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9

       19. 드래곤 자격시험 (1)

       

       

       이른 아침.

       식탁에 앉아 어제 먹다 남은 고기와 흰쌀밥을 먹었다.

       오늘은 내 인생이 바뀔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날이었다.

       

       “얘들아, 아빠 오늘 영웅 자격시험 보고 온다.”

       

       영웅 자격시험.

       몸에 마력이 존재하는 사람들을 모아 영웅으로 선별할 사람의 자격을 판단하는 시험이다.

       만약 떨어진다 하더라도 ‘헌터’라는 간판을 달고 활동할 수 있지만.

       헌터는 그리 인식이 좋지 않은 편에 속한다.

       어떻게 해서든 영웅이 되는 편이 좋다.

       

       “이 세상은 간판이 중요한 법이지.”

       “흠. 나는 좀 반대인데…”

       

       냠-

       수련는 눈을 다 뜨지도 않고, 연신 고개를 꾸벅이며 말했다.

       잠이 아직 덜 깬 모양이다.

       

       “중요한 건 본질이지… 흠냐… 간판은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야… 이해가 안 돼… 인간들은 왜 그렇게 겉에 집착하는지 모르겠어…”

       “졸면서 잘도 말하네.”

       “하으음- 졸리더라도… 내 정신은 멀쩡하니까…”

       

       수련이는 포크를 숟가락처럼 사용하며 따듯한 흰쌀밥을 입에 넣었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나는 뛰어난 생각을 한 수련이의 접시에 고기를 올려줬다.

       

       “잘 생각했어. 일리가 있는 말이야.“

       “당연한 일이지. 드래곤은 본질을 꿰뚫어 보는 존재니까.”

       “근데 어린 게 뭘 안다고 아는 척이야? 으잉? 네가 사회를 알아? 밥이나 먹어. 자, 고기다.”

       “…”

       

       수련이는 입을 삐쭉이고 아무 말 없이 밥을 입에 넣었다.

       

       “직접 겪지 않아도 알 수 있는데. 어이 상실이야.”

       

       혼자 꿍해서 뭐라 중얼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비몽사몽한 아침 식사를 함께 즐기던 중.

       화련이가 밥그릇을 싹싹 긁어먹고는 말했다

       

       “집주인! 그래서 자격시험에서는 뭐해?!”

       “뭐, 신체검사랑 마력 검사같은거. 그다음에는 실전 전투로 등급을 판별한다고 하더라.”

       “전투!! 실전!!”

       

       쾅-!!

       화련이는 식탁을 크게 내려쳤다.

       그에 초련이가 깜짝 놀라 먹고 있던 상추를 뱉었지만, 화련이는 눈에 보이는 게 없는지 크게 소리쳤다.

       

       “싸운다는 거지!? TV에서 나온 티라노사우르스랑 기가노토사우르스! 그리고, 스피노사우르스처럼!!”

       “그렇게 거창하게 싸우는 건 아닌데. 애초에 인간은 공룡이 아니란다, 화련아.”

       “아무튼 싸운다는 거잖아! 그럼 나도 데려가!! 나 싸우는 모습 볼래!!”

       

       화련이는 의견을 강하게 어필했다.

       다른 사람이 싸우는 모습을 그렇게 보고 싶은 건가?

       나는 리모컨을 들어 채널을 돌렸다.

       

       “은퇴 영웅들이 맨손으로 싸우고 있네. 화련아 이거나 보고 있어.”

       “싫어!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단 말이야! 나 데려가! 데려가 달라고오!!”

       

       급기야.

       화련이는 바닥에 드러누워 떼쓰기 시작했다.

       마트에 드러누워 저거 사달라고 찡찡거리는 것처럼.

       

       “무슨 드래곤이 이런 애같은 짓을…”

       “아 몰라! 밖으로 나갈 거야! 내보내줘어어어!” 

       

       이런 기습 시위는 당황스러운데.

       어떻게 해야 하지.

       내 감정을 알아챈 걸까.

       수련이가 옆에서 간단히 설명해줬다.

       

       “레드 드래곤 특. 싸움에 환장함.”

       “고작 싸움을 보고 싶다고 지금 저러는 거야? TV로 보면 되는데?”

       “TV는 생동감이 떨어져. 그리고, 레드 드래곤에 한해서 싸움은 고작이 아니야. 저 녀석은 다른 누군가와 싸우며 살아가는 존재야.”

       “싸우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데.”

       “불이 꺼져서. 까맣게 변하고 말겠지.”

       

       흑화한다는 소리인가.

       정확한 설명이 없어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대충 들어보니 화련이는 주기적으로 다른 생명체와 싸움을 해야 된다는 것 같다.

       아니면 직접 두 눈으로 싸움을 지켜보거나.

       

       “나도 데려가 달라고!! 나 싸움 볼 거야!! 나 빼고 싸움 보기만 해!! 나 화낼 거야아!!”

       “아직도 떼쓰고 있네.”

       “으아아아아!!”

       

       에휴.

       이 상태로 집에 두고 가면 큰 사고를 칠 게 분명한데.

       

       “이 금쪽이를 어떻게 해야 되냐.”

       

       아무리 고민해도 마땅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이러다가 시험에 늦을지도 모른다.

       그런 혼란스러운 상황 속, 수련이가 내 옷소매를 끌어당기며 말을 걸었다.

       

       “집주인.”

       “어, 수련아.”

       “내 말대로 해. 좋은 방법이 떠올랐어.”

       

       수련이는 자신 있게 내게 방법을 한 가지 알려줬다.

       그 방법을 듣고 나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오, 어리다고 한 거 취소. 역시 드래곤은 드래곤이구나?”

       “크흠. 당연한 결과야.”

       

       어색하게 웃음을 숨기는 수련이.

       드래곤은 역시 드래곤스럽다.

       

       “나 데려가아!!”

       

       아직까지 바닥에서 뒹굴고 있는 저 녀석이 드래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수련이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

       

       

       영웅 자격 시험은 서울-05 구역에서 열렸다.

       이 구역은 대부분 영웅이나 헌터들이 주로 사용하는 물건을 사고판다.

       영웅 특화 구역이라 봐도 무방하다.

       그로 인해 치안도 안정화 되어 있고, 주변을 둘러보면 꽤나 유명한 영웅도 자주 목격할 수 있다고 한다.

       

       “여기가 줄인가.”

       

       내 번호는 192번.

       나는 순서에 맞게 줄을 섰다.

       근처에 영웅이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중에서는 몸을 기계로 개조하거나, 값비싼 장비를 챙겨온 녀석도 있었다.

       

       ‘돈이 많은 건 부럽네.’

       

       장비를 통해 실력을 높이기도 하고.

       좋아 보이네.

       저렇게 되고 싶다는 뜻은 아니지만.

       나는 구경을 그만두고 시선을 시험장에 집중했다.

       

       ‘후우, 합격해야 할 텐데. 들키지 않아야 되기도 하고.’

       

       스윽-

       나는 평소보다 사이즈를 조금 더 크게 조절한 모자를 고쳐 썼다.

       조금 불안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수련이가 거칠게 움직여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으니까. 믿어야지 뭐.’

       

       그렇지 화련아?

       나는 손가락으로 모자를 툭툭- 쳤다.

       그러자, 아주 작게 화련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샤아악-!!”

       

       현재.

       녀석은 떨어지지 않게 내 머리카락을 잡고, 모자에 숨어있는 중이었다.

       이게 다 수련이가 낸 아이디어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수련이가 했던 말을 떠올려 보았다.

       

       ‘저 시끄러운- 아니, 이화련의 몸을 축소화시키는 마법을 사용하면 돼. 모자에 숨기기까지 하면 겉으로 보이는 모습을 숨길 수 있을 거야.’

       ‘심장의 마력이 감지당하면 어떻게 하냐고? 그럴 리는 없어. 인간 같은 존재가 드래곤의 마력을 감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니까. 들키지 않을 거야.’

       ‘겉과 속 모두. 인간들은 우리를 알아챌 수 없어.’

       

       결론.

       우매한 인간들은 드래곤을 절대 알아챌 수 없다.

       재수가 없긴 해도 드래곤스러운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련이가 내 모자에 숨어있는 이유는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샤아악-! 샤아악-!”

       “너무 신나지 말고 조용히 하라고 했지.”

       “샤아악-!!”

       

       화련이는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저쪽으로 가자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럴 수 없었다.

       

       -192번 안으로.

       

       “안 돼. 이제 시험 봐야 돼.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샤아악-!”

       

       나는 화련이의 울음소리를 무시하고 시험장으로 향했다.

       입구에서 한 여직원과 최첨단 장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나를 향해 싱그러운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192번. 이 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예쁘네.

       웃는 얼굴이 사람을 홀리는 타입이다.

       나는 그 미소에 부드러운 말투로 화답했다.

       

       “아, 예 감사합니-“

       

       하지만, 갑자기 느껴지는 격통에 웃음이 일그러지고 말았다.

       

       “아악-!“

       “네? 방금 무슨…”

       

       이 자식이?

       어리둥절한 여직원을 향해 나는 썩은 미소를 지었다.

       

       “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감히 내 연애 사업을 방해해?

       나는 여직원이 모르게 모자를 툭툭 치며 중얼거렸다.

       

       “야 왜 머리를 잡아당기고 난리야. 너 혼날래?”

       “샤아악-!”

       “…뭐라는지 알 수 있어야지.”

       

       일단 참아준다.

       집에 돌아가서 보자.

       벽 보기 3시간이다.

       나는 속으로 복수를 다짐하며 여직원의 안내에 따라 최첨단 기계를 향해 걸어갔다.

       

       “이쪽으로 걸어서 들어가시면 센서가 자동으로 마력의 양을 감지해 결과가 나올 거예요.” 

       “예, 감사합니다.”

       

       나는 한차례 인사하고는 기계로 걸어 들어갔다.

       

       삐빅-!

       

       그러자, 곧바로 기계의 아래에서 결과표가 출력됐다.

       여직원은 결과표를 확인하고는 내게 말했다.

       

       “어, 음… 저기 한 번 더 측정 가능하실까요?”

       “예?”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S급 영웅분도 측정은 가능하다고 나오는데, 측정 불가라고 나와서요. 한 번 더 검사해볼게요.”

       “…예.”

       

       불안한데.

       나는 한 번 더 기계로 걸어 들어갔다.

       

       삐빅-!

       

       “이게 또 왜 측정 불가가…”

       “…”

       “뭔가 이상한데…”

       “…”

       

       여직원은 이상하다고 말하며 나를 의심스럽게 쳐다봤다.

       기계가 아니라 내 쪽에 문제가 있다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내가 문제 있을 확률이 높긴 했다.

       

       “크흠.”

       

       나는 모자를 벗는 동시에 화련이를 감싸 숨기며, 모자를 바닥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그리고, 상의를 지금 당장이라도 벗어버릴 듯한 움직임을 취했다.

       

       “뭔가 문제가 있는 모양인데. 인식이 잘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차라리 옷을 전부 벗어버릴까요? 아니면, 모자라도 벗고 해볼까요?”

       “오, 옷을 벗죠. 그런데 모자에서 감지되는 건 아무것도 없었는데… 일단 네… 한번 해보죠…”

       

       나는 자신 있는 걸음으로 기계를 통과했다. 

       

       삐빅-!

       

       “어라, 이번에는 문제없네요? 마력 D등급입니다. 결과표 들고 안쪽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예, 감사합니다.”

       

       나는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얼굴로 모자를 집어 들었다.

       들키지는 않았지만.

       들킬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나이가 10년은 늙은 기분이었다.

       

       “화련아, 조심하자. 생각보다 위험할 것 같다.”

       “샤아악-! 샤아악-!”

       

       위험할 것 같다고 하니.

       더 흥분하기 시작하는 화련이.

       변태가 분명하다.

       나는 이 난폭한 녀석을 데리고, 영웅 자격시험을 마치기 위해 안으로 향했다.

       

       ‘그래도 마력이 D등급이라니. 원래는 하나도 없었는데.’

       

       좋다.

       결과가 좋을 것 같은 예감이 느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느린 다르팽이입니다! 화이팅!
    다음화 보기


           


I Picked up a Dragon Egg

I Picked up a Dragon Egg

드래곤의 알을 주웠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picked up an Egg from the Dragon’s Nest. “Shakk!!!!” “Should I just sell?” I should have picked some other treasur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