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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

       

       

       산전수전을 다 겪어봤다고 자부했다.

       

       독기 하나로 온갖 뒷골목을 전전했던 나날들.

       

       그림자 기사단의 단장이 된 그날, 두려움이라는 감정과는 멀어졌다고 생각했다.

       

       두려움? 공포? 겁쟁이들이나 가지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쭈? 말 안하지?”

       “끄르르륵.”

       

       크나큰 오산이었다.

       

       풀썩.

       

       맷집 하나만큼은 기사단에서 최상위권을 자랑하던 세트가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벌써 여덟번째였다. 

       

       처음에는 삼십분을 내리 버텼던 세트도, 어느 순간부터 버티는 시간이 줄어들더니, 지금에 와서는 삼 분 주기로 의식을 잃고 있었다.

       

       그 어떤 고문을 해도 버틸 자신이 있었다.

       

       밤까마귀들은 철저한 훈련을 받은 이들이었고, 언제든지 자진(自盡)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왼쪽 어금니 뒤에 독단을 숨겨놓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방금도 마찬가지였다.

       

       ‘세트.’

       ‘알겠소.’

       

       그들은 올리비아가 다가와 질문하기 무섭게 독단을 깨물었다.

       

       까득.

       

       아릿한 향과 함께 독이 식도를 타고 흘러 내려갔다.

       

       무려 트롤도 단숨에 녹여버리는 극독이다. 뼈채로 녹여버리기에 언데드로 되살리는것도 불가능하다.

       

       정보의 유출을 막는 데에 이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고 자부했다. 

       

       어차피 고통은 한 순간.

       

       얼마 후면 편안한 안식이 찾아올 것이다.

       

       ‘……분명 그랬어야 했는데.’

       

       왜!

       

       안 죽었냐고!

       

       독은 성공적으로 퍼졌다. 다른건 몰라도 그건 확실했다.

       

       오러가 움직임을 멈추고, 심장박동이 점차 느려지던 것이 그 증거였다.

       

       “어허. 누구 마음대로 뒤질려고?”

       

       하지만 올리비아는 그들의 입을 강제로 벌리고 포션을 쑤셔넣는 것으로 완벽하게 카운터를 쳐버렸다.

       

       바로 지금처럼.

       

       꼴꼴꼴꼴.

       

       올리비아는 세트가 기절하기 무섭게 포션을 입에 쑤셔넣었다.

       

       혼절한 세트의 본능은 회복시켜주겠다고 달려드는 기운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 선택이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도 모르고.

       

       그 압도적인 회복력에 눈이 자동으로 부릅떠지고 온몸에 강제로 활력이 치솟는다.

       

       “끄허억! 허억…….”

       

       그야말로 기적.

       

       하지만 세트는 조금도 기뻐할 수 없었다. 

       

       “지금 몇 번째지?”

       

       세트의 온몸이 덜덜 떨렸다.

       

       “아, 아홉번째요.”

       

       원래 고문을 당할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원칙.

       

       하지만 침묵을 지키면 기절할 때까지 패버리니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 슬슬 말할 때 되지 않았니?”

       “…….”

       “아니구나? 그래, 말 하지마 그럼.”

       

       양쪽에서 깊은 탄식이 흘러나왔지만, 올리비아는 대수롭지 않다는 얼굴이었다.

       

       “내가 말이에요, 원래 이렇게 사람을 패는 성격이 아니었거든?”

       

       칼리오페가 ‘이건 또 뭔 신박한 개소린가’, 하는 얼굴로 올리비아를 쳐다봤다.

       

       “근데 이게 한 놈 패고, 두 놈 패고, 열 놈, 백 놈 패다보니까 깨달았지. 아, 이 자식들은 때려야 말을 듣는구나. 좋게 좋게 오냐 오냐 해줘도 아무 짝에도 쓸모 없구나.”

       

       그렇게 말하는 올리비아는 마치 깨달음을 설파하는 선지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락테아를 수천 판 플레이하며, 이 완고한 고집충 NPC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유저들이 억까를 당했던가? 

       

       물론 자세한 사정을 알리가 없는 밤까마귀들은 올리비아를 일평생 사람 패는 법만 연구한 미친놈이라고 여길테지만 말이다.

       

       “그리고.”

       

       올리비아가 날카로운 눈으로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너희들이 했던 짓이랑 내가 하는 짓이 사실 똑같은 거거든.”

       “……그게 무슨?”

       “너희들도 내가 대답 안하니까 공격했잖아. 팔 자르겠다고.”

       “…….”

       

       아니, 맞는 말이기는 한데.

       

       “내가 너희를 죽이기를 했니, 팔을 자르기를 했니? 이것들이 때리기만 하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하여튼 나는 착해서 문제야, 착해서.” 

       “…….”

       

       칼리오페가 눈을 질끈 감았다.

       

       저게 착한 거면 뒷골목은 유토피아고 마계는 천사들만 사는 천국이라고 불러야 될 것이다.

       

       여태껏 적잖은 악인들을 만나 보았지만 이 정도로 악랄한 놈은 없었다.

       

       ‘심지어 틀린 말이 없어서 더 짜증난다.’

       

       먼저 공격한 쪽도 칼리오페고, 살수를 날린 쪽도 칼리오페가 맞다. 올리비아는 그저 도발만 했을 뿐이다.

       

       맞는데……. 

       

       분명히 맞는 말이기는 한데…….

       

       왜 이렇게 억울하지?

       

       “할 말 없지? 계속 팬다?”

       

       올리비아가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은 채 스태프를 치켜든 순간이었다.

       

       “자, 잠깐!”

       “음? 드디어 말 할 마음이 생겼어?”

       

       세트가 온 힘을 다해 외쳤다.

       

       “왜, 왜 자꾸 나만 때리는 거요!”

       “이유가 궁금해?”

       

       세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말하면 나도 말해줄게.”

       “그건…….”

       “싫지? 솔직히 지금까지 버틴게 아까워서라도 못 말하겠잖아.”

       “…….”

       

       말할 타이밍을 놓쳐버린 세트의 눈동자가 짙은 절망으로 물들었다. 

       

       ‘그냥 날 때리고 싶은 거구나.’

       

       저건 정보를 캐내려는 사람의 눈이 아니다. 사람을 스트레스 해소용 샌드백으로 보는 광인의 눈이다.

       

       “딱 대. 이 새끼야.”

       

       퍽! 퍽! 퍽! 퍽!

       

       때로는 맞는 것보다 맞는 걸 지켜볼 때가 더 무섭다고 했던가?

       

       칼리오페의 입장에서는 그게 지금이었다.

       

       그 잠깐 사이에 세트의 온몸이 퉁퉁 부어올랐다. 이젠 저게 사람인지 호빵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였다.

       

       ‘갈수록 성장하고 있어.’

       

       성장해선 안 될 재능이 성장하고 있다.

       

       “마셔, 이 새끼야!”

       “자, 잠깐……!”

       “갈! 듣기 싫다!”

       

       꼴꼴꼴꼴.

       

       도저히 뜬 눈으로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아니, 그리고 무슨 마녀가 포션을 저렇게 많이 들고 다닌단 말인가?

       

       사람을 죽이는 데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놈들은 많이 보았어도, 죽기 직전까지 패고 회복시키기를 반복하는 놈은 처음 보았다.

       

       제국의 고문 기술자가 이 광경을 보았다면 고문의 새로운 지평을 연 선구자라고 칭송할 정도였다.

       

       “끄, 끄흐흑…….”

       

       벌써 열 번째 회복당한 세트가 신음했다. 그는 이미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한계였다.

       

       “차, 차라리 마법으로…….”

       “안 돼.”

       “……어째서?”

       “그러면 너 죽어. 안 돼.”

       

       저 얼마나 아름다운 마음씨인가. 적이 죽을까봐 걱정까지 해주다니!

       

       칼리오페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냥 죽여라. 이 빌어먹을 놈아!’

       

       저러다가 정신이 먼저 망가질 판이다.

       

       백치가 되서 살아봐야 아무 의미도 없다.

       

       “이제 그만둬라!”

       

       참다못한 칼리오페가 소리치자 올리비아가 구타를 중지하고 칼리오페를 바라본다.

       

       “왜? 네가 대신 말하게?”

       “……그래.”

       

       칼리오페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죽지 않고 영원히 고통이 반복된다면, 아무리 정신력이 강인한 기사라도 입을 열 수 밖에 없다.

       

       그걸 보고 있는 칼리오페도 그럴진데, 직접 당하는 세트는 어떠하겠는가?

       

       결국 시간 문제였다.

       

       ‘무력하다.’

       

       온 몸이 얼어붙은 탓에 일말의 저항도 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를 보낸건…….”

       “대장.”

       “세트. 나는 더 이상 자신이 없다.”

       “대장!”

       “이 불명예는 모두 내가 지고 가겠다. 죽어서도 날 원망해라. 이런 단장이라 미안하다.”

       

       칼리오페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거라고 생각했다. 비록 그 최후가 이런 불명예스러운 죽음일거라곤 생각해보지 못했지만, 이제와서 그런 걸 따져봐야 의미가 없다.

       

       그래도 기왕 죽을거라면 당당하게 죽고 싶었다.

       

       “들어라 마녀. 우리를 보낸건…….”

       “잠깐!”

       

       칼리오페가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말해주겠다는데 또 뭐가 문제…….

       

       세트?

       

       “그걸 왜 대장이 정하오! 난 인정 못해애애액!”

       

       세트가 입에서 있는 힘껏 거품을 뿜어내며 꺽꺽대고 있었다. 

       

       “대장이 맞기를 했소? 기절하기를 했소? 지금까지 계속 구경만 하다가! 자기도 맞을 것 같으니까 이제와서 술술 불겠다는건 도대체 무슨 도둑놈 심보요!”

       “지, 진정…….”

       “으아아아아아! 내가 억울해서! 내가 억울해서 못 산다! 대장이라는 놈이이이!”

       “…….”

       

       칼리오페의 눈이 지진이라도 난 듯이 뒤흔들렸다.

       

       지금 내가 듣는게 맞는건가?

       

       “말해도 내가 말하오! 내가! 내가아아아아! 어떻게 참았는데에에에에엑!”

       “…….”

       

       너무 당황하면 말문이 막힌다던가?

       

       칼리오페가 딱 그짝이었다.

       

       “으음, 맞지. 말해도 처맞은 네가 말하는게 맞지.”

       

       너는 또 왜 거기 가있는데?

       

       칼리오페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올리비아를 쳐다봤다.

       

       올리비아는 어느새 세트의 말에 맞장구치고 있었다.

       

       “이야, 저거 완전 싸이코네. 자기는 아직 한 대도 안 맞았으면서. 최소한 비슷하게는 맞았어야 네가 납득할텐데. 그치?”

       

       끄덕끄덕.

       

       “아주 안 될 놈이네 저거. 어떻게 해줄까. 저것도 같이 패줄까?”

       

       세트가 일순간 칼리오페를 노려봤다. 

       

       그리고는…….

       

       끄덕끄덕.

       

       “안 되겠다. 얘가 너 때리란다. 너도 일단 맞자.”

       

       칼리오페의 얼굴이 푸들푸들 떨렸다.

       

       ‘야, 이 미친놈아!’

       ‘대장이 먼저 날 팔았잖소!’

       ‘내가 언제!’

       

       손발이 얼어붙지 않았더라면 당장이라도 서로에게 달려나갈 기세였다. 

       

       실시간으로 개판나는 밤까마귀의 모습에 올리비아가 코를 쓱 닦았다.

       

       ‘생각보다 훨씬 효과가 좋네.’

       

       원체 입이 무거운 놈들이지만 입을 열게 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그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이것이다.

       

       한 놈만 패기.

       

       그리고 이간질.

       

       “다, 다가오지 마라! 멈춰라! 다 불겠다고. 불겠다니깐!”

       “그러니까 말하고 싶으면 얘보다 많이 맞으라니깐?”

       

       아니, 왜 이야기가 그렇게 되는데?

       

       안 맞으려고 부는건데, 불고 싶으면 맞으라고?

       

       “그게 뭔 개소리…….”

       

       칼리오페의 말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따아아아악!

       

       올리비아의 스태프가 그대로 칼리오페의 머리를 후려쳤기 때문이다.

       

       ‘커, 커어억…….’

       

       의, 의식이…….

       

       “크헬헬헬헬헬!”

       

       사라져가는 의식 너머로 비겁한 배신자의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BE 폭력주의

    오늘도 아무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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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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