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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8

       샤를로트는 엄청나게 꺼림직한 표정이었다.

        

       우리를 안내하는 남자를 못 믿겠다기보다는, 뭐랄까, 그 남자가 우리를 안내하는 방식이 엄청나게…… 조금 그랬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아가씨들, 보십시오. 여기 있는 이 남자는 얼마 전 공장에서 안타까운 사고로 왼손을 잃었습니다. 어떻습니까, 안타깝지 않습니까? 불쌍하지요? 다른 누군가의 도움이 없다면 분명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울 겁니다. 이봐, 존, 어서 네 팔 좀 보여드려 봐.”

        

       남자가 그런 식으로 말하면 존이라는 남자는 우리에게 잘린 왼쪽 손목을 보여주는 것이다. 꿰맨 것 같은 바늘자국 빼고는 매끈매끈한 손목이었다.

        

       “어떻습니까?”

        

       그러면 샤를로트는 엄청나게 복잡한 표정으로 그 남자를 내려다보고, 나는 말없이 남자의 앞에 있는 깡통에 은화 몇 실링을 놓아주었다. 남자는 곧장 얼굴이 환해지고, 남자의 얼굴도 바로 환해진다.

        

       길을 걷다 보면 마치 테마파크의 놀이기구처럼 순서대로 사람들이 나왔다. 얼굴에 일부러 벽난로 재를 묻힌 것 같은 아이들이 양손을 벌리고 단체로 달려오고, 허리 굽은 노파가 손에 빈 바구니를 든 채 서 있고.

        

       그러면 남자는 그 사람들을 다시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소개하고, 나는 그 불쌍한 사람들에게 몇 실링씩 나누어준다.

        

       그게 몇 번이고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저기, 실비아?”

        

       샤를로트가 정말로 불편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사람들을 동물원 동물처럼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

        

       “하지만 여기 사람들이 살아남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런 식으로요?”

        

       “행복을 파는 장사니까요.”

        

       “……행복?”

        

       누구나 자기 삶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법이다. 사람의 위에는 언제나 다른 사람이 있는 법이라,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라도 그 위에는 더 부자인 사람이 있고, 그 위에는 귀족이 있고, 그 위에는 공작이나 황족이.

        

       그리고 그 황족조차도 종종 자기 주변의 다른 황족에게 질투를 느끼곤 하는 것이 이 세상이다. 내가 살던 세상도 다르지 않았고.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적은 돈’을 받고도 기뻐하는 것을 보이며 ‘아, 나는 그래도 얘들보다는 훨씬 살 만하구나’하는 안도감을 파는 것이다.

        

       물론 그 ‘적은 돈’은 이쪽 사람들에게는 하루를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큰돈이고.

        

       “…….”

        

       뭐, 내 말에 샤를로트는 전혀 납득하지 못한 것 같은 표정이었지만.

        

       “아, 여러분, 운이 좋으십니다!”

        

       내가 돈을 아낌없이 뿌리는 것을 보고 신이 났는지, 남자는 저 앞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저기 뒷골목 성자께서 계시는군요!”

        

       “…….”

        

       그 말을 듣고 남자가 가리키는 곳을 본 샤를로트는 황급히 모자를 푹 눌러썼다. 남자가 아예 우리를 레오한테까지 안내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뒷골목 성자라.

        

       원작에서 레오는 그렇게까지 대단한 별명을 가지지는 못했는데.

        

       하긴 당연한 일이다. 길거리 사람들에게 말을 걸 수는 있어도 그 이상의 상호작용은 불가능했으니까. 구걸하는 거지 NPC가 있어도, 거기 기부한다는 선택지를 게임사에서 직접 만들어 넣지 않으면 그냥 정해진 대사를 듣는 것 외에 다른 것을 할 수 없다.

        

       아예 그것조차 없는 경우도 많고.

        

       하지만 이 세계는 그런 게임과는 다르다. 사람한테 어떤 자극을 주면 어떻게라도 반응이 나오는 법이었으니까.

        

       “감사합니다.”

        

       나는 남자에게 말하고, 다시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그리고 지갑 안에 있던 나머지 지폐를 몽땅 꺼내 남자를 향해 건네며 말했다.

        

       “저희는 조금 있다가 알아서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안내는 여기까지 한 것으로 충분합니다.”

        

       “예? 괜찮으시겠습니까? 여기는 경찰도 돌아다니지 않는 뒷골목인데요…….”

        

       내가 다시 파운드 지폐 뭉텅이를 건네자 남자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괜찮습니다.”

        

       내가 다시 한번 손을 흔들어 보이자, 남자는 고개를 끄덕인 뒤 내가 내민 돈을 받았다.

        

       “그렇다면 제가 골목 모두에게 단단히 일러두도록 하겠습니다. 아가씨 같은 고객을 잃을 수는 없으니까요. 다음에 꼭 다시 이용해주시길 바랍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남자는 얼른 자리를 떴다.

        

       “……정말이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표정의 샤를로트였지만, 결국 숨을 길게 내쉬는 것 외에 별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부모 없는 어린아이들과 손 없는 남자, 일하지 못하는 노파가 연명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을 테니까.

        

       내가 알기로, 적어도 그 남자는 이 시대의 건달치고는 마냥 나쁜 사람은 아니다. 이 골목의 대장으로서 자기 고향 사람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흔히 일본 게임이나 만화에 자주 등장하는 ‘의로운 건달’이다. 메인 스토리에서 한 번도 등장하지도 않고, 엮이는 서브 퀘스트도 없지만, 상호작용 대사를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니까.

        

       많은 돈을 받았으니, 그 돈도 분명 아까 그 사람들과 나누어 가지리라.

        

       “그럼, 샬럿. 가 볼까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샤를로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레오와의 거리는 꽤 멀었다. 소피아는 이제 레오 거의 근처까지 가 있었고.

        

       우리는 최대한 발을 천천히 움직여, 레오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잘 보이는 쪽으로 몸을 옮겼다.

        

       *

        

       “대단하시네요…….”

        

       소피아가 감탄했다는 듯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소피아의 눈은 반짝이고 있었고, 얼굴은 묘하게 상기되어 있었다.

        

       누가 봐도 사랑에 빠진 소녀의 얼굴이다.

        

       소피아는……. 원작에서도 딱히 연기를 잘하는 캐릭터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 사이코패스스러운 행동도 그냥 자기가 그렇게 생각해서 하는 일이었고. 고작 1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성격이 그 모양이 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니면 레오를 이렇게 빨리 만나서 그 성격이 바뀔 틈이 없어진 걸까?

        

       아무튼 얼굴만 보면 엄청나게 잘생긴 캐릭터니까. 실제로 원작에서도 소피아의 성격이 누그러지는 이유가 레오 때문이었고.

        

       “별로 대단한 것도 없어. 옷은 전부 헌 옷이고, 빵은 근처에서 가장 싼 곳에서 대량으로 주문한 거니까.”

        

       레오는 멋쩍다는 듯 웃으며 말했지만, 소피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대단해요. 아무리 그래도 자기 용돈을 전부 다른 사람들을 돕는데 쏟아부으려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돈 많은 고위 귀족도 그렇게는 안 하는데…….”

        

       그러게.

        

       진짜 대단하네.

        

       저런 행동을 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 특히 대단했다.

        

       어쩌면 소피아가 바로 꽂힌 이유가 이것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말로는 사람 죽이는 것이 좋아서 법국의 기사가 되었다고 하지만 정작 여신을 모욕하는 말을 하면 불같이 화를 내던 소피아였으니까.

        

       여신교에서 강조하는 자애로운 일을 정말로 행하는 레오가 조금 달리 보일만도 하다.

        

       게다가 잘생겼고.

        

       아마 몸도 좋을걸? 수상하게 목욕 장면이 많은 게임이었는데, 여성 캐릭터들은 가슴 아래로 전부 수건을 둘둘 감아 가렸지만 레오 같은 남성 캐릭터는 하반신만 가리고 나왔었다. 그리고 레오의 몸은 마른 근육으로 가득한 몸이었다.

        

       하긴, 여자 팬들도 꽤 있는 게임이었으니까.

        

       “저도 도와도 될까요?”

        

       소피아는 레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처음 따라다녔던 것은 그냥 레오가 마음에 들어서였다면, 지금은 진심으로 그 일을 돕고 싶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나는 정말로 사람 머릿속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 되지는 않아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

        

       골목 꺾이는 부분에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던 샤를로트가 뭐라 형언할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말…… 한심하네요.”

        

       “…….”

        

       “아, 당연히 당신이나 레오, 소피아를 보고 하는 말이 아니에요. 그냥, 제가 한심하다고요.”

        

       그렇게 말하며 샤를로트가 바닥에 쪼그려 앉자, 긴 치마가 바닥에 그대로 내려앉으며 온갖 흙먼지가 달라붙었다. 샤를로트는 별로 신경 쓰지는 않는 것 같았다.

        

       “저렇게 고귀한 일을 하는 사람을 그냥 재미로 미행하고, 놀려먹을 생각이나 하고 있고…….”

        

       음.

        

       아무래도 요즘 들어 왕족이라는 것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긴 그럴 만도 하지. 여기 와서 뭔가 대단한 것을 이루었다는 감각은 없을 테니까.

        

       이제 고작 열다섯이다. 뭔가 이루었다고 하면 그게 더 신기할 나이인데.

        

       “몰랐으니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왕녀는 몰랐으니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하면 안되잖아요.”

        

       샤를로트가 툴툴거렸다.

        

       “왕국은 그 몰랐던 사실 하나로도 무너질 수 있는 건데.”

        

       “그건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른 법입니다.”

        

       나는 딱 잘라 말했다.

        

       “아침 식사를 몰랐다는 것과 전투에서 졌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 그 누구도 그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다.

        

       그랬으면 내가 이렇게까지 시간을 돌려가며 개고생하고 있을까?

        

       “…….”

        

       하지만 그 말이 딱히 샤를로트에게 와닿았던 것은 아닌 모양이다.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샤를로트의 팔을 잡았다.

        

       “실비아?”

        

       “정 그러면, 우리도 가서 도와주도록 하죠.”

        

       “어, 그, 그러면, 우리가 몰래 따라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레오가 알게 될 텐데요?”

        

       소피아도 몰래 따라가고 있었는데.

        

       하지만 나는 그 말보다는, 샤를로트를 놀리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들었다.

        

       “그럼 제가 당신을 샬럿이라고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그걸로 되겠어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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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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