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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8

       “네가 주식을 사다 모으고 있다는 말은 들었다.”

        

       “……어…….”

        

       응접실에 나란히 앉아서 차를 마시던 아저씨의 말에, 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러고 보니 그런 일도 했었다. 한가람 팀장한테 맡긴 일이었고, 그 이후로 내가 따로 하지 말라는 말을 한 적이 없으니, 아마 지금까지도 신나게 주식을 사다 모으고 있겠지.

        

       ……많은 돈을 한 번에 움직이는 것이 너무나 좋다는 사람이었다. 돈에 진심인 사람이니, 주식이 오르건 내리건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신나있겠지?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 사다 모았으면 분명 유의미할 정도로 많이 사다 모은 뒤일거고.

        

       그런데 이건 나중에 최나경한테 반항하려고 사다 모은 거였는데.

        

       이제 슬슬 그만 모으라고 해도 되나?

        

       “잘했다.”

        

       하지만 돌아온 말이 칭찬인 것을 보면, 내가 크게 잘못한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물론 이 사람이 악의를 가지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긴 하지만…… 무작정 의심부터 하는 것도 위험한 일이다.

        

       “자사주를 꾸준히 매입하는 것으로도 장기적으로 볼 때 주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법이지. 너처럼 대규모로 매입해준다면 더 효과적일 거고. 지금 이사진이나 주주들 사이에서의 평판이 꽤 좋단다.”

        

       그랬나?

        

       사실 나는 회사 사람들과 이야기해 본적이 없어서 모른다. 일단 사라의 이름으로 된 주식이 최나경 다음으로 많은 주식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최나경이 굳이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 않는 이상, 아마 다음에 유진 그룹의 주인이 되는 것은 사라일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물론 우리가 그 자리에 오른다고 해도 회사를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 같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그룹 총수 자식들은 어린 시절부터 그런 쪽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고 하지만, 사라는 그런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서민 가정에서 자란 나도 마찬가지였고.

        

       그러니, 괜히 우리 손으로 뭔가 해보려고 하는 것 보다는 제대로 된 사람을 고용해서 따로 맡기는 편이 현명할 거다.

        

       뭐…… 그 ‘제대로 된’ 사람을 찾는 것부터가 문제였지만.

        

       “그런가요?”

        

       뭐라고 할 말이 없어서, 일단은 맞장구라도 치자고 생각했다.

        

       문제는 내 앞에 있는 사라의 삼촌이라는 이 사람이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는 거였지만.

        

       방금 내 대답에 만족할만한 이유가 있었나?

        

       솔직히 수아한테 상담이라도 받고 싶긴 했지만…… 지금 이 방에 있는 사람은 나, 그리고 사라의 삼촌이라는 이 예인혁이라는 사람, 그리고 내 전속 메이드인 양혜인뿐이었다.

        

       사실 이 아저씨는 나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기를 바랐지만, 솔직히 오늘 처음 보는 사람과 양혜인 중 누구를 더 신뢰하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양혜인을 더 신뢰한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적어도 양혜인은 진심으로 사라를 돕고 있으니까.

        

       하늘이, 소희, 수아는 못 들어왔다.

        

       일단 수아의 경우에는 아예 다른 회사와 연관이 되어있는 아이였다. 이 아저씨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지, 수아의 얼굴을 보고 조금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소희의 경우에는…… 양혜인 따라 들어오게 하는 것도 내가 강하게 주장해서 가능했던 것이니 어쩔 수 없었다.

        

       하늘이의 경우에도, 아직 최나경이 걸어둔 시시비비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고.

        

       ……아, 그랬지, 참.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그래, 물어봐라. 시간은 많으니까.”

        

       시간은 많지만, 솔직히 이런 불편한 자리는 얼른 파하고 싶었다.

        

       그러게.

        

       사라도 온 의식을 다해 동의했다.

        

       사실 사라는 아예 이 대화를 하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정보는 중요한 거니까. 내가 오늘 들은 정보가 정확한지 아닌지는 나중에 양혜인을 통해 확인하면 될 일이다.

        

       “최……어머님께서 진행하시던 일이 뭔지, 알 수 있을까요?”

        

       나도 모르게 최나경이라고 이름으로 부를 뻔하다가, 얼른 말을 바꿨다. 일단 여기 앉아있는 나는 사라 대신이니까. 사라가 쓰던 호칭으로 쓰는 것이 좋겠지.

        

       물론 요즘에는 사라도 어머님이라는 말은 쓰지 않고 있었지만, 나이 지긋한 어른 중에는 아무리 막장 부모라도 자식이 부모 취급은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때도 많다. 회사에 관련된 사람이면 앞으로도 몇 번이고 얼굴을 볼 사이인데, 괜히 이미지를 이상하게 심으면 곤란하지.

        

       몇 번이나?

        

       그리고, 언제나 당당하게 행동하지만, 그 본질은 방 안에 가만히 있을 때를 제일 좋아하는 극 내향성 성격인 사라는, 내 생각을 읽더니 그렇게 기겁했다.

        

       ……이젠 진짜 아무렇게나 막 말하네.

        

       사실이 그런 걸 어쩌겠어.

        

       뭐, 이 정도로 투닥거리면서 서로 진심으로 화내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으음……”

        

       아저씨는 잠시 고민하더니,

        

       “혹시 들은 거냐?”

        

       하고, 되물어왔다.

        

       “직접 듣지는 않았어요.”

        

       하늘이는 아직도 자기 아버지께 일어난 일이 무슨 일인지 알려주지 않았다. 그 이후로 내가 걱정할만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모습에 속으면 내가 전생에 스트리머가 올려둔 게임 영상을 본 이유가 없다.

        

       하늘이는 게임의 주인공과 똑같은 아이다. 자기 친구에게 괜한 걱정 시키지 않겠다면서 자기한테 일어난 나쁜 일을 전부 속으로 삼켜버릴 성격의 아이.

        

       그리고 만약 그 성격을 부모님께 물려받았다면, 하늘이의 부모님도 마찬가지로 하늘이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 자체를 말하지 않으셨을지 모른다.

        

       참, 여러모로 곤란한 애라니까.

        

       누가 누구더러.

        

       ……그렇게 말한다면 나야 할 말이 없기는 하지만.

        

       “하지만, 몇 가지 정보를 통해서, 어머님께서 어떤…… 회사나 사람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으니까요.”

        

       하늘이 아버지의 회사를 괴롭혔는지, 아버지를 직접 괴롭혔는지까지는 몰랐으므로,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그렇구나.”

        

       그리고 다행히도, 이 아저씨는 짐작 가는 바가 있었던 것 같았다.

        

       “알고 있었다면 다행이구나.”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내 생각과는 결이 조금 달랐다.

        

       “네?”

        

       내가 다소 어리둥절한 심정으로 그렇게 되묻자, 아저씨는 작게 한숨을 쉬고 말했다.

        

       “어쩌면, 최나경 회장…… 너의 어머니가 그런 일을 벌였던 시발점이 되었던 것이 그 사건이기도 했으니까.”

        

       “……네?”

        

       나는 다시 한번, 조금은 멍한 표정으로 그렇게 물었다.

        

       *

        

       ……그러니까, 최나경이 건드린 것은 하늘이 아버지가 일하는 회사가 맞았다.

        

       하늘이의 아버지는 그 회사의 사장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회사 내에서 중요한 중책을 맡고 계신다고 한다. 다만 그분이 없다고 해서 회사가 망할 정도의 위치는 아닌, 조금 높은 관리직.

        

       그렇기에, 그 정보를 입수한 최나경은, 마침 유진 그룹에 거래관계인 그 회사를 압박하고 있었다.

        

       온갖 곳에 꼬투리를 잡고, 고소 위협을 하고, 그런 와중에 은근히 하늘이의 아버지를 쳐내라고 압박한다.

        

       참 치졸하고 듣는 사람 어이를 저 하늘 높은 곳까지 날려버리는 행동이었지만, 최나경은 그런 짓을 서슴없이 했다.

        

       문제는, 최나경이 이전에 이미 비슷한 실책을 저질렀다는 거다.

        

       그때도 회사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고, 중요한 공급망이 하나 날아가 버리는 바람에 유진 그룹도 여러모로 곤란을 겪었다는 모양이다.

        

       그때는 개인적인 감정보다는 회사의 이득을 중요시하고 행동했다는 핑계로 넘어갔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이긴다고 해서 회사에 돌아오는 이득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오히려 괜히 이슈화가 되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될지 모른다.

        

       그렇기에 이사진이 직접 나서서 최나경을 압박했고, 그 결과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사라 하나만을 가지고 간다’라고 생각한 최나경이 터뜨린 그 사건이었다.

        

       ……뭐, 이 정도는 수아에게 이야기를 들었을 때 예상하긴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엄청 막장드라마같은 이야기다.

        

       물론 제작자가 만들 때 막장드라마스러운 요소를 넣어놨다고 하긴 했다만.

        

       “그러니까……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의 잘못도 있다. 미안하다.”

        

       희끗희끗한 정수리를 내 쪽으로 향하며 사죄하는 그 사람에게, 나는 얼른 손을 흔들면서 말했다.

        

       “아, 아뇨…… 아니에요.”

        

       이것도 계산된 행동일까?

        

       최나경의 반대파가, 사라와 최나경의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일부러 이런 정보를 건네주는 걸까?

        

       ……전자건 후자건, 당장은 사라에게 이득이었다.

        

       “그럼…… 오늘은, 저에게 이 이야기를 해 주시러 오신 건가요?”

        

       내가 묻자, 아저씨는 허리를 펴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기도 하지. 전할 이야기는 하나가 더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다른 하나는 뭔가요?”

        

       “사라야.”

        

       “네?”

        

       어째 아저씨가 자기 앞에 앉아있는 나를 굳이 한 번 더 부르길래, 나는 조금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얼마 뒤면 생일이더구나.”

        

       “그렇……죠?”

        

       “그래서 말인데, 그날에 맞춰서 소소하게 축하 파티를 여는 것은 어떨까 싶다. 너는 지금까지 최나경 회장 때문에 핏줄들도 못 만났으니까 말이다. 그날 참석해서, 제대로 얼굴을 보고 인사를 하는 건 어떻겠니?”

        

       그리고 아저씨는 얼굴에 인자한 미소를 띠며 덧붙였다.

        

       “아, 물론 친구들을 데리고 와도 된단다. 그 자리는 너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니까. 오늘 같이 온 친구들도 함께 오는 건 어떻겠냐?”

        

       “……어…….”

        

       뭐랄까.

        

       나는 아무것도 안 해도, 이상하게 일이 커질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지금 격하게 느끼고 있었다.

        

       “……네, 생각해볼게요.”

        

       “부디 긍정적으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아저씨는 다시 한번, 내 쪽으로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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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Q악역 영애가 되긴 싫어
Status: Completed Author:
I fell into the single-player game 'If You Wish' and decided to struggle to avoid becoming a villainess with a terrible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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