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88

   샬롯과의 데이트.

   살다 살다 샬롯에게 그런 말도 듣게 된 크라슈는 벙쪘다.

     

   “따라오렴.”

     

   그리고 샬롯은 조금의 거절도 생각하지 않았다는 듯 몸을 돌려 걸어갔다.

   그 뒷모습을 멍하니 보던 크라슈는 서둘러 샬롯을 따랐다.

     

   크라슈 또한 샬롯의 말을 거부할 생각 못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샬롯의 말마따나 그녀에게는 최근에 빚을 진 게 많이 있다.

   크라슈도 나름 샬롯에게 빚을 졌다는 점을 신경 쓰고 있었다.

     

   그러니 차마 샬롯의 말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

     

   ‘데이트라니, 대체 뭘 할 생각인 거지?’

     

   크라슈는 분명 샬롯의 동생이지만 그녀의 행동을 종잡을 수 없어 했다.

   그녀는 늘 자기 주관대로 행동했었으니까.

     

   패턴 자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인 것이다.

     

   샬롯의 뒤를 따라 걸어서일까.

   주변에 가는 길, 꽤나 많은 시선이 이쪽으로 쏠렸다.

     

   크라슈는 자기 모습을 들키지 않고자 최대한 고개를 숙인 채 샬롯을 따랐다.

     

   “저, 누님.”

     

   그러면서 남들에게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조용히 샬롯을 불렀다.

     

   “언니라 부르렴.”

     

   크라슈가 순간 말문이 막혀 멍하니 샬롯을 보자 그녀는 늘 그렇듯 전매특허의 입꼬리만 올리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농담이란다.”

     

   샬롯의 농담은 늘 종잡을 수가 없었다.

     

   “하고 싶은 말은?”

   “데이트로 무슨 일을 하실지는 몰라도 적어도 이 모습을 해제하고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따르긴 따를 테니 최소한 이 모습이라도 벗게 해달라고 크라슈가 부탁하자 그녀는 고개를 기울였다.

     

   “지금 따라오는 곳은 그 모습인 게 더 나을 텐데?”

     

   샬롯의 말을 듣고, 크라슈도 덩달아 고개를 기울였을 때였다.

   크라슈는 곧 샬롯이 어디로 가는지 눈치채고는 시선을 올렸다.

     

   거기에는 꽤나 예쁘게 지어진 건물 하나가 있었다.

   둥글게 쌓아 올린 지붕과 촘촘히 박혀 있는 기둥은 어딘가 신전 같은 분위기를 취했다.

     

   더불어 주변에 흐르고 있는 물길과 꽃들은 저물고 있는 노을 덕분에 무척이나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했다.

     

   그리고 크라슈 또한 이곳이 어디인지 눈치챘다.

     

   ‘라헬른 아카데미 귀족 여성회.’

     

   차를 마시고, 사담을 나누는 라헬른 아카데미의 귀족 여성회 장소다.

     

   현재는 주로 1기생들을 중점으로 이루어진 장소로.

   겉보기에는 차를 마시고, 사담을 나누는 곳이지만, 그 실상은 권력의 앞다툼과도 같은 장소다.

     

   실제로 라헬른 아카데미의 주요 소문들은 다 여기서 나온다고 봐도 무방했다.

   남자 귀족들은 굳이 회를 만들지 않았지만 저마다의 심복을 심어 두어 이곳에서 정보를 얻고 가기도 했으니 말이다.

     

   크라슈는 샬롯이 데려온 장소를 뜻밖이라 여겼다.

   그래서 왜 여기로 데려온 것이냐고 샬롯을 돌아보자 그녀가 입꼬리를 올렸다.

     

   “최근 재밌는 소문들이 많거든. 동생에게도 도움 되지 않을까 싶어서.”

     

   그 말은 즉, 앞으로의 라헬른 아카데미 생활을 위해 정보를 얻고 가라는 소리였다.

     

   이것이 샬롯의 배려임을 깨달은 크라슈가 아주 짧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크라슈는 그동안 2기생들의 중심이 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

   실제로 그 노력 덕분에 크라슈는 성공리에 2기생들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2기생에 시간을 쏟은 만큼 크라슈는 현재 1기생의 세력 분포도 정보가 부족했다.

     

   2기생의 중심이 된 만큼 이제는 더 나아가 1기생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 마당.

   그렇다 보니 크라슈는 1기생의 세력 분포도와 정보를 어디서 구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그때 때마침 샬롯이 나타나 정보를 수월하게 얻을 수 있는 여성회에 데려와 준 것이다.

     

   ‘빚을 갚게 하겠다더니.’

     

   이건 오히려 빚을 더 지게 만든 셈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샬롯은 망설임 없이 긴 다리를 뻗으며 여성회에 입장했다.

     

   그 거침 없는 모습은 누가 봐도 여성회에 자주 들른 반응이었다.

     

   “어, 샬롯?”

   “샬롯 발하임 님이라고?”

   “어머, 샬롯 발하임 님께서 오셨어요.”

   “저분께서 오신 건 처음 아닌가요?”

     

   그렇게 샬롯이 여성회 건물에 들어선 순간 여성진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보다 그렇게나 익숙하게 위풍당당한 발걸음을 하더니 정작 본인도 여성회가 처음이었나.

   샬롯답다면 정말 샬롯다웠다.

     

   “샬롯?”

     

   그리고 곧 크라슈는 듣자마자 기분이 팍 상하는 목소리 하나를 들었다.

   그 목소리를 들은 크라슈가 천천히 시선을 옮기자 아니나 다를까, 거기에는 바다 빛 머리색의 여성이 서 있었다.

     

   다른 이들보다 고풍적으로 느껴지는 외모 사이, 드러난 이지적인 눈매.

   푸른색 보석같이 빛나는 눈동자의 주인은 다름 아닌 제국의 3황녀 시그린 에파니아였다.

     

   보자마자 얼굴이 찌푸려질 걸 겨우 견디자 시그린의 눈에 못마땅함이 스쳤다.

     

   그야, 여성회는 사실상 자신의 주력 장소인데 샬롯이 들어섰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녀 또한 고단수였다.

   샬롯과 눈이 마주치기 전에 바로 표정을 고쳤기 때문이었다.

     

   “반가워요. 당신이 여기에 오실 줄은 몰랐네요. 어쩐 일이신가요?”

     

   시그린이 무척이나 친절하게 묻자 샬롯은 짧게 콧방귀를 내쉬었다.

     

   “너 보러 온 거 아니야.”

     

   그리고 일말의 망설임 없이 시그린을 무시해 버렸다.

   곱게 정돈된 시그린의 눈썹이 한차례 꿈틀거렸다.

     

   그야, 눈앞에서 면박을 줬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새삼 크라슈는 샬롯이 자신을 제외한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대하는지 눈치챘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그 말이 가장 어울리는 이답게 샬롯은 자신이 마음에 안 드는 이에게는 가차 없었다.

     

   더욱이 시그린과 같이 무조건 적대적일 수밖에 없는 관계라면 그 성향이 심해졌다.

     

   ‘시그린과 샬롯이 절대 친해질 수 없는 이유가 보이네.’

     

   애초에 이 두 사람은 성향 자체가 너무 반대다.

   둘 다 같은 거라고는 자신이 세계에서 최고라고 생각하는 나르시즘밖에 없겠지.

     

   “하, 하하, 그러시군요.”

     

   시그린은 애써 웃음을 지으며 이번에는 크라슈 쪽을 보았다.

   그러고는 곧 다시금 친절한 웃음을 띄웠다.

     

   “그보다 이쪽은 처음 보는 손님이신 거 같은데. 누구실까요?”

     

   당연히 시그린 또한 크라슈의 진짜 모습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얼굴 너머에는 의문이 서려 있었다.

     

   샬롯이 데리고 다닐 정도라면 자신의 기억에 분명 있어야 할 인물인데 기억에 하나도 없으니.

   당연히 궁금증이 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왜인지 머리색을 제외하면 샬롯과 많이 닮았다.

     

   시그린에게 샬롯은 변수 덩어리다.

   그러니 이번 회차에서 어디로 튈지 모르니 변수인 샬롯의 주위는 죄다 알아 두려는 속셈이었다.

     

   그러자 샬롯은 손을 뻗어 대뜸 크라슈의 어깨를 감쌌다.

   본래도 키가 꽤 큰 샬롯은 여자가 된 크라슈보다 한층 더 키가 컸다.

     

   그래서인지 크라슈를 감싸 안은 꼴이 된 그녀가 입꼬리를 틀어 올렸다.

     

   “내 애인.”

     

   크라슈도 굳고, 시그린도 굳었다.

   이게 무슨 망발인가 싶었지만, 샬롯은 폭탄만 던져 놓고 유유히 걸음을 옮겼다.

     

   그러고는 회장의 중심에 있는 상석 의자를 빼어 앉더니 크라슈에게도 오라고 손짓했다.

   제멋대로인 것도 정도껏이지 이쯤 되면 크라슈도 머리가 따라가기 벅차 두통이 올 지경이다.

     

   그리고 그건 시그린도 마찬가지였는지 그녀는 벙찐 표정으로 크라슈를 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그녀의 머릿속에서도 샬롯은 절대로 농담 삼아 애인 같은 말을 남발할 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애인?”

   “애인이요?”

     

   문제는 시그린만이 아니었다.

   샬롯이 등장한 이후 줄곧 이쪽에 귀를 기울이던 여성진들 전부가 반응했다.

     

   그들의 시선이 일제히 크라슈에게로 쏠렸다.

     

   관심과 흥미, 여러 가지를 동반한 눈빛이 크라슈에게 몰려들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웬걸 질투까지 섞여 있었다.

     

   ‘질투는 뭔.’

     

   어이가 없어진 크라슈가 버릇처럼 뒷목을 잡으려다가 우뚝 멈췄다.

   괜히 이런 짓을 했다가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면 곤란하다.

     

   그러니 크라슈는 얌전히 샬롯의 옆에 가서 앉기로 했다.

     

   “흐응, 내부는 이런 느낌이었네.”

     

   크라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샬롯은 처음 와본 여성회의 회장을 슥슥 둘러보았다.

   귀족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최신 유행하는 가구들과 꽃 등등 여러 가지 것들이 갖춰져 있었다.

     

   이곳의 회장은 다름 아닌 시그린이니.

   그녀가 제국에서 주도적으로 공수해 온 물품들이겠지.

     

   ‘제국의 힘도 보여주고, 시그린 스스로 베푸는 모습도 연출할 수 있으니 딱 맞겠지.’

     

   크라슈는 거북한 것을 본 기분에 휩싸여 속이 울렁거렸지만 참았다.

   시그린과 관련된 것은 토악질부터 나오려고 해서 문제다.

     

   “와하하, 진짜 샬롯이네?”

     

   그러는 순간 회장에 또 다른 목소리 하나가 거세게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 또한 익히 들어 본 적 있는 크라슈가 고개를 돌린 순간 거기에는 한 여성이 서 있었다.

     

   배가 살짝 엿보일 만큼 짧게 줄인 와이셔츠와는 별개로 기다랗게 늘린 마학과 상징의 붉은 색의 재킷.

   잿빛 색의 머리카락을 묶어 올린 샛노란 장신구와 동그란 안경까지.

     

   캉!

     

   상어 같은 이를 부딪치며 당당한 미소를 그린 이의 정체는 다름 아닌.

     

   샬롯이 무학 1기생 중 수석인 것처럼 그녀는 마학 1기생 수석이자.

   후에 뇌왕(雷王)이라 불리며 천하십강에 오른 여자.

     

   타리아 발레스였다.

     

   창공의 세대 중, 샬롯을 제외하고 가장 빠르게 천하십강에 오른 그녀는 전격계 마법의 스페셜 리스트였다.

     

   ‘분명 지금도 이미 7서클 아뎁투스 메조르라고 했었지.’

     

   검사로 치면 그녀는 이미 마스터 중급에 도달한 셈이었다.

     

   그녀의 나이는 고작해야 16살.

   현재의 나이를 감안하면 터무니없는 성취임이 확실했다.

     

   ‘1기생은 무학과 마학의 수석이 여성진이고, 2기생은 두 수석 다 남성진이라.’

     

   아이러니하게도 꽤나 묘한 구도가 만들어졌다.

     

   그녀는 키득거리는 웃음을 흘리며 샬롯의 앞에 걸어왔다.

     

   “어쩐 일이야? 고귀한 샬롯께서는 이런 자리를 안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그녀가 도발 섞인 물음을 하자 샬롯은 그녀를 힐끗 보곤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내 맘이야.”

     

   고귀한 것은 부정하지 않는 게 샬롯다웠다.

     

   “흐흐흐, 역시 샬롯이네.”

     

   그리고 샬롯의 냉담한 반응에도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웃어넘겼다.

   이쪽도 꽤 호탕한 성격이었다.

     

   거기에 그녀는 샬롯을 향해 꽤나 친근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저 모습은 분명 그동안 꽤 샬롯에게 말을 걸어 본 본새였다.

     

   ‘원래는 친해질 사이는 아니었는데.’

     

   샬롯은 본래 라헬른 아카데미에 올 일이 없었다.

   그런 만큼 타리아 또한 샬롯과 연관될 전혀 없었다.

     

   그녀는 아카데미가 마치는 대로 자신의 마탑으로 돌아갔었으니까.

     

   하지만 크라슈 때문에 샬롯이 라헬른 아카데미에 오게 되고, 두 사람은 연이 이어졌다.

   어쩌면 이 연은 또 다른 결과를 불러올지도 몰랐다.

     

   ‘잘하면.’

     

   창공의 세대 같은 것에는 관심을 주지 않고, 마탑에 틀어박혔던 타리아를 창공의 세대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크라슈가 그런 생각을 하며 슬쩍 타리아를 바라본 순간이었다.

   타리아와 크라슈의 눈이 마주치자 그녀의 눈이 자연스럽게 휘어들었다.

     

   거기에 담긴 감정이 생각보다 예사롭지 않아 크라슈가 의문을 품기 직전.

   타리아는 입고 있던 목폴라 티셔츠를 대뜸 크라슈에게만 보이도록 살짝 당겼다.

   

   

   

   

     

   곧이어 거기에 새겨진 것을 본 크라슈가 천천히 눈을 크게 뜨기 시작했다.

     

   “안녕, 반가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샬롯과 친해 보이는 동생 양.”

     

   그녀의 휘어진 웃음을 본 순간 크라슈가 ‘하’하고 짧게 속으로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목에 새겨진 문양은 다름 아닌 검은색의 별이었다.

   그리고 그 검은색의 별이 새겨진 이의 정체를 크라슈는 누구인지 꿰뚫고 있었다.

     

   타리아 발레스.

     

   그녀가 바로 크림슨가든이 라헬른 아카데미에 심어 둔 종이었다.

     

   【 한 가지 비밀 이야기야. 】

     

   그 순간 크라슈의 눈앞에 글자가 새겨졌다.

   이 한순간에 메시지 마법을 사용한 것이었다.

     

   날카로워진 그녀의 눈매가 회장 주위로 뻗었다.

     

   【 이 안에 흑마녀가 심어 둔 종이 있어. 】

     

   그리고 사건이 발생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