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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

       파앙!

       

       삼장로의 주먹이 내질러지자 공기가 꿰뚫리는 소리가 났다. 인간의 주먹질에서 날 만한 소리는 아니었다.

       

       소리만큼이나 위력도 압도적이었다. 아라는 이전처럼 주먹을 흘리는 데 성공했지만 스쳐 지나간 주먹의 여파가 아라의 피부에 닿았다. 그녀의 피부에서 피가 흐른다.

       

       “와. 사람 주먹에서 총소리가 나네요.”

       

       [데케이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2페이즈 들어갔네. 무공 쓰는 거임.

       

       “진짜 데케이님이에요? 보고 있으면 빨리 데이코드 들어와서 해설해줘요. 나 이 영상 이해를 못하겠어!”

       

       엔리는 영상을 보는 내내 저게 왜 되는 거야? 라는 의문을 머리에 달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의문을 풀어줄 사람이 나타났으니 납치를 하지 않곤 배길 수 없었다.

       

       처음엔 데케이도 튕겼지만 엔리가 연거푸 부탁을 하자 어쩔 수 없다는 듯 데이코드에 들어와서 목소리를 냈다.

       

       “아아. 들려요?”

       “들려요. 그래서 2페이즈라는 게 뭐에요?”

       

       자질구레한 인사가 필요한 사이는 아니었기에 엔리가 바로 본론을 꺼냈다.

       

       “삼장로는 처음에 무공을 쓰지 않아요. 실력을 점검해본다는 식으로 툭툭 건드리기만 하죠.”

       “한 방 맞으면 빈사상태가 되는 게 툭툭이요?”

       

       호랑이가 앞발로 하는 냥냥펀치(맞으면 죽음) 같은 건가?

       

       어이없어하는 엔리를 내버려 두고 데케이가 설명을 이어갔다.

       

       “그러다 1분 정도 버티면 2페이즈에 들어가는데 그 때부터 내기를 운용해서 무공을 써요. 그럼 저런 위력이 나오죠.”

       

       눈으로 따라가는 게 불가능한 속도에 막으면 방어 채로 박살 내버리는 위력. 피해도 체력이 깎이는 정신 나간 공격이 평타로 튀어 나온다며 데케이가 헛웃음을 흘렸다.

       

       예전에 그도 삼장로를 공략해보려고 했으나 저 주먹을 넘지 못해서 결국 포기했었다. 저건 인간이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저걸 어떻게 이겨요?”

       “계속 봐요. 삼장로 상대하는 영상 중에서 이 분 영상이 제일 쩌니까.”

       

       영상이 계속된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달랐다. 수세에 몰린 아라는 공격을 받아내는 데에 급급했다. 그녀의 몸에 상처가 점차 쌓여간다.

       

       “지금 어떤 상황이냐면. 삼장로가 내기를 써서 공격하니까 화령님도 내기를 둘러서 대응하고 있는거에요. 상처를 입는 건 튜토리얼 캐릭터의 스펙이 모자라서 그런 거고.”

       

       사실 공격을 받아내는 것조차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보통은 살에 주먹에 닿는 순간 게임이 끝나는데 말이야.

       

       “수세에 몰리니까 화령님이 상황판단을 내렸어요. 소모전으로 가면 진다고.”

       

       내기의 차이가 문제였다. 튜토리얼 속 캐릭터가 가진 내공의 양은 형편없지만 삼장로가 가진 내공의 양은 가히 무한에 가깝다.

       

       싸움이 길어지면 유리해지는 게 어느 쪽일지는 명확했다.

       

       “승부수를 걸어야 한다고.”

       

       결정을 내리자 행동은 빨랐다. 아라는 피해를 입을 것을 예측하면서도 발을 앞으로 내딛었다. 일전 엔부장이 엔리를 이기기 위해 그랬던 것처럼.

       

       “이 부분부터가 최고에요. 화령님과 삼장로의 판단 싸움이 장난 아니거든요.”

       

       아라가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한 발을 내딛자마자 삼장로는 상대가 단기결전을 노린다는 걸 눈치챘다. 그래서 거리를 벌리기 위해 강한 기술을 썼다.

       

       아라는 그걸 보자마자 자신의 팔을 내줌으로서 기술을 무마시키고 거리를 좁히는 데 성공했다.

       

       노림수를 성공시킨 건 아라였지만 여전히 유리한 쪽은 삼장로였다.

       

       거리가 좁아지면 뭐 어떤가. 체급 자체가 삼장로쪽이 훨씬 더 높은데.

       

       당장 삼장로의 주먹 한 번만 제대로 맞으면 아라는 그대로 검은 화면을 보게 될 예정이었다.

       

       “여기서 삼장로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해요.”

       

       AI의 한계인 걸까. 빠른 공격으로 아라를 떨쳐내면 될 텐데 굳이 금파의 권이라는 단어까지 외치며 자세를 취했다.

       

       틈은 길지 않았지만 그렇다 해서 틈이 생겼단 사실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아라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삼장로의 행동을 예측하기라도 한 것처럼 삼장로가 자세를 취하자마자 천마군림보를 사용한 것이다.

       

       대지가 울리고 삼장로의 동작이 흐트러졌다. 삼장로에겐 방어를 취할 여유조차 없었다.

       

       급소에 아라의 일격이 꽂히며 승부가 결정 났다.

       

       저 멀리 날아간 삼장로는 몇 번이나 일어서려고 했으나 결국 차가운 바닥에 축 늘어졌다.

       

       마지막에 서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아라. 단 한 명이었다.

       

       “일격에 삼장로 체력을 다 깎은 게 제일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에요. 주먹에 어떤 이치가 담겨 있기에 저런 위력이 나오는 걸까요. 도저히 따라할 엄두가 안 나네요.”

       

       한참 동안 혼자 열변을 토하는 데케이를 보며 엔리는 새삼 아라가 얼마가 규격 외의 존재인지를 깨달았다.

       

       유명한 프로도 자기 기준에 못 미치면 못 한다고 단언하는 사람이 저렇게 찬양을 해댈 줄이야.

       

       지난번에 자기가 한 ‘개 못하잖아요.’ 라는 발언 때문에 복수의 대상이 되었다는 걸 알면 데케이는 어떤 반응을 보이려나.

       

       “아. 저 잠시 소리 끌게요. 전화가 와서.”

       

       짓궂게 웃던 엔리는 아라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단 메시지를 보곤 소리를 차단했다.

       

       “아라 씨. 삼장로랑 싸운 영상 잘 봤어요. 진짜 굉장하시던데요?!”

       ‘벌써 올라갔나요? 잘 보셨다니 다행이네요.’

       “지금 다들 반응 장난 아니에요!”

       

       자기가 칭찬받은 것 마냥 시청자들과 데케이의 반응을 전하던 엔리는 이내 자기가 흥분했음을 깨닫고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래서 무슨 일로 전화하셨어요?”

       ‘하나 좀 도와주셨으면 하는 일이 있어서요.’

       “한국어 관련이에요?”

       ‘아뇨. 그.’

       

       외신 좀 잡으려고요.

       

       *

       

       검은 것과 재전을 치루겠다는 생각은 처음 패배를 맞이했던 날부터 했다.

       

       다만 데케이라는 자에 대한 분노가 더 컸던지라 일단 복수극부터 깔끔히 마무리하고 새로운 극을 짤 생각이었지.

       

       어차피 검은 것은 게임 속의 존재이니 언제까지나 나를 기다려 줄 예정이었다. 그보단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데케이를 찾아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마음을 바꾸게 된 이유는 나와 검은 것의 싸움이 생각했던 것보다 널리 퍼져버린 탓이었다.

       

       당장 인터넷에 화령이라는 이름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게 나와 검은 것의 싸움이었다.

       

       오죽하면 아피스에서 내게 연락을 한 담당자도 나의 싸움을 잘 봤다면서. 천마를 그렇게 플레이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줄 몰랐다는 이야기를 했을까.

       

       다른 이들이 그 영상을 보고 내 실력에 감탄을 할지라도 영상 속 내용이 패배라는 걸 달라지지 않는다. 나는 그걸 도저히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나의 패배가 다른 이들의 안줏거리가 되는데 그걸 어찌 즐기겠는가.

       

       생각을 바꿔 검은 것과의 재전을 준비하던 중 몇 가지 걸림돌이 생겼다.

       

       검은 것을 불러내는 방법 자체는 어렵잖게 찾아낼 수 있었으나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검은 것은 소환자를 공격하지 않았다. 그래서 검은 것을 소환해 줄 협력자가 한 명 이상 필요했다.

       

       내가 이 세상에 떨어지고 나서 얻은 연이라고 해봐야 엔리 한 명인지라 내가 엔리에게 도움을 구한 것은 필연적인 일이었다.

       

       이외에도 엔리에게 연락한 데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만일 내가 외신에게 승리를 거둔다 한들 다른 이들이 그걸 몰라서야 아무 의미도 없지 않은가.

       

       패배의 영상을 뒤덮기 위해서는 내 승리를 전달해 줄 사람이 필요했는데 방송인인 엔리는 그 역할에 아주 적합했다.

       

       이런 사정을 곧이곧대로 엔리에게 전했다. 부탁하는 입장이 되어서 숨김이 있어선 안 된다 생각했기에.

       

       내 말을 들은 엔리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좋아요. 부탁을 들어드릴게요. 그런데 제 쪽에서도 하나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네. 제가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뭐든 괜찮아요.”

       “어차피 아라 씨. 화령이란 이름으로 방송에 출현할 생각이죠?”

       “그렇죠?”

       “그럼 외신 잡는 거 중계하기 전에 인터뷰 좀 해주시겠어요?”

       

       엔리가 말하길 삼장로를 쓰러트리는 영상이 올라가면서 지금 내 이름값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고 했다. 어느 커뮤니티에 들어가도 내 이름밖에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그러니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에 많은 사람들이 몰릴 테고, 그 수많은 관중 앞에서 외신을 쓰러트린다면 영상이 빠르게 퍼지지 않겠느냐는 그녀의 말엔 설득력이 있었다.

       

       “어때요. 괜찮지 않아요? 아라 씨가 외신을 잡을 자신만 있다면 이만한 시나리오가 없는 것 같은데.”

       “그건 걱정 안 해도 돼요.”

       

       외신을 잡을 방법이야 구상을 해뒀다. 내 한 번의 패배는 허용했으나 두 번의 패배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 내일 점심 때 만나서 이야기 하고 저녁 때 방송을 하죠.”

       “알겠어요.”

       

       이거야 원. 기대했던 것보다 과분한 도움을 받게 생겼군. 이 보답을 어찌해야 한담.

       

       무림이었다면은 그녀에게 직접 무공을 전수했을 터이다만 이 평화로운 현대에서 무공을 배워 어디다 써먹겠는가.

       

       이전에 들은 걸 떠올려 보면 엔리는 계급에 대한 집착이 강한 것처럼 보였다. 내 금색과 백금의 아해들을 분석해서 그녀를 금강까지 데려다 주면 충분한 보답이 되려나.

       

       으음. 고민을 좀 해봐야겠군.

       

       *

       

       즉석에서 짜낸 계획이지만 내가 생각해도 괜찮은 것 같아. 이 정도면 어제 아라 씨가 가르쳐 준 거에 대한 보답이 되겠지?

       

       사람은 얼마나 모이려나. 지금 커뮤니티 달궈지는 걸 보면 최소한 만 명 이상은 모인다고 봐야 하는데. 이야. 난장판이겠네.

       

       “엔리. 누구랑 전화를 하길래 그렇게 웃으면서 이야기를 해요? 남자친구?”

       “방금 전까지 데케이씨가 찬양하던 사람이요.”

       “…네?”

       

       미소를 굳힌 채 이해하지 못한 듯 멍한 대답을 내민 데케이는 이내 엔리가 농담을 한 거라 생각한 건지 웃음을 터트렸다.

       

       “장난치지 마요. 놀랐잖아요.”

       “농담 아닌데.”

       “에이. 화령이라는 유저 분 연락 안 받는 걸로 유명하다구요. 저도 메시지 수십 개가 씹혔는데.”

       

       아라의 이름이 유명해지면서 많은 유저들이 아라에게 친구 요청이나 메시지 같은 걸 보냈지만 여태 답장을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다들 고고한 천마 롤플레이를 하는 사람이라 씹는 거구나. 생각을 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아라는 어제까지만 해도 그런 기능이 있단 사실 자체를 몰랐다. 심지어 기능을 알게 된 지금도 귀찮다는 이유로 확인을 뒤로 미룬 상태였다.

       

       여하튼 여태 답변을 받은 사람이 하나가 없는데 엔리가 연락에 성공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왜냐하면 화령 씨한테 아피스를 추천한 게 저거든요.”

       

       아라와 엔리가 현실에서 아는 사이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진짜에요?”

       “이렇게까지 거짓말을 하겠어요?”

       

       엔리가 목소리를 깔자 데케이도 이게 진지한 이야기라는 걸 눈치 챈 것 같았다.

       

       아직까지 방송의 소리는 켜지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둘 만의 비밀 이야기였다.

       

       “여태 숨겼으면서 그걸 왜 저한테 이야기를 해줘요?”

       “내일 화령 씨를 주인공으로 컨텐츠를 진행 할 생각인데 도우미가 필요해서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조회수가 1만을 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정말 행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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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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