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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

       *** ***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남자란 얼마나 슬픈 생물인가?

         

       “차하압! 맹룡광도! 염화수라식!!”

         

       “하아아앗! 비적유성검!! 천궁십이좌!!!”

         

       “끼요오오오옷! 연화난각!! 백팔연타!!!”

         

       사천낭인들의 향상심은 무척이나 뛰어나다. 이 말은 절대 빈말이 아니었다. 현재 사천낭인으로 활동하는 이들의 대부분이 고작해야 무알못 군중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과 욕설을 감내하면서도 낭인 활동을 하는 이유는 사천낭인이 되는 길이 낭인의 신분으로 경지를 올릴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나도 낭인이지만 낭인이라는 놈들은 대부분 인간말종들이다.

         

       타 지역의 낭인은 말이 낭인이지 그냥 칼든 일용직 노동자일뿐이다. 실력은 형편없고 돈 벌어다가 술과 도박에 다 꼴아박고 의뢰고 자시고 이득만 되면 서슴없이 남의 뒤통수를 치고 인적이 없는 곳에서는 강도질도 겸업하고 있다.

         

       대부분의 낭인이 저렇게 살기 때문에 무인들이 낭인을 대하는 취급 또한 그냥 들짐승을 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무인이라고 자칭하는 자들은 모두 낭인을 자신보다 아래로 보며 같은 무인으로 대우해주지도 않거든. 비무첩은 그냥 무시하는게 기본이고 비무첩을 내버리면 그냥 해당 문파의 문도들이 우르르 몰려놔서 푹찍해버리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낭인들이 처하는 가장 큰 문제는 상대를 꺾어도 상대 문파에서 보복을 나올 시 아무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집단의 힘에 개인은 쓸려나갈 수 밖에 없으니까.

         

       반면 사천에서는 겉으로는 오만 욕을 다 들어먹어도 적어도 다면공격을 당하거나 비무첩을 무시당하는 경우는 없다.

         

       문파의 보복 역시 익명성과 낭인객잔이라는 공동체로 방어가 가능하고.

         

       군중들에게 매일같이 욕을 들어 먹어야 하지만 그걸 감내할 수만 있다면 사천낭인으로 활동하는 것은 무공을 증진시키기에 좋은 환경이다.

         

       각자 자신의 고향을 떠나 오직 무에 대한 열망 하나로 흑립을 쓰고 사천을 누비는 자들.

         

       무공을 위해서라면 진흙탕에도 웃으며 들어갈 수 있는 작자들이 바로 사천낭인이다.

         

       그런 놈들인데…

         

       고작해야 흑묘가 연무장에 나타났다는 이유로 다 광대가 되어버렸다.

         

       “곡월육십사식!!”

         

       “곤여해일!!”

         

       무호흡 연타를 펼치느라고 얼굴이 시뻘개진 정삼과 혼신의 힘을 다해 온몸비틀며 검을 휘돌리고 있는 여진상은 물론이고 아침부터 내공을 탕진해가며 절기를 뿜어내는 낭인들을 보면 ‘수컷이란 무엇인가?’라는 고찰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흑묘에게 잘 보이는게 뭐라고 비전절기를 허공에 쏴대고 있는지. 특히 정삼 저 자식은 얼굴이 터지기 직전인데도 무호흡 연타를 멈추지 않는 것이 이러다 사람 하나 죽는가 아닌가 걱정이 된다.

         

       “밥 먹으러 가자.”

         

       “좀 더 구경하고 가죠? 선배도 몸이 덜 풀린 것 같은데.”

         

       아니 너무 애처로워서 더 이상 보고 있을 수가 없어.

         

       “빨리 와라.”

         

       “알았어요.”

         

       낭인들이 눈을 부릅뜨면서 ‘저 자식이’라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니 나는 자기들 생각해서 흑묘를 치워줬더니 다들 은혜를 원수로 갚네? 아침부터 내공 다 털어버리면 의뢰는 어떻게 하려고 그래.

         

       그래서 나도 주먹감자로 화답해 주고는 식당으로 도망쳤다.

         

       아침 식사는 간단하게 소면. 흑묘도 소면이었다. 흑립 아래가 보이지 않은 흑영기공. 문득 맨 얼굴이 궁금해지긴 했지만 차라리 지금 상태가 나았다. 흑영기공 아래 진짜 절세미인이 들어 있으면 어떻게 해. 그럼 낭인들 중에서 질투심에 눈이 뒤집혀 날 잡아 죽이려고 드는 놈도 생길지 모른다.

         

       “그런데 호 선배.”

         

       “뭐.”

         

       “혹시 어제 강준이라는 자에게 깨달음을 주었나요?”

         

       “…뭐? 내가 왜? 그딴 새끼한테?”

         

       하도 어이가 없어서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야, 야 내가 여일예한테 깨달음 줬다는 거 다 헛소문이야! 지가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한걸 왜 나한테 은공은공 그러는지 모르겠다니까?”

         

       “그러니까 강준에게 깨달음을 주었나요?”

         

       “너 뭐 들었냐? 주기 이전에 줄 능력이 없다니까!”

         

       내가 아무리 고인물이었다고 해도 고작해야 이류따리의 깨달음까지 외우고 있을 리가 있겠냐. 그나마 일류 고수 중에서 특성이 미쳐가지고 어느 정도 상위 경지랑 비빌 수 있는 캐릭터까지나 좀 외웠지.

         

       “그러니까, 안 줬다는 거죠?”

         

       “안 줬다! 됐냐!”

         

       “그래요 선배. 그렇게 딱 잘라서 말하면 될 것을 왜 이리 빙빙 돌리나요.”

         

       흑묘의 타박에 머리가 띵해졌으나 이 주제는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손해였기에 심호흡을 하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히유우우…”

         

       “그나저나 선배. 지금의 사천낭인에 대해서 한번 설명해 주세요.”

         

       “왜. 필요 없잖아.”

         

       흑묘의 삿갓이 살짝 기울었다.

         

       “사천 낭인의 역사는 그렇게 장황하게 풀었으면서 왜 지금의 사천낭인에 대해서는 설명을 안 해주시는건가요?”

         

       “그야 지금부터 경험해가면서 깨달으면 되는데 굳이 입 아프게 이야기해서 선입견을 주입할 필요가 있나?”

         

       “…그것도 그렇군요.”

         

       “오늘은 의뢰 못 하니까 그리 알고.”

         

       “왜죠?”

         

       나는 얼굴을 가르고 지나간 상흔을 가리켰다. 이 무림천하의 금창약은 게임 할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이 안에 들어와보니 오버 테크놀로지가 따로 없었다. 비싼 금창약은 바르기만 하면 어지간한 외상은 흉터도 없이 낫는다.

         

       창상은 보통 피부가 말리고 살이 상처 부위로 딸려 올라오기에 가죽과 가죽을 붙이고 살이 밀려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봉합술이 필수다. 근데 이걸 그냥 품 안에 들고 다니는 금창약을 슥슥 바른다고 흔적도 없이 나아?

         

       물론 내공이 담긴 공격에 당한 상처는 이런 금창약으로도 선명한 흉터가 남기는 한다.

         

       “사천낭인은 원칙적으로 정체를 알릴 법한 행동을 하면 안돼. 얼굴에 자상이 있는 낭인? 바로 개인을 특정당하지. 경수시장의 일을 알고 있는 자라면 내 뺨이 아물고 있다는 것을 파악한 순간 내가 그 경수시장의 낭인이라는 걸 곧바로 알게 될 걸.”

         

       “흑립으로 가린다면 별 상관 없지 않나요?”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한데 어제처럼 일을 크게 벌였으면 잠깐이라도 몸을 사리는게 맞아.”

         

       하루라도 빨리 뭔가를 배우고 싶어하는 흑묘는 불만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의뢰를 안 한다고 했지 논다고는 안 했다.”

         

       “그럼 오늘은 뭘 할 생각인가요?”

         

       “수금.”

         

       의뢰를 완료하는 것 만큼이나 완료한 의뢰의 값을 제대로 받는 것도 중요한 법이다.

         

       *** ***

         

       “허허, 역시 호 무인이오. 의뢰인이 무척 기뻐하더군.”

         

       그렇겠지 진짜 수지타산 안 맞는 일이었어.

         

       “그래서 추가 보수는? 검값은 잘 받아냈고? 사후처리는 다 그쪽에서 잘 한 거 맞겠지?”

         

       중개인.

         

       중개인이란 무엇인가?

         

       사천낭인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사천성 내 인식이 답이 없는 것이 사천낭인이다. 사회적 위치가 있는 자들은 낭인과 어울리는 것만으로도 타격을 입기 십상이니 사람이 찾아올 수 없는 사천낭들이 의뢰를 받을 수 있는 소통구가 필요했으니.

         

       그들이 바로 중개인들이다.

         

       중개인들 대부분 사천에서 이름난 명사들이나 가문의 혈통을 지니고 있다.

         

       물론 본인이 대단하면 이런 중개인 일은 안 하지.

         

       아무튼 중개인들은 그런 명사나 명가의 혈통이고 사천낭인에게 의뢰할 자들은 그런 명사나 명가의 혈통을 방문한다는 미명 하에 이들과 접촉한다.

         

       중개인 황금고부린(黃金固富吝)은 펄쩍 뛰었다.

         

       [황금가]의 자손으로 황금을 지키고 아낀다는 이름을 지닌 고블린, 아니 황금고부린은 누가 고블린 아니랄까봐 중개인들중에서 가장 많이 해 먹는 작자들 중 하나였다.

         

       중개인은 제도는 필요하기는 하지만 낭인들 입장에서는 퍽이나 답답한 제도였다.

         

       중개인이 의뢰인에게 의뢰비를 얼마를 받았는지 그리고 의뢰비 중에서 대체 얼마를 해 처먹고 낭인들에게 의뢰를 해 주는 것인지.

         

       어제 보았듯 현장은 천변만화하고 그에 따라 추가 비용이 발생하거나 의뢰 비용의 틀 자체가 달라진다던가 하는 수많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의뢰인과 협의해야 할 모든 사항은 중개인의 역량에 기대기만 해야 하니까.

         

       고부린이 헛기침을 하며 거드름을 피웠다.

         

       “물론이지! 검값도 최고급으로 산정해서 받아내고 경수시장도 직접 돌아보며 상황을 파악했소. 그리고 의뢰인께서도 무척 흡족해하시며 추가금도 지불해 주셨고.”

         

       “생각 잘 하는게 좋아.”

         

       품속에 손을 넣었던 고부린이 흠칫했다.

         

       “그 자식들 지금도 흑색명부에 이름을 올릴까 고민중이니까.”

         

       흑색명부. 그래 블랙리스트다.

         

       낭인객잔도 고객을 가려 받는다. 가끔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망둥이들이 의뢰를 받는다고 낭인이 진짜 소모품인 줄 아는 머저리들이 있으니까.

         

       이런 머저리들은 흑색명부에 올려 낭인들의 동의를 얻으면 비무첩을 발행해 문파를 삭제시킨다. 이 사천성에서 낭인의 눈치를 안 보는 머저리들은 살아남을 수가 없다.

         

       낭인들이 적극적으로 문파를 멸문시키지 않는 이유는 정철의 일화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문파를 마구잡이로 멸문시켜봐야 남는 건 하나도 없고 바뀌는 것 역시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그 나물에 그 밥인 문파들이니까.

         

       그러니까 나는 지금 탐욕의 고부린에게 이렇게 말한 것이다.

         

       ‘중간에서 떼어 먹은 것을 제대로 뱉어내지 않으면 네가 장기적인 돈줄 역할을 해줄 것이라 기대하는 문파는 가루가 돼서 수익이 0원이 될 테니까 처신 잘하라고.’

         

       꿀꺽.

         

       고부린이 마른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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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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