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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9

   이 회장 안에 흑마녀가 심어둔 종이 있다.

    

   크라슈는 그 말을 들은 즉시, 조용히 침묵했다.

   대신 그의 제 육감이 이전보다 더 거세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크라슈는 타리아를 바라보았다.

   그것을 어떻게 알았냐는 물음이었다.

    

   【 내가 코가 꽤 예민하거든. 특히, 크림슨가든 언니의 종이 된 뒤로 세계 침식 관련으로는 더더욱 그렇고. 】

    

   겉보기에는 호탕한 웃음을 그리고 있는 그녀는 크라슈의 물음에 답해주었다.

    

   그보다 언니라니.

   종이 된 것치고 꽤나 친숙한 호칭이다.

    

   【 얼마 전까지 없었는데. 이틀 전쯤부터 갑자기 느껴지기 시작했어. 】

    

   그녀가 코끝을 검지로 가볍게 두드렸다.

    

   ‘이틀 전.’

    

   크라슈가 청송관에 있던 때였다.

    

   ‘내가 자리를 비운 틈을 노렸군.’

    

   흑마녀는 아직 크라슈에 관한 정보를 전부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크라슈가 자리를 비웠을 때 일부러 그 틈을 노리고 들어 온 게 분명했다.

    

   ‘어찌 되었든 찾아서 해결해 두는 게 좋아.’

    

   익시온에게 이쪽 정보가 빠져나가는 것은 최대한 피해야 할 테니까 말이다.

    

   지금 익시온은 크림슨가든과 에벨아스크를 고려해 아직은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는 처지다.

   자칫했다가 두 사람과 맞부딪쳐 피를 흘리면 결국 손해를 보는 건 본인들 몫이니까.

    

   ‘그러니 최대한 눈에 띄지 않는 선에서 이쪽 정보를 모아 보려고 한 거겠지.’

    

   이그니스가 필요한 익시온으로서는 크라슈는 절대로 놓칠 수 없다.

   이것은 크라슈가 의도한 바이기도 했다.

    

   “오, 슬슬 다 찼나 봐.”

    

   크라슈가 짧게 고민하는 사이 타리아는 천연덕스럽게 말하며 옆에 의자를 빼어 앉았다.

    

   【 이쪽은 내가 알아볼 거니까. 그리 신경 쓸 건 없어. 크림슨가든 언니께도 사전에 말씀드려 놨었고. 】

    

   왜 크림슨가든이 여성회로 향하는 걸 굳이 안 말렸는지 알겠다.

   타리아와 자연스럽게 접촉할 기회를 만들어 주려 한 거겠지.

    

   지금쯤 깔깔거리고 있을 걸 생각하니 참으로 크림슨가든답다.

    

   그러는 사이, 타리아의 말대로 회장 안에 어느새 사람들이 착석하기 시작했다.

   여성회는 일단은 사교회다.

    

   그래서인지 크라슈와 샬롯, 타리아의 앞에는 어느새 식기와 간식거리들이 놓여 있었다.

    

   “이번에 준비한 디저트는…….”

    

   누군가가 열심히 디저트에 관해 설명하긴 했는데 크라슈는 딱히 관심을 두지 않았다.

   대신, 이쪽으로 몰리는 시선을 무시한 채 빠르게 여성진들을 살폈다.

    

   ‘대충 감이 잡히는군.’

    

   누가 누구의 세력에 붙었는지 크라슈는 여성회가 앉은 자리를 통해 금방 감을 잡았다.

   그리고 중심이 되는 세력 자체는 예나 지금이나 그리 변하지 않았다.

    

   여성회의 세력 구도는 총 다섯.

    

   우선, 단 한 명으로도 세력 구도가 만들어지는 샬롯 발하임.

   이쪽은 규격 외이니 다른 이와 비교하기 미안하니 제쳐둔다.

    

   그리고 두 번째 세력으로 마학과 수석답게 학생 단장을 겸임하고 있는 타리아 발레스.

    

   ‘세 번째 제블람 왕국 출신의 1기생 문학 차석 에이링 오르노아.’

    

   다소곳한 자세로 앉아 느긋하게 차를 한 모금 하는 그녀는 지적인 면모가 무척이나 잘 드러났다.

   그러나 그런 지적인 면모 아래에 움직이는 눈동자는 한없이 바쁘기 그지없었다.

    

   순간 기억 능력이라는 특이한 능력을 지닌 그녀는 세계의 수많은 정보를 머릿속에 이고 있다.

    

   그녀는 그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기만의 세력을 라헬른 아카데미에 구축해 놓았다.

   겉모습은 평범한 여성이지만 그녀 또한 천재 말괄량이 시즐리 에파니아 못지않게 상당히 위험한 인물이기도 했다.

    

   ‘그리고 네 번째 프리만 신성 왕국 출신이자 1기생 신학 수석 미레이 베아키스.’

    

   또 다른 한 명은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다과를 베어 문 여성이었다.

   분명 한입 물면 부스러지는 부드러운 다과라 부스럼이 있을 수밖에 없을 텐데도 그녀의 입에서는 조금의 부스럼조차 떨어지지 않았다.

    

   무려 16살이라는 나이에 프리만의 추기경 자리에 오른 이이자.

   본래는 신학의 중심이었으나 성녀 아스트리아 스티그마 프리만이 오고 나서는 그 자리를 선뜻 건넨 이.

    

   추기경, 미레이 베아키스였다.

    

   당연하지만 이들은 모두 라헬른 아카데미에서 학생 단장을 맡고 있었다.

    

   즉, 라헬른 아카데미의 세력의 중심점 중 하나라는 것.

    

   그리고 이런 이들 중에서도 마지막으로 가장 큰 세력을 지닌 것은 다름 아닌 제국의 3황녀 시그린 에파니아였다.

    

   제국의 3황녀라는 위치답게 그녀는 적극적으로 여성회에서도 심복을 모았다.

    

   그 결과 가장 큰 세력을 형성할 수 있었으나 그녀에게는 명백한 단점이 있었다.

    

   ‘자기보다 한참 밀리는 녀석들이라면 모를까, 어느 정도 한자리를 꿰찰 수 있는 이들을 휘어 감는 힘은 부족하지.’

    

   시그린은 여자들이랑 상성이 안 좋다.

    

   독점욕이 강한 그녀의 성격은 기본적으로 남을 내리까는 시선을 지니고 있다.

   특히, 동성 쪽에서는 그 경향이 더더욱 두드러지는 것이 시그린이다.

    

   그러니 시그린은 늘 여자들과 부딪치는 일이 꽤 있었다.

    

   상대 쪽에서 시그린의 위치와 실력을 알고 머리를 숙인다면 그녀는 선뜻 상대에게 베풀겠지만.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 서서 맞서려고 한다면 그 즉시 이빨을 들이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창공의 세대 중에서도 시그린은 여성진들은 포섭 못 했다.

   덕분에 아이러니하게도 크라슈가 모은 창공의 세대에는 여성진들이 상당히 많이 분포되었다.

    

   ‘……슬슬 내가 아서를 욕할 처지가 아님을 느끼고 있는 기분인데.’

    

   상황이 이리저리 겹치다 보니 곁에 있는 이가 여성 중심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크라슈는 미약한 두통을 느꼈다.

    

   물론 세계의 멸망을 막는데, 성별이 뭐가 중요 하겠냐마는.

    

   남들에게 비추는 모습이 어떤지 알기에 종종 지금 자신의 방향성이 옳으냐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시그린을 무너트리지 못하는 이상.

   시그린이 포섭한 창공의 세대 남성진들을 끌어들일 방법은 없었다.

    

   결국 어느 순간에 대척점이 오게 되겠지.

    

   [ 소개팅 주선이라도 하지 그러냐? ]

    

   그 순간 회관의 윗창문 쪽에서 털을 고르고 있던 크림슨가든이 말을 걸어왔다.

    

   [ 아, 그렇지. 네 곁에 모인 아이들은 죄다 네게 빠져 있으니 그런 짓을 했다간 오히려 칼부림이 나겠구나. 쯧쯧, 다 네 죄다. 누가 고추를 함부로 놀리랬느냐? 기왕 그렇게 된 거 공평하게 다 신부로 맞이하지 그러느냐. ]

    

   크라슈는 머리가 아프니까 크림슨가든의 말에 귀를 막기로 했다.

    

   ‘시그린이 세력을 형성 못 한 건 아무래도 샬롯의 탓도 크겠지.’

    

   시그린이 무학 1기생 중 수석을 달성했다면 어렵지 않게 여성회에서도 세력을 구축했을 것이다.

   무학 수석이라는 것은 그만큼 이름값이 크니까.

    

   그러나 샬롯은 괜히 천재가 아니라는 듯.

   시그린마저 누르고 수석에 도달했다.

    

   시그린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예상 밖의 전력이었을 것이다.

    

   ‘나중에는 몰라도 이 시점에 샬롯의 천재성은 가히 전성기에 올랐다고 봐도 무방하니까.’

    

   그러니 같은 수석을 달지 못한 시그린의 세력의 힘은 아무래도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시그린이 샬롯만 보면 이를 갈만한 이유였다.

    

   “샬롯 양이 이번 여성회에 참가하다니 의외네요.”

    

   그러는 순간 때마침 1기생 문학, 차석 출신 에이링 오르노아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샬롯을 무척이나 흥미롭게 보고 있었다.

    

   “샬롯 양이라면 절대로 여성회에 참가 안 할 거로 생각했는데 말이에요.”

    

   에이링의 말은 모두가 동의하는 눈치였다.

   샬롯은 자신에게 모인 시선에도 조금의 압박감을 느끼지 않고, 가볍게 팔짱을 꼈다.

    

   “여기에서 내 동생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길래.”

    

   그리고 곧 그녀가 입을 연 순간 모두가 멈칫하였다.

   왜냐하면 샬롯의 눈빛에 옅은 살기가 감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동생 흉이라도 보나 싶어서 들렸어.”

   “……동생 분을 많이 아끼셨나 보네요?”

    

   에이링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샬롯은 입꼬리를 슥 올리더니 옆에 있던 크라슈를 힐끗 보았다.

    

   “아무래도 하나뿐인 동생이니까.”

    

   장난인 건지 진담인 건지.

   크라슈는 종잡을 수가 없다고 생각하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렇군요. 그럼 이쪽 분은…….”

    

   에이링은 곧이어 크라슈에게 관심을 보였다.

   사실, 그녀의 관심은 다른 것보다 이 자리에 갑자기 등장한 크라슈였다.

    

   순간 기억 능력을 지닌 그녀는 학교에 입학을 했을 당시, 대부분의 얼굴과 이름을 외웠다.

    

   거기에 요주의의 인물이라면 타고난 성향은 물론 원하는 거까지 전부 꿰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지금 샬롯의 옆에 있는 인물은 분명 에이링이 모르는 얼굴이었다.

    

   모든 학생을 외운 그녀에게 있어 그 말이 가리키는 것은 곧.

   샬롯이 일부러 모습을 감추고 이곳에 데려온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무려 샬롯이 애인이라고 선언한 인물 말이다.

    

   에이링의 녹색 눈동자가 은근하게 빛났다.

    

   ‘넌 누굴까 과연?’

    

   그러나 그녀의 좋은 머리로도 설마 샬롯이 크라슈를 여체화 시켜 데려왔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아무리 샬롯이라도 여성들만이 모인 공간에서 그런 일을 벌일 거라고는 상식적으로 생각 못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더더욱 크라슈의 존재는 미궁 속에 빠져들었다.

    

   “관심 끌래?”

    

   샬롯이 다시금 경고하자 에이링은 찔끔한 표정으로 몸을 빼었다.

   그녀 또한 샬롯과 정면에서 맞붙을 만한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괜히 그녀의 신경을 거슬러서 화를 불러일으켰다간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로 알고 있는 거였다.

    

   “흠흠, 알았어요. 그럼 평소처럼 다과회를 즐겨 볼까요.”

    

   그렇게 다과회라고 쓰고, 정보 교환의 장이라 불리는 라헬른 아카데미 여성회가 시작되었다.

    

    

   * * *

    

    

   샬롯이라는 예기치 못한 인물을 낀 채 시작된 여성회.

    

   처음에는 악명이 자자한 샬롯이 신경 쓰인 탓인지 쭈뼛거리던 그녀들이었으나.

   샬롯이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지켜만 보고 있자 어느새 분위기도 풀려나갔다.

    

   덕분에 크라슈는 무척이나 편하게 정보와 세력 구도만을 엿들을 수 있었다.

    

   “이거 아시나요?”

    

   여성회에 모인 이들은 정보에 예민한 이들이 많다.

   그래서일까, 이 자리에서 정보란 곧 자신의 위치와 권력을 나타내는 것과 같았다.

    

   그러니 그들에게 있어서는 아무도 모르는 새로운 정보야말로 자신의 힘을 보여주는 것과 같았다.

    

   “그런 일이…….”

   “와아.”

    

   누군가 정보를 내놓은 순간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정보를 내놓은 이는 가슴 피며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권력을 사용한 맛에 취한 듯이 몽롱한 게 우월감에 맛이 가버린 것 같았다.

    

   이런 식으로 여성회는 줄곧 진행되었다.

    

   ‘그렇게 막상 쓸만한 정보는 없나.’

    

   아쉬운 생각이 드는 한편 크라슈의 눈은 바쁘게 움직였다.

   타리아가 말했던 흑마녀의 종이 누구인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 정체를 눈치채지는 못했을 텐데.’

    

   크라슈도 세계 침식을 다루는 힘이 꽤나 능숙해졌다.

   세계 침식자 본인이 아닌 이상 종 정도로는 자신을 꿰뚫어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크라슈가 흑마녀의 종만을 찾던 때였다.

    

   “다들 그다지 영향이 있는 이야기는 안 하네.”

    

   누군가 한 명이 대뜸 입을 열었다.

   그 한 명에게 시선이 쏠린 순간 모두 다 그녀를 보고 질린 표정을 지었다.

    

   너도나도 괜히 반응했다는 표정이었다.

    

   그야,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특수학과 소속의 미치광이로 유명한 여자였기 때문이었다.

    

   마도구 제작사, 로나 임블라이즈

   

   대대로 마도구 제작이라고 하면 세계 제일이라 언급될만한 임블라이즈 가문.

   그곳에서 태어난 로나 임블라이즈는 괴짜 중에 괴짜이자 임블라이즈 가에서도 천재로 손꼽히는 이였다.

    

   오죽하면 매일 같이 마도구를 만들어서 시험해 본다며 몇 번이고 마법 훈련장을 날려버린 광기의 여자.

   최근에는 동급생들과 부교수까지 크게 다치는 마도구를 제작한 탓에 원성을 샀을 정도다.

    

   제 육체를 불살라 그것을 힘으로 치환하는 터무니 없는 마도구.

   그녀는 그것을 일반 학생에게 쥐여줬던 것이다.

    

   덕분에 폭주를 한 학생으로 인해 학생은 물론 학생을 제압하고자 몸을 날린 부교수까지 덩달아 장기간 입원을 해야 할 만큼 피해를 보았다.

    

   로나도 그 건에 관해 정식으로 사죄하였으나, 그녀의 마도구에 관한 평가는 나락을 찍었다.

    

   학생들 사이에서 그녀가 마도구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아무도 들지 않겠다고 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내 정보를 들으면 다들 그런 반응 못 보일걸?”

    

   하지만 그녀는 그런 자신의 평가에도 당당하게 득의양양한 웃음을 그렸다.

    

   “하나 알려 줄까.”

    

   그녀는 검지를 착하니 들어 올렸다.

   그녀가 이 정도로 자신하자 여성진들도 관심 있는 눈을 했다.

    

   그러자 그녀는 시선을 한 몸에 받고서 몇 초 후 입술을 떼었다.

    

   “라헬른 아카데미에는 현재 세계 침식자와 계약을 맺은 이가 있다.”

    

   그리고 여성회 전체가 굳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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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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