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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

        세계가 떠들썩해졌다.

        원인은 당연하게도 한 드래곤의 인터넷 방송 때문이었다.

       

        애초에 떠들썩해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전 세계 최초로 몬스터가 인간들의 문물인…… 그것도 마이너하다면 마이너하고, 메이져하다면 메이져한 인터넷 방송이라는 곳에서 직접 방송을 하기 시작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방송하는 본인은 또 어떤가?

        가장 흔하게 보이는 고블린 같은 몬스터도 아니고, 무려 EX급 게이트의 보스 몬스터인 드래곤이다.

        몬스터들 중에서도 최강 종에 속하는 그 드래곤이, 그것도 진작에 게이트를 빠져나와 인간들을 학살할 수 있는 그 드래곤이 무려 인간들과 우호적인 스탠스를 취한 채 방송하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 S급 게이트가 한 번 터진 적이 있다.

        그때 그곳에서 빠져나왔던 보스 몬스터는 일반적인 드래곤이었는데, 그 드래곤이 미국의 서부 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었다.

        그때를 생각해 보았을 때, 지금 인터넷 방송하고 있는 멸천룡 그랑 라그나는 그야말로 태풍의 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간나 새끼들이!”

       

        쾅!

       

        그리고 현재 가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

        몰래 멸천룡 그랑 라그나의 방송을 살피고 있던 북한쪽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도대체 일을 우짜게 처리하고 있기래…….”

       

        현재 북한의 헌터들을 총괄하는 사냥꾼 총괄 사령관이라는 직함에 앉아 있던 김관식이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현재 북한이라는 나라는 그야말로 호흡기에 매달린 환자와도 같은 상태였다.

        게이트 사태가 일어난 직후, 다른 나라들이 게이트에 대해 연구하고 헌터라는 인적 자원을 게이트와 몬스터들을 처리하는데 활용한 것에 비해, 북한은 다른 선택을 했다.

        게이트와 몬스터에 대한 처리는 군인들에게 맡기고, 반대로 헌터라는 인적 자원을 군대로 집어넣는다는 선택을 말이다.

       

        레이드물 소설에서는 흔히 몬스터에게 현대 화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설정으로 헌터의 가치를 높이지만, 이곳은 엄연히 현실이다. 그리고 이 현실에서는 현대 화기 역시 몬스터에게 통한다.

        그 때문에 북한은 노후화된 자신들의 화기를 이용해 몬스터와 게이트를 처리하고, 반대로 헌터라는 이 능력자들을 사용해 노후화된 전쟁 병기들을 대체하려 했다.

        만약 마나가 가득 찬 게이트가 결국 열린다던가, 혹은 등급이 낮은 게이트들만 나왔다면 북한의 선택은 분명 효율적이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서 문제였지.

       

        등급이 낮은 몬스터들에겐 분명히 현대 화기가 통한다.

        사람이든 곰이든, 혹은 고블린이든…… 머리에 총알 하나를 맞으면 공평하게 가 버리는 것은 똑같으니까.

        하지만 트롤은? 오우거는? 아예 공룡 같은 거대한 덩치를 가진 몬스터는?

       

        등급이 낮은 게이트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은 개인 화기 정도로 충분했지만, 그 등급이 점점 높아질수록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개인 화기가 통하지 않아 기관총을 가져오기도 했고, 그마저도 통하지 않아 탱크를 끌고 들어가기도 했다.

        처음에는 총알 한 발로 충분하던 것들이, 등급이 높아질수록 점점 총알 두 발, 세 발, 열 발, 박격포탄, 철갑탄…… 이런 방식으로 점점 강력해지기 시작했다.

       

        보통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되면 뒤늦게라도 헌터들을 투입하던가, 아니면 모종의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북한이 어떤 나라인가?

        굴러가지 않는 경제 체제에, 독재 정치가 보편화된, 부패할 대로 부패한 디스토피아 사회가 아니던가?

       

        당시 게이트를 책임지던 간부는 좀 더 강한 화력을 쏟으면 된다고 여겼는지, 아니면 자기 커리어에 오점이 남는 것이 싫었던 것인지 대책을 세우거나 문제를 알리지 않았다.

        그러곤 계속해서 군대와 현대 화기의 힘만으로 해결을 보려 했고…… 결국 그들이 막지 못한 게이트들이 우후죽순으로 터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북한은 망했다.

        신의주부터 비무장지대까지, 인간들이 살던 영역은 온전히 몬스터들의 손으로 넘어갔다.

        북한은 결국 평양 인근 지역만을 사수한 채 우주 방어에 들어갔고, 지금은 세계적으로 ‘도시 국가 메타’라는 조롱을 받으며 근근이 명맥을 이어오는 중이다.

       

        북한이 평양 인근 지역만이라도 사수할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북한의 헌터 전력이 간부들이 머무는 평양에 집중되어 있었던 점.

        당시 주변 국가들 역시 북한까지 손을 뻗을 여유가 없었던 점.

        마지막으로…… 북한의 유일무이한 S랭크 헌터로 각성한 현 북한의 수령인 김경도가 평양에 버티고 있었던 덕분이었다.

       

        강력한 방어막 생성 능력을 각성한 김경도는 자기 능력으로 평양 인근을 방어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아직 북한이라는 나라가 명맥만이라도 이어질 수 있었다.

        ……이게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아니라고 해야 할지 참~

       

        “우라질! 이 씹어먹어도 시원찮은 종간나 새끼들이!”

       

        하지만 그것도 이젠 다 옛말이 될 위기에 처했다.

        북한의 헌터들을 총괄하는 위치에 앉아 있던 김관식이 직접 수령에게 제안한 작전이 완벽하게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가 수령에게 제안한 작전의 개요는 이렇다.

       

        몬스터 테이밍 계열 능력을 갖춘 헌터와 정신 계열 능력을 갖춘 헌터들을 모두 모아 멸천룡 그랑 라그나에게 보내 그녀를 조종한다는 것.

        성공한다면 북한은 측정 불가급 몬스터를 수중에 넣을 수 있게 되고,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남한과 싸움을 붙일 수 있으니 어떻게 되든 이득이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멸천룡에게 보내게 된 인원들 중에는 귀한 A랭크 헌터도 있었지만, 북한의 지도층에서는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테이밍 계열 능력은 몬스터에게 공포심을 느끼고 있는 북한에서는 거의 버려진 능력이고, 정신 계열 능력은 간부들 자신들도 조종당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판단했기에 겸사겸사 처리하면 된다고 판단했다.

       

        상당히 합리적인 제안이라서 그의 작전은 빠르게 받아들여졌고, 가족의 안전과 생활을 인질로 잡힌 특공대(?)는 태극기가 그려진 대한민국의 장비를 입은 채 백두산 게이트로 들어갔다.

        이제 저 안에서 북한의 말 잘 듣는 드래곤이 나올지, 아니면 남한에게 분노한 드래곤이 나올지 숨죽이며 지켜봤는데…… 웬걸?

       

        “어떻게 안 거지?”

       

        증거가 될 만한 것도 다 숨겼고, 특공대(?)에게도 남한 말을 아주 잘 가르쳤다.

        실패한 것은 그럴 수 있다 쳐도, 그들이 북한에서 왔다는 것을 도대체 어떻게 알게 된 것일까?

       

        “안디야. 난 이렇게 죽을 수 읍디야!”

       

        이 자리까지 올라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뇌물을 바쳐왔는가.

        북한을 지배하는 김씨 집안의 피를 이은 죄로 수령의 ‘반역자를 보는 눈빛’을 받을 때마다 바짝 엎드리고, 배를 활짝 까 보이며 굽실거리며 뇌물을 바치길 20년.

        가장 믿을 수 있는 친척만이 맡을 수 있다는 헌터 총괄 사령관이라는 자리에 앉은 후 이제야 인생 좀 펼 수 있겠다 싶었는데…….

       

        똑똑똑!

       

        동무! 이 문 열어 보시라요.

       

        “헉?!”

       

        자기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김관식의 몸이 바짝 굳었다.

        덜덜 떨며 방문을 열자, 군복을 잘 차려입은 남자 세 명이 칼 같은 경례를 한 후 정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위대하신 영도자시며,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해주신…… (생략) ……수령 동무께서 동무를 찾으십니다.”

       

        “……기래. 준비하고 갈 테니, 조금만 기다리라우.”

       

        척!

       

        경례를 마친 군인들이 한 발짝 물러서고, 천천히 자기 방문을 닫은 김관식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결국…… 이 순간이 와버리고 말았다.

       

        ‘까닥하면 총살인기래.’

       

        여기서 잘 변명하던가, 아니면 어떻게든 샤바샤바를 잘해야 살 수 있다.

        물론 좌천되는 것은 어떻게 해도 막을 수 없겠지만…… 그래도 사는 게 중요하지 않던가?

       

        김관식은 축 처진 움직임으로 군복을 갖춰 입기 시작했다.

        아…… 출근하기 싫다…….

       

       

        *            *            *

       

       

        북쪽에서 한 직장인이 인상을 쓰고 있을 때.

        남쪽에서도 한 직장인이 인상을 쓰고 있었다.

       

        “이 미친 새끼들이!”

       

        쾅!

       

        대한민국 헌터 협회의 협회장은 테이블을 내려치며 쌍욕을 내뱉었다.

       

        그가 이렇게 분노하는 것은, 단순히 북한이 ‘북한’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북한이 이러는 것도 한두 번이 아닌데, 새삼스럽게 뭘…….

       

        그가 지금, 이렇게 분노하는 이유는, 북한이 다름 아니라 ‘멸천룡 그랑 라그나’에게 수작을 부렸기 때문이다.

       

        “죽을 거면 혼자 죽을 것이지, 인류를 끌어들여?!”

       

        이 일을 단순하게 보면 ‘북한이 멸천룡을 상대로 수작을 부렸고, 화가 난 멸천룡이 북한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날렸다’가 된다.

        하지만 이 상황을 좀 더 근본적으로 파고들어 가 보면, ‘인간이 몬스터를 상대로 수작을 부렸고, 몬스터가 인간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했다’가 된다.

       

        낙천적인 사람들이나 단순한 사람들은 북한 이외의 사람들은 그냥 팝콘이나 씹으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멸천룡이 선언한 상대는 북한 하나뿐이고, 지금까지 보았던 멸천룡의 성품이나 성격 등을 보면 북한 하나로 끝낼 것이 분명하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라면? 멸천룡 그랑 라그나가 북한만이 아닌, 인류 전체에 분노하기 시작한다면?

       

        너무 부정적이다, 너무 억측이다, 너무 확대해석한 거다……. 수많은 말들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원래 이런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서 일을 짜는 것이 정치인이고, 위의 시나리오 역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시나리오다.

        실제로 중국이나 러시아…… 심지어 미국과 유럽연합까지 군대와 헌터 세력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현재 한국 헌터 협회는 각국에서 걸려 오는 전화에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고.

       

        “제기랄. 제일 좋은 것은 우리 선에서 처리하는 것인데…….”

       

        현재 인류가 취할 수 있는 제일 좋은 선택지는, 인간들이 먼저 북한을 정리한 후 주동자들을 멸천룡의 앞으로 가져다 놓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멸천룡은 전쟁을 시작할 명분이 없어지고, 사태는 최소한의 피해로 끝맺음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최선은 어디까지나 이론적으로 제일 좋은 선택지라서 최선이라고 불리는 거다.

        지금 북한을 수호하는 붉은 수령, S랭크 헌터인 김경도가 지키는 평양으로 쳐들어간다?

        방어 능력 하나만큼은 뛰어난 저 김경도를 넘어서려면 적어도 S랭크 헌터 10명은 모여야 한다.

       

        “백익룡이 나서준다면 되겠지만.”

       

        안타깝게도 백익룡은 ‘인간과 인간의 분쟁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했다. 그 때문에 백익룡을 사용해 북한을 점령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백익룡이 멸천룡을 막는 데 도움을 줄 것도 아니고…….

       

        “오히려 백익룡도 우리를 공격하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 원…….”

       

        “협회장님. 회의 준비가 끝났습니다.”

       

        비서의 말에 협회장의 시선이 시계로 향했다.

        어느새 긴급회의 시간이 다 되었다.

       

        “그래. 가지.”

       

        한숨과 함께 옷매무새를 정리한 협회장이 힘없는 발걸음으로 회의장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 퇴근하고 싶다…….”

       

        당분간 야근 확정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본 소설의 설정들은 전부 작가의 뇌피셜임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공모전에서 떨어졌지만 괜찮습니다. 전 울지 않…… 크흡!

    북한어를 잘 몰라 되는대로 썼습니다. 나머지는 독자분들의 뇌내 속 필터를 믿습니다. (엄지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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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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