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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

       “야. 입 좀 다물어. 벌레 들어간다.”

       

        이수아가 말도 안되는 속도로 눈 앞에서 사라져버렸다.

        형석이는 아주 벙찐 표정으로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리액션을 보이는 중이었다.

       

        “형. 미쳤어요?”

       

        입을 다물고 처음으로 내뱉은 말은 저것이었다.

       

        “뭐?”

        “아니!!!!! 어… 어떻게… 이수아 헌터가 하자는 걸 거절해요?? 아니. 간 떨려서 죽는 줄 알았네. 진짜 오늘 퇴사당하는 줄. 아니 아예 사망하는 줄 알았다고요!!!”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거의 방방뛰는 느낌이었다.

       

        “뭐래. 왜 퇴사해.”

       

        형석이의 반응은 이상했다.

       

        “아니. 우리 길드에서, 아니 대한민국 전체에서 이수아의 제안을 거절한 사람은 형이 처음일 것 같은데요? 와. 완전 말도 안돼요.”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진 장면을 전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말이 안되긴 뭐가 말이 안돼. 애초에 우리가 가고 있었는데 이수아 헌터가 갑자기 따라 붙은 거잖아. 게다가 우리 집이랑 완전 반대인데 뭘 같이 가.”

       

        나는 완전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도대체 의도를 알 수 없는 이상한 행동들.

        분명 우리 코앞에서 완전 뚝딱이는 모습을 보였다.

       

        방금 전 일 뿐만 아니라 오늘 하루종일 계속 저런 비슷한 모습을 보였으니까.

       

        ‘원래 이런 사람인가?’

       

        “와… 아니. 근데 그건 그렇고 그 뒤가 더 어이가 없네요.”

       

        감탄을 하며 말을 하는 것이었다.

       

        “뭐가?”

        “아니이. 이수아 헌터 완전 고장났잖아요?”

        “고장?”

        “네. 형이 거절하니까 완전 당황해서 도망가버렸잖아요?”

        “아니 뭐 좀 이상하기는 했는데.”

        “와… 이수아 헌터를 저렇게 고장낼 수 있는 사람은 우리나라에 형 밖에 없을 걸요.”

       

        많이 당황한 것 같기는 했지만, 오늘 하루종일 저런 비슷한 모습이었다.

        특별히 다를 건 없었는데.

        원래 저런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형석이 말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기기로 했다.

       

        “야.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말고. 일단 술집이나 가자. 나 해야할 거 많아.”

       

        방금 전에 일어난 일에 완전히 푹빠진 듯한 형석이를 데리고 술집으로 향했다.

       

        ***

       

        스르륵.

        스르륵.

       

        나는 술집에 앉아 켜진 스마트폰을 뒤져보고 있었다.

       

        ‘아니. 이 시발 년은 왤케 메시지 많이 보냈어?’

        ‘도대체 뭐라고 떠드는 건데?’

       

        [ 오빠. 왜 전화를 안 받아? ]

        [ 오빠. 많이 바빠? ]

        [ 내가 물어보고 싶은게 있는데 좀 전화 받아주면 안될까? ]

        [ 별 건 아닌데, 좀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야. ]

        [ 전화 좀 받아봐. ]

        [ 아니. 도대체 뭘 하는데 전화를 안 받아 줘? ]

        [ 오빠. 이런 사람 아니었잖아? 전화 좀 받아달라고. ]

        [ 전화 껐어? 왜 끈 거야? ]

        [ 전화 다시 켜줘. 제발. ] 

        [ 오빠. 바쁜 거지? 그건 알겠어. ]

        [ 이따가 일 다 끝나고 꼭 다시 나한테 연락 좀 해줘. 제발 ]

        [ 나 기다리고 있을게. ]

       

        수도 없이 이어지는 메세지들이 쌓여있었다.

       

        ‘뭐야. 오지게도 많이 보내놨네.’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바로 얼마 전에 보낸 메세지만 봐도.

       

        [ 오빠. 이것 좀 해놔. ]

        [ 아 이것도 하라고 했잖아? ]

        [ 이건 언제 할 건데? 피곤하다고 안해? 그럼? 알아서 자동으로 돼? ]

        [ 답답하다. 정말. 왜 그러는 건데? 나 피곤하게 좀 하지 마. ]

        [ 다른 남자들처럼 알아서 척척 잘 해줄 수 없어? ]

        [ 도대체 뭐가 피곤하다는 건데? ]

        [ 짜증나. 연락하지마. ]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랬다.

        그런데 하루 만에 완전히 태도가 바뀌어버린 것이다.

       

        ‘이거 분명히 회수를 발견한 것 같은데.’

       

        채수현에 대해선 아주 빠삭하게 잘 알고 있었으니까.

        얘가 절대로 이렇게 아무렇게나 저자세를 보이지 않는 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분명 자기가 필요한 게 있을 때, 자신이 수세에 몰린 것 같을 때 저랬었다.

       

        ‘아앙.. 오빠… 이거 가방 사주면 안될까… 요새 600이면 싼 건데…’

        ‘이거… 내 친구들은 다 가지고 있더라고…? 나만 없으면 좀 그런데…’

        ‘아 비싼 거야… 나도 잘 알쥐이… 근뎅… 그래도 필요한 거엔 돈을 써야 하잖아? 이거 꼭 필요하단 말야…’

       

        쯧. 원래 이런 년이다.

       

        “형. 그래서 채수현 헌터하고는 어떻게 된 거예요?”

       

        내가 스마트폰을 보며 표정을 살짝 찌푸리는 것을 보고는, 형석이가 눈치를 살피며 말을 걸었다.

        최대한 무례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모습.

       

        “하. 뭐… 그 시발년이 나를 버린 거지…”

        “에…그… 그럼…설마… 먹튀를 한 거예요?”

       

        여기에서 말하는 먹튀란 포인트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내 친구들은 내가 채수현이 S급 1위에 올라설 수 있도록 매니저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미 말했던 것처럼 아무도 포인트 투자에 대한 개념은 이해하지 못했다.

        내 지인들 조차도.

       

        “응. 그렇지 뭐.”

        “와… 진짜 너무 하네.”

       

        뭐 당연한 반응이었다.

        수 년간의 내 헌신을 봐온 사람이라면 당연히 저렇게 말을 할 수 밖에 없으니까.

       

        “하… 좀 죄송하기는 한데…대~충 느낌은 있었거든요.”

        “응?”

       

        살짝 조심스럽게 형석이가 말하는 것이었다.

       

        “뭐가?”

        “그 채수현 헌터 말이에요. 헌터업계 쪽에서 약간 소문이 있기는 했었어요. 백호 길드랑 뭔가 접촉 중이라고…꽤 오래전부터 그랬긴 했는데… 확인할 길은 없었거든요. 설마 했는데…결국 이렇게 되었네요.”

        “뭐?”

       

        나는 눈살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지금까지 느껴왔던 것보다 더 어마어마한 썅년이었다.

        파면 팔 수록 계속해서 좆같은 이야기가 줄줄이 딸려나왔다.

       

        ‘아니 이 시발년은 도대체 언제부터 기획을 했던 건데…?’

        ‘애초에 처음부터 그랬나?’

        ‘이 시발 년이…?’

       

        욕이 안나올 수가 없다.

       

        ‘애초에 나한테는 마음이 아예 없었던 거 아냐?’

       

        뭐 본인에게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면 전혀 알 수 없는 내용.

       

        ‘뭐든 간에 좆같네.’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손을 파르르 떨 수 밖에 없었다.

       

        ‘이 시발년은 꼭 내가 수렁으로 쳐박아줘야 겠네.’

       

        점점 더 마음을 굳혔다.

        단순히 차였다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니까.

       

        거의 인생 전체를 농락당했다.

       

        “어쨌든 저희 길드에 들어오신 걸 환영해요. 채수현 헌터는… 뭐… 대충 무슨 내용인지는 알 것 같네요.”

       

        의미심장한 말을 하는 형석이와 건배를 했다.

       

        “하…내가 원랜 그냥 어케든 냅두려고 했거든? 남자니까. 괜히 쪼잔하게 질척이고 싶진 않았거든. 근데 말야. 안되겠다. 얘 완전 나를 가지고 논 것 같아.”

        “아무래도.. 좀… 그쵸… 살짝 그런 것 같기는 해요. 뭐 제가 자세한 건 알 수 없지만 말이에요.”

       

        고개를 끄덕이며 그럴만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다.

       

        ***

       

        “하… 백지훈 이 새끼… 왜 답장이 없어? 짜증나게?”

       

        채수현은 발을 동동 구르는 느낌으로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는 중이었다.

        계속해서 불안한듯이 시계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저기요. 길드 모두 퇴근한 것 맞아요? 진짜로요?”

       

        그녀는 블루길드에 전화까지 걸어서 이것저것 확인을 해보는 중이었다.

       

        “아니. 퇴근을 했담서? 그럼 나한테 연락을 해봐야 되는 거 아냐? 진짜 이 자식 뭐하자는 거야? 나랑 기싸움하자는 거야 뭐야? 여자야?”

       

        상당히 불쾌한 표정이었다.

       

        “어???”

       

        그러다 스마트폰의 메시지함을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이… 읽었다… 드.. 드디어 읽었어.”

        “아니. 근데 왜 읽고선 씹었어?”

       

        잠시 백지훈이 자신의 메시지를 읽었다는 사실에 살짝 기분이 좋아졌다가, 금새 짜증으로 다시 되돌아왔다.

       

        “아니. 읽었으면 답장을 해야할 것 아냐. 이 새꺄.”

        “전화도 씹고, 문자 메시지도 씹고.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원래 칼답해야되는 거 아냐?”

        “지금까지는 잘만 바로바로 답장했잖아? 오늘은 왜 그러는데? 진짜?”

       

        그저께까지만 해도 바로바로 칼답을 했던 사람이기에 도저히 적응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하… 씨…”

       

        살짝 깊이 고민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는.

       

        “일단… 확인은 해야하니까…”

       

        자신이 살짝 굽혀야 한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어쩔 수 없이 다음 행동을 하기로 했다.

       

        [ 오빠. 퇴근은 했나보네. 내가 뭐 물어보고 싶은 거 있는데…답장 좀 줄래…? ]

       

        자신의 입장에서는 꽤 눈치를 줬다고 생각하는 문자를 보냈다.

       

        ‘너 읽은 것 다 봤으니까. 이제 빨리 대답을 해라. 안 그럼 나는 참지 않겠다.’

       

        평소였으면 그냥 대놓고 말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다.

        포인트 회수가 진행되는 중이었으니까.

       

        ‘하… 진짜 포인트 회수만 아녔어도. 내가 이 새끼한테 이렇게 보낼 이유는 없었는데. 하…’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기다려보기로 했다.

       

        ‘금방 답장 보내겠지. 이제 퇴근했으니까.’

        ‘그래. 아까는 출근해서 바빠서 그런 거야.’

        ‘큰 길드에 첨으로 출근했으니까 당연히 정신없이 바빴겠지.’

        ‘내가 그냥 너무 바쁠 때 보냈던 것 뿐이야.’

       

        채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어? 읽었다.’ 

       

        이번에는 곧바로 자신의 메세지를 읽은 것이 보였다.

       

        ‘휴…’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답장은 오지 않는 것이었다.

       

        ‘뭐야…? 읽었잖아…? 이 새끼야.. 너 읽었잖아. 뭐냐고!!! 빨리 답장 줘.’

       

        시계를 바라보며 분침이 움직이는 것을 확인했다.

        분명 시간이 흐르고 있는데 전혀 메시지 함에는 변동이 없었다.

       

        혹시나 해서 오류인가 해서 재부팅도 해보았지만 전혀 이상없었다.

       

        “아. 뭔데 백지훈 이 자식아!!!!!!”

       

        하루종일 쌓여있던 울분을 드디어 터트리고 말았다.

        2일 만에 바뀌어버린 입장을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아무리 부들대고 울부짖는다고 해도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

       

        “하. 나 원 참.”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콧방귀를 뀌고 있었다.

       

        “왜요?”

        “응. 채수현이 계속 메세지를 보내서.”

        “왜요? 뭐래요?”

       

        당연히 궁금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응. 내가 뭐 받아야 될 거 있어서 뺏어오는 중이거든. 그랬더니 좀 질척이네. 뭐라고 답장해야할지 좀 고민이야.”

        “크큭. 형. 혹시 제가 보내도 될까요?”

       

        갑자기 형석이가 뭔가 재미있다는 듯한 표정으로 물어보는 것이었다.

       

        “뭐 그러든지.”

       

        나는 형석이에게 스마트폰을 건네줬다.

       

        ‘뭐라고 해야 좀 빡치려나.’

       

        형석이가 뭐라고 보낼지 궁금한 상황이었다.

        그는 아주 짧고 간결하게 답장을 보냈다.

       

        [ 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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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배신당했지만 괜찮습니다ㅎㅎ
Status: Ongoing Author:
"I was the one who boosted your rank. Yet you stabbed me in the back? Fine. Goodbye. I'm taking it back. You're finished now. Thanks to you, I now have an abundance of skill points for a prosperous hunter life. But... after spending some of those points, the S-Ranks are starting to get obsessed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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