더럽게 불안하지만!! 유사시에 제동 정도는 걸겠지 뭐. 갑자기 나타난 걸 보면 무슨 음흉한 꿍꿍이가 있는 건 틀림없으니까.

         

         그래도 이렇게 신경 쓸 공통 분모가 있으니, 조금만 더 캐물으려 들면 적당히 하라고 말이나 꺼내야겠….

         

         …지이잉!

         

         결심을 마친 순간, 엔지니어 플라자라는 명칭에 걸맞게 전자동식 슬라이드로 된 문이 재차 열리고는 치사하게 혼자 대피했던 중개사 씨가 머리를 쑥 내밀었다.

         

         생각보다 달갑지 않은 소식은 추가로 가져오셨고.

         

         “잠시, 잠시. 말씀들 나누시는 와중에 죄송하지만… 고객님? 관련 서류 제출을 미리 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시민권 인증은 몇 번이나 받은 것 같은데, 또 뭐가 더 필요한가요?”

         

         “아이고 고객님, 파라다이스에서 공공연하게 이런 차명 거래나 은닉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해도, 이건 도시 DB에 저장하는 공증 서류인지라 양식은 갖춰야 합니다? 이름만 가명으로 통일하면 되니까 걱정 말고 어서 허가증부터 주시지요!” 

         

         “어…….”

         

         태연한 손짓과 더불어, 그쯤은 물론 준비되어 있으리라는 믿음이 눈에 보였지만 안타깝게도 난 당장 내밀게 없었다.

         

         그렇다고 되물어 보기엔… 저기 지부장 씨가 건수 하나만 잡히면 보자는 기세로 이쪽을 바라보고 계신데.

         

         음… 저기 제로? 이게 무슨 소리야.

         

         – …조회 결과, 엔지니어 플라자는 일반적인 레지던스 호텔과는 달리 핵심기술 보호구역 및 인재(Elite) 관리구로 지정되어 있어 기업에서 발행된 재직 증명서와 거주 허가증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죄송합니다. 굉장히 예외적인 법령이 많은 건축물이라 파악이 늦었습니다. –

         

         진짜로…? 대체 중개사 씨는 왜 지금에서야 그걸… 맞다. 에나마 출신 아니냐는 추측에 나도 수긍했었지.

         하긴 누가 기껏 메가코프에 취업해 놓고 시원스레 때려 치고 나올 거라 생각하겠어.

         

         그리고 넌 뭘 사과를 하고 그래. 사겠다고 덤벼든 나도 미처 몰랐는데.

         

         자, 그럼 이제 이 곤란한 상황을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넘겨야 하는데 어찌하면 좋을까.

         

         …………좋아, 착하게 살기는 하루만 뒤로 미루고 후딱 위조하자.

         솔직히 이런 문제로 에나마에 다시 연락을 넣거나 리스크를 지느니 입주를 포기하는 게 맞는데, 이제 와서 내 아지트와 일인용 피시방-비록 중고지만!-을 포기하기엔 괜히 긁힌 속이 억울해서 안 되겠다.

         

         체감 시간을 최대한 가속시키고 제로 연산력까지 당겨쓰면 어색하지 않게 슬쩍 내밀 수 있겠지…!

         

         하지만 벼려진 감각이 무색하게.

         직접적으로 접촉한 게 아니라 통신기를 경유해 드로이드 연산 장치까지 거치는, 이중 접속을 실행하는 만큼 특히나 날카롭게 다듬어진 능력은 방출되지 않았다.

         

         좌중의 이목을 피해 물러나 있어서, 반쯤 사출되었던 제로의 증폭 안테나도 냉큼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밖에 없었고.

         

         왜냐하면… 아무래도 즐길 걸 다 즐긴 모양인지, 아니면 다들 머리 빠지도록 눈치보는 게 질렸는지는 몰라도 악질 구경꾼이 자리를 정리하기로 마음먹어서 내가 나설 타이밍이 사라졌으니까.

         

         “굳이 아샤 양의 손을 번거롭게 할 게 있습니까? 허가서는 제 걸 쓰시면 되겠고, 매입자 명의는… 나중에 알아서 채우겠으니 중개사 분은 이만 바깥에서 기다리시는 게 좋겠군요. 혹여 다른 ‘쓸모’가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

       

       

         아론 녀석이 빙그레 웃었다.

         …제발 별일 아니었으면 좋으련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 신님, 오늘도 정?의 로운 해커가 될 수 있게 해주세요.
    ??? : 거기까지!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습니다…!

    왜 휴재인데 숨 참는 댓글이 있지… 하고 당황했는데. 제가 작가의 말에 깜빡하고 8/2 휴재 공지를 안 적었더군요.
    정말 죄송합니다… 병문안 다녀오느라 늦었습니다. 죄송한 마음을 담아 최대한 써봤습니다.

    추가로 현재 예정된 휴재일은 8/23 이 있습니다. 지긋지긋한 예비군이 또 돌아왔는데 이 날씨에 가면 그냥 사람이 죽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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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Status: Ongoing Author:
No matter how many times I repeated the episodes, I couldn't clear the true ending of the open-world shooting RPG, Neo Haven. Just when I thought I finally cleared the hidden true ending... they want me to actually clear it without any help from the game system or save/load fea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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