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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9

       

       

       그렇게 무라사끼는 자기가 타고 온 자동차를 타고 떠나고, 

       

       양복자·이유하·아이까와·오스에도 내가 불러준 택시를 타고 떠나자, 

       

       북적거리던 하숙집은 한순간에 다시 휑해졌다. 나는 녀석들을 배웅하고는, 마당에 우두커니 서서 하숙집을 둘러보았다. 남은 것은 원래 여기 묵던 나, 이 집 딸내미인 함서주, 그리고……

       

       “안경 동무분은 왜 안 간대요? 또 염치두 없이 여기서 눌러앉는 건 아닌가 몰라……”

       

       함서주가 까치발을 서고선 내 귀에 대고 속닥거렸다. 아직 남아있는 송병오를 두고 하는 말이다.

       

       “허어! 다 들리네 그려! 사람을 무엇으로 보는겐가!”

       

       방 안에 앉아있던 송병오는 그걸 또 들었는지, 아니면 제 흉을 보는걸 눈치챘는지 발끈하며 외치고는, 

       

       “나도 이 한몸 뉘일 곳 정도는 있네! 그렇잖아도, 청계변에 있는 나의 아늑한 하숙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야! 아! 택시든 인력거든 날 위하여 불러줄 필요는 없네 그려. 내 두 다리로 걸어가면 족하니 말일세.”

       

       하고 방에서 나와 구두를 신고는 대문가로 나선다. 뭐, 여기서 녀석의 하숙집까지는 날씨도 좋으니 슬슬 걸어갈만도 했으니까. 

       

       하지만, 나는 떠나려는 녀석의 뒷덜미를 붙잡았다.

       

       “넌 여기 있어.”

       “가랄 땐 언제고 또 뭔가!”

       “네 하숙집엔 전화기가 없잖아. 급할 때 연락할 수단이 없다고.”

       

       그랬다. 무라사끼 녀석이 사는 종로경찰서장 관저에도 전화기는 있고, 그럭저럭 사는 양복자의 집에도 전화기는 있다. 녀석들에게는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었으나, 송병오 녀석에게는 연락할 수단이 없었던 것이다.

       

       녀석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씨익 웃으며, 다시 몸을 돌려 쪽마루에 걸터앉아 다시 구두를 벗기 시작했다.

       

       “후후…… 자네가 정 그렇다면…… 알겠네! 내 그럼 사양 않고, 이번에도 신세를 좀 지겠네그려.”

       “저, 저 츱츱스런 것좀 봐요!”

       

       함서주가 부엌으로 들어가며 뾰루퉁한 얼굴로 툴툴거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렌까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았다고는 해도 그 대동아공영회라는 놈들을 백 퍼센트 믿을 수는 없었고, 또 혹시모를 일에 대비해 서로 뭉쳐있을 필요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송병오 녀석과 할 일이 있었다. 언젲 구두를 다 벗었는지 재빠르게도 벌써 방 안에 들어가 누우려는 송병오에게 내가 말했다.

       

       “병오야. 눕지 말고 나랑 시내에 좀 갔다 오자.”

       “응? 경성 부내에 말인가?”

       “그래. 그 뭐야, 혼마찌같은데 가면 헌터마켓, 아니 엽사 상점같은 거 있지? 거기서 칼 좀 사게.”

       

       몇 가지 할 일이 있었다. 우선, 검을 사야 했다.

       

       어제 렌까의 검이 부러진 탓에 급한대로 오스에의 짧은 와키자시(脇差)를 잠깐 빌려쓰긴 했지만, 결국 오스에에게 돌려줬다. 와키자시같은 소도는 잠깐의 호신용이지, 내가  주력으로 쓰기엔 너무 짧은 검이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칼도 많이 해먹었네.’

       

       처음 입학해서 지급받은 교도(校刀)는 저번 동소문 마문에서 아오끼 소좌에게 부러졌고, 그때 얻은 아오끼 소좌의 신속부여 검은 한창 쓰다가 뭔가 정신에 안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서 짱박아 두었다.

       

       렌까가 쓰던 화염방사 검은 이번에도 아오끼 소좌와 싸우다가 부러졌고, 이번에 아오끼 소좌를 죽이고 얻은 대태도(大太刀)는 내가 쓰기엔 너무 길고 무거워서 짱박아 두었고.

       

       ‘아오끼 소좌 이놈, 힘들게 잡은 것 치고 쓸모있는 템을 안 주고 말이야.’

       

       그나마 스턴 장갑은 유용하게 쓰고 있기는 했다. 그리고 사실, 놈이 떨군 검들도 영 쓸모없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신속부여 검은 정신이 평온한 상태에서 잠깐 쓰는 것은 문제없었고, 대태도 역시 나중에 근력이 붙거나 하면 쓸 수 있으리라. 

       

       하지만, 아무튼 지금 당장 쓸만한 칼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교수들의 일부가 적이 된 이상, 지금 당장 학교로 가서 새 교도를 지급받기도 뭐했다. 렌까에게 ‘칼 줘 (벅벅)’ 하면 하나쯤 주기야 하겠지만 지금 렌까는 없었다. 그리고 좀 염치없기도 하지……

       

       그러니 경성 시내, 아니 부내(部內)에 가서 당장 쓸 칼을 사둘 생각이었다. 전에 혼마찌를 다니다가 보니 헌터, 아니 엽사들이 쓰는 무구나 장비들을 파는 상점골목도 있는 모양이더라고. 대단한 물건은 필요 없으니, 적당한 녀석으로 하나 살 생각이었다.

       

       “그리고 시계방도 들러야 돼. 손목시계 망가졌거든.”

       

       나는 왼손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아오끼 소좌의 괴물같은 검격을 받아내며 그 충격이 시계에까지 전해졌는지 결국 고장나고 말았던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그동안 여러모로 고생했는데 여태껏 멀쩡히 돌아가는 것도 용하긴 했다.

       

       송병오 녀석은 “제길! 그럼 구두를 벗기 전에 빨리 말하면 좋잖은가!” 하고 구시렁거리며 다시 구두를 신었다.

       

       “둘이서만 가요?”

       

       함서주가 부엌에서 빼꼼 내다보며 물어왔다. 경성 시내에 간다니까 자기도 같이 가고 싶은 듯한 눈치였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바램을 들어줄 수는 없었다.

       

       “응. 놀러가는게 아니라 필요한 장비 사러가는 거라서. 너는 집 지키고 있어.”

       “피! 깍쟁이……”

       

       작게 투덜거리는 함서주를 뒤로 하고, 나는 송병오 녀석을 끌고 하숙집을 나섰다.

       

       

       

       ***

       

       

       

       백철연이 송병오와 함께 하숙집을 나선 이후, 

       

       하숙집에 홀로 남은 함서주는 쪽마루에 걸터앉아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가, 문득 백철연의 방 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학생 손님이 묵는 방의 옆, 마당의 한구석에는 빈 맥주병과 접시 따위가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어제 무슨 얘기들을 하는지 밤늦게까지 먹고 마시며 떠들던 흔적이었다.

       

       “…….”

       

       이젠 딱히 부럽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과는 사는 세계가 다르다고 여길 뿐. 

       

       학생 손님의 여학생 동무들도 다들 곱고 예뻤고, 어젯 밤 학생 손님과 동무분들이 술을 마시며 떠드는 이야기도 자신은 알아듣기 어려운 정치 얘기인 것 같았다.

       

       타고난 팔자부터가 다른 것이다.

       

       ‘머, 그래두 나두 잘 챙겨주시니깐……’

       

       함서주는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 다시 대문가를 바라보았다. 학생 손님이 곧바로 돌아오지는 않겠지만 올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요릿집 배달부들이 그릇을 회수하러 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니나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대문을 두드렸다.

       

       “네에!”

       

       함서주는 쪼르르 달려나가 대문을 열었다. 그런데,

       

       “그릇 찾으러 오셨…… 에그머니나!”

       

       함서주의 예상과는 달리, 찾아온 것은 요릿집 배달부가 아니었다. 대문 앞에 서 있는 것은 헌팅캡에 가죽재킷 차림의 사내, 강 형사였다.

       

       강 형사는 입에 담배를 문 채 대문가에 서서, 하숙집을 매서운 눈으로 한차례 훑어보더니 대뜸 물어온다.

       

       “그 놈, 어디 갔어?”

       

       함서주는 고개를 숙이고는 조심스레 답했다.

       

       “저이 아부지는 일 가셨는데요……”

       “네 애비 따위는 아무래도 좋아!” 

       

       강 형사는 함서주를 지나쳐 불쑥 한걸음 들어와, 마당에 침을 퉤, 뱉고는 말을 이었다.

       

       “함원삼이 말고, 그 학생 놈 말이야! 백철연이 그 놈!”

       

       강 형사의 입에서 백철연의 이름이 나오자, 함서주는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네에? 학생 손님이 무어 잘못이래두 했나요……?”

       “잘못? 하아! 그래, 했지!”

       

       마당에 가래침을 퉤악 뱉는 강 형사의 심기는 오늘따라 몹시 불편해 보였다. 강 형사는 생각했다.

       

       ‘이게 다 백철연이, 그 새끼 때문이야!’

       

       따지고 보면, 최근들어 닥쳐온 강 형사의 불행, 이것은 전부 백철연 때문이었다. 

       

       특히 최근의 늑대 사건 당시, 관악산에서 늑대 마수를 마주쳤을 때—. 강 형사는 늑대 마수와 혈전을 벌이는 동료들을 뒤로 하고 산을 내려왔었다. 하지만, 강 형사는 억울했다.

       

       ‘나는 도망친 게 아니야! 관악산 아래의 신림 주재소로 지원병력을 부르러 간 거였다고!’

       

       그런데 갑자기 백철연 그 놈이 나타나 강 형사를 기절시키고, 공을 가로챘던 것이다.

       

       ‘그 자식이 나서지만 않았어도, 내가 지원병력을 끌고가서 늑대 마수를 잡는 거였는데!’

       

       결국은 백철연—과 놈의 빨갱이 친구놈—이 공로를 얻고, 강 형사는 동료를 버리고 도망친 겁쟁이요 비겁한 조선인이 되어 버렸다.  게다가 그 때문에 문책을 받고 대폭 감봉까지 받았다.

       

       월급이 줄어 허리띠를 졸라매느라, 그동안 한 갑에 15전 하던 ‘피죵’ 담배를 피우던 것을, 한 갑에 5전 하는 ‘마꼬’ 담배를 피우게 되었다. 그나마도 전시 물자 통제로 담배 가격이 또 오른댄다.

       

       향긋한 피죵을 피우다가 비릿한 풀냄새 나는 싸구려 마꼬를 피우는 강 형사의 입맛이 썼다. 그렇게 심기가 불편한 와중에,

       

       “히야, 이것봐라. 팔자도 좋군! 대체 요리를 얼마나 시켜먹은 거야? 어린 놈들이 술은 또……”

       

       마당 한구석에 쌓인 맥주병과 접시들을 보니 더욱 짜증이 밀려왔다. 자신은 월급까지 줄어 개고생을 하고 있는데, 백철연이 이 놈은 돈 걱정도 없이 먹고 마시며 희희낙락하는 꼬라지라니.

       

       강 형사는 담배를 퉤, 뱉고는 구둣발로 비벼끄며 다시 물었다.

       

       “그 백철연이, 어디 갔어?”

       “저어…… 동무분이랑 같이요, 시내엘 갔는데요.”

       “동무? 혹시, 그 더벅머리 안경잽이 말이야?”

       “네에.”

       “흐응. 학교도 안 가고 아까모노(빨갱이) 놈이랑 놀러다닌다? 옳아.”

       

       강 형사는 구둣발인 채로 성큼성큼 쪽마루에 올라, 백철연의 방 문을 벌컥 열어재꼈다.

       

       “에그, 안 되어요!”

       “이 년, 저리 가지 않아! 너까지 나를 조선 놈이라고 우습게 봐!……”

       “꺅!”

       

       강 형사는 함서주를 거칠게 밀쳐내고, 구둣발인 채로 백철연의 방 안으로 들어가 문고리를 걸어잠궜다. 바깥의 함서주가 문을 두드리며 난리를 쳤지만 무시했다. 

       

       ‘좋아…… 잠깐이면 돼.’

       

       강 형사 역시,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이 위험한 일이라는 것은 안다. 아무 혐의도 없는 사람의 방에 몰래 쳐들어가 수색이라니, 법치국가의 경찰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강 형사는, 영장이니 뭐니 그런 절차 없이 수사하는 것이 무서운 것은 아니었다. 

       

       다만 강 형사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백철연이란 놈이 가벼이 볼 녀석이 아니라는 것 때문이었다.

       

       비록 끝빨 안 나가는 남작이라지만 어쨌든 조선귀족의 자식이고, 종로경찰서장의 신뢰를 받고 있는 녀석이었으니까. 게다가 얼핏 지나가는 말로는, 총독 각하와도 인연이 있다는 듯 했다. 

       

       그러니 이렇게 아무 절차도 영장도 없이 쳐들어오는 것은 강 형사로서도 위험을 짊어지는 일. 하지만……

       

       ‘이걸 뒤집을 수만 있다면.’ 

       

       강 형사는 자신의 직감을 믿었다. 

       

       ‘이 백철연이라는 놈, 분명 구린 구석이 있어.’

       

       강 형사는 오래 전부터 백철연이 탐탁치 않았을 뿐더러, 자신의 직감으로, 백철연에게는 분명 어딘가 수상한 점이 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특히, 일전의 고무 공장 사건 때가 그랬다. 백철연은 고무 공장을 테로한 놈들이 태극단원들이었으며 자신이 전부 죽였다고 주장했지만, 그 증거가 하등 어디에 있는가? 증거는 오로지 백철연의 발언 뿐…… 경찰이 도착했을 때 공장에는 이미 새까맣게 탄 시체들 뿐이었는데 말이다.

       

       다른 경찰은 몰라도, 불령선인 수사에 잔뼈가 굵은 강 형사는 직감할 수 있었다. 그 새까맣게 탄 테로범들의 골격과, 미처 타지 않은 흑의(黑衣)는 조선인의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게다가, 강 형사는 태극단원들이 멀쩡히 생존해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는 소식통을 통해서 알고 있었다. 

       

       ‘좀 더 확실한 건수를 잡기 위해 아직 윗선에 보고하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그 테로범들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태극단원들은 결코 아니었고, 백철연은 경찰로 하여금 태극단원에 대한 감시를 끊도록 하기 위해 태극단원이 전부 죽었다는 거짓말을 했으리라는 것이, 강 형사의 추측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눈깔!’

       

       겉으로는 일본에 충성하며 ‘애국’적인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놈의 눈빛은 조선독립이니 대한독립이니 외치는 놈들의 개눈깔과도 같은 그것이었던 것이다.

       

       마치 자신이 조선인이라는 것에 자부심이라도 가진 듯한 그 눈빛! 강 형사로서는 소위 ‘운동’을 하는 녀석들을 잡아다가 문초할 때 수십 번, 수백 번도 더 본 그런 눈빛이었다.

       

       그렇기에, 강 형사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백철연이 겉으로는 일본에 충성하는 척하며 총독과 경찰서장을 기만하고 뒤로는 불령선인에게 가담했으리라는 확신이!

       

       ‘만약, 그런 증거를 찾을 수만 있다면……!’

       

       백철연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강 형사 자신은 영웅이 되리라. 상상만 해도 가슴이 두근두근 뛰는 것을 느끼며, 강 형사는 백철연의 하숙방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증거, 증거……!’

       

       사소한 증거라도 좋았다. 그동안 조선인 동포들을 팔아넘겨 특별고등경찰 경부보라는 계급까지 올라온 강 형사로서는, 작은 꼬투리라도 부풀려서 비국민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자다가도 하는 특기요, 마치 식은 죽 먹기인 일이었다.

       

       “오호라, 이것 봐라.”

       

       강 형사가 장롱 밑을 더듬으니, 뭔가 잔뜩 있었다. 강 형사는 옳다꾸나 하고 장롱 밑에 있던 것들을 모조리 밖으로 꺼냈다.

       

       “뭐야, 이건? 라디오도 아니고…… 어랍쇼? 이건 또 뭐야. 권총?”

       

       남부 14식 일본군 제식 권총이었다. 권총이라…… 그것도 일본군 권총. 분명, 조선인 학생의 방에서 나오기엔 심상치 않은 물건이었다. 하지만,

       

       ‘다른 조선 놈이라면 모를까, 이 놈이라면 이런 권총이 있을 수도 있지.’

       

       애초에 엽사전문 학생이라서 무기 정도야 얼마든지 가지고 있을 수 있고, 일본군 권총인 것이 신경쓰였으나 총독과도 인연이 있다고 했으니 육군과는 인연이 없을까. 아마 육군 장교로부터 선물로 받은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것은 백철연이 불령선인과 접촉이 있다는 증거로는 하등 쓸모가 없었다.

       

       “제기랄, 쓸만한 것은 안 나오는군……” 

       

       강 형사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려고, 장롱 밑에서 꺼낸 잡동사니들 가운데 있던 손수건을 집어들었다. 그런데,

       

       ‘어라.’

       

       무심코 집어든 흰색 손수건에, 뭔가 얼핏 검은 문양이 보였던 것이다. 강 형사는 얼른 손수건을 펼쳐보았다. 그리고, 손수건에 새겨진 무늬를 확인한 강 형사는 두 눈이 휘둥그레하게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건……!”

       

       흰색 바탕의 손수건 가운데에는 붉은 색과 파란 색이 서로 얽혀서 원을 그리고 있고, 네 군데의 모퉁이에는 각각 길고짧은 검은 막대가 겹겹이 배치되어 있는 문양이었다.

       

       조선독립이니 대한독립이니 외치는 조선인들을 잡아 가두던 강 형사로서는, 절대로 모를래야 모를 수 없는 문양.

       

       태극기였다.

       

       “그럼 그렇지! 내가 옳았어! 내가 옳았다고!”

       

       그렇게 외치는 강 형사의 얼굴은 마치, 금맥이라도 발견한 광부의 그것과도 같았다.

       

       “백철연이 이 놈, 불령선인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의 TMI 그1. ‘츱츱하다’는 ‘너절하고 염치가 없다’는 뜻의 형용사입니다.

    오늘의 TMI 그2. 일제강점기의 서울, 즉 경성은 시(市)가 아니라 부(部)급 도시였습니다. 시보다 한단계 높은 행정구역으로서, 지금으로치면 광역시 급의 행정구역이죠. 그래서 경성 시내가 아니라 경성 부내가 옳은 표현이고, 경성 시민이 아니라 경성 부민이 옳은 표현이지만, 그래도 일상에서는 그냥 경성 시내, 경성 시민라는 말도 통용되기는 했습니다.

    덧붙이자면, 당시에도 경성은 꼭 경성이 아니라 그냥 서울이라고도 많이 불렸습니다. 서울의 공식 명칭이 한양이었을 때도, 한성이었을 때도, 그리고 경성이었을 때도 일반 조선인 대중들에게 서울은 항상 서울이었죠.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맛있는 저녁 드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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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eongseong’s Hunter Academy

Gyeongseong’s Hunter Academy

경성의 헌터 아카데미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oke up during the Japanese Colonial 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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