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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7

       “환영 인사 치고는 과격하네요.”

         

       아스모데우스가 말했다. 정면에 있음에도,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옆에서 속삭이는 것처럼 들렸다.

         

       “내가 못 피했으면 어쩔 뻔했어요.”

        “인사를 받고 싶었으면 애초에 마물들을 소환하지 말았어야지.”

        “그렇게 따지면 당신도 인간들을 거하게 끌고 왔잖아요. 나도 나름 마왕인데, 구색은 갖춰야하지 않겠어요?”

         

       아스모데우스가 새침한 미소를 지었다.

         

       “근데, 내가 여기 올 줄 알고 있었나요?”

       “대충은.”

       

       마력은 충분하다.

         

       “당신이 나를 이렇게 고평가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 인간들을 저렇게 많이 끌고 왔을 줄이야. 이럴 줄 알았더라면 나도 뭐라도 준비했을텐데 말이죠.”

       “그럴 필요 없어.”

       “……왜죠?”

       “저 사람들은 널 막으려고 불러모은 게 아니니까.”

         

       아스모데우스는 고개를 기웃거렸다.

         

       “……그럼 누구를……?”

         

       아스모데우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올리비아를 보았다. 마안을 이용하여 속내를 읽기 위함이었지만, 역시나 통하지 않았다. 아스모데우스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확실히, 당신은 인간 치고는 이상해요. 환혹의 마안이 통하질 않는 것도 그렇고, 마신께서 강림하시는 걸 기절한 상태에서 버텨낸 것도 그렇고. 정말 여신의 가호라도 받은거에요?”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아스모데우스는 뚱한 눈으로 올리비아를 보았다.

         

       아스모데우스는 내심 올리비아를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여태껏 만났던 그 누구보다 강한 인간. 심지어는 몇 달 전 서열전에서 만났던 전대 마왕조차도 올리비아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해.’

         

       턱 없이 부족하다. 작금의 아스모데우스는 불사의 수준을 뛰어넘어, 불멸의 화신이 되었다.

         

       아무리 두 계열의 진리에 도달한 초월자이고, 내로라하는 강자들을 모아왔다고 한들, 달라지는 것은 없다.

         

       올리비아는 자신을 이길 수 없다.

         

       ‘최대한 오래 버텨줬으면 좋겠는데.’

         

       결국 전투는 올리비아가 망가지는 순간 끝나버릴테니까.

         

       물론 올리비아는 쉽게 망가지지 않을 것이다. 마신의 강림을 이겨낼 수 있을 정도로 강대한 정신력을 가진 것은 분명 사실이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아스모데우스의 손끝에는 가느다란 떨림이 있었다. 마침내 고대하던 순간이 찾아왔다는 것에 의한 흥분이었다.

         

       여태껏 많이 참았다. 그러니 이제는 수확할 시간이다.

         

       아스모데우스의 눈동자에 질척질척한 감정이 더해졌다.

         

       [선행 퀘스트(2) – ‘한 명도 죽게 내버려두지 않겠다’를 클리어했습니다!]

         

       올리비아는 시선 위에 떠오른 알림창을 응시했다.

         

       마왕이 강림하기 전까지 회귀자 15인이 전부 살아있다면 성공하는 퀘스트. 곧이어 보상이 쏟아졌지만, 올리비아는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했다.

         

       무작위 회차의 기억 각인이니, 세 번째 선행 퀘스트 개방이니…….

         

       어차피, 메인퀘스트가 뭔지 대충 가락이 잡힌 지금에야, 별 의미 없는 것들이었다.

         

       [올리비아. 난 지금부터 뭐 하면 되냐?]

         

       어디선가 아우렐리아의 의념이 들려왔다. 다른 회귀자들이 악마와 마물들과의 전투에 정신이 팔린 와중에도, 아우렐리아만큼은 또렷한 시선으로 올리비아를 보고 있었다.

         

       올리비아는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가서 리브가 좀 도와줘.]

       [너는?]

       [알잖아. 지금은 내가 혼자 싸우는 편이 가장 좋다는 거.]

         

       잠시 아우렐리아의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대답을 망설이는 것이리라.

         

       [……그래. 너 알아서 해라.]

       [고마워.]

       [근데, 다른 애들이 너 도와주러 간다는 것까지는 안 막을 거다.]

         

       체념한 듯한 말투. 약간 화가 난 것 같기도 했다.

         

       “…….”

         

       올리비아는 말없이 미소를 유지했다.

         

       [……간다.]

         

       짧은 대답 뒤에, 아우렐리아의 모습이 사라졌다. 다음 순간, 전장 한 가운데에 고대의 거신이 나타나 마물들을 덮쳤다.

         

       그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던 아스모데우스가 물었다.

         

       “저 사람은 어떻게 데려온거에요?”

       “왜. 네가 못했던 걸 내가 하니까 부러워?”

         

       돌아온 대답에 아스모데우스는 조용히 웃었다. 하지만 눈매는 방금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나워져 있었다.

         

       “맞아요.”

         

       순식간에 하늘이 어두워졌다. 마치 마계처럼. 보이는 것이라고는 오직 아스모데우스의 붉은 눈동자 뿐이었다.

         

       “예전부터 노리고 있었던 인간이었거든요.”

         

       올리비아는 아스모데우스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작금의 아우렐리아는 ‘대주술사’였지만, 본래 그녀의 이명은 ‘대마녀’였다. 그리고 그녀가 대마녀라고 불렸던 이유는.

         

       ‘아스모데우스와 계약했었기 때문이지.’

         

       물론 공정한 계약은 아니었다. 힘으로 겁박하여 강제로 이루어낸 불공정 계약.

         

       아우렐리아가 마녀임에도 악마들에게 증오심을 가진 것도, 일체의 망설임 없이 악마들을 배신할 수 있었던 것도, 전부 그런 뒷사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취를 감췄길래 잊고 있었는데,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

       

       노골적인 시선을 느꼈는지 아우렐리아가 고개를 돌려 아스모데우스를 응시했다. 다음 순간, 쭉 뻗은 주먹에서 가운데 손가락이 불쑥 일어난다.

         

       다시금 의념이 들려왔다.

         

       [빨리 죽여. 저 새끼 꼴도 보기 싫으니까.]

         

       그 의념은, 단순히 올리비아만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아우렐리아는 고의적으로 의념을 두 갈래로 나누어 쏘아보냈다.

         

       잠시 버퍼링이 걸린 것처럼 굳어 있던 아스모데우스는 십여 초가 흐른 후에야 입을 열었다.

         

       “……감히. 일개 필멸자 따위가 나를 능멸해……?”

         

       츠츠츠츠츠츳!

         

       순간적으로 엄청난 살기가 솟아오르며 하늘을 짓눌렀다. 기도문을 외우던 사제들은 코와 눈에서 피를 흘리며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졌다. 

         

       더 이상 시간을 끌 수는 없었다.

       

       준비는 끝났다.

         

       [초월 마법, ‘이중 융합’을 사용합니다.]

         

       [융합 원소 : 뇌류(雷流), 빙정(氷晶)]

         

       촤륵!

         

       올리비아의 양쪽 어깻죽지에서 푸른 날개가 치솟았다. 그건 올리비아의 의지를 따라, 점점 크기를 키워가며 활짝 펼쳐졌다.

         

       [초월 마법, 천익(天翼)]

         

       등 뒤의 날개에서 얼음 조각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날개가 펄럭일 때마다 깃털이 하늘을 수놓았다.

         

       파지지지직!

       

       올리비아의 마법이 아스모데우스를 감싸고 있던 마기를 꿰뚫었다. 가슴이 꿰뚫린 아스모데우스의 육신이 뒤로 밀려났다.

         

       연기가 걷힌 순간, 아스모데우스의 가슴팍에 뻥 뚫려 있던 구멍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다. 핏물로 붉게 물든 입술만이, 그녀가 직전까지 상처를 입었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래. 그쪽이 먼저였었죠.”

       

       아스모데우스의 눈이 얇아졌다. 심장이 꿰뚫리는 감각에 순간 오싹함을 느꼈지만, 고통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영겁을 살아오며 감각이 무뎌졌기 때문이다.

         

       “올리비아.”

         

       아스모데우스가 입꼬리를 치켜올리며 말했다. 그녀를 휘감고 있던 마기가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올리비아와 아스모데우스 사이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콰르르르르!

         

       사방에 흩뿌려진 깃털에 어마어마한 마력이 깃들었다. 아스모데우스의 마기로 만들어진 먹구름이 파들거리며 떨렸다.

         

       허공에서 나풀거리는 마력사 수백 가닥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쏘아지면서 올리비아가 흩뿌린 깃털 모두와 연결된 순간.

         

       번쩍!

         

       먹구름이 일제히 부숴지며, 거대한 빛의 기둥이 아스모데우스를 덮쳤다.

         

       쩌저저저저저적!

         

       일 초에 수십 번 꼴로 쏟아지는 강렬한 뇌전. 아스모데우스가 발버둥칠 때마다, 깃털들이 신묘하게 위치를 변환해가며 속박 술식을 유지한다.

         

       상황에 따라 유기적으로 술식을 변화하는 봉인진. 모든 깃털에 대마법 수준의 마력을 부여했기에 가능한 기행이었다.

         

       꽤나 공을 들인 마법임에도 불구하고, 아스모데우스가 가볍게 몸을 뒤트는 것만으로도 마력사들이 덩어리채로 끊겨 나간다.

         

       번쩍이는 뇌전 너머에서, 올리비아는 아스모데우스의 움직임을 살폈다. 쉴새없이 쏟아지는 뇌전에 아스모데우스의 육신은 흔적도 남기지 못했다. 살점 하나, 심지어는 약간의 마기조차 남지 않았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사방으로 기감을 퍼뜨렸다.

         

       다음 순간 목덜미가 서늘해짐과 동시에, 살기가 감지되고.

         

       촤악!

         

       인지 바깥에서 쏘아진 검붉은 마기가 올리비아의 몸을 집어삼켰다.

         

       마왕의 마기는 그 자체로 부패와 부식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저 마기에 닿는 순간, 몸이 갈기갈기 찢기는 동시에 썩어들어갈 것이다.

         

       “잡았다.”

         

       아스모데우스가 올리비아의 실드 안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녀의 육체는 실시간으로 재구성되고 있었다.

         

       치이이익……!

         

       아스모데우스의 마기와 맞닿은 실드가 속절없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단순히 몇 번 중첩시키는 걸로는 어림도 없다는 건가.

         

       예상보다 훨씬 강력한 마기에 올리비아가 희미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아하핫……!”

       

       아스모데우스는 키득거리며 웃었다. 실시간으로 몸이 전류에 지져지는 와중에도, 그녀는 조금의 고통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섬뜩한 소리와 함께, 아스모데우스의 날카로운 손톱이 올리비아의 몸을 관통하려는 순간.

         

       촤아아악!

         

       어디선가 검격이 쏘아지며, 간발의 차로 그 모든 공격을 흘려보낸다.

         

       “미안하다. 올리비아.”

       

       전장의 분위기와는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 고요한 목소리.

       

       “내가 너무 늦었군.”

         

       그의 손에 들린 무기를 확인한 올리비아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지 말라니까…….”

       

       허공을 딛고 서 있을 정도로 높은 경지의 소유자이자, 마왕이 뿜어내는 마기를 정면에서 받아낼 수 있을 정도로 강한 검사.

         

       검성, 키엘 로트실드가 올리비아를 지원하기 위해 나타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Ilham Senjaya님!!!!!!!!!

    -뚜알기가 조아님 1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이게 벌써 몇번째 후원이신지요…..! 꾸준한 후원 항상 감사드립니다!!
    완결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그때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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