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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

       “…마법?”

       “예. 마법입니다.”

       “제정신이야?”

         

       프란체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 마법은 아무나 익힐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 세계에서의 마법사는 희귀하다. 마력을 느낄 수 있는 재능과 자금력까지 필요한 마법은 익히기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미레가 평민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떠받들어진 것이고.

         

       소미레가 마법적 능력이 뛰어난 이유는 그냥 주인공 버프다. 처음 태어났을 때부터 마력을 느낄 수 있었으며, 자연스레 마법식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설정이었다.

         

       “걱정하지 마시지요. 다 계획이 있으니.”

       “스승이라도 구해주려고? 어떻게?”

       “스승은 제가 될 겁니다.”

       “…뭐?”

         

       프란체의 눈썹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너 마법도 쓸 줄 알았던 거니?”

       “그건 아닙니다만, 이 세상에 존재하는 마법의 비밀을 다 알고 있습니다.”

       “바렌베르크 왕국 보물고에 비급이라도 있었나?”

       “그렇습니다.”

         

       당연히 구라다. 바렌베르크 왕국에 그런 게 있는지, 없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프란체는 눈썹을 좁힌 채 턱을 어루만졌다.

         

       “그런데 비급 내용을 알고 있는 거 가지고 마법을 가르치는 게 가능해?”

       “의외로 간단합니다. 마력에 대한 재능이 없다면 그것도 해결 가능합니다.”

       “그건 좀 호기심이 생기네. 그래서, 내가 뭘 어떻게 하면 되는데?”

       “혹시 수학 잘하십니까?”

       “…수학?”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리는 프란체.

         

       “…조금 부끄러운 얘기지만, 나는 수학은커녕, 대부분의 지식이 없어. 공작가의 기본 교육도 받지 못했거든…….”

         

       그런가. 이런 경우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사실상 가문에서 배척당하듯이 살아왔는데 기본 교육을 받았을 리가 있나.

         

       “괜찮습니다. 제가 처음부터 차근차근 알려드릴 테니.”

       “그런데 수학을 잘하냐고는 왜 물어본 거니?”

       “마법식이 수학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 문외한이라 처음 듣는 이야기네.”

         

       남을 가르치는 건 처음이라 자신은 없다만, 그래도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뮤튜버를 시작하기 전에 공부를 굉장히 잘하는 편이었다. 부모님의 압박으로 강제로 수십 개의 학원에 다녀야 했으니.

         

       덕분에 한국에서 명문으로 유명한 연쇠대를 입학하긴 했는데…….

         

       강제로 시작한 공부라서 그런 것인지, 나는 졸업 직후 취업을 하지 않았다. 웬만한 회사는 문을 부수고 들어갈 수 있는 스펙이었지만, 어린 시절 방황을 하지 않은 만큼 성인이 되어서 방황을 시작했다.

         

       그 계기로 어렸을때부터 좋아하고, 잘했던 게임을 다시 시작했고.

         

       ‘결과적으론 100만 게임 공략 뮤튜버가 됐으니 잘 된 거지.’

         

       문제는 게임 공략 영상을 찍다가 여기에 들어온 것이지만.

         

       “일단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나는 프란체에게 초등학생 수준의 수학을 가르쳤다. 아직 낮은 수준이라 그런지 이해하고 풀어내는 데 문제는 없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았고.

         

       “…이러면 되는 거야?”

       “예. 잘하셨습니다. 이 내용은 아주 기초적인 내용이면서도 수학의 근간이 되는 내용입니다. 잘 기억해두시길.”

         

       프란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까진 할 만한 가보다. 다음 단계다.

         

       수학은 의외로 재미있는 과목이다. 실제로 학생들은 수학을 처음 배울 때 따라가려는 노력은 하니까. 다만, 한국에서의 수학은 어느 순간부터 암기와 지문으로 바뀌어 간다. 이때부터 학생들은 수학에서 눈을 떼기 시작하고, 점차 흥미를 잃어간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프란체에게 수학의 근간을 알려줄 것이다.

         

       단순히 공식을 외우라고 시키는 것이 아닌, 왜 이런 공식이 만들어졌는지. 이 공식은 왜 공식이 된 건지.

         

       그럼 프란체도 흥미를 잃지 않고 수학을 계속 배울 것이다. 그럼 언젠가는 마법식을 이해하고 마법도 사용할 수 있겠지.

         

       나는 프란체에게 구구절절 설명을 하기 보다는 곧바로 실전으로 들어갔다. 단순히 교과서에 나오는 문제를 내주고 푸는 형태가 아닌, 우리 근처에 있는 걸 문제로 이용한다든지,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거로 예시를 만들어 문제로 냈다.

         

       기본적인 연산 능력만 가지곤 꽤 어려운 문제였다만, 프란체는 수월하게 풀어냈다. 이런 좋은 머리를 가지고 썩히고 있었다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죠.”

       “왜? 더 할 수 있는데.”

       “휴식은 공부에서 필수에요.”

       “그래…? 아쉽네. 재밌었는데.”

         

       내 수업이 재밌었다면 다행이다.

         

       “그럼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마력을 느껴보는 거로 하죠.”

       “겨우 이 정도 하고 벌써 마력을 느껴?”

         

       원래 실전이 가장 빠르게 배우는 법이지.

         

       “기본적인 건 아셨으니 곧바로 실전에 들어가는 겁니다. 원래 이론보다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게 훨씬 빠르게 익히고 노하우도 생기는 법이니까요.”

         

       내가 싱긋 웃자 프란체도 옅은 미소를 보였다. 뭔가를 배우는 것이 즐거운가 보다.

         

       “신기하네. 재밌어.”

       “그러셨다면 다행입니다.”

         

       그나저나, 지금 프란체의 수준은 중학교 1학년 수준은 되려나. 이 정도면 마력을 느끼는 즉시 기초적인 생활 마법은 쓸 수 있을 거다. 예를 들어 몸을 청결하게 만들어주는 ‘클린즈’라든지, 순간적으로 광활한 빛을 내보이는 ‘플래시’라든지.

         

       ‘기초 마법의 종류는 무수히 많으니 프란체의 마음에 드는 걸 고르면 되겠지.’

         

       그 전에 마법식이 적힌 책을 찾으러 가야겠지만.

         

       “그럼 잠깐 휴식을 취하다가……”

         

       내가 말을 꺼낸 동시에, 쾅! 부서질 듯한 소리를 내며 방문이 열렸다.

         

       “프란체!”

         

       라인 데카르트였다. 어제의 일 때문에 찾아왔나.

         

       “제 방에는 무슨 일로…?”

       “어제 네가 말한 얘기 때문에 왔다. 그걸 내가 순전히 믿을 거 같았냐?!”

         

       그걸 왜 하루 지난 다음에 따지고 있어. 그냥 그 자리에서 따지지.

         

       “내가 아는 영식에게 묻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만, 네가 거짓말을 했다는 증거까지 입수했다.”

       “증거요?”

       “그래. 네가 소 공작에게 파혼을 당한 걸 옆에서 봤는데, 그런 얘기는 일절 하지 않았다고 한다!”

         

       프란체가 고개를 돌려 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이번에도 내가 대신 너를 움직여줘야 해? 뭔가 점점 나한테 의존하는 게 심해지는 거 같은데.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 속삭였다.

         

       “말하는 걸 보니 라인 공자의 아는 영식이 파티에 오래 있진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걸 어떻게 단정 짓는데?”

       “어제 공녀님께서 성녀의 뺨을 때린 내용이 없지 않습니까.”

       “그거랑 무슨 상관인데?”

         

       라인의 눈살이 찌푸려지고 있다. 서둘러 말해야 한다.

         

       “파혼에 관한 얘기만 하지 않았습니까. 그 파티에서 가장 뜨거웠던 가십거리는 공녀님이 성녀의 뺨을 때린 것이었습니다. 라인 공자라면 그 얘기로 물고 늘어질 법한데, 그에 대해선 전혀 이야기가 없는 걸 보니 파티 막바지까지에는 없었던 모양입니다.”

         

       우리가 계속 속삭이며 대화하니 라인이 큰 소리로 윽박질렀다.

         

       “나를 앞에 두고 둘이서 뭔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거냐! 둘이 싸가지가 없는 게 아주 판박이군. 주인과 노예라 서로 닮아가는 건가?”

         

       뭐래, 븅신이.

         

       나는 프란체를 바라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확신을 얻은 그녀는 침을 꼴깍 삼키곤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그 영식께서는 파티에 끝까지 계시지 않았나 보군요.”

       “…뭐?”

       “그 이후에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만…….”

       “그럼 중간에 빠져나간 모양이군요. 페르시아 소 공작님이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밝힌 건 그 이후입니다.”

       “뭐…? 어제 말한 것과는 앞과 뒤가 다르잖냐! 분명 파혼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 그렇게 말했다고…!”

         

       피식. 프란체가 웃었다.

         

       “어제는 다소 긴장한 탓에 제가 기억이 가물가물했나 보죠. 자세한 건 잘 모르겠네요?”

         

       그렇게 말하곤 나를 바라본다. 마치 나 잘했냐는 눈빛. 나는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러자 입꼬리를 씰룩이는 프란체.

         

       “이…!”

         

       별다른 말은 하지 못 하는 라인. 화는 나는데 사건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것이 없으니 트집 잡을 게 없는 거겠지.

         

       “네가 그 상황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건 알고 있다. 이번에 일어난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두고 봐. 이후에 내가 직접 알아볼 예정이니까.”

         

       쾅! 괜히 방문에 화풀이하며 나가는 라인. 저 새끼도 성격 참 괴팍하단 말이지. 프란체가 뭘 잘못했다고 왜 항상 지랄인 거야?

         

       프란체가 말했다. 목소리에 불안함이 그대로 묻어나왔다.

         

       “이제 어떡해? 혹시라도 알아내기라도 한다면…!”

       “걱정하실 필요 없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지금도 제국 곳곳에 소문은 퍼지고 있어요. 진실을 알기에는 이미 늦은 시점입니다.”

       “그래…? 정말 믿어도 되겠지…?”

         

       나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러자 안도의 한숨을 쉬는 프란체.

         

       “후우. 정말 찾아와서 놀랐네. 너는 이걸 다 알고 있던 거니?”

       “지금까지 공녀님의 생활을 봐왔으니까요. 이미 데카르트 공자들의 성격까지 파악했습니다.”

       “좀 소름이 돋네. 내가 노예를 잘 산 건지, 잘못 산 건지…….”

         

       프란체가 양손을 올리며 자신의 팔뚝을 쓰다듬었다. 소름이 돋은 듯했다.

         

       “잘산 거라고 해두죠. 공녀님만을 위한 아군. 저는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습니다.”

       “그렇네. 오로지 나만을 위한 아군. 아주 좋아. 명령을 잘 수행하고 있구나. 그리고 너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혼자 내버려 두지 않을 거잖아?”

         

       어, 그건 확답을 못 내리겠는데.

         

       “…저는 공녀님의 편이니까요.”

       “그래. 어떻게든 평생 내 곁에 둬야겠어.”

         

       그것도 좀 곤란할지도…….

         

       “크흠. 아무튼. 이제 휴식 시간은 끝났으니 마력을 느껴봅시다.”

       “마력은 어떻게 느끼면 되는데?”

       “으음.”

         

       나는 기억을 되새겼다. 분명 마법 능력을 올려주는 서브 퀘스트를 했을 때 그 정보를 얻었던 거 같은데.

         

       ‘생각났다.’

         

       마력을 느끼는 방법은 오러와 동일하다. 사람마다 체질이라는 게 있는데, 그게 오러일지 마력일지 결정하는 것이다. 다만 마력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얼마 없어서 그렇지.

         

       프란체는 마력을 느끼는 체질일 거다. 시나리오 후반부에 흑마법과 결탁해 보스로 나왔으니까.

         

       ‘근데…….’

         

       문제는 나도 오러를 어떻게 느끼는지 모른다는 거다. 지금까지는 그냥 진의 감각으로 사용하고 있었을 뿐.

         

       “흐음…….”

       “무슨 고민이라도 있니?”

       “이걸 어떻게 알려드려야 하나 고민 중이네요.”

       “꽤 어려운 문제인가 봐?”

       “그리 어려운 건 아닙니다만…….”

         

       내가 그걸 모른다는 게 큰일이지.

         

       ‘안 되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아. 이러면 다른 방법을 생각하는 수밖에.

         

       “공녀님.”

       “왜?”

       “공작령의 정보상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계시죠?”

       “그건 그런데… 그게 왜?”

       “그 사람을 찾아갑시다.”

       “갑자기? 마력을 느껴보자고 했잖아.”

         

       프란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차피 언젠가는 해야 했던 일입니다. 그리고 그 방법이 공녀님께서 마력을 느끼는 데에도 도움이 될 테니까요.”

         

       의문이 가득했던 프란체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내가 자주 찾아가던 정보상을 소개해줄게. 정보상의 이름은 엑시드야. 당연히 가명일 테지만.”

       “그거면 됐습니다. 당장 그 사람에게 찾아가죠.”

         

       데카르트 공작령의 정보상 엑시드.

         

       내가 지극히 알고 있는 녀석이다.

         

       그는 소미레의 역하렘 멤버인 서브 남주들 중 하나였으니까.

         

       ‘앞으로의 일도 있으니 미리 친분을 터놓는 게 좋겠지.’

         

       나는 이 제국을 통째로 뒤흔들 거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감사함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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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Raised the Villainess and Fled

I Raised the Villainess and Fled

악역 영애를 키우고 도망쳤다
Score 8.6
Status: Ongoing Author:
I made a villainess destined for death into the most powerful person in the empire and then f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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