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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9

       직후 올리비아의 손끝에서 쏘아진 뇌전이 그대로 키엘의 신형을 가속시키며 아스모데우스의 몸에 때려박혔다.

         

       공격 마법으로서의 뇌전과, 보조 마법으로서의 뇌전은 그 기능부터 다르다. 속도 향상은 물론이거니와, 판단력과 반사속도까지 극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물론, 그 대상자의 육체가 뇌전을 견뎌낼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다는 전제 하에.

         

       ‘보통은 그래서 사용을 못하지만.’

         

       키엘은, 그 몇 안되는 예외에 속하는 인간이었다.

         

       카가가가가각!

       

       피격을 허용하던 것도 잠시, 아스모데우스는 어느 순간부터 손안에서 흘려낸 마기로 응수했다.

         

       하지만 그녀의 공격은 키엘에게 닿기도 전에 나타난 냉기의 입방체에 가로막혔다. 산산히 부서져 나간 입방체가 아스모데우스의 눈동자에 틀어박히고, 올리비아의 섬세한 보조로 마법의 영향을 받지 않은 키엘은 다시금 돌진했다.

         

       꽈지지직!

       

       키엘의 검과 맞닿은 팔의 근육이 터지고 뼈가 박살났다. 키엘의 검을 타고 흐른 뇌기는 지면으로 흘러나가지 않고 체내에 남아 아스모데우스의 마기를 흐트러뜨렸다.

         

       “……공격 방식을 바꾼건가요?”

         

       전위와 후위가 완성된 조합. 확실히, 올리비아 한 명을 상대하는 것에 비해 훨씬 까다로웠다.

         

       급조했다기엔 그 합이 심상치 않았다. 올리비아는 키엘의 움직임을 완벽히 보조해냈고, 자신의 공격 경로를 틀어막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빈틈이 생길 때마다 마법을 쏘아보내 흐름을 끊었다.

         

       확실히, 까다롭다. 마왕이 되기 전이었다면 이 조합을 상대로 승리하지 못했으리라.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언뜻 보면 완벽해보이는 저 조합에도, 빈틈이 존재했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스모데우스가 물었다. 올리비아가 아닌, 키엘에게.

         

       키엘은 대답하는 대신 거친 숨을 몰아쉬며 꿋꿋이 공격을 이어갔다.

         

       대답 따위에 심력을 소모할 수는 없었다. 지금 이 전투가 성립되는 것도, 올리비아의 보조 덕분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흔들리는 순간, 이 아슬아슬한 균형이 무너져버릴 것이다.

         

       벤다. 벤다. 벤다……!

         

       키엘의 검이 더욱 유려하게 움직였다. 완벽한 무아(無我).

         

       나는 신경쓰지 말고 계속해! 등 뒤에서 올리비아의 고함이 들려왔다.

         

       묵빛 오러가 솟구쳤다. 검을 붙잡은 팔의 핏줄이 터졌다.

         

       두두두두두두!

         

       미칠듯이 이어지는 난타전. 키엘은 관절을 억지로 비틀어가며 어떻게든 대치를 이어나갔다. 몸이 움직이는 속도를 의식이 따라가지 못한다. 올리비아의 보조가 아니었더라면, 진작 무너졌을 정도로.

         

       피를 토하면서도, 키엘은 손잡이를 놓지 않았다.

         

       [공간검 5식]

         

       [단절]

         

       끝도 없이 하늘로 솟아오른 검신이 그대로 내리꽂힌다.

         

       “이건 조금…….”

         

       아스모데우스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꽈아아아아앙!

         

       거대한 충돌과 함께, 아스모데우스의 육체가 두 쪽으로 갈라졌다.

         

       압도적인 질량의 충돌.

         

       지각을 꿰뚫는 걸로 모자라 맨틀 언저리까지 닿을 정도로 강력한 일격.

         

       쩌저저저적……!

         

       겨우 숨을 돌릴 수 있게 된 키엘이 식은땀을 흘렸다. 아무리 무한히 재생하는 마왕이라고 한들, 세계와 단절된 이상 단숨에 재생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올리비아가 포션을 건넸다.

         

       “마셔 둬. 앞으로 기껏해야 10초 정도 남았을 테니까.”

        “뭣……?”

       “그러면 뭐, 벌써 죽을거라고 생각했어? 정신 차려. 애초에 마왕이라는 건 그렇게 쉽게 소멸시킬 수 있는 존재가 아니야.”

         

       키엘이 주먹을 몇 번 쥐었다 폈다.

         

       “너는……죽지 않는 상대를 죽일 방법을 알고 있는건가?”

       “아스모데우스는 죽지 않는 게 아니야.”

       “……?”

       “자기가 원하는 만큼, 끊임없이 되살아나는거지.”

         

       키엘은 그제서야, 자신이 전투 중에 느꼈던 감각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상대의 목숨을 앗아갈 때 느껴지는 특유의 감각. 아스모데우스와 싸우면서, 몇 번이고 느꼈었던 감각이었다.

         

       착각인 줄 알았건만.

         

       “……그러면 어떻게 해야하지?”

       “죽여야지. 스스로 소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계속. 애초에 불멸자를 소멸시키는 방법은 그것뿐이야.”

       “우리 둘로는 부족하겠군. 당장 성녀를…….”

        “부르지 마.”

         

       싸늘한 올리비아의 목소리에 키엘이 찬물을 끼얹은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방금 아스모데우스가 한 말 못들었어? 얘 다음에는 마신이야. 힘 빼는 건 너랑 나 두명으로 족해.”

        “…….”

       “애초에 우리 둘이서 마왕을 못 잡으면, 이미 이 세계는 끝난거나 마찬가지야.”

         

       왜 공간 마법으로 원군을 부르지 않는가 했더니, 그런 이유가 있었단 말인가.

         

       말문이 막힌 키엘이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핏물을 바라보았다. 분명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었는데, 벌써 저만큼이나 재생해버렸다.

         

       곧 나타날 마신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강할 것인지 굳이 짐작해볼 필요도 없다.

         

       어차피, 마왕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강할테니까.

         

       상황을 완벽히 이해한 키엘은 더 이상 되묻지 않았다.

         

       그저 곧바로 자세를 잡고, 언제든 공격을 되받아칠 준비를 할 뿐.

         

       꿈틀거리던 핏물이 부풀어오르는 것과 동시에, 서서히 익숙한 형태를 갖춘다.

         

       드드드득!

         

       키엘의 허벅지가 급격하게 부풀어오르며, 아스모데우스를 베어넘길 준비를 마친 그때.

         

       “그렇게 대기하고 있는 건 너무 불공평하지 않아요?”

         

       옆에서, 아스모데우스가 소곤거렸다.

         

       “……!”

         

       키엘의 반응은 빨랐다. 디딤발을 비틈과 동시에, 검격을 쏘아보냈다. 아스모데우스의 육신이 피를 토하며 잘려나갔다.

         

       언제부터 옆에 있었지?

         

       키엘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아스모데우스는……이 순간에도 전투에 진지하게 임할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왜 막지 않지?’

         

       검격이 쏘아진다. 육체가 갈려나가고, 다시 재생한다.

         

       어느 순간부터, 키엘의 눈은 떨리고 있었다.

         

       분명 베었는데, 칼날이 몸에서 빠져나오기도 전에 절단면이 달라붙어버린다. 막을 수 있는데, 막지 않는다. 피할 수 있는데 피하지 않는다.

         

       이건…….

         

       “벌써 끝났어요?”

       

       몸이 갈려나가는 와중에도, 아스모데우스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녀는 발을 움직여 키엘의 몸을 걷어찼다.

         

       콰앙!

         

       검면으로 막아냈음에도 불구하고, 키엘의 육체는 날아가듯 튕겨나갔다. 땅에 검을 처박아 속도를 줄였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더라면 마물들이 날뛰는 전장 한복판으로 튕겨나갔을 것이다.

         

       “이제 볼만큼 다 본 것 같네요.”

       

       공간을 수십 번 뛰어넘어 순식간에 올리비아에게 다가온 아스모데우스가 중얼거렸다.

         

       “당신도, 몇 대 맞아야 공평하겠죠.”

       

       아스모데우스는 주먹을 던졌다.

         

       소리가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아득한 속도.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아스모데우스의 주먹의 움직임에 따라 공간이 뒤틀리고 있었다.

         

       마치 모든 것이 일점으로 빨려들어가는 것만 같은 감각. 올리비아는 그 속에 숨겨진 거대한 힘을 느끼고서 전율했다.

         

       ‘……미친.’

         

       올리비아는 입술을 피가 날듯이 깨물면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수를 도출해낸다.

         

       궤도를 트는 것은 불가능.

         

       그렇다고 저 무지막지한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 정도의 방어 마법을 펼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올리비아는 마력을 전력으로 운용했다. 그에 호응하듯이 눈동자가 푸른 빛을 내뿜었다.

         

       심장이 맥동하고, 세계의 일부로 전환된 육체가 폭주하기 시작했다. 아리아를 상대했을 때와는 다르다. 그때는 진정한 의미의 전력을 쏟아내지 못했다.

         

       지금까지 전력을 끌어낸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진심으로 살의를 품고 그랬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세찬 냉기가 올리비아를 중심으로 회오리쳤다. 어깨에 달려 있던 날개 또한 순식간에 그 크기를 불려나갔다.

         

       그 모든 과정이 진행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찰나.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의식을 극한까지 쪼개어, 마치 오래된 필름 카메라처럼 뚝뚝 끊기듯이 이어지는 세계를 홀로 거닐며.

         

       [융합]

         

       수천, 수만 개의 벽력을 거대한 구체의 형태로 변환시킨 다음, 회전력을 부여한다.

         

       과거, 혁명가의 만화경을 꿰뚫을 때 사용했던 마법.

         

       뇌의 극의.

         

       태초에 빛에서 파생된, 최초의 뇌전.

         

       콰아아아앙!

         

       두 힘이 충돌한 순간, 빛과 어둠이 뒤섞여 번뜩이고.

         

       올리비아와 아스모데우스의 몸이 동시에 튕겨나가 반대편 지면에 처박혔다.

         

       “쿨럭……!”

       

       올리비아는 컥컥 피를 토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름 최대한 피해를 줄여본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이게 최선이었던 모양이다.

         

       머릿속이 통째로 흔들리는 것 같은 기분. 고통스럽게 몸을 뒹굴던 올리비아의 귓가에, 낯익은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고작 한 대일 뿐인데, 괜찮겠어요?”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된 아스모데우스가 웃었다. 분명, 그녀의 외형은 올리비아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었다. 피부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타올랐고, 관절은 뼈를 찢고 튀어올라 있었으니까.

         

       뚜두둑……!

         

       하지만 그럼에도, 금세 재생해버린다.

         

       지금까지 못해도 수십 번은 죽였을텐데, 아무렇지 않게 재생해내는 모습에 진저리가 난다.

         

       “말했잖아요. 당신은, 나를 이기지 못해.”

       

       아스모데우스는 살포시 미소지으며 올리비아에게 다가왔다.

         

       “올리비아!”

       

        키엘이 고함을 질렀다. 그는 눈을 부릅뜨고 아스모데우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공간채로 갈라내는 무지막지한 검격을 받아내던 아스모데우스가 말했다.

         

       “로맨틱해라.”

         

       다음 순간, 아스모데우스는 공중에서 몸을 회전시키며 다리를 휘둘렀다. 뻐억!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키엘이 그대로 튕겨나갔다.

         

       키엘이 뿜어낸 피가 허공에 흩뿌려진다.

         

       “이제 우리 둘 뿐이에요, 올리비아. 당신을 도와줄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어.”

        “…….”

        “아무래도 내기는 내가 이긴 것 같네요. 상품은……내가 마음대로 정해도 되겠죠?”

         

       승리를 확신한 아스모데우스가 올리비아의 멱을 틀어쥐려는 순간.

         

       “……그러게.”

         

       멈칫.

         

       아스모데우스는 저도 모르게 반 걸음 뒤로 물러섰다. 무언가, 변했다.

         

       ‘두려워해? 내가?’

         

       왜? 아스모데우스의 얼굴에 당황이 어렸다.

         

       “사실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너를……고작 마법 하나만으로 쓰러뜨린다는 게, 내 아집에 불과하다는 걸.”

         

       달라진 분위기에, 아스모데우스의 눈동자가 커졌다.

         

       “나도 모르게 너무 정이 들어버렸나봐. 저 사람들한테.”

       “너……!”

       “……내가 내린 답이 맞는지, 정말 오랫동안 고민했어.”

       

       키엘에게 거짓말을 했다. 지원을 부르지 않은 건, 다른 이들의 힘을 온전시키기 위해서가 아니였다.

       

       ‘보이고 싶지 않았거든.’

         

       회귀자들을 바라보던 올리비아의 벽안이, 천천히 다른 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지금은 이게 맞는 것 같다.”

       

       완연한, 검은색으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Ilham Senjaya님!!!!!!!!!

    -myu님 3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잘 쓰겠습니다!!!!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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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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