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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7

       오랜만에 바라는 것을 찾아두는 두루마리를 펼쳤다.

       

       머릿속에 그리는 것은 여전히 기억 속에 남은 은인이었다.

       

       워낙에 험상궂게 생겨 마주치는 것만으로 어린 아이를 울리던 얼굴과 곰과 같이 서있으면 누가 인간인지 구분하기 어렵던 덩치.

       

       그런 주제에 하는 말이나 행동은 허술한 부분이 있어서 영감탱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던 노인.

       

       그 자가 있는 위치를 찾아내고 싶다고 마음속으로 바라자 지도 위에 글자가 떠올랐다.

       

       서령산. 이 곳이 어딘지는 알지.

       

       무림 구석에 처박혀 있는 자그마한 산의 이름이지 않더냐.

       

       본인이 한 때 은거했던 적이 있는 장소이자 본인과 혈교의 질긴 악연이 시작되었던 장소.

       

       은인은 그 곳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건가. 확실히 그 곳이 은거하기에 적당한 곳이긴 하지.

       

       정파의 세력이 도저히 닿을 수 없는 거리에 있는 데다 워낙에 구석지고 척박한 곳에 있는 산이라 사파도 굳이 발길을 들이지 않는 곳.

       

       가끔가다 비슷한 생각을 한 범죄자나 기인들이 숨어드는 게 아니라면 사람을 만날 일이 드문 장소지.

       

       그만큼이나 할 일이 없어서 무공의 수련과 연구에 몰두할 수 있단 것도 좋은 점이다.

       

       본인이 하늘에 한 번 닿아보겠다고 난리를 쳤던 것도 저 곳에 머무를 적에 할 일이 없어서였으니.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삶이었다고 생각한다.

       

       혈교가 이 산에서 수작을 부리려 한 것만 아니었어도 계속 그 곳에 머물렀겠지.

       

       게임상의 지도를 펼쳐 서령산의 이름을 찾아낸 나는 근처의 이동가능한 지역이 어디에 있나를 확인했다.

       

       제일 가까운 것은 산 근방에 있는 자그마한 마을이구나.

       

       사람의 모습을 한 채로 기다리고 있는 바루에게 손을 내밀자 그녀가 내 손을 붙잡았다.

       

       빛과 함께 우리가 이동한 장소는 적막한 마을의 풍경이었다.

       

       사람이 살고 있는 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조용한 초가집으로 이루어진 마을의 모습은 무척 기이했다.

       

       지금이 그리 늦은 시간도 아니거늘 마을이 이리 조용할 수가 있는 것인가?

       

       “이 마을은 오래 전에 망한 것일까?”

       

       바루도 주변을 둘러보다 이상함을 눈치 채고 고갤 갸웃거리다 지팡이로 땅을 내리 찍었다.

       

       그러자 그녀의 주변으로 바람이 불어왔다.

       

       바루가 한 쪽 눈을 슬며시 내렸다.

       

       “…혈기가 느껴지는구나.”

       

       벌써 이 곳에 혈교가 수작을 부리고 있다고?

       

       아직은 백화령이 신교에서 도망쳐나오기도 전이지 않나.

       

       혈교가 여기에 무언갈 하기엔 이른 시간일 터인데.

       

       그리 생각은 했지만 신령인 바루가 기운을 느끼는 데서 실수를 할 리가 없었다.

       

       앞서 걸어가는 바루를 뒤따라가니 마을에서 창고로 쓰고 있는 듯한 건물이 나왔다.

       

       창고의 문이 닫혀있음에도 냄새가 날 정도로 그 안에서 느껴지는 혈향이 짙었다.

       

       바루의 앞으로 나서 창고의 문을 열자 그 안에 피로 그려진 진법을 볼 수 있었다.

       

       그 형태는 본인이 이전에 화산에서 보았던 것과 무척이나 비슷했다.

       

       산의 생명을 빨아들이는 혈법. 그것이 이 곳에 설치되어 있는 것이다.

       

       그 빌어먹을 것이 이 세상에서는 왜 그리도 부지런한 것인지.

       

       여러 외부인들이 그에게 협력을 한 영향인 건가.

       

       은인은 이것을 알고 있을까?

       

       그 노친네가 이 산을 자신의 은거지로 정한 채 살고 있었다면 혈교가 수작을 부리는 것을 모를 리는 없지.

       

       그 인간의 성격을 생각해 본다면 알고서도 내버려 두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어지간해서는 세상일에 개입을 하지 않겠다 마음을 먹은 노친네니까.

       

       내가 죽을 위험에 빠졌을 적에 개입을 했던 것도 어디까지나 본인이 천마신공을 다루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죽게 내버려 두었을 것이라고 노친네가 직접 말을 했었던 것을 난 기억했다.

       

       이 세상에 노친네는 내가 알던 시절보다도 더 나이를 먹었을 터인데 어찌 달라진 것이 없구나.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혈교가 수작을 부리기 전에 내가 이 산에 방문했다는 것일까.

       

       일단 그 노친네가 무얼 하고 있는 지부터 보러 가야겠구나.

       

       걱정은 되지 않는다.

       

       이 무림에서 은인보다 강한 자는 몇 되지 않으니까.

       

       지금의 혈교주가 직접 이 곳에 당도한다 한들 그 노친네에게 위협을 줄 수 있을까?

       

       아마 어려울 것이다. 지난번 화산에서 혈교주와 만났을 땐 아직 그 정도 수준에 오르지 못한 것처럼 보였으니까.

       

       혼자 틀어 박혀서 무공의 수련을 하고 있을 노친네를 만나게 되면 한 소리를 해주어야겠구나.

       

       세상일에 관심을 좀 가지라고 말이다.

       

       사는 곳에 벌레가 들어오면 잡아 죽일 생각을 해야지.

       

       귀찮다고 벌레를 내버려 두면 어쩌잔 것이냐.

       

       “거기 뭐하고 있지?”

       

       날 부르는 소리에 등을 돌리자 안면이 있는 얼굴이 그 곳에 서 있었다.

       

       이전에 나를 자신의 문파로 끌어들이려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힘으로 협박을 하려 한 멍청이.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할 가치도 없는 놈이었으니까.

       

       다만 이 놈에 관해 기억하는 게 하나가 있다.

       

       이 놈팽이가 외부인임과 동시에 혈교와 관계가 있는 인물이라는 것.

       

       갑작스러운 침입자를 확인하러 온 것이더냐?

       

       “오랜만이구나.”

       “…당신이 왜 여기에.”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기를 바란다. 그대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한 둘이 아니라서 말이다.”

       

       그리 말을 하며 남자에게 다가가자 남자가 다급히 구슬 비스무리한 것을 꺼내더니 바닥에다 던졌다.

       

       그러자 구슬의 안에 뭉쳐있던 진한 혈기가 주변으로 퍼져 나가더니 고요하던 마을에 여러 개의 기척이 생겨났다.

       

       강시의 역겨운 냄새를 느낀 나는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저깟 강시로 본인을 막을 수 있다 생각하는가?”

       “당연히 안하지!”

       

       남자는 그리 말을 하고는 등을 돌려서 달아나려 했지만 그 움직임이 너무도 어설펐다.

       

       도주하겠다고 무작정 등을 보여서야 쓰나.

       

       도망을 칠 때도 눈치를 잘 봐야지.

       

       본인이 검을 한 번 휘두르자 남자의 발목이 잘려 나가며 남자가 중심을 잃어버렸다.

       

       두 번 검을 휘두르자 팔 한 쪽이 날아갔고, 세 번 검을 휘두르자 남자는 완전히 불구가 되어버렸다.

       

       자아.

       

       발을 잃어 도망을 칠 수 없고 손을 잃어버려 기능창을 조작하지 못하니 이제 그대에게 도망칠 수단은 없다.

       

       상처가 상처라 머잖아 죽겠지만 정보를 캐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지.

       

       그리 생각을 하며 남자에게 다가가려던 순간 남자의 몸이 사라져 버렸다.

       

       게임에서 나간 것이다.

       

       허어. 손이 없는데 어찌 기능창을 조작한 것이지?

       

       본인이 모르는 방법이 있는 것인가?

       

       잘은 모르겠지만 로그아웃이라는 기능은 무척이나 치사하구나.

       

       눈앞에서 먹잇감을 놓쳐버린 난 이 곳으로 달려오고 있는 강시들의 기운을 느끼며 바루에게 말을 걸었다.

       

       “바루야. 미안하다만 본인에 관한 이야기는 일이 끝나고 나서 하도록 하마.”

       “마음대로 해라. 말했던 것처럼 시간은 넘쳐나니 말이다.”

       

       바루는 그리 말을 하고는 다시 여우로 변해 내 어깨위에 올라탔다.

       

       저 멀리서 뛰듯이 달려 온 강시의 사지를 검을 휘두름으로써 날려 버렸다.

       

       이 곳의 강시는 마을 사람들을 이용해 만든 것인 듯 그리 질이 높지 못했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강시를 상대하는 것은 단순한 작업에 불과하겠구나.

       

       “꽉 잡고 있거라. 조금 속도를 낼 터이니.”

       

       *

       

       화령에게서 탈출하기 위해 다급히 로그아웃을 한 도윤은 자신이 차고 있던 VR기기를 벗어 아무렇게나 내던져 버렸다.

       

       씨발. 진짜 더럽게 강하네.

       

       분명 내공이 내가 더 많을 텐데 왜 이렇게 압도적인 거야.

       

       깨달음이니 이치니 하는 게 뭐 그리 중요하다고.

       

       RPG면 RPG답게 스펙 높은 쪽이 이겨야 하는 거 아니냐.

       

       얼굴을 쓸어내리며 그리 투덜거리던 도윤은 스마트 폰을 열어 문파 톡방에 소식을 전했다.

       

       – ㅁㅊ. 화령 떴다.

       – ㅇ?

       – ㅈㄹ.

       – 화산에서 유유자적하던 그 인간이 왜 여기 옴.

       – ㄹㅇ. 방송 끄고 쉴 타이밍인데 이 구석진 데 올 리가 없잖아.

       – 베르단님. 거짓말도 그럴 듯 해야 믿죠.

       

       그 누구도 도윤이 하는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이 척박한 곳에 화령이 올 이유가 없다 생각한 것이다.

       

       농담하지 말라며 타박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화가 난 도윤은 분노를 담아 꾹꾹 스마트폰을 눌렀다.

       

       – 아. 씨발. 진짜라니까?

       – <화령이 찍힌 스크린 샷.>

       – 이게 왜 진짜임?

       – 이 구석진 데 뭐 볼 게 있다고 쳐들어 온 거야.

       – 문주한테 연락함? 진짜 비상인데?

       – 씨이발.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인데 지랄났네.

       

       그러게나 말이다. 이제 며칠만 있으면 이 산에서 하는 작업도 끝나는 데 왜 갑자기 화령이 나타난 걸까.

       

       화령이 이 산에 올 이유가 있나?

       

       – 천마신공 쓰는 새끼들은 왜 하나 같이 혈교를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지?

       – 여한산쪽에서 일 벌이던 것도 천마가 강림하는 바람에 날라갔었잖아.

       – 현장에 있었는데 천마가 마교 새끼들 이끌고 쳐들어 오니까 재앙이 따로 없었음.

       – 거기 있던 NPC랑 강시랑 다 날라갔었지?

       – ㅇㅇ. 그걸로도 모자라서 마교가 그 근처 구역 다 뒤지고 다니면서 박살내고 있음.

       

       혈사파의 문파원들은 저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른 데서 고생했던 이야기를 꺼내며 한탄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이 그럴 때냐?!

       

       화령을 어떻게 내쫓을 지를 고민해야 하는 거 아냐?!

       

       – 지금 예전에 고생한 이야기 할 때야?! 비상이라니까?!

       – 우리가 뭐 어캄.

       – ㄹㅇ. 천마랑 삐까드는 화령인데 대처가 됨?

       – 지난번에 싸워 봤는데 우리가 어쩐다고 막을 수 있는 사람 아님.

       – 그 때 혈교주도 발렸는데 뭐.

       그건… 그렇지.

       

       화령은 혈사파의 사람들이 다 같이 달려들어도 이길 수 없는 재앙이었다.

       

       그들이 무슨 대책을 내놓는다 해서 해결 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전에 혼자서 화령을 상대하려 했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쳐발렸던 도윤은 그들의 이야기에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 그냥 천재지변이 왔다 생각하고 곱게 뒤져야지.

       – 화령 여기 온 것도 천마가 알려준 거 아냐?

       – 진짜 그런거면 씹년이 따로 없네.

       

       천마? 천마가 왜 갑자기 여기서 튀어나와?

       

       도윤은 문파원들이 떠드는 걸 보고 고갤 갸웃거렸지만 질문을 하진 못했다.

       

       이 자리에 가장 필요했던 인물이 등장했으니까.

       

       – 화령 왔다고?

       – 문주 왔네.

       – 지금 산 아래 마을에 떴어.

       – 지역 이동 되는 거기?

       – ㅇㅇ

       – ㄱㄷ. 혈교주한테 물어보고 올게.

       – 혈교주 여기 없지 않나?

       

       한 문파원의 물음에 도윤도 고갤 끄덕였다.

       

       지금 바로 혈교주랑 소통이 가능한가?

       

       혈교주는 다른 곳에서 일을 처리하는 중이었을 텐데?

       

       – 내가 말 안해줬나? 혈교주 이 산에 있음.

       – ?

       – ???

       – ?

       – 문주. 뭔 개소리야?

       – 여기 은거하던 무인이 한 명이 진법 치고 신령을 지키고 있어서 그거 뚫는다고 여기서 이것저것 하고 있음.

       – 처음 듣는데.

       – 나도.

       – 이 산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고?

       

       혈사파의 간부 중 하나인 도윤도 지금 문주가 하는 이야긴 처음 듣는 내용이었다.

       

       아니. 그런 중요한 이야기를 왜 우리한테 안 해준 거야?

       

       도윤이 당혹감에 눈을 끔벅이는 동안에도 톡방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 근데 혈교주가 있으면 뭐해? 화령한테 발리잖아.

       – 맞아. 저번에 화산에서 암 것도 못했었어.

       – 그 때랑은 좀 다르지. 몇 군데 혈진 펼쳐서 생기 빨아먹었잖아. 많이 강해졌을 걸?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개인 사정 때문에 지각을 해버렸습니다!

    다음 번엔 이런 일이 없도록 주의하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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