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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8

   EP.188

     

   크고 작은 목조 건물들이 줄지어 있는 마을.

     

   규모로 봐서는 하나의 큰 도시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그곳에 두드러지는 거대한 건축물이 있었다.

     

   天月門(천월문)

     

   목탑 아래에 걸린 현판과 그곳에 음각으로 새겨진 석 자.

     

   한때는 제대로 아는 이가 하나 없는 이름이었지만 지금 이 세상에서는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어린아이조차 모를 수 없는 유명한 문파의 이름이었다.

     

   대문 너머에서 무공을 연마하는 문파 생도들의 기합 소리가 우렁차게 도시 곳곳을 울려 퍼진다.

     

   수백에 달하는 제자들과 그들을 가르치는 스승들.

     

   그리고 그 연무장의 중심에 자리한 건물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한 여인이 있었다.

     

   “어떡하지……”

     

   무표정한 얼굴로 중얼거린 아름다운 여인.

     

   14층의 주인이자 천하제일인이라는 별호를 가진 그녀는 현재 그녀는 무위로도 해결할 수 없는 어떤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반가워해야 하나.”

     

   그녀의 시선이 천월문의 입구에 일렁거리는 거대한 마력을 향했다.

   탑을 오르는 도전자들이 층을 이동할 때 발생하는 마력의 움직임. 포탈의 생성이 확실한 그 변화에 여인의 표정이 긴장으로 굳어졌다.

     

   “아니지… 그래도 스승인데 여기까지 온 걸 칭찬부터 해야 하나?”

     

   화영.

     

   천월문의 문주이자 수천에 달하는 문하생을 둔 그녀는 지금 막 13층을 통과한 김시인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김시인이 성좌가 되기 전에 과거의 자신에게 무공을 배웠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의 김시인을 가르친 것은 현재의 그녀가 아니었기에 생색을 내는 것도 같잖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도저히 모르겠네……”

     

   화영은 김시인이 천월문의 무공을 접하게 된 2층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김시인은 몰랐겠지만 그가 탑의 2층으로 정무학관을 배정받은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이용한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지만…… 쯧. 하필 14층의 마지막 임무가 제자 육성이라니.”

     

   그녀는 근심이 가득한 침음을 흘리며 검을 휘두르는 자신의 제자들을 내려다봤다.

     

   -하압!

   -하압!

     

   연무장에서 목검을 들고 기초 검술을 익히고 있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최근 천월문에 입문해 기초를 배우기 시작한 꼬마들.

     

   ‘약해.’

     

   그들은 너무나도 나약했다.

     

   물론 이제 막 검을 잡은 무인을 보며 미래를 재단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었으나 그것 또한 무에 대한 깨달음이 부족한 자들에게나 통용되는 말이지 화영에게는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그녀는 현 강호에서 감히 견줄 자가 없는 압도적 강자였다.

     

   그렇기에 검을 쥐는 모습만 봐도 그 무인의 재능을 알아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무공을 알았기에 한 걸음 보법을 펼치는 순간 그가 쓰는 무공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정도였으니 부정확할 수가 없었다.

     

   그런 그녀가 보기에 갓 입문한 아이들은 재능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도 찾을 수가 없는 상태였다. 게다가 더욱 아쉬운 점은 지금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스승들 또한 마찬가지라는 사실이었다.

     

   “아무리 깨달음이 스스로 깨우치는 것이라지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화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말해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들의 성장이 느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 누구도 천하제일인의 재목은 아닌 것을.

     

   현경의 경지를 옛적에 초월해 버린 그녀.

     

   그녀가 탑의 14층에서 받게 된 임무는 [제자를 양성하여 천하제일인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억지야……”

     

   저 아이들 중, 단 하나라도 진정으로 천월신공의 끝을 볼 수 있는 자가 나올까?

     

   아니, 그 이전에 다른 문파의 최고수들의 발 끝자락이라도 닿을 수 있는 무인이 나올지 조차도 의문이다.

     

   그녀는 이곳의 아이들이 화산파나 무당파 같은 거대 문파가 아닌 천월문을 선택한 이유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천하제일인이라는 허명 때문이었지.’

     

   그녀가 현 무림에서 제일 강한 무인이라는 사실은 진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화영이 강하다는 것이지 천월문이 강하다는 사실과는 거리가 좀 멀었다.

     

   화영의 14층은 그녀가 오기 전부터 강자들이 수두룩하게 널려 있던 세상.

     

   「천하제일인이 되십시오.」

     

   그것이 그녀가 14층에서 받은 첫 임무였다.

     

   ‘문제는 그 이후의 연계 임무였지.’

     

   그녀는 임무를 따라 이 세상의 천하제일인이 됐다.

     

   하지만 천하제일인이 되자마자 받게 된 문파를 세우라는 임무였고 그녀는 가르침에 뜻이 없었음에도 다음 층으로 향하기 위해 문하생을 모으고 천월문을 설립했다.

     

   문하생을 모으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천하제일인이 자신의 무공을 전수한다는데 그 어떤 무인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진짜 문제는 천월문을 설립하고 이어진 세 번째 임무.

     

   「천월문의 제자 중 하나를 천하오대검수로 만드십시오.」

     

   그녀는 자신이 가르친 제자 중 하나를 자신과 비슷한 수준까지 육성해야 했다.

     

   하지만 그것은 천월문이라는 이름으로 실행하기에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

     

   화산제일검 백명하.

   무당지검 진무혁.

   남궁세가의 가주 남궁학.

   천마 소휘령.

     

   현경과 탈마의 경지에 오른 무인들의 이름이었다.

     

   물론 화영은 그들보다 강했다. 하지만 화영이 강하다는 것이 그들이 약하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까고 말해 화영은 그 네 사람이 동시에 덤벼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허나 그 넷 중 하나가 천월문에 공격을 가한다면 모든 제자가 달려들어도 그들의 털끝조차 건드릴 수가 없다는 것이 현실.

     

   “천하오대검수라……”

     

   공교롭게도 앞선 네 사람은 모두 무림을 대표하는 검수들이었다. 게다가 문제는 화영도 검을 사용하는 무인이라는 것.

     

   그 말인 즉, 제자 하나를 천월문의 이름으로 키워서 저 괴물 넷 중 하나를 쓰러뜨리라는 의미였다.

     

   “현경이 아무나 오를 수 있는 경지도 아니고.”

     

   그랬기에 그녀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로 했다.

     

   이 세상에서 제자들을 찾고 성장시킨다면 14층을 클리어하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할지 알 수 없었다.

     

   수 년? 수십 년?

     

   아니, 어쩌면 몇 세기가 지날 때까지 14층을 완수하지 못 할지도 몰랐다.

     

   그랬기에 그녀는 세상 밖에서 자신의 제자를 찾기 시작했고 그녀의 눈에 보인 것이 바로 지구라는 좌표에서 탑에 입탑한 김시인이라는 플레이어였다.

     

   “운이 좋았어.”

     

   그녀는 김시인을 2층의 정무학관으로 보낼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탑의 힘을 통해 빠른 성장을 이룩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김시인이 이곳에 도착할 수 있도록.

     

   물론 10층 이후의 세상은 해당 도전자의 성장을 위해 가장 적합한 층을 배정한다는 것을 그녀도 알았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와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탑이 김시인을 그녀에게로 인도할 것만 같은 확신. 그리고 김시인이 13층에 도달했을 때 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실현되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스윽.

     

   그녀가 허공답보를 펼쳐 공중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비명이 튀어나올 아찔한 높이. 허나 그녀는 잠시 후에 만날 첫 제자를 떠올리며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

     

   띠링.

     

   [이곳은 14층, 중원무림입니다.]

     

   장막 뒤의 감시자가 다스리던 도산검림과는 또 다른 무림.

     

   이름이 ‘중원무림’인 것으로 보아 2층에서 경험했던 정무학관이나 11층의 도산검림보다 훨씬 큰 세계가 담겨 있는 듯했다.

     

   풍경은 딱히 특별하다 싶은 것이 없었다.

     

   무림답게 생긴 크고 작은 목조건물. 각양각색의 객점이나 주변으로 펼쳐진 포목점과 잡화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도 평범하게 사람이 사는 동네인 것 같았다.

     

   “으음……”

     

   그나마 특이한 부분이라면 지금 내 뒤로 꽤 거대한 건물이 기다란 그림자를 만들며 웅장하게 세워져 있다는 점.

     

   짧고 굵은 기합 소리와 간간이 들려오는 파공음으로 보아 검을 가르치는 문파가 아닐까 싶었다.

     

   “성좌들이 게으른 건지 아니면 또 문제가 있는 건지 참……”

     

   10층 이후로 층을 오르며 임무가 곧바로 나타난 적이 없는 것 같았다.

     

   11층의 장막 뒤의 감시자는 화장실을 다녀오느라 임무를 못 보냈고 12층의 이세계의 대부는 엔리코에게 잡혀 있느라 임무를 못 보냈었던 상태.

     

   13층의 탈람바르는 이미 한 번 겪었던 임무라 귀찮아서 안 보냈던 것 같지만 14층은 큰 문제가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왜 임무를 보내지 않는지 예측할 수가 없었다.

     

   ‘느낌상 무인일 것 같기는 한데……’

     

   장막 뒤의 감시자와 비슷한 괴짜일까?

   아니면 탈람바르처럼 싸움에 미친 광전사?

     

   뭐가 되었든 불안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싸워야 한다면 싸워서 이기고 나에게 불리한 것을 요구한다면 12층에서 그랬던 것처럼 나만의 길을 개척할 수도 있는 일이니까.

     

   “그나저나 여기 뭔가 기분이 묘한데……”

     

   -합!

   -합!

     

   거대한 대문을 넘어 힘찬 기합이 들려오자 이유 모를 반가움이 느껴졌다.

     

   익숙한 기운과 함께 보법을 밟는 소리도 익숙하고 공기를 찢으며 들려오는 검의 울림 또한 익숙하다.

     

   “도대체 뭐하는 곳인……”

     

   그래서 나는 고개를 돌려 현판에 적힌 문파의 이름을 확인하다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天月門

     

   “……응?”

     

   하늘의 달.

     

   더 이상 단순하게 설명하라고 해도 그럴 수 없는 문파의 이름이 나의 눈에 들어왔기 때문.

     

   “천월문?”

     

   화영에게 전수받은 천월신공으로 탑을 올랐다.

   매 순간 가장 위험한 순간에 나를 구해 준 것은 천월신공이었고 나를 더 높은 곳으로 인도한 것 또한 화영의 가르침이었다.

     

   내 무공의 기초이자 근본이 되는 문파, 천월天月이 음각으로 새겨진 현판을 보니 반가움과 함께 소름이 돋아났던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끼익.

     

   호출하지도 않았던 천월문의 대문이 자연스럽게 열리며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크흠흠…!”

     

   괜히 헛기침을 하며 모습을 드러내는 여인.

     

   “……화영?”

   “반가워……요?”

     

   탑을 오르며 다시는 만날 일이 없을 것이라 여겼던 그녀가 어색하게 손을 들며 나에게 인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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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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