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88

       새까만 공간에서 우리 두 사람은 주먹 한 개분의 거리를 두고 나란히 쭈그려 앉았다. 어디를 둘러봐도 까만 타르가 흐르고, 위도 아래도 잘 분간이 안 가는 기분 나쁜 공간이다.

       

       숨을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다. 실시간으로 녹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이 까만 건, 단단하게 묶인 정보들을 느슨하게 분해해서 흡수하는 것들이다. 방어력 감소와 도트 데미지가 실시간으로 들어온다고 보면 맞다.

       

       나는 쓸데없는 정보를 피부로 돌려서 우주방어를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핑발레즈는 어떤 상황이냐?

       

       잡아먹힘 선배인 핑발레즈는 아주 푹 묵힌 묵은지처럼 정보가 말랑거리는 상태였다. 처음 봤을 때에는 좀처럼 형태를 유지하지 못해서 다리 두 짝이 없더라.

       

       그래서 내가 외형만이라도 예쁘게 다시 빚어줬다. 그녀의 정보를 잘 뭉쳐서 다리도 만들고, 최적화도 해 주고.

       

       현실에서야 남의 정보를 제멋대로 조작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이곳이 심상 세계이고, 핑발레즈가 흐물흐물해서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이라면 핑발레즈 강제 TS라던가도 꿈이 아니다.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핑발레즈가 툭 뱉었다.

       

       “왜 구하러 오신 겁니까? 바보 같이.”

       

       “⋯⋯구하러 오면 고마워해야지, 왜 바보 같다는 사족을 덧붙여.”

       

       “구해줘야 멋있는 거지, 구하려다 잡혔잖습니까. 게다가 온갖 추태란 추태는 다 보여줘 놓고⋯⋯ 있잖아 나는 지금까지 사랑이라는 걸.”

       

       “너 그거 한 번만 더 쓰면 고백 공격 갈길 줄 알아-!!”

       

       발작 버튼을 자극당한 나는 데굴데굴 구르면서 위협사격을 갈겼다.

       

       나도 안다. 놀리는 사람에게 리액션을 크게 해 주면 더 신나 한다는 거. 애초에 먹이를 주지 않고 무덤덤하게 흘려내야 비로소 방어가 된다는 걸 알지만.

       

       저 긴 거는 도저히 억누르거나 피해갈 수 없는 수치심이었다. 내가 미쳤지.

       

       하지만 다행히도, 고백 공격 선언에 핑발레즈는 헛숨을 한 번 들이키더니. 고개를 쓱 돌렸다. 휴전 상태다.

       

       평소대로였다면 고백 공격 운운은 코웃음이나 안 들으면 다행이었겠지만, 지금은 대 핑발레즈 결전 병기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다하고 있었다.

       

       왜냐면 연동되어 있으니까.

       

       여왕이 훔쳐 간 핑발레즈의 감정은 본래의 주인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었다. 그녀는 나를 사랑하고 있는 상태다. 나도 그렇고.

       

       그 사실은 내게 충만한 기쁨을 느끼게 한다. 그녀의 눈동자와 마주하는 순간, 나는 빨간 실로 연결된 서로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심장의 박동에 맞추어 설렘이 뿜어져 나오──

       

       면 안 된다니까. 

       

       짝짝. 나는 내 뺨을 후려쳤다. 내면의 낭만시인이 자꾸만 날뛴다.

       

       그 모습을 본 핑발레즈가 느물거리는 웃음을 지었다.

       

       “저를 위해서 시라도 써 주실 것 같은 눈빛입니다, 미친 마법사님. 아니면 장문의 연애편지라든가.”

       

       “아이씨, 놀리지 말라고!”

       

       “하지만⋯⋯ ‘미마’ 님? 지금은, 차라리 저한테 놀려달라고 부탁하셔야 하는 처지 아닙니까?”

       

       그게 무슨 소리니.

       

       ‘미마’ 공격에 쪽팔림으로 몸을 뒤틀면서 핑발레즈를 올려다보자, 그, 표정이. 무어라 말하면 좋을까. 부글부글 끓는 핑크빛 화산 같다고나 할까.

       

       장난기로 위장하고, 신념으로 간신히 억누르곤 있지만. 이거 단단히 시동 걸린 표정이다. 그녀는 으르렁거렸다.

       

       “당신한테 매혹당한 서큐버스와, 녹아버리기 전에는 못 나가는 방에 단 둘이 갇혀서, 죽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인 겁니다.”

       

       그리고 어떤 짐승이든, 죽기 직전에는 번식 본능이 왕성해지는 경향이 있다. 나는, 죽기 전에 하고 가면 오히려 이득 아니냐는 생각을 잠깐 했다가.

       

       그렇고 그러는 데에 시간을 썼다가는 진짜 여기서 뒤질 수도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머리에 되새기며, 곧바로 항복 선언을 했다.

       

       “제발 놀려주십시오 핑발레즈님.”

       

       “착한 아이군요. 앞으로도 태도에 유의하시고⋯⋯ 계획이 있습니까?”

       

       “좀 더 버텨 봐야지. 있잖아, 이 까만 타르. 잘 하면 내가 해킹해서 역이용도 할 수 있을 것 같거든? 얘네는 정보를 먹어 치우는 방향으로 움직인단 말야. 그러니까 정보로 유도해서, 이것들로 마법진을 그려가지고⋯⋯.”

       

       주르르륵, 푸아악!

       

       “프압.”

       

       내 정수리 위로 찐득거리는 시꺼먼 게 한 바가지 쏟아졌다.

       

       주문도 안 했는데 리필된 새까만 타르는, 내가 방금 말한 부분을 귀신같이 고쳐놓은 버전이었다. 나는 떨떠름한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여왕 이 개새끼, 듣고 있구나.

       

       “여왕의 위장 속이니까요. 먹잇감이 웅얼웅얼 떠들면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러면 뭐, 우리⋯⋯ 작전 회의도 못 하겠네? 야, 저 새끼 우리들 보고 있는 거면. 우리 찐하게 키스 한 번만 하자.”

       

       “예?”

       

       핑발레즈는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

       

       미쳤습니까, 라든가. 싫습니다, 라든가. 그런 표정이 아니라. 너 이거 시작하면 뒤질 텐데 감당 가능하겠느냐는 순수한 염려의 표정이었다.

       

       하지만 나는 확인하고 싶은 부분이 있었다.

       

       여왕에게 깜짝 뒷통수를 처맞고 떨어질 적에, 여왕으로부터 슬픔과 고통을 분명히 보았다. 이상하지 않은가?

       

       그 단서로부터 뻗어나가는 일련의 생각을── 억눌렀다. 생각도 잠시 그만두고, 입에도 담지 않는다. 여왕의 위장 안이니까. 정보가 흘러 나가면 그녀도 알게 되니까.

       

       그러니까 최대한 생각 없이 말을 뱉는다.

       

       “몽마가 다른 몽마의 식사 장면을 바라보면 어떤 느낌이 들지?”

       

       “맛있게 먹는구나⋯⋯ 하죠?”

       

       “그래, 그리고 여왕은 방금 전까지 나와 유사 연애 놀이를 즐겼다. 나는 여왕의 배고픔을 부추겨서⋯⋯ 밖으로 나가 야식을 사 먹게 유도할 생각이야. 그러면 빈틈이 드러나겠지.”

       

       “그냥 죽기 전에 뽀뽀하고 싶었다고 솔직히 말하세요, 미친 마법사님. 그게 무슨 추함입니까.”

       

       나는 죽기 직전에 활로를 찾기 위해서 마구 발버둥 치는 미친 마법사를 연기했다. 방탈출 카페에서 단서를 찾지 못하자, 벽지라도 박박 긁어보는 ‘막 던지는’ 느낌이다.

       

       전해졌을까?

       

       내가 뭔가, 자포자기를 했다기보다는. 무언가를 확인하기 위해서 다소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걸⋯⋯ 핑발레즈는 알아차렸을까?

       

       “숨 못 쉬겠으면 말씀하십시오.”

       

       “그게 무슨 소리니?”

       

       핑발레즈는 송골매마냥 두 손으로 내 어깨를 콱 잡았다. 힘이 잔뜩 들어가서 조금 아프다. 얼굴이 가깝다.

       

       알아차렸지, 그치⋯⋯?

       

       숨이 섞일 정도로 가까이 와 있다. 심장이 미친 것처럼 두근댄다. 다른 방법을 쓸 걸 그랬나. 하지만 확인하기엔 이만한 게 없을 것 같은데.

       

       “자, 잠깐, 취소⋯⋯ 읍!”

       

       그러니까.

       

       검술이라는 건, 베고 찌르기의 두 가지 동작으로 나뉜다. 그 동작을 어떻게 조합하고 전개하느냐에 따라서 삼재검법과 창궁무애검법이 구분되는 셈이다.

       

       이 세상 만물을 구성하는 원자도, 양성자와 중성자, 전자가 적절하게 어떻게 배합되느냐에 따라서 물질이 바뀌지 않던가. 그런 것이었다. 모든 기술은 기본기로부터 시작한다.

       

       물고, 빨고, 핥는 단순한 세 동작의 조합이── 이렇게 다채롭게 피어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처음엔 다소 어색하던 나비의 날갯짓은, 점차 익숙해짐에 따라 폭풍이 되었다.

       

       핑발레즈가 연습이랍시고 체리 꼭지 매듭을 짓고 그러더라니,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 잘된 일이다.

       

       그리고 얘, 키스할 때 눈을 안 감는다. 내가 실눈을 떠서 확인할 때마다 뜨고 있었다.

       

       어디 도망갈 생각도 말라는 마냥, 살쾡이같은 눈으로 계속 노려보고 있다. 그래서 나는, 메두사의 눈을 마주한 토끼처럼 굳은 채로⋯⋯.

       

       이하, 내 존엄을 위해서 생략한다.

       

       1시간 같던 5분짜리 딥키스는, 질투한 여왕이 뿌려 댄 타르 한 바가지 리필로 끝이 났다. 그래, 질투다. 분명하다. 이걸 확인하고 싶었던 거다.

       

       여왕은 아직 유리의 연심을 갖고 있다. 

       

       나는 여기서 승리로 향하는 열쇠 한 조각을 얻음과 동시에⋯⋯ 뭔가, 순결 비슷한 걸 잃어버렸다. 너덜너덜해졌다.

       

       ===============================================================

       

       핑발레즈는 까만 타르에 푹 젖은 채로, 타액 범벅인 입술을 정장 옷 소매로 톡톡 두들겨 닦아냈다. 그리고 대단히 말똥말똥한 눈빛으로 내게 물었다.

       

       “잘 먹었습니다. 중간에 비가 내려서 식사가 끊기긴 했지만⋯⋯ 마침 메인 디쉬도 준비된 것 같으니, 재개해도 될까요?”

       

       “⋯⋯야! 사람을 그렇게 희롱해 놓고, 저리 가 변태야!”

       

       “본인이 직접 해 달라고 하셨으면서. 어땠습니까, 좋으셨습니까?”

       

       “그런 거, 무드 없이 묻는 거 아니야!”

       

       잔뜩 흐트러진 채로 뒷걸음질 치는 나를 가만히 보고 있다가, 핑발레즈는 제멋대로 결론을 내렸다.

       

       “좋았다는 뜻이군요. 알겠습니다. 나가면 한 번 더 해드리죠.”

       

       “⋯⋯⋯⋯.”

       

       부정은 못 했다. 거절도 못 했고.

       

       “마음 같아서는 다음 스텝으로 나가고 싶습니다만, 슬슬 시간입니다.”

       

       “무슨 시간?”

       

       “이 위장 말입니다. 검은 것 말고도, 소화 시스템이 하나 더 있습니다. 과거의 악몽을 불러내더군요.”

       

       그렇게 말하는 핑발레즈의 눈은, 아까까지의 들뜬 기분이 착 가라앉아 있었다. 악몽이라.

       

       위장에 활력 넘치는 먹잇감이 들어왔을 때는, 천천히 녹이는 것보다도 적극적인 ‘소화’가 필요할 테지. 전투를 준비하는 핑발레즈를 바라보며, 나도 둔하고 삐걱거리는 몸을 일으켰다.

       

       그 『열쇠』에 맞고 나서는 컨디션이 영 좋지 않았다.

       

       능력치가 체감상 반의 반토막 정도로 내려간 것 같다. 불의의 일격을 맞고도 안 죽은 게 다행인 일이지만, 역시 입맛이 쓰다.

       

       부글부글부글.

       

       새까만 타르로부터 기포가 뽀글거리며 솟아오르고, 부풀어 오른다. 그리고 하나둘 사람 그림자 비슷한 게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노인, 어린아이, 부지깽이를 쥔 청년 등, 복장과 도구를 보아하니 어느 산골 마을의 구성원 같은 느낌이다.

       

       핑발레즈는 그립다는 듯이 웃으면서, 그 얼룩진 그림자들을 소개했다.

       

       “고향 마을 사람들입니다.”

       

       “⋯⋯고향이라면.”

       

       여왕으로 인해서 지워졌다는 곳인가.

       

       “예. 여왕에게 반대하던 서큐버스 세력은, 그녀의 왕국으로부터 벗어나 인간들의 세계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길, 처음에는 많이 떠돌아야 했다더군요.”

       

       서큐버스 집단이 ‘우리는 너희와 공존하고 싶다’고 말한들, 그렇게 쉽게 받아들여 줄 리가 없었다.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순수한 선의는 아니었겠지.

       

       그러다가, 그들은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에 도달한다.

       

       “이름도 없는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자급자족하며 먹고 사는 곳으로, 고산지대에 위치하고 있어서 오가는 사람이 극히 드물었죠.”

       

       그들 또한 처음에는 서큐버스를 잔뜩 경계하고, 서큐버스 또한 오랜 박해에 지긋지긋하여 인간들을 좀처럼 믿지 못했으나.

       

       서큐버스 중 한 사람이 마을 촌장 아들과 첫눈에 반해버린 것을 계기로, 어떻게 하다 보니 함께 공존하게 되었다고 한다.

       

       “로미오와 줄리엣⋯⋯ 이라고 하던가요? 딱 그런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들의 결말은 그 이야기와는 달랐습니다. 극성인 두 사람의 사랑에 못 이겨, 인간과 서큐버스는 뭉쳐 살게 되었거든요.”

       

       그리고 꽤 잘 풀렸다. 서큐버스들은 인간을 먹잇감으로 보지 않았고, 인간은 서큐버스들을 괴물로 여기지 않게 되었다.

       

       “여전히 그곳을 기억합니다. 어린 제게 사과 한 알을 건네주시던 아저씨나, 함께 어울려서 놀던 친구들. 그 모든 추억 속에서, 저는 긍정 받았습니다.”

       

       여왕이 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그극. 철퍽. 철퍽.

       

       들려온 불온한 소음에 회상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왔다. 새까맣게 구현된 마을 사람들이 우리들을 향해 흐느적대며 걸어온다.

       

       살의는 없지만 적대적이다. 핑발레즈를 분해해서 얻은 정보를 그대로 되살려 병정으로 쓴, 정보적 네크로맨시인 셈이다.

       

       핑발레즈는 이미 수십 번도 겪어보았다는 양, 큰 감정 변화를 드러내지 않고 주먹을 휘둘러, 고향 마을 사람들을 부쉈다.

       

       “음, 나뭇가지 숨기기 놀이가 유행이었습니다. 니콜, 엘리엇, 세니아. 이렇게 셋이 특히나 자주 뭉쳐서 놀았죠.”

       

       키가 허리춤에나 간신히 닿는, 열 살쯤 보이는 어린아이들을 발로 차서 부순다. 철퍽 하고 머리가 뜯겨 떨어진다.

       

       “저분은 대장간을 운영하셨는데, 날을 가는 솜씨가 서툴러서 말입니다. 욕을 많이 먹었습니다.”

       

       수염이 덥수룩한 중년 남성이 무딘 낫을 휘두른다. 핑발레즈는 피하고, 부쉈다.

       

       “⋯⋯⋯⋯.”

       

       그녀는 괜찮은 척을 하고 있지만, 괜찮을 리가 없겠지. 추억 속의 가족과 친구들, 이웃들을 몇 번이고 죽여야 하는 경험은⋯⋯ 끔찍하게 불쾌할 것이다.

       

       아마 처음 몇 번은 망설였을까.

       

       내가 위에서 어린 유리에게 홀려 있는 동안, 핑발레즈는 줄곧 이 어두운 위장 속에서.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자신의 추억과 싸우고 있었던 거다.

       

       싸워서 없애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저들의 모습을 한 정보가 우리를 공격하고 있으니.

       

       하지만 적어도, 그 작업이 핑발레즈의 손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너무 슬픈 일이니까. 나는 손뼉을 짝짝 치면서 앞으로 나섰다.

       

       “물러나.”

       

       “⋯⋯⋯⋯.”

       

       “이 전투는 내가 집도한다. 방해꾼들은 천재 마법사에게 맡기고 잠깐 쉬도록.”

       

       “컨디션이 정상으로는 안 보입니다만. 정말 맡겨도 괜찮겠습니까?”

       

       그럼.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나는 자신감 넘치게 전투에 뛰어들었다.

       

       ===============================================================

       

       “허억⋯⋯.”

       

       나는 겨우겨우 마지막 그림자 인간을 부쉈다. 뒤질 뻔했다⋯⋯!

       

       생각보다 능력치 감소폭이 크다. 무엇보다도, 이 공간 자체가 내게 대단히 불리하다. 내가 주워다가 쓸 리소스가 부족하니까.

       

       내 정보를 가공해서 마법을 쏘면, 먹히는 속도가 빨라지니까 손해.

       

       이 새까만 타르를 어떻게 잘 만져서 마법을 쏘면, 여왕이 칼같이 버그 픽스를 갈겨서 손해.

       

       그래서, 최대한 손해 안 보고 싸우려고 발버둥 친 결과가 이거다. 깡 무술로 마을 사람들과 벌이는 연전이었다.

       

       마법사가 전사처럼 싸우려니 죽을 뻔한 것도 당연하다. 나는 헐떡거리면서 중얼거렸다.

       

       “운동, 운동을 좀⋯⋯ 해 둘 걸 그랬나⋯⋯?”

       

       “나가면 전신 운동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침대에서.”

       

       “연병장에서 부탁해. 연병장에서⋯⋯.”

       

       핑발레즈는 지쳐서 엎어진 내 정수리에 손을 얹었다. 이 정도 했으면 됐다. 신경 써 준 건 고마운데, 더 챙겨줄 필요는 없다. 그런 생각이 느껴졌다.

       

       “⋯⋯아냐, 할 만 했어. 마을 사람들은 앞으로도 내가 상대할게.”

       

       “남자들은,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꼭 그렇게 허세를 부리더군요. 몰랐던 사랑의 힘이라도 되는 겁니까?”

       

       “어. 너 아파하는 것보다는, 내가 좀 더 고생하고 싶다.”

       

       퍽. 핑발레즈가 내 등짝을 한 대 쳤다. 내 반격기가 먹힌 것 같다.

       

       “이제는 허세 부릴 때 아닙니다. 다음 웨이브가 오는군요.”

       

       “아냐, 내가 셋⋯⋯ 아니, 둘⋯⋯, 아니. 이번 웨이브까지는 거뜬해.”

       

       “마을 사람들이 아닙니다, 미친 마법사님. 이제는 『위장』에 먹힌 사람이 하나가 아니라 둘 아닙니까.”

       

       “⋯⋯⋯⋯.”

       

       그래, 그랬지. 핑발레즈에게 빨아먹은 정보로부터 마을 사람들이 기어 나왔다면, 내게서 빨아먹은 정보도 가공되어 적으로 나올 거다.

       

       부글부글부글.

       

       기포가 크게, 크게 부풀어 오르고. 팍, 터지며.

       

       새까맣게 물든 우화 초각성 쌍검사 베네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왜, 저거 쌍칼을 들고 있습니까?”

       

       “그. 세션에 쓸 수 있으려나 싶어서, 베네트 데이터를 좀 만져가지고⋯⋯ 얘가 한 10년 정도 더 수련을 쌓은 버전으로. 커스텀을 살짝 해서 박아놨었거든.”

       

       살짝 목에 핏대가 선 핑발레즈가 언성을 높였다.

       

       “그걸 저 구하러 오는데 왜 데이터를 가져오냐고요!”

       

       “접어서 마법 탄환으로 쓰려고 했지! 야, 칼 날아온다. 첫 공격은 난무 패턴으로 날아오니까 숙여!!”

       

       내 업보가 칼침을 날려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쪼매 일찍 왔으요. 그러면 마이 프렌즈, 내일 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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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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