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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8

       밤 10시. 8시간여 만에 귀가한 집은, 떠날 때와 먼지 한 톨까지 같은 모습이었다.

       

       혼자 사는 것의 가장 큰 단점이자 장점이다.

       

       아니, 가장 큰 단점은 따로 있으려나. 보통은 아플 때 홀로 앓아야 하는 걸 꼽는 것 같던데.

        

       그 쪽으로 깊게 생각하지 않은 건,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아픈 건 잘 참는 편이어서겠지. 생리와의 첫 만남에서는 미처 예상치 못한 통증에 엉엉 울었지만……그건, 정말- 정말, 예외적인 일이니까.

        

       오히려 꺼려지는 건 통증보다도 이런 미묘한 괴로움이었다. 마음이 공허하거나, 속이 불편한. 익숙하지 않은 음식이 잔뜩 들어간 배가 퍽 더부룩한……그런 느낌.

        

       역시, 그런 식당은 취향이 아니더라.

        

       그래도 즐거운 점이 하나 있었다면……마지막에 카운터에 갔다가, 이미 일행분께서 계산을 했다는 대답을 들은 부분일까.

        

       가격을 물어보니 30만원이 조금 넘던데.

        

       내가 밥을 사기 위해 잡은 약속에서 마음대로 계산했으니, 돈을 돌려주는 것 가지고 뭐라 하지는 못하겠지. 1,000원 도네이션 300 회 발송권을 합법적으로 획득한 것이나 다름없다. 가끔 10,000원 펀치를 날려도 될 정도로 여유로운 예산이다.

        

       기쁜 일이야.

        

       생각난 김에……입금자명을 ‘초심잃은322님’이라고 한 번, ‘놀지말고방송켜요’, 라고 한번씩 적고……송금.

        

       -우우웅

       -우우웅

        

       즉각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쇄도하는 톡의 진동 소리를 듣고 있자니……꽉 얹힌 듯하던 속이 조금 풀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아직은 불편했지만.

        

       옅은 한숨을 내쉬며 약을 모아뒀던 서랍을 확인해보니- 소화제, 다 떨어졌구나.

        

       다시 밖에 나가야 하나.

        

       짧은 고민 끝에,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들어 침대에 걸터앉았다. 이것도 탄산이니까. 조금은 편해질 수도 있잖아.

        

       -치익

        

       집을 나섰던 시간에 비하면 제법 긴 약속이었던 탓일까. 아니면, 한두 잔씩 홀짝거린 하우스와인이 은근 많았던 탓일까. 아직 그리 늦은 시간이 아님에도 피로감은 적지 않았다.  

        

       이럴 땐 맥주 한 캔 하면서 방송을 틀어놓고, 커뮤니티 탐방이나 하는 게 맞는데……아.

        

       카페, 카페 만들어야지.

        

       위게더의 운영자가 마지막으로 보낸 이메일은 거의 읍소에 가까웠다. 트래픽이 너무 과해서, 이대로면 내 게시판에만 사진 업로드 금지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던가. 그렇게 되면 팬분들이 속상해하실 것 같아서 걱정된다는 말의 행간에, 차마 말로 하지 못한 단어 수백개가 끼어있는 느낌이더라.

        

       본의 아니게 많은 민폐를 끼친 모양이었다.

        

       사과의 이메일을 보내 두는 건 잊지 않았다. 그리고, 생각난 김에 카페를.

        

       카페를…….

        

       음. 무슨 카페라고 해야 하려나.

        

       팬카페, 라고 하기엔 조금 낯부끄러운 느낌인데. 팬을 자청하는 사람들이 있고, 심지어 그중 한 명과는 현실에서 교류하고 있음에도……내 팬이라는 건 쉬이 익숙해지지 않는 존재였다.

        

       대체 내 뭘 보고,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카스트로는 사후에조차 팬을 몰고 다니는 걸 생각해보면, 혁명가에게는 원래 팬이 붙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스스로도 납득하지 못하는 마당에 먼저 나서서 팬카페를 만든다는 게……조금.

        

       조금은 어두운 색채의 고민들이 머릿속을 둥실거리며 떠다니다가, 가슴으로 내려가 얹히듯 머물렀다.

        

       술, 조금 더 마시며 생각해볼까.

        

       * * * *

        

       [작성자: ㅇㅇ]

       [제목: 북미섭 지랄났다 씨발ㅋㅋㅋㅋ]

       [(사진)

        

       두 판 돌리면 한 판은 알몸으로 뛰어다니는 새끼가 나오네 ㅋㅋㅋㅋㅋ씨발 진짜 ㅋㅋㅋ

        

       벽 너무 많이 부서지면 렉도 걸리더라

        

       근데 이 병신들 렉 걸려도 뿌듯해함]

       –     존나 큰 대검을 어케 참음?

       –     ㄴ 좀 참아 씨발아

       –     저거 영어 채팅 뭐임

       –     ㄴ 대충 내 존나 큰 대검은 서버도 부쉈다는 뜻

       –     ㄴㄴ 지랄났네 진짜

        

       [작성자: ㅇㅇ]

       [제목: 알몸기사 이거 뭔가 이상한데]

       [갤주 영상 보고 개같이 달려가서 세팅하고 지하로 뛰어갔는데

        

       상대도 알몸으로 헐레벌떡 달려왔음

        

       좆쩌는 심리전 끝에 각나와서 횡베기 질렀는데

        

       (동영상)

        

       벽에 막힘

        

       뭐야 씨발 하고 얼타고 있으니까 상대가 개쪼개면서 역으로 지르는데

        

       (동영상)

        

       이새끼도 막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행히 그 순간 대대대검은 던져도 사람을 뚫는다는 갤주 목소리가 떠올라서 바로 투척으로 이기긴 했다

        

       근데 진짜 왜 벽 안 뚫림? 씨1발 쪼개는 소리 들을 때 피 거꾸로 솟았다 진짜로]

       –     ??뭐지

       –     알몸끼리 만나면 적용 안 되나본데?

       –     ㄴ 그럴 이유가 있나? 걍 뭐 잘못 찍은 거 아님?

       –     ㄴㄴ 북미섭 유전데 은근 자주 일어나고 있음 버그거나 빌드에 내재된 결함일 듯

       –     ㄴㄴ 이 정도면 애초에 빌드가 버그 아닌가 시프요

       –     ㄴㄴ 버그면 어떰 걍 즐겨

       –     ㄴㄴ 정지당하는 거 아니야?

       –     ㄴㄴ 유저 30퍼는 정지시켜야 될 거다

        

       [작성자: ㅇㅇ]

       [제목: 그래서 갤주 언제 옴?]

       [진짜 미칠거같아

        

       아니 이렇게 해놓고 방치하고 사라지는게 맞냐고 지금 아

        

       법사특집이고 지랄이고 다 필요 없으니까 방송이나 켜달라고]

       –     방제: 오카리나 연주회 🎺

       –     ㄴ 크 아 아 아 악

       –     ㄴ 너 아따먹이지 시발아

        

       [작성자: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제목: 술 한잔 했습니다]

       [여러분도 한잔 하세요

        

       🍺 🍺 🍺 🍺]

       –     ???

       –     누가 얘한테 공지가 뭔지 좀 알려줘라

       –     헛소리 할거면 방송 키고 해줘

       –     ㄴ ㄹㅇ

       –     꿀 ~ 꺽 꿀 ~ 꺽! 캬~ 시원-하다! 역시 따먹눈나가 말아주는 맥주가 최고야!

       –     ㄴ 씨발 유입 댓글 금지 못 시키냐 진짜

       –     ㄴㄴ 너 같은 애들 빡치라고 쓰는 원주민이다에 레반 불알 건다

       –     ㄴㄴ 그거 진짜 자주 거는구나

       –     넌 그냥 공지 쓰지 마라

       –     ㄴ 제 저혈압 치료제가 여기 있네요

       –     제발 아크한테 공지쓰는 법 좀 배우고 와줘 한동안 잘 하더니 왜 또 이러는 거야

       –     아, 그리고 카페 만들었어요. (링크) 운영자님께서 이사를 권유하셔서……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     ㄴ 이걸 본문에 써 제발

       –     ㄴ 와 드디어

       –     ㄴ 바로 가입

       –     ㄴ 첫글 따먹으려 했는데 이새끼들 왜케 빠르냐

       –     ㄴ 글 벌써 70개네 백수새끼들 레전드다 진짜 ㅋㅋㅋㅋ

       –     ㄴ 팬카페까지 만들면서 끝까지 지튜브 안 파는 건 기싸움하자는 거지?

       –     ㄴ 독한년 진짜

       –     ㄴ 내일 방송도 켤 거예요. 아마 바로 마법사부터 할 것 같은데, 자면서 생각해볼게요. 다들 잘자요.

       –     ㄴㄴ 오

       –     ㄴㄴ 아니 이렇게 캐릭폭 넓으면서 하루종일 도적만 한거야?

       –     ㄴㄴ 몇 시??

       –     ㄴㄴ 야

       –     ㄴㄴ 몇 신지 말하고 가 텐련아

        

       * * * *

        

       모처럼의 휴방일. 평소라면 친구들과 약속을 잡기 바빴을 아크는, 편한 차림으로 컴퓨터 앞에 착석한 채였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님이 방송 중입니다!]

       [마법사(물리) 특집]

        

       트러플향 감자칩의 트러플 함유량보다도 부족한 정보량이 담긴 공지를 확인하자마자, 바로 연락해서 시작 시간을 추궁한 덕분이다. 이예나와 현실에서 친분을 맺은 보람을 만끽하는 순간이었더랬다.

        

       이예나가 전파한 홀레기사 빌드는 그야말로 나오나를 휩쓸고 있었다. 북미서버에서 더 유행했기에 더더욱. 원래 국산 상품이 미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면 갑자기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법 아니겠는가.

        

       근접 캐릭터 숙련도가 0에 가까운 아크에게는 그림의 떡이었지만.

        

       그런 느낌의 빌드를, 마법사를 위해서도 공개한다는데……참을 수 있을 리가.

        

       부계정으로 로그인된 화면을 보며 잠시 고민하던 아크는, 이내 키보드를 두들겨 본계정으로 접속했다. 방송 시간 확인하려 전화했다가, 얼떨결에 내일 합방까지 잡혀버린 마당 아닌가. 조금 어그로가 끌리더라도 그리 큰 폐는 아닐 터였다.

        

       그리고 더욱 솔직하게 말하면……이예나에게 자신이 방송을 보고 있다는 티를 내고 싶기도 했다. 조금은.

        

       《아. 잘 들리시나요. ……많이들 오셨네요. 반갑습니다. 오늘은 마법사 특집이예요. 누구나 할 수 있는 빌드를 목표로 만들어졌으니, 다들 방송은 짧게 보시고 해보러 가세요.》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브론즈도 쓸 수 있나요??】

        

       《……통역해줄 사람 있나요? 아, 브론즈에서도 쓸 수 있냐고. 네. 물론입니다. 상대도 브론즈일 테니까……오히려 좋아요. 원숭이들 간 영역다툼을 하는데 한 마리만 칼을 들고 간다고 생각해보세요. 라고, 통역해서 채팅에 누가 쳐주실 수 있나요.》

        

       ‘위키에 논란이 아예 별도 페이지로 생긴 거, 얘기해줘야 되는데. 진짜…….’

        

       그러나 아크의 머리를 맴돌던 걱정어린 잔소리들은 이내 설 자리를 잃었다.

        

       다른 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는……그야말로 멍하니 바라보게 만드는 플레이였다.

        

       아무리 봐도, 마법사는 아니었지만.

        

       -퍽!

        

       다시금, 충격음. 아크는 비틀거리는 카운터 모션을 확인한 후에야 저 기사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갔음을 알 수 있었다. 대체 언제 검을 휘두르려 했던 건지. 관전자의 입장임에도, 수없이 많은 미세 움직임과 페이크의 틈바구니에서 실초를 찾아내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보이는 건, 이예나의 마법이 벌써 몇 번째 완벽한 카운터 타이밍으로 관절을 두들기고 있다는 것뿐이다.

        

       상대의 움직임을 예지라도 하고 있는 것 아닐까 싶을 지경.

        

       당연하게도, 그리 느끼는 사람은 아크 한 명이 아니었다.

        

       대체 저걸 어떻게 하고 있는 거냐는 질문이 빗발치는 채팅창을 확인한 걸까. 바닥에 고꾸라진 성기사를 향해 스태프를 높게 치켜든 이예나가, 나른한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 나갔다.

        

       《매직미사일은 판정이 과해서……어려울 건 없어요. 타이밍도, 패링 타이밍보다 반의 반 박자 정도 빠르게 쏘아낸다고 생각하면 되고. 상대 무기를 맞춰야 되는 게 아니라서, 패링보다 심리전은 더 유리해요. 아무튼……기사는 잡았으니, 전리품 챙기러 가볼까요.》

        

       -퍼억!

        

       [Ardor(Paladin) has been slain!]

       [아따먹(Mage) → Ardor(Paladin)]

        

       바라보지도 않은 채 성기사를 살해한 마법사의 시선이 근처의 사제에 향했다. 설마하니 자신을 지키던 성기사가 마법사에게 근접전으로 패배할 거라곤 상상도 못한 걸까. 아직도 고작 몇 발자국 떨어진 위치에 멍하니 서 있던 사제는, 피묻은 스태프가 자신을 향하자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그렇게 허겁지겁 방어막을 시전하면서 도주하는 사제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캐스팅 모션을 취하는 듯하던 마법사가, 돌연 몸을 날려 태클을 시전했다.

        

       어지러이 흔들리는 1인칭 화면. 사제와 마법사와 한 덩어리가 되어 뒹굴고 있다는 의미다. 나름 나오나를 오래 플레이해온 아크로서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더랬다.

        

       ‘어? 방어막……시전 됐는데?’

        

       튕겨져 나갔어야 할 공격이다. 예상치 못한 일격이 주는 당혹감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을 지경이리라. 뜬금없는 근접전을 강요당한 사제가 제대로 된 저항을 하지도 못하고 얻어 맞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마법사의 접근은 방어막에 막히는 공격 판정이 아니라는 걸 모르던 아크와 시청자들 역시, 일제히 물음표를 띄우고 있었으나-

        

       《역시 둔기보다는 주먹이 나은 것 같지 않나요. 연출도 더 볼만하고. 마법사는 왜 건틀릿을 못 쓸까요. 마법으로 빛나는 무쇠주먹……다들 좋아할 거 같은데.》

        

       당사자는, 무심한 말투로 불평을 늘어놓을 뿐이었다.

       

       《자. 그러면 다음 판에는, 아. 이건 절대 따라하시면 안 되는 건데요. 법사를 하다보니까 이상하게 화염구가 잘 안 보이는 경우가 있던데. 혹시 왜 그러는지 아시는 분 있으면 제보해주세요. 무슨 말이냐……음. 커스텀 게임에서 시연만 해볼까요. 절대 따라하시진 마시고.》

       

       

       조금, 이상한 불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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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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