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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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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신은 여신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인간이 관찰할 수 없는 영역 너머까지 관찰할 수 있는 시선은 ‘개념’까지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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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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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떠한 진실도 들여다볼 수 있는 지고한 시선이 마주하게 된 건… 트레이닝복 차림을 한 여자가 따끈한 장판이 틀어진 이불 속에 콕 박혀 낄낄거리며 과자를 먹는 모습이었다. 한 손에는 납작한 전자기기가 들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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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작,와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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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자 칩이 부서지는 소리를 ASMR처럼 멍하니 듣던 중 정신이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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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지금 뭘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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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면을 마주하게 된 건 맞지만 그대로 굳어버릴 정도로 충격적인 일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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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일 하나하나에 충격을 받기엔 그의 격이 너무나 지고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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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그가 또다시 격이 강제로 끌어내려져 인간 정도의 격을 가지게 된 것처럼 행동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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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인간이 개 껌을 먹고 있는 개를 보고 ‘부럽다! 나도 저런 간식이 있었다면 땅에 묻어 숨겨둘 텐데..’ 따위의 생각을 하다가 번뜩 정신을 차리니 네 발로 바닥을 달리던 상황이나 다를 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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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격을 넘어 수치와 공포를 느낄 정도의 무서운 공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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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신은 정신 방벽이 단단해 수치나 공포보단 경계심이 한껏 치솟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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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이 정도의 격을 가진 존재가 어찌 이리 쉽게 강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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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금 전에 가졌던 의문을 재차 떠올리며 본체의 힘을 더 끌어오기 위해 차원을 억지로 찢어버리기 시작했다. 통통한 묵이 날카로운 젓가락질에 잘려 나가는 것처럼 차원의 벽이 순식간에 찢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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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찢어진 차원 너머로 제 존재의 일부를 밀어 넣어 본체와 연결하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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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그럼 오늘도 힘차고! 즐겁게!”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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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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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재는 눈이 아플 정도로 밝은 방송 세트장 게스트석에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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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무슨 -…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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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툭 튀어나온 목소리에 당황하며 제 몸을 내려다보았다. 검은색과 보라색이 적절하게 섞인 셔츠와 뭔가 주렁주렁 달린 벨트와 하네스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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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요한 건 그가 어떤 복장을 하고 있는지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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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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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의 격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육체를 아무런 대가도 없이 얻게 된 것도, 인지하지 못할 속도로 바뀐 주변의 풍경도 존재의 경계심을 한껏 끌어올리기 충분했다. 눈을 가늘게 뜬 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자 주변을 둘러보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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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오늘의 게스트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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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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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더니 그의 머리 위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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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의 병이 39살까지 유지될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중2병에서 벗어나지 못한 남자! 운명의 데스티니! 어둠의 다크니스! 라는 대사로 유명해진 마왕 선생님을 모셨습니다!”
    ““와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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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함께 박수 소리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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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이 남이 만든 무대 위에서 광대가 될 필요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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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신은 곧바로 제힘을 끌어내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려 했다. 아득한 격을 품은 힘을 육체 밖으로 끌어내려는 순간, 어느 한 곳으로 힘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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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큭…! 이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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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른팔에 감긴 새하얀 붕대가 게걸스럽게 외신의 힘을 삼켜댔다. 끌어다 쓰지 않은 힘까지 탐욕스럽게 삼키는 것에 당황한 외신이 오른팔을 덥석 붙잡자 MC가 감탄 섞인 어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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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오른팔의 봉! 인! 이라는 거군요! 이야! 직접 보는 건 처음인데 굉장히 인상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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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신은 졸지에 중2병에 깊이 심취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이에 욱하여 반사적으로 소리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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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히 인간 따위가…!”
    “오오오! 24년 경력자는 포스부터 다르군요! 자, 그럼 다음 게스트를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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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신의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개싸움이 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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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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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시각 리안은 지하 어딘가의 바닥을 뒹굴며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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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으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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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욱씬거리는 등을 문지르며 고개를 들자 작은 돌조각과 돌가루가 떨어져 내렸다. 손을 들어 머리를 털어내며 차마 입으로 뱉어내지 못한 욕설을 속으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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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본 없는 네코메이드같으니라고… 도와주러 왔다고 했으면서 바닥은 왜 무너뜨리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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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신의 방해가 사라진 지금이 마왕성을 탈출할 절호의 찬스였기에 미친 듯이 마왕성 바깥으로 달렸다. 막 본성에서 벗어나려는 순간 바닥이 와르르 무너져내려 끝을 알 수 없는 검은 구덩이에 빠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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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출을 코앞에 두고 떨어진 것도 어이없는 와중에 우연이 아니라는 걸 강조하려는 것처럼 분홍색으로 반짝거리는 이펙트가 시야를 가렸다. 이런 화려한 효과가 담긴 공격을 사용할 수 있는 건 개그 세계의 신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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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멀리서 “에헷, 실수!” 따위를 혀짧은 소리로 외치고 있을 여신의 뻔뻔한 모습을 상상하자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빠르게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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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 세계에선 특정 무언가를 격하게 거부하고 욕설을 내뱉을수록 더 심하게 엮이기에 생존을 위해서라도 여신에 대한 생각은 털어버리는 게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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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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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를 털어버리자 좁아져 있던 시야가 트여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있는 제스의 모습이 들어왔다. 황급히 곁으로 다가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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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바바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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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가 물기를 털어내는 개처럼 몸을 마구 털어 몸에 붙은 돌조각과 가루를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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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괜찮구나?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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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돌가루와 돌조각으로 엉망이 된 머리를 털어내며 안도감에 슬며시 미소 지었다. 뒤늦게 자신이 털어낸 돌조각이 리안에게 다 튀었다는 걸 알아차린 제스가 입을 헤 벌린 채 귀를 축 늘어뜨리고 울먹이는 표정을 지으며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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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괜찮 -.. 커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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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가 한 마리의 들소처럼 달려드는 바람에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던 리안의 몸이 다시 땅바닥을 굴렀다. 제스는 리안의 위에 올라타 잔뜩 시무룩한 표정으로 리안의 몸에 붙어있는 돌조각을 전부 떼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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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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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아지가 낑낑거리는 소리와 흡사한 귀여운 소리에 리안의 표정이 자연스럽게 풀어졌다. 손을 들어 슥슥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시무룩하게 풀린 표정이 빠르게 원래의 색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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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아, 괜찮아. 그보다 여기가 어디인지부터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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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에 제스가 고개를 빠르게 팔랑팔랑 끄덕이더니 제 위에서 비켜주었다.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나 주변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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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긴… 어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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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혼 상태로 마왕성을 제집처럼 돌아다니며 비밀 통로란 통로는 전부 찾아냈던 리안 조차 처음 보는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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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한 갈색에 가까운 특징 없는 벽돌로 이뤄진 통로가 앞뒤로 끝도 없이 길게 이어졌다. 벽에 휏대가 고정되어 있었지만 작동하지 않아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빛 빼고는 전부 어둠에 잠겨있어 길이 얼마나 길게 이어지는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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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위로 나가서 -… 그러기엔 너무 깊이 떨어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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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개를 들어 위쪽을 보지 못해도 60m 아래로 떨어진 듯 무너진 구멍이 작게 보였다. 올라가려 한다면 못 할 것도 없지만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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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 혹시 여기가 어디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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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나 제스가 미리 조사해왔던 정보 속에 이곳에 대한 정보가 있을까 싶어 질문을 입에 담는 것과 동시에, 어둠 속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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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끝을 흐리며 기척이 느껴지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제스가 귀와 꼬리를 세운 채 매섭게 기척이 느껴진 곳을 노려보고 있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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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벅터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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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도적으로 발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기척이 어딘가 매우 익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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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이거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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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윽, 리안의 예상이 맞다는 듯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온 건 매혹적인 붉은 눈과 비단결 같은 검은 머리를 가진 마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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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르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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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능적으로 상대가 수준 이상의 강자라는 걸 알아차린 제스가 동공을 확장하며 송곳니를 드러냈다. 허리를 엉거주춤하게 낮춘 채 잔뜩 힘이 들어간 손은 당장이라도 상대에게 달려들 듯 사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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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왕의 시선이 제스를 가볍게 훑어보다 이내 리안쪽을 향했다. 눈이 마주치자 리안은 반사적으로 입을 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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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음.. 오랜만 -…이 아니라, 처음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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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간 새로운 몸을 얻었다는 걸 까먹고 친숙하게 말을 걸다가 뒤늦게 정신이 번쩍 들어 혀를 살짝 깨물며 말을 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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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리안을 바라보는 마왕의 표정이 다양한 감정으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스치고 지나간 감정을 알 수 없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자기소개를 입에 담으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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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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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왕이 눈으로 따라가기 힘들 속도로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리안에게 달려들었다. 코앞까지 다가온 기척에 리안의 몸이 덜컥 굳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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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결이 닿을 듯 가까워진 거리에서 두사람의 시선이 빠르게 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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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들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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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짝 물기가 일렁이는 눈동자 속에 담긴 갈급한 애정에 리안은 정체가 들켰음을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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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가엾고딱한자로다님, 꿀꿀도야지님 후원감사합니다! 연재 열심히 하겠습니다! (고장난 기계는 때려도 고쳐지지 않습니다..폭력반대 ㅠㅠ)

Ilham Senjaya님 오늘도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

슬슬 날이 더워져서 음식이 쉽게 상하니 다들 조심하세요 ㅠㅠ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외신은 여신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인간이 관찰할 수 없는 영역 너머까지 관찰할 수 있는 시선은 ‘개념’까지 들여다보았다.

‘…?’

어떠한 진실도 들여다볼 수 있는 지고한 시선이 마주하게 된 건… 트레이닝복 차림을 한 여자가 따끈한 장판이 틀어진 이불 속에 콕 박혀 낄낄거리며 과자를 먹는 모습이었다. 한 손에는 납작한 전자기기가 들려있었다.

와작,와자작.

감자 칩이 부서지는 소리를 ASMR처럼 멍하니 듣던 중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지금 뭘 하는 거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면을 마주하게 된 건 맞지만 그대로 굳어버릴 정도로 충격적인 일은 아니었다.

이런 일 하나하나에 충격을 받기엔 그의 격이 너무나 지고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또다시 격이 강제로 끌어내려져 인간 정도의 격을 가지게 된 것처럼 행동하고 말았다.

평범한 인간이 개 껌을 먹고 있는 개를 보고 ‘부럽다! 나도 저런 간식이 있었다면 땅에 묻어 숨겨둘 텐데..’ 따위의 생각을 하다가 번뜩 정신을 차리니 네 발로 바닥을 달리던 상황이나 다를 바 없었다.

충격을 넘어 수치와 공포를 느낄 정도의 무서운 공격이었다.

외신은 정신 방벽이 단단해 수치나 공포보단 경계심이 한껏 치솟아 올랐다.

‘도대체 이 정도의 격을 가진 존재가 어찌 이리 쉽게 강림을?’

조금 전에 가졌던 의문을 재차 떠올리며 본체의 힘을 더 끌어오기 위해 차원을 억지로 찢어버리기 시작했다. 통통한 묵이 날카로운 젓가락질에 잘려 나가는 것처럼 차원의 벽이 순식간에 찢어졌다.

찢어진 차원 너머로 제 존재의 일부를 밀어 넣어 본체와 연결하려는 순간.

“자! 그럼 오늘도 힘차고! 즐겁게!”

““행복하게!!””

‘…?!’

존재는 눈이 아플 정도로 밝은 방송 세트장 게스트석에 앉아있었다.

“이게 무슨 -… 허?”

툭 튀어나온 목소리에 당황하며 제 몸을 내려다보았다. 검은색과 보라색이 적절하게 섞인 셔츠와 뭔가 주렁주렁 달린 벨트와 하네스가 보였다.

중요한 건 그가 어떤 복장을 하고 있는지가 아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그의 격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육체를 아무런 대가도 없이 얻게 된 것도, 인지하지 못할 속도로 바뀐 주변의 풍경도 존재의 경계심을 한껏 끌어올리기 충분했다. 눈을 가늘게 뜬 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자 주변을 둘러보려는 순간,

“그럼 오늘의 게스트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파밧!

주변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더니 그의 머리 위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그때의 병이 39살까지 유지될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중2병에서 벗어나지 못한 남자! 운명의 데스티니! 어둠의 다크니스! 라는 대사로 유명해진 마왕 선생님을 모셨습니다!”

““와아아아!””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함께 박수 소리가 쏟아졌다.

‘굳이 남이 만든 무대 위에서 광대가 될 필요는 없지.’

외신은 곧바로 제힘을 끌어내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려 했다. 아득한 격을 품은 힘을 육체 밖으로 끌어내려는 순간, 어느 한 곳으로 힘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큭…! 이게 무슨..!”

오른팔에 감긴 새하얀 붕대가 게걸스럽게 외신의 힘을 삼켜댔다. 끌어다 쓰지 않은 힘까지 탐욕스럽게 삼키는 것에 당황한 외신이 오른팔을 덥석 붙잡자 MC가 감탄 섞인 어투로 말했다.

“오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오른팔의 봉! 인! 이라는 거군요! 이야! 직접 보는 건 처음인데 굉장히 인상적이네요!”

외신은 졸지에 중2병에 깊이 심취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이에 욱하여 반사적으로 소리치고 말았다.

“감히 인간 따위가…!”

“오오오! 24년 경력자는 포스부터 다르군요! 자, 그럼 다음 게스트를 소개하겠습니다!”

외신의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개싸움이 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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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리안은 지하 어딘가의 바닥을 뒹굴며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아으윽… ”

욱씬거리는 등을 문지르며 고개를 들자 작은 돌조각과 돌가루가 떨어져 내렸다. 손을 들어 머리를 털어내며 차마 입으로 뱉어내지 못한 욕설을 속으로 중얼거렸다.

‘근본 없는 네코메이드같으니라고… 도와주러 왔다고 했으면서 바닥은 왜 무너뜨리는 건데?’

외신의 방해가 사라진 지금이 마왕성을 탈출할 절호의 찬스였기에 미친 듯이 마왕성 바깥으로 달렸다. 막 본성에서 벗어나려는 순간 바닥이 와르르 무너져내려 끝을 알 수 없는 검은 구덩이에 빠지고 말았다.

탈출을 코앞에 두고 떨어진 것도 어이없는 와중에 우연이 아니라는 걸 강조하려는 것처럼 분홍색으로 반짝거리는 이펙트가 시야를 가렸다. 이런 화려한 효과가 담긴 공격을 사용할 수 있는 건 개그 세계의 신뿐이었다.

저 멀리서 “에헷, 실수!” 따위를 혀짧은 소리로 외치고 있을 여신의 뻔뻔한 모습을 상상하자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빠르게 털어냈다.

개그 세계에선 특정 무언가를 격하게 거부하고 욕설을 내뱉을수록 더 심하게 엮이기에 생존을 위해서라도 여신에 대한 생각은 털어버리는 게 나았다.

“제스 괜찮아!?”

분노를 털어버리자 좁아져 있던 시야가 트여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있는 제스의 모습이 들어왔다. 황급히 곁으로 다가가자 -…

파바바밧!

제스가 물기를 털어내는 개처럼 몸을 마구 털어 몸에 붙은 돌조각과 가루를 털어냈다.

“아… 괜찮구나? 다행이다..”

리안은 돌가루와 돌조각으로 엉망이 된 머리를 털어내며 안도감에 슬며시 미소 지었다. 뒤늦게 자신이 털어낸 돌조각이 리안에게 다 튀었다는 걸 알아차린 제스가 입을 헤 벌린 채 귀를 축 늘어뜨리고 울먹이는 표정을 지으며 달려왔다.

“난 괜찮 -.. 커헉!”

제스가 한 마리의 들소처럼 달려드는 바람에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던 리안의 몸이 다시 땅바닥을 굴렀다. 제스는 리안의 위에 올라타 잔뜩 시무룩한 표정으로 리안의 몸에 붙어있는 돌조각을 전부 떼어내기 시작했다.

“히이잉..”

강아지가 낑낑거리는 소리와 흡사한 귀여운 소리에 리안의 표정이 자연스럽게 풀어졌다. 손을 들어 슥슥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시무룩하게 풀린 표정이 빠르게 원래의 색을 되찾았다.

“괜찮아, 괜찮아. 그보다 여기가 어디인지부터 살펴보자.”

그 말에 제스가 고개를 빠르게 팔랑팔랑 끄덕이더니 제 위에서 비켜주었다.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나 주변을 살펴보았다.

“여긴… 어기지?”

영혼 상태로 마왕성을 제집처럼 돌아다니며 비밀 통로란 통로는 전부 찾아냈던 리안 조차 처음 보는 장소였다.

연한 갈색에 가까운 특징 없는 벽돌로 이뤄진 통로가 앞뒤로 끝도 없이 길게 이어졌다. 벽에 휏대가 고정되어 있었지만 작동하지 않아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빛 빼고는 전부 어둠에 잠겨있어 길이 얼마나 길게 이어지는지 알 수 없었다.

“다시 위로 나가서 -… 그러기엔 너무 깊이 떨어졌네.”

고개를 들어 위쪽을 보지 못해도 60m 아래로 떨어진 듯 무너진 구멍이 작게 보였다. 올라가려 한다면 못 할 것도 없지만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릴 것 같았다.

“제스 혹시 여기가 어디인지 -..”

혹시나 제스가 미리 조사해왔던 정보 속에 이곳에 대한 정보가 있을까 싶어 질문을 입에 담는 것과 동시에, 어둠 속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말끝을 흐리며 기척이 느껴지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제스가 귀와 꼬리를 세운 채 매섭게 기척이 느껴진 곳을 노려보고 있는 게 보였다.

터벅터벅.

의도적으로 발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기척이 어딘가 매우 익숙했다.

‘어? 이거 설마..?’

스윽, 리안의 예상이 맞다는 듯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온 건 매혹적인 붉은 눈과 비단결 같은 검은 머리를 가진 마왕이었다.

“크르르릉…!”

본능적으로 상대가 수준 이상의 강자라는 걸 알아차린 제스가 동공을 확장하며 송곳니를 드러냈다. 허리를 엉거주춤하게 낮춘 채 잔뜩 힘이 들어간 손은 당장이라도 상대에게 달려들 듯 사나웠다.

마왕의 시선이 제스를 가볍게 훑어보다 이내 리안쪽을 향했다. 눈이 마주치자 리안은 반사적으로 입을 열고 말았다.

“어, 음.. 오랜만 -…이 아니라, 처음 뵙겠습니다.”

순간 새로운 몸을 얻었다는 걸 까먹고 친숙하게 말을 걸다가 뒤늦게 정신이 번쩍 들어 혀를 살짝 깨물며 말을 고쳤다.

그런 리안을 바라보는 마왕의 표정이 다양한 감정으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스치고 지나간 감정을 알 수 없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자기소개를 입에 담으려는 순간.

타닷!

마왕이 눈으로 따라가기 힘들 속도로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리안에게 달려들었다. 코앞까지 다가온 기척에 리안의 몸이 덜컥 굳어버렸다.

숨결이 닿을 듯 가까워진 거리에서 두사람의 시선이 빠르게 얽혔다.

‘어? 들켰나?’

살짝 물기가 일렁이는 눈동자 속에 담긴 갈급한 애정에 리안은 정체가 들켰음을 알아차렸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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