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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8

        전쟁이 끝났다.

        성벽은 무너졌고, 병사들은 무기를 내려놓았다.

        무엇보다 병사들의 의지가 꺾였다.

       

        쿵! 쿵! 쿵!

       

        질질질…….

       

        얼굴에 파랗게 멍이 든 알레그 경을 질질 끌며 걸어가는 아나티샤.

        찢어진 드레스 위로 아나티샤의 맨살이 드러나고 있었으나, 그런 아나티샤에게 무기를 겨누는 인간들은 없었다.

        찢어진 드레스 사이로 드러나는 두꺼운 근육 때문이리라.

       

        “알레그 경마저…….”

       

        “우리가 졌어.”

       

        “끝났어.”

       

        챙그랑!

       

        땡강

       

        결국 마지막까지 무기를 놓지 않고 있었던 이들마저도 무기를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앞장서는 아나티샤의 앞에서 물러서기 시작했다.

        그런 아나티샤의 저 앞에, 제국의 황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황녀님…….”

       

        척.

       

        루이 볼레스토 공작이 아나티샤를 말리려 했기에, 나는 그런 그를 막았다.

        그가 의아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기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부터는 저 아이의 일이다. 다른 이들이 끼어들 일이 아니다.”

       

        “하지만…….”

       

        루이 볼레스토 공작이 미간을 좁혔다.

        아마 그 ‘정치’라는 이유로, 여기서 아나티샤가 황성으로 갈 수 없도록 막으려는 것이겠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일 수도 있고.

       

        하지만 나는 인간의 정치 따위는 모른다.

        정확히는…… 그런 것이 존재한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그런 것보다는 아나티샤의 의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할 뿐이었다.

        설사 정치적으로 무슨 문제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그때는 그냥 아나티샤를 데리고 떠나면 그만이니까.

       

        “……끄응!”

       

        결국, 내 눈빛에 고개를 돌린 루이 볼레스토 공작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는 사이 아나티샤는 성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            *            *

       

       

        “그렇게 해서 전쟁은 끝이 났고, 아나티샤는 제국의 새로운 우두머리가 되었…….”

       

        = “거기서 끊으시면 안 되죠!”

       

        “?!”

       

        갑자기 귀를 쩌렁쩌렁 울리는 도돌순이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 아이가 갑자기 왜 이러지?

       

        – ㄹㅇㅋㅋ

        – 황제랑 대면하는 게 최고 기대 장면인데요?

        – 빨리 이야기 해주세요!

        – 헥헥헥! 현기증이!!

        – 도키도키……!

       

        = “빨리! 복수의 장면을 이야기해 주세요!!”

       

        “…….”

       

        그…… 런가?

        시청자들의 반응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저 아나티샤와 황제가 몇 번 대화를 한 정도가 전부인데, 그게 그렇게 기대가 되는 장면이었던가?

       

        “……그렇게 원한다면, 알겠다.”

       

        – 와아아ㅏㅏㅏ!!

        – 감사! 압도적 감사!

        – 이예에에ㅔ!!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두근두근!

        – 두근 세근!

       

        = “두근! 두근! 두근두근~♪”

       

        기대하는 시청자들을 앞에 둔 채, 천천히 그때 기억을 떠올려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때가…….

       

       

        *            *            *

       

       

        아나티샤의 뒤를 따라갔다.

        루이 볼레스토 공작 역시 몇몇 병사들을 대동한 채 내 뒤를 따라왔다.

        ……어쩌면 내가 아니라 아나티샤의 뒤를 따라오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어쨌든 우리는 황성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황제의 황좌로 보이는 의자 위에, 황제가 앉아 있었다.

       

        “왔구나.”

       

        “…….”

       

        저벅! 저벅!

       

        나름 근엄한 모습으로 황좌에 앉아, 우리를 내려다보는 황제.

       

        “그래. 기분이 어떠하느냐?”

       

        “…….”

       

        “널 키워준 나를 배신하고, 저 더러운 배신자들과 함께 이 사달을 낸 기분이 어떠하냔 말이다!”

       

        “…….”

       

        하지만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는지, 어느새 황제는 버럭 화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아나티샤는 황제의 말에 어떠한 반응도 없이, 천천히 앞으로 걸어갈 뿐이었다.

       

        “축하한다! 이제 역사는 널 은혜도 모르는 배신자로서 낙인찍겠구나!”

       

        “…….”

       

        “천한 출신 따위는 받는 것이 아니었다! 은혜도 모르는 더러운 년!”

       

        “…….”

       

        “수호룡인지 뭔지, 그 괴물과 붙어 먹어놓곤, 이젠 이 나라조차 망가뜨릴 셈이로구나!”

       

        “…….”

       

        저벅저벅…….

       

        황제의 모욕을 들으면서도, 아나티샤는 그저 황제를 향해 걸어갈 뿐이었다.

        오히려 루이 볼레스토 공작을 비롯해, 아나티샤를 따라온 병사들이 화를 낼 정도였다.

       

        그렇게 천천히…… 무표정한 모습으로 황제의 앞에 도착한 아나티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죽어라!”

       

        슈욱!

       

        황좌에 앉아 있던 황제가 숨기고 있던 칼을 들어 아나티샤를 향해 찔렀다.

        숨기고 또 숨긴 끝에, 마침내 이루어진 기습!

        일반적인 인간이었다면 치명상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챙!

       

        “으억?!”

       

        “…….”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인간이었다면 말이다.

        황제의 기습은, 아나티샤의 대흉근에 의해 튕겨 나가고 말았다.

        오러를 두른 검조차도 튕겨 내던 근육이었는데, 겨우 저 정도의 허접한(?) 마법에 걸린 검 따위에 상처를 입을 리가 없었다.

       

        마법에 걸린 단검을 떨어뜨린 채 덜덜 떠는 황제.

        그리고 아나티샤는 그런 황제를 내려다보며, 천천히 손을 뻗었다.

       

        꽉!

       

        “억?!”

       

        “……이봐. 내가 왜 대답을 안 했는지 알아?”

       

        “놔, 놔라!”

       

        “미친놈과는 대화가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지.”

       

        그렇게 중얼거린 아나티샤가, 황제의 멱살을 잡은 채 반대쪽 손을 들어 올렸다.

        그 후엔 뭐…….

       

        짝!

       

        “컥?!”

       

        짝!

       

        “커헉?!”

       

        짝! 짝! 짝! 짝!

       

        폭력만이 이루어질 뿐이었다.

        힘을 조절해, 최대한 황제가 죽지 않을 강도로 폭력을 행사하는 아나티샤.

        따귀를 날리고, 허리를 접고, 관절을 꺾고…….

        최대한 목숨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자비로운 폭력이 이어졌다.

       

        “앵커 브레이크!”

       

        콰드득!

       

        “끄아아아아악!”

       

        그렇게 황제를 향한 아나티샤의 폭력이 얼마나 이어졌을까.

       

        “주군! 도망치려던 황족들을 잡아…… 히익?!”

       

        “히엑?!”

       

        “응?”

       

        황성 곳곳으로 흩어졌던 병사들이, 도망치려던 다른 황족들을 붙잡아 왔다.

        그런데 저 아이들은 왜 갑자기 놀라는 것일까?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병사들의 손에 의해 끌려온 것 같은 세 사람이 바닥에 쓰러졌다.

        여자 두 명. 그리고 남자 한 명이었다.

       

        “이놈들! 내가 누군지 아느냐?!”

       

        “이거 놔라!”

       

        “꺄아악!!”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아마 저들은 황비, 황자와 황녀일 것이다.

        물론 황제에게는 후비나 다른 자식들이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곳 인간들의 규칙에 따른다면 그들에겐 별다른 황족의 권리가 없을 것이다.

        아마 그들은 나중에나 보겠지?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주변의 병사들을 바라보며 버럭버럭 소리 지르던 황족들의 입이 딱 다물어졌다.

        왜 그런가 해서 확인해 보니, 그들의 시선이 멍투성이가 된 황제에게 향해 있었다.

        그들도 놀란 모양이다.

       

        ‘놀라운 광경이기는 하지.’

       

        그렇게 때렸는데도 불구하고, 피가 흘러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말이다.

        물론 ‘멍’이라는 것은 모세혈관의 파열로 동반되는 내출혈이긴 하지만 그런 내출혈 이외에 다른 출혈이 없다는 것이 대단하다.

        드래곤인 내가 봐도 감탄할 정도로 자기 힘을 컨트롤한 것이니까.

       

       

        *            *            *

       

       

        – 앜ㅋㅋㅋㅋ

        – 놀라는 부분이 이상햌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아하핰ㅋㅋ 왜 거기서 감탄해욬ㅋㅋㅋㅋ!”

       

        “??”

       

        나는 시청자들과 도돌순이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감탄할 거리이지 않나? 진짜 놀라울 정도의 힘 조절이었는데, 이게 놀랍지 않은가?

       

        – 맞긴 한뎈ㅋㅋㅋ

        – 앜ㅋㅋㅋㅋ

        – 아 웃곀ㅋㅋㅋㅋㅋ

        – 너무 재미있엌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대충 웃기다는 짤)

       

        = “아하하하하하핰ㅋㅋㅋㅋㅋ!!”

       

        “???”

       

        나는 고개를 반대쪽으로 갸웃거렸다.

       

       

        *            *            *

       

       

        쿵!

       

        털썩!

       

        아나티샤가 손을 놓자, 멱살이 잡힌 채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황제의 몸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고는 몸을 돌린 아나티샤의 두 눈이 번뜩였다.

       

        “아…… 오랜만이군요.”

       

        “…….”

       

        “…….”

       

        “…….”

       

        2년 만에 보는 아나티샤의 모습이 낯선 것일까?

        세 황족들은 입을 쩍 벌린 채 덜덜 떨 뿐이었다.

       

        “누, 누구냐!”

       

        “저 괴한은 누구야?!”

       

        “꺄아아악!!”

       

        “…….”

       

        ……아나티샤라는 것을 못 알아봤어?!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나는 그만 당황하고 말았다.

        저렇게 예쁜 아이도 흔하지 않은데, 어떻게 못 알아볼 수 있는 걸까?

        역시 인간은 특이한 존재인 것 같았다.

       

        내가 놀라거나 말거나.

        그런 세 명의 모습에 아나티샤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그들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다가간 사람은 황자.

       

        “나, 나는 제국의 황태자다! 감히 너 따위가 내려다볼 존재가 아닌…….”

       

        턱!

       

        무언가를 외치는 황자의 말을 싹 무시하며, 아나티샤가 그의 머리를 잡았다.

        그러고는 그대로 팔을 들어, 허공에서 빙빙 돌리기 시작했다.

       

        붕붕붕붕붕-!!!

       

        “끼에에에에에에에에엑?!!!”

       

        “이건 날 겁탈하려 한 죄!”

       

        ‘허공에서 빙빙 돌리기’가 끝난 후엔, 그대로 황자의 허리를 잡아 뒤로 접었다.

       

        “이건 날 외국에 팔아먹으려 한 죄!”

       

        뚜두둑!

       

        “커헉?!”

       

        마지막에는 덜덜 떠는 황자를 번쩍 들어 올린 채, 그대로 허공으로 점프했다.

       

        “이건 날 돌봐주던 시녀를 자살로 몰아간 죄다아아아아아아아!!”

       

        “그…… 만…….”

       

        쿠와아아아아앙!!

       

        바닥에 금이 갈 정도로 떨어진 황자의 고개가 툭 떨어졌다.

        황제를 때릴 때는 힘 조절을 했던 아이였는데, 황자를 때릴 때는 힘 조절이 조금 서툴렀던 모양이다.

        저 아이가 저렇게 흥분하다니?

       

        “의, 의무병!”

       

        “죽이면 안 된다!”

       

        입을 쩍 벌린 채 바라보던 루이 볼레스토 공작이 서둘러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의사가 황자의 상처를 돌보러 이동하는 사이, 아나티샤는 이번에 황녀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쓰으으으으읍!”

       

        “히이이이이이익?!”

       

        아나티샤의 근육이 움찔거릴 때마다 안색이 창백해지는 황녀.

        하지만 생존본능이 발동된 것인지, 황녀가 아나티샤에게 말했다.

       

        “서, 설마…… 아나티샤니?”

       

        “…….”

       

        “아, 아나티샤! 사, 살아 있었구나!”

       

        “…….”

       

        그늘이 진 얼굴로 황녀를 바라보는 아나티샤.

        그리고 그런 아나티샤의 반응에 희망을 본 것인지, 황녀는 다급한 얼굴로 소리치기 시작했다.

       

        “나, 나는 아무 잘못 없어! 모, 모든 것은 아바마마가 한 짓이야! 나, 나는 아무것도…….”

       

        “야.”

       

        “나, 나?!”

       

        아나티샤에게 ‘야’라는 말을 들은 것이 충격인지, 눈에 띄게 당황하는 황녀.

        하지만 아나티샤는 황녀에게 얼굴을 가져다 대며 말을 이었다.

       

        “너지? 내가 문란하다고 소문낸 거.”

       

        “…….”

       

        황녀의 감정이 요동치는 것이 보였다.

        ……진짜였던 모양이다.

       

        “내가 직접 바느질했던 드레스를 찢은 것도, 사교회에서 나를 고립시킨 것도, 다 네가 한 짓이지?”

       

        “아아아아아아아니야!!”

       

        거짓말인 것이 빤히 보였다.

        그리고 그것을 아나티샤 역시 느낀 것인지, 그녀가 손을 뻗기 시작했다.

        황녀가 황급히 소리쳤다.

       

        “푸, 품위 없게 손찌검을 할 것은 아니지?! 그, 그런 것은 귀족 영애의 소양이 아니야!”

       

        그리고 그런 황녀의 말에 대한 아나티샤의 대답은 이러했다.

       

        “나는 돼.”

       

        뚜둑!

       

        “꺄아아아악!!”

       

        그렇게 황녀 역시 허리가 뒤로 접혔다.

       

        황녀까지 의사에게 실려 간 후.

        남은 것은 황비 한 명이었다.

        그래도 제국이라는 나라의 권력자이자, 우두머리의 반려라는 것일까?

        황비는 표독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

       

        “이 더러운 것! 진작에 널 죽였어야…….”

       

        퍼어어억!

       

        “커헉!”

       

        “넌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마!”

       

        황비는 그냥 허리가 뒤로 접혔다.

       

       

        *            *            *

       

       

        “이게 전부란다. 별것 없지?”

       

        이야기가 끝난 후, 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리고 시청자들의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어떻게 달래주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 앜ㅋㅋㅋㅋ

        – ㅋㅋㅋㅋ

        – 정통 후피집이군요!

        – 앜ㅋㅋㅋ

        – 이게 후회, 피폐짘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하하핰ㅋㅋㅋㅋㅋㅋ

       

        = “아하하핰ㅋㅋㅋㅋ 아핰ㅋㅋ 최고! 최고욬ㅋㅋㅋㅋ 이게 복수짘ㅋㅋㅋㅋㅋㅋ!!”

       

        짝짝짝짝!!

       

        “???”

       

        시청자들의 반응은 보다시피 좋았다.

        ……도대체 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냥 평범한(?) 폭력과 간단한(?) 대화만이 있었을 뿐인데, 왜 인간들이 좋아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으시는 드래곤님이셨다…….

    슬슬 이번 챕터도 끝이 보이는군요.

    다음 챕터는…… 기대해 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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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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