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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9

       지난 이야기.

       

       나는 핑발레즈를 구하기 위해서 서큐버스 여왕에게 점거당한 그녀의 정신세계 속으로 침투했다.

       

       하지만 내가 싸우고 있다고 생각했던 여왕은 가짜였고, 진짜 여왕은 어린 유리의 몸에 숨어서 기회를 엿보다가── 빈틈이 드러난 내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게 된다.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한 상태로 정신세계의 보다 깊은 곳으로 떨어진 나. 그곳은 들어온 먹잇감을 소화시키는 서큐버스 여왕의 위장이었고, 먼저 잡아먹힌 진짜 핑발레즈도 와 있었다.

       

       과연 나는 여기서 탈출할 수 있을⋯⋯.

       

       “멍하니 서 있지 말고 싸우란 말입니다!”

       

       회상하다 혼났다.

       

       ===============================================================

       

       베네트의 우화 『호원』은⋯⋯ 효과가 심심하다.

       

       마음이 다하지 않는 한 부러지지 않는다는 능력은 사용처가 극히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사이즈가 큰 방패였으면 모를까.

       

       무너지는 폐광의 붕괴 시작 지점이 우연히도 칼 하나로 지지할 수 있을 만큼 좁다든가, 별을 부수는 일격이 형편 좋게도 검면에 딱 들어갈 만큼 일점집중형이라든가.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그냥 내구도 높은 검이지 않은가. 아공간 수납 기능 비슷한 게 있을 뿐인. 나는 그래서, 침대에 누워서 이불을 덮었을 때 간간이 개선 방안을 생각하곤 했다.

       

       레일건 발사대를 하나 만들어 주고, 부서지지 않는 『호원』을 탄두로 쓰게 하면 어떨까. 소환 취소-소환으로 회수가 가능하니까.

       

       아니면 투척 검술 비급이라도 선물해 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칼이 아니라 탄환으로 쓰는 게 맞는 것 같은데.

       

       그러다가 생각하게 된 개념이⋯⋯ 『합동우화』였다.

       

       우화의 변형은 기존 능력의 약화, 또는 소거를 동반한다. 극딜기가 범용기로 바뀐 일레인이나, 마력 물질화 성능이 낮아진 로데루스처럼.

       

       그러니까 기존의 우화는 유지하는 대신에⋯⋯ 또 하나의 우화를 덧씌울 수 있다면 어떨까. 그리고 서로 시너지를 내게끔 하는 것이다.

       

       그런 발상으로부터 작성한 만약의 가능성.

       

       ‘만약 타라의 영혼이 베네트의 몸 안에 공존하며, 동시에 우화를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호원』의 부러지지 않는다는 특성과, 『회한만극』의 에너지 흡수 능력의 조합. 

       

       캉, 카앙!

       

       그림자 베네트가 양손에 들린 칼을 서로 부딪쳤다. 그럴 때마다 크게 불똥이 튀며, 거센 불처럼 보이는 마력이 화르륵 타올랐다.

       

       『회한만극』으로 『호원』이 부러질 때까지 힘을 흡수한다. 하지만 『호원』은 마음이 다하기 전까지는 결코 부러지지 않는다. 

       

       따라서, 마음이 꺼질 때까지 무한한 힘을 뿌려대는── 『호원만극』.

       

       무한동력 마검의 완성이다.

       

       화아아악──!!

       

       그림자 베네트가 칼을 휘두르자, 칼날에 넘실거리는 새까만 불길이 반경 30미터를 훑고 지나갔다. 나는 바닥을 굴렀다.

       

       핑발레즈도 납작 엎드려서, 내 설명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물었다.

       

       “⋯⋯이론은 잘 들었습니다. 그래서 대처법은?”

       

       “유나를 부른다.”

       

       무한동력 같은 걸 쓰는 녀석들은 압도적인 화력으로 미는 게 정석적인 해결 방법이다. 지연전으로 갔다가는 지옥을 보게 되니까.

       

       “없잖습니까.”

       

       “없지⋯⋯.”

       

       그렇다고 우리가 못 이기느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저건 어디까지나 가짜니까. 우리가 까만 타르에 녹아가며, 정보란 정보는 있는 대로 다 뺏기는 중인 상황이 아니었더라면 진작 잡았을 거다.

       

       너덜너덜한 핑발레즈 혼자서는 그림자 베네트를 잡을 수 없다.

       

       너덜너덜한 나도 혼자서는 상대할 수 없다.

       

       힘을 합쳐야 한다.

       

       “⋯⋯아이디어는 있어. 그런데 조금 기분 나쁠 수도 있다.”

       

       “죽는 것보다는 나을 거 아닙니까. 얼른 하시죠.”

       

       “네가 여왕한테 자신감 넘치게 꼬라박았다가 붙잡혔던 것보다 기분 나쁠 수도 있는데.”

       

       “있잖아 나는 지금까지 사랑이라는 걸 몰랐는데──.”

       

       찌르니까 득달같이 마주 긁으려고 드는 걸 보니, 허락의 사인인 것 같다. 나는 모양은 좀 빠지지만⋯⋯ 핑발레즈의 등에 폴짝 하고 매달렸다. 다리까지 앞으로 감으면서 단단히 고정한다.

       

       이곳에 떨어진 뒤에, 나는 다리 없는 핑발레즈의 육체를 재구성해 줬다.

       

       이곳이 정신세계이고, 핑발레즈가 푹 익은 갈빗살 같은 상태라서 가능한 일이었다고 했다. 나는 그녀에게 간섭할 수 있다.

       

       말하자면 합체다.

       

       “⋯⋯이거, 위험한 거 아닙니까?”

       

       “말 걸지 마.”

       

       당연히 위험하다. 

       

       합체는 했는데, 합체 해제를 못하면 그대로 우리의 의식이 한 몸이 된다. 완전히 섞였다가는 앞으로 미친 유리 랜스터 마법사라고 칭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공유하는 것은 필요한 만큼만, 지금은 그 뼈대를 잡으려 하고 있다.

       

       후욱-!

       

       그림자 베네트가 도망갈 수 없는 참격을 날려 온다. 사방을 전부 태워버리면 네가 어디로 피할 거냐는 식의 광역기였다.

       

       타앗. 탓.

       

       핑발레즈는 나를 등에 매단 채로 움직였다. 끈적거리는 늪을 내달리는 그녀의 움직임은 표범을 닮은 구석이 있다. 육체의 기능을 한껏 이용한다는 느낌이다.

       

       그녀가 시간을 벌어주는 사이, 보다 깊이 간섭한다. 그녀의 살결 너머, 뼈 너머, 심장 안쪽의, 영혼까지도 손을 뻗는다. 

       

       나의 형태를 검은 망토로 바꾸고, 내 검은색으로 그녀를 물들인다. 안쪽으로 녹아드는 느낌으로. 결합은 찰나에 끝난다.

       

       흑발에 노란색 눈동자를 지닌 신비여인, ‘미친 핑발레즈’의 등장이다.

       

       “⋯⋯으흐읏.”

       

       핑발레즈가 목덜미에 얼음 한 바가지 들어간 사람처럼, 소름 끼친다는 듯 비음을 냈다. 컨트롤이 살짝 무너지는걸, 내가 백업한다.

       

       툭.

       

       그녀의 안쪽을 건드려 움직인다.

       

       핑발레즈는 자신의 몸이 멋대로 움직인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녀의 팔을 뻗고, 발을 내디뎌, 가열된 베네트의 검면에 손바닥을 대고⋯⋯ 흘린다.

       

       여긴 정신세계니까, 칼에서 타오르는 저 화염도 정보 덩어리다. 그러니까 집중해서 조작하면 방향을 틀거나 데미지를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어엇.

       

       “이 몸은, 그렇게 움직이는 게 아닙니다. 가슴에 지방 덩어리를 두 개나 달고 있다는 것까지 계산하고 무게중심을 잡으십시오.”

       

       완전히 섞이지 않기 위해 컨트롤하랴, 데미지 깎으랴 바빠 죽겠어서, 거기까지 생각이 닿지는 않았다. 그러면, 대충 느낌 알았으면 네가 해.

       

       “예. 패턴 알려주고, 버프만 잘 넣어주십시오⋯⋯ 이 타이밍에 제 어린 시절 생각을 하는 건, 혼나고 싶다는 뜻입니까?”

       

       오케이. 제대로 연결됐군.

       

       딜레이 없는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공투다. 내가 눈치챈 것을 바탕으로 핑발레즈가 움직이고, 그녀의 통찰을 바탕으로 내가 행동했다.

       

       처음에는 살짝 헤맸지만, 우리는 죽이 꽤 잘 맞았다. 

       

       꽤 오래도록 싸운 끝에, 우리는 『호원』을 그림자 베네트의 아가리에 꽂아 넣는 것으로 전투를 마칠 수 있었다.

       

       그림자 베네트는, 제 여동생을 찾으려는 듯 손을 허우적대다가 사라졌다.

       

       ===============================================================

       

       시간이 좀 흘렀다. 우리는 깎여나갔지만, 아직은 남아 있다.

       

       천마랑도 싸우고 (아무리 그래도 이건 재현을 제대로 못 하더라), 남궁청휘랑도 싸웠다 (얘는 쉽게 잡았다). 그러면서 착착 쌓여가는 경험으로 개선을 좀 했다.

       

       이⋯⋯ 합체 상태를 조금 더 세련되게 조정했다. 핑발레즈의 엉덩이로부터 꼬리를 만들어서, 마찬가지로 만들어진 내 꼬리와 이었다. 서로 간에 정보를 공유하는 끈을 이어놓은 셈이다.

       

       아무래도 완전 합체는 위험성이 컸으니까.

       

       미친 마법사님, 안녕하십니까.

       

       오냐. 이렇게 서로의 생각이 불쑥불쑥 끼어드는 다소의 부작용이 있기는 했지만, 이 합체-모드가 전투에는 유리하다고 판단해서 유지하기로 했다.

       

       대화를 통한 소통이 아니니까, 여왕에게 들킬 걱정을 덜어도 좋을 거고.

       

       우리는 이어진 채로 시간을 보냈다. 녹아가면서 잡담을 나누다가, 시간이 되어 그림자-적들이 리스폰되면 싸우고. 그 뒤에는 다시 잡담을 나누고.

       

       그러면서 때를 기다렸다.

       

       내 구명줄이 끊겼다는 사실은 유나가 가장 잘 알고 있을 터다. 유나는 잠깐 기다렸다가, 불안해하다가, 구조 시도를 해 본 뒤에, 포화를 퍼부을 것이다.

       

       3황자의 머릿속에 남겨진 『둥지』로 향하는 연결 통로.

       

       그곳을 통해서 1차 사격이 이루어진 후에, 상황이 여의찮으면.

       

       그녀는 현실에 남아있는 내 육신의 봉인을 풀고, 내 머릿속의 ‘그것’을 『둥지』에 부어버릴 예정이었다. 그런 약속이 되어 있다.

       

       “⋯⋯⋯⋯?”

       

       그거, 잘은 모르지만 되게 위험한 것 아닙니까. 핑발레즈가 연결된 통로를 통해서 의사를 전해 왔다.

       

       위험한 게 맞다. 하지만 여기서 당장 죽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일이 배배 꼬여서 도저히 안 풀렸을 때를 위한 자폭 버튼이었다.

       

       ‘그것’이 깔끔하게 서큐버스 여왕만 박살 내 버리고, 내가 다시금 회수할 수 있다면 베스트겠지만⋯⋯ 일이 그렇게 낙관적으로 흘러가기는 어렵겠지. 그게 세상 밖으로 풀려날 수도 있을 터다.

       

       풀려나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7% 악신쨩의 성질머리를 감안하건대, 유쾌한 일은 아니겠지. 세계한테도 나한테도.

       

       그러니까 우리가 목표로 해야 하는 최대한의 노력이 무엇이냐.

       

       자탑의 대마법사 유나 바이올렛아이리스의 진심 포격이 『둥지』에 쏟아지는 그 순간에, 우리는 어떻게든 이곳을 탈출해야 한다.

       

       탈출하지 못하면 세상에 뭔가 불쾌하고 무서운 것이 풀려난다.

       

       자신의 본진에 무자비한 포화가 쏟아지고 있다면. 그때는 여왕도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하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정상 컨디션은 아니니까, 어려운 싸움이 되겠지만⋯⋯.

       

       작전은 어떻게 할까. 그녀를 어떻게 끄집어내고, 어떤 식으로 공격할까. 가설을 세우고, 반박하고, 무너뜨리고, 다시 세우는 반복 작업을 되풀이하던 중에.

       

       “미친 마법사님.”

       

       “응?”

       

       몸이 군데군데 녹은 핑발레즈가 조용히 말을 꺼냈다.

       

       “이렇게 연결된 상태니까 어렴풋이 느낄 수 있습니다. 분명 이상하게 들릴 테지만, 당신에게는⋯⋯ 이미 우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있었으면 진작 썼겠지.”

       

       “그게, 반만 있는 것 같습니다. 불완전하다고 해야 할까요?”

       

       불완전?

       

       나는 녹아서 붙어버린 검지와 중지로 턱을 긁적이면서 생각했다.

       

       우화의 발현은, 자신의 영혼을 감정의 색으로 물들이는 것. 그리고 생각해 보면, 나는 조금 전까지 격렬한 감정으로 줄넘기를 하고 온 참이었다. 

       

       어린 유리를 사랑하고, 그러다가 뒷통수를 거세게 맞고.

       

       세션에 담갔다 빼내진 내 학생들과 같은 꼴이었다.

       

       그러나 발현하지 않았다⋯⋯면. 다른 한쪽에 문제가 있는 걸까? 영혼에 말이다. 그, 어떻게 되어 먹었는지 모를 블랙박스의 안쪽에. 뭔가.

       

       그 말이 맞다면, 나쁜 소식이다. 내 머리에 파심현전이라도 박아서 우화를 발현하려던 생각이었는데, 감정은 수십 번 충족할 수 있더라도 영혼에 문제가 있다면 어쩔 도리가 없다.

       

       어쩐지 뒤져도 발현을 안 하더라.

       

       거기서, 핑발레즈가 와일드한 아이디어를 냈다.

       

       제 영혼은 아직 멀쩡합니다, 하고.

       

       “⋯⋯⋯⋯.”

       

       그녀는 승화에 닿지 않았다. 상시 변질 상태가 아니다. 그러니까 그 영혼의 색은, 우화를 발동할 때만 물든다.

       

       그리고 나와 그녀는 지금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경계를 살짝만 허물어뜨려도 한 몸이 되어버릴 정도로.

       

       그러니까. 내 감정으로 그녀의 영혼을 물들인다면⋯⋯ 다른 우화가 나오거나, 혹은. 그녀의 우화를 살짝 다르게 발현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말하자면 『우화변질』⋯⋯.

       

       “『우화합체』, 라고 산뜻하게 부릅시다.”

       

       그렇게 말하곤 핑발레즈가 쓱 웃길래, 나도 함께 웃어줬다. 노닥거리고는 있지만 상황은 꽤 스릴이 넘치고, 위기로 한가득이다.

       

       우리는 분명히 죽어가고 있었고, 어쩌면 진짜로 죽을 수도 있다.

       

       일부러 그런 생각은 떠올리지 않았을 뿐이다.

       

       철퍽. 핑발레즈가 자기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댔다. 물렁거리고 끈적거린다. 서로 검은 타르투성이였으니까. 나는 내심 좋으면서도 싫은 척을 했다.

       

       “⋯⋯찐덕거린다고.”

       

       “당신도 피장파장입니다.”

       

       돌이켜보면 말이다.

       

       나는 이세계에 환생한 이후, 감정에 대해서⋯⋯ 깊게 생각한 적이 없던 것 같다. 아니, 마주 본 적이 없었다.

       

       성욕이 끓어오르면 어떻게 했나, 성욕억제로 찍어 눌렀다.

       

       불안과 분노 같은 것들도, 온갖 모듈을 사용해서 대비책을 마련해 두었다.

       

       사랑, 글쎄⋯⋯. 셋이서 겉돌기만 했다.

       

       내 욕구에도 무심했고, 남들의 감정에도 상당히 무심했다. 

       

       이렇게 피부에 와닿는 죽음이 가능성에 직면하고, 모듈도 부서지고, 엉망이 된 뒤에야, 비로소 나는 전생에 유행하던 질문 하나를 떠올린다.

       

       내일 내가 죽는다면.

       

       어때, 미친 마법사. 내일 이 시간에, 내게 주어진 짧은 생의 마지막을 선고받는다면⋯⋯ 그리고 그 선명한 예지를 몸과 마음으로 깨닫고 있다면.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겠어?

       

       “섹⋯⋯.”

       

       어이구 등신아.

       

       내가 내 이마를 탁 치고, 진지한 생각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

       

       후다닥!

       

       핑발레즈가 나랑 멀찍이 거리를 두고 떨어졌다. 얼굴이 새빨갛다. 나는 그 이상현상을 충분히 곱씹어보다가⋯⋯ 깨달았다. 

       

       잡아먹느니 못 참느니 계속 나불대고 다니더니만 여기서 쫄튀를 한다는 건.

       

       아니 그러면, 핑발레즈 얘는 그게 다 허세였던 거야?

       

       나는 그냥, 아는 게 없었구나. 맞네. 어쩐지. 내 입장에서만 생각해서 헷갈렸지만, 서큐버스가 한 이불 속에서 남자 하나 잡아다 놓고는 끝까지 손을 안 댔다는 건.

       

       자기가 쫄렸다는 뜻이잖아.

       

       “⋯⋯안 쫄았습니다.”

       

       “⋯⋯그럼 너 이리 와 봐.”

       

       “안전거리 지키십시오.”

       

       내가 더 세게 나갔으면 이기는 싸움이었구나! 

       

       나는 인제야 깨달은 핑발레즈의 연약함에 쓰게 웃었다. 모르는 사실을 하나 알게 된 건 기쁘지만, 그걸 써서 놀려먹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르니까. 그게 아쉽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새까맣고 기분 나쁜 검은 액체로 한가득이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별이 뜨지 않은 밤하늘로 못 볼 것도 없었다.

       

       눈을 가늘게 떠서 시야를 흐리면, 추억 속의 별자리들을 쉽게 떠올려낼 수 있다. 저 먹먹한 검정색에 하나둘 별을 덧그릴 수 있다.

       

       그 별의 모양이 기억과는 사뭇 다르다.

       

       전생 초기에는 분명히, 북두칠성과 아르크투르스, 그리고 스피카. 봄의 대삼각형으로 이어지는 데네볼라와, 반짝이는 레굴루스 등. 지구의 하늘을 떠올려냈건만.

       

       지금 내가 떠올리는 별들은, 이세계의 것이다. 마탑에서 연구를 끝내고 올려다본 밤하늘과, 아카데미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관찰한 밤하늘.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 ‘전생의 나’와 ‘지금의 나’를 구분할 수 있었다.

       

       폭풍전야. 죽을 수도 있는 전투를 앞둔 지금, 나는 핑발레즈에게 넌지시 제안했다.

       

       “혹시 모르니까⋯⋯ 유언을 남기자, 유리 랜스터.”

       

       “유언, 말입니까? 저희 둘이 손잡고 묫자리를 알아봐야 할 처지인데, 누구를 위한 유언이겠습니까. 그건.”

       

       “서로를 위한 유언이야.”

       

       뭔가, 간질간질하게 깨어나는 듯했다. 이 작업이, 그저 슬픈 감상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나를 완성시키리라는 막연한 예감이 든다.

       

       마법으로 감정을 누르고 다니던 나와, 우화로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다니던 유리 랜스터의⋯⋯ 마지막으로 솔직해지는 시간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좋은 주말입니다 마이 프렌즈! 일요일 쉬고,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여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기습 여름감기를 조심하시고, 서로 건강하게 재회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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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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