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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6

   메네스테일 던전의 10층.

   

   이전에 나와 칼, 알새틴 셋이 함께했을 무렵에는 핵에 화살을 쏘는 것으로 해결했던 곳이지만 오늘은 달랐다.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베네딕이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고 확언을 했으니까.

   

   맨 앞에서 골렘이 핵을 중심으로 결합되는 것을 살피던 베네딕은 호쾌한 웃음과 함께 어깨를 풀었다.

   

   “베네딕 경. 버프는.”

   “필요 없습니다. 요한 주교. 이런 걸 처리하는 데 무얼 그런 게 필요하겠습니까.”

   

   이윽고 골렘의 형체가 완성이 된 후 허공에서 착지한 녀석은 자신의 무게로 공동을 뒤흔들며 존재감을 뽐냈다.

   

   그리고선 맨 앞에 서 있는 베네딕을 발견하고는 자신의 거대한 팔을 치켜들었다.

   

   그것은 주먹질이었다.

   

   특별할 거 하나 없는 단순한 주먹질 말이다.

   

   평범한 사람이 저리 손을 움직였다면 구경꾼들은 키득거리는 소리를 냈겠지.

   

   허나 저 주먹의 주인은 골렘이었다.

   

   압도적인 크기와 무게. 그리고 강도를 지닌 골렘 말이다.

   

   골렘이 지닌 특성은 저 단순한 주먹질을 재앙으로 만들어 냈으니.

   

   저기에는 내가 막아내기 버겁다는 생각이 들게 할 만한 위력이 담겨 있었다.

   

   허나 그를 받아내야 할 베네딕은 느긋했다.

   

   그는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버프를 받지도 않았다.

   

   검을 뽑아들지도 않았다.

   

   다만 팔을 쭉 뒤로 뻗어서 골렘의 주먹을 받아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는 누가 보더라도 기행에 가까웠다.

   

   아무리 베네딕의 덩치가 크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의 분류다.

   

   주먹의 크기만으로 자신을 짓누를 수 있는 거인의 주먹을 어찌 감당한단 말인가.

   

   그 모습은 마차를 가로 막는 사마귀와도 같았으니. 베네딕의 기세가 아무리 드높다 한들 그 결말은 분명해 보였다.

   

   허나 베네딕은 상식이라는 단어를 정면에서 부정해 버렸다.

   

   콰아아앙!

   

   골렘과 베네딕의 주먹이 마주함에 따라 충격이 일며 내 머리카락이 흩날린다.

   

   그 사이로 기이한 광경이 보였다.

   

   골렘의 팔이 부들거리고 있었다.

   

   종의 근본적인 격차를 알려주어야 할 주먹이 멈춰서 있었다.

   

   거기서 시선을 떼어내 반대편을 바라본다.

   

   주먹 속 그림자에 가려진 베네딕의 얼굴은 본다.

   

   자신의 주먹으로 골렘의 무게를 받아낸 그 얼굴에는 여전히 웃음이 스며 있었다.

   

   “이 정도인가!”

   

   여유롭게 무게를 견뎌내던 베네딕이 팔에 힘을 더한 순간 골렘의 주먹에 닿은 팔을 기점으로 해서 금이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돌멩이가 떨어진 초겨울의 얼음 호수마냥 빠르게 퍼져나간 금 사이에서 이윽고 불길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골렘의 팔이 본래의 형상을 잃고 무너져 내렸다.

   

   “무르구나! 물러! 겨우 이 정도로 기세를 드높였단 말이냐!”

   

   이성도 영혼도 없기에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골렘이 남은 팔을 베네딕을 향하여 내지른다.

   

   허나 그 결과는 이번에도 같았다.

   

   거인의 팔은 인간의 주먹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끝을 낼까.”

   

   중력을 따라 떨어지는 돌덩이를 살피던 베네딕은 그리 말을 하고는 위로 뛰어 올랐다.

   

   내딛을 때마다 쿵쿵 소리를 내는 육중한 갑옷을 입은 베네딕이거늘 돌덩이를 밟아가며 위로 향하는 그의 몸은 깃털처럼 가벼워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골렘의 머리가 있는 곳에 도달한 그는 발 디딜 곳 하나 없는 불안정한 자세에서 골렘의 핵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콰아아앙!

   

   폭탄이라도 터진 듯한 굉음이 지나간 후에 내가 보게 된 것은 무언가가 있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깔끔하게 비어버린 골렘의 가운데였다.

   

   힘을 잃고 쓰러지는 골렘보다 먼저 바닥에 착지한 베네딕은 흙먼지를 일으키는 골렘의 형상을 뒤로 한 채 내 쪽으로 고갤 돌리더니 보란 듯 어깨를 폈다.

   

   저러면서 내 쪽을 흘깃흘깃 보는 것이 아빠 대단해! 라는 말을 듣고 싶은 게 분명했다.

   

   베네딕이 뭔가를 모르네.

   

   원래 저런 건 하고 나서 별 일 아닌 것처럼 무덤덤하게 반응해야 진짜 멋있는 건데.

   

   저런 식으로 나 쩔지? 라는 티를 내면 칭찬하기가 싫어지잖아.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이 반골 심리.

   

   이것도 메스가키 스킬의 영향인걸까? 아님 단순히 나란 인간이 악질인걸까?

   

   대충 고민해본 결과 양 쪽 다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좋아. 무시하자.

   

   <베네딕이 자꾸만 그댈 바라본다만?>

   ‘알고 무시하는 거에요.’

   <…사춘기더냐?>

   ‘그런 건 아니지만. 음.’

   

   저 골렘을 맨 손으로 박살내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메네스테일 10층 보스가 기믹형 보스인 것은 사실이지만 녀석의 스펙은 어디까지나 10층 보스치고 말도 안 되게 단단한 수준이다.

   

   유저가 압도적인 스펙을 맞추고 나타나면 박살나야하는 운명이지.

   

   허나 그렇다 하여 베네딕이 대단하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있지는 않다.

   

   기믹을 무시하고 골렘을 때려잡기 위한 최저 스펙은 게임 속 캐릭터를 기준으로 100레벨 초반부.

   

   베네딕이 전력을 다하지도 않고 장난스레 골렘을 압도했단 걸 생각해보면 그보다 훨씬 더 강하다고 봐야겠지.

   

   이 인간 게임 후반부에 등장하는 NPC 수준이잖아.

   

   지금 시점에 등장해야 될 캐릭터가 아냐! 벨붕이라고 벨붕!

   

   야. 허접 주신. 그냥 나 말고 베네딕을 사도로 삼는 게 어떠냐?

   

   그게 더 낫지 않아?

   

   예쁜 거 말고는 잘난 게 없는 메스가키 꼬맹이보다는 듬직하고 멋진 중년 간지 기사님이 좋지 않냐 그거야.

   

   응?

   

   …으음.

   

   아무런 대답이 없네.

   

   역시 안 되나?

   

   하긴 우리 허접 주신님은 페도에 사디에 마조인 변태니까.

   

   젠장. 개허접 쓰레기 주신의 성벽이 조금 더 정상이었다면 내가 이렇게 구를 일도 없었을 텐데!

   

   속으로 농쭉에 미친 변태 주신을 욕하고 있으려니 어느새 내 옆으로 다가온 베네딕이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우와아. 부담스러워.

   

   알겠어요. 알겠다고요. 나데나데 해드리면 되잖아요!

   

   ‘와아! 베네딕! 정말 대단해요! 골렘을 찢어 놓으셨네요!’

   “뭐야. 바보 아버님. 저딴 깡통을 박살낸 정도로 대단하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 거야? 우와. 한심해.”

   

   아니. 야! 칭찬 정도는 제대로 해라 썩을 메스가키 스킬아!

   

   깔보듯이 이야기를 하니까 베네딕의 기가 죽었잖아!

   

   아아. 젠장. 알겠어. 나보고 직접 하라 그거지?

   

   하면 되잖아! 하면!

   

   “그래도 조금은 멋있었어. 한심한 파파♡치고는 말야.”

   

   필사적인 고민 끝에 번역되지 않을 만한 수위를 찾아낸 내가 칭찬의 말을 꺼내자 베네딕의 얼굴이 활짝 폈다.

   

   “그렇지? 이 파파 멋있었지?”

   

   여기가 던전이란 걸 잊어버린 듯 호들갑떠는 베네딕을 무시하기 위해 다른 생각을 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베네딕을 향한 매도가 튀어 나올 것 같아서 어쩔 수가 없었다.

   

   오전에 시작된 회의에서 전권을 지니게 된 내가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메네스테일 던전을 공략한 적이 있는 가에 대한 여부였다.

   

   만약 그 곳의 시스템을 이용해 바로 46층에 갈 수 있는 상황이라면 바로 대 카리아 전을 준비하면 되니까.

   

   게오르크 백작이야 당연히 던전의 끝을 본 사람이었고. 베네딕도 과거 던전의 끝을 본 적이 있다 이야기했다.

   

   ‘저는 메네스테일 던전을 공략해 본 일이 없습니다.’

   

   문제가 된 것은 요한이었다.

   

   교회의 성직자로써 평생토록 근무한 그다. 이런 험한 던전에 찾아 올 일이 있을 리가.

   

   큰 문제는 아니었다.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전력이 전력이었으니까.

   

   하나하나가 영웅이라 불려 마땅한 이들이다. 메네스테일의 던전을 공략하는 게 무어가 어렵겠는가.

   

   단순히 귀찮을 뿐.

   

   그래서 나는 하루는 46층까지 돌파한 후에 휴식을 취하고 다음 날에 카리아를 공략하자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고 나서 던전 공략을 어떻게 진행할 건지에 대한 회의를 시작했는데 이 회의는 점심이 지나기도 전에 끝나버리고 말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메네스테일 던전을 공략하며 문제가 될 여러 부분을 세 사람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었으니까.

   

   던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더위는 게오르크 백작의 마법으로 상쇄시킬 수 있다.

   

   덕분에 난 이들과 함께 진행을 하는 동안 단 한 번도 더움을 느낀 적이 없었다.

   

   던전에서 등장하는 여러 몬스터는 베네딕이 내뿜는 살기가 두려워 다가오지 않는다.

   

   그 때문에 우린 10층까지 내려오며 단 한 번의 전투도 경험하지 않을 수 있었다.

   

   가끔 가다 상처 입은 모험가를 만나더라도 요한의 손짓 한 번이면 완벽히 치유가 되니 시간을 끌 까닭이 없었다.

   

   상황이 이랬으니 난 다른 모든 요소를 무시하고 최단 루트를 짜기만 하면 됐다.

   

   보스전? 이만한 전력이 모였는데 그게 문제가 되겠냐?

   

   기믹이고 뭐고 간에 등장하는 순간 딜찍누로 사라져 버린다고.

   

   방금 전 그 골렘처럼!

   

   이건 버스가 아니었다.

   

   버스 따위와 비교하는 건 이 사람들한테 실례였다.

   

   그보다는 기차, 아니 비행기.

   

   나는 비행기의 승객이고 이 사람들은 비행기를 이끄는 기장님들이었다.

   

   다만 한 가지 불만스러운 점이 있긴 했다.

   

   이 비행기 승차감이 너무 별로야.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라 물리적인 의미에서.

   

   “자. 루시. 어서 가자꾸나. 갈 길이 머니 빠르게 움직여야지.”

   

   딴 생각을 하던 중 호들갑을 끝마친 베네딕이 나를 안아 들더니 자신의 어깨 위에 앉혔다.

   

   그래. 과거 아카데미 던전에서 내가 다른 사람을 어깨에 얹고 내달렸듯 이번 던전 공략에서는 베네딕이 나를 안고서 내달리고 있다.

   

   나도 처음부터 이럴 생각은 아니었다.

   

   내가 지금까지 훈련해온 게 있는데 내 발로 뛰어서 이 뒤를 붙잡을 생각이었지.

   

   허나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게 내 오만이었음을 깨달았다.

   

   지금 내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도 좋지 않은 건데. 애초에 다른 인간들 스펙이 너무 높아서 어쩔 수가 없더라.

   

   그래서 반 강제로 짐덩이가 된 나는 베네딕의 어깨에 업혀야만 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게 제일 효율적이었으니까 어쩔 수가 없었다.

   

   여기에 매달린 채 던전 아래로 내려오면서 옛 성현의 말씀은 틀린 게 없다는 걸 깨우쳤어.

   

   역지사지라고 하던가?

   

   업는 입장일 때는 몰랐는데 짐덩이가 되니까 이 고충을 이해할 수 있더라.

   

   미안해! 비시! 페이비!

   

   혹시나 다음 번에 비슷한 일이 생긴다면 최대한 너희들을 배려해 줄게!

   

   “그럼 가자꾸나! 루시!”

   

   으에에에엑.

   

   누가 나 좀 살려줘어어어.

   

   *

   

   메네스테일 던전의 46층에 도달하는 데에 걸린 시간은 단 6시간이면 충분했다.

   

   이것도 나를 배려해서 어느 정도 여유를 둔 거라는 게 지금 이 파티의 괴물 같음을 증명했다.

   

   베네딕은 여전히 쌩쌩했고,

   

   요한 주교는 오랜만에 운동다운 운동을 하는 것 같다며 좋아했으며,

   

   던전 공략에 익숙한 게오르크 백작도 별 힘든 기색을 비치지 않았으니까.

   

   “자아. 그러면 돌아가서 쉬자꾸나.”

   

   베네딕의 선언을 들은 나는 속으로 환호성을 내질렀다.

   

   드디어 이 지옥 같은 공략도 끝이다!

   

   흐아악. 진짜 여태까지 던전 공략했던 것 중에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

   

   몸 상태만 좋았어도 좀 더 나았을 텐데.

   

   그래도 괜찮아. 이제 숙소에 돌아가서 편하게 쉬면되거든.

   

   내일은 카리아만 공략하면 되니까 이렇게 급하게 움직일 이유도 없…

   

   – 띠링.

   

   시스템의 알림음이 울렸다.

   

   그를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들려던 순간.

   

   갑자기 내 앞에 있던 베네딕이 팔을 휘둘렀다.

   

   에? 뭐야?

   

   상황을 이해하기도 전에 타격음이 귓가를 스치고 단검을 교차한 채 뒤로 밀려나는 여인의 형상이 보였다.

   

   카리아의 무감정한 눈빛은 베네딕을 지나쳐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베네딕 익스프레스!

당신의 잘못을 즉시 참회하게 만들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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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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