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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

       

       

       

       

       “누나 방금 카메라에 잡힌 여자아이… 이름이 뭔지 알아?”

         

         

       화려한 금발과 벽안. 동서양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외모였다.

         

       ……장담컨대 저기 멤버들 사이에서 가장 눈에 띄고 빛나는 사람이었다.

         

         

       “아, 이다혜? 홍련의 막내. 아마 나이도 너랑 동갑일걸?”

       “뭔가 착각한 거 아니야? 누가 봐도 15살처럼은 안 보이는데?”

         

         

       중학생치고는 많이 성숙해 보였다.

         

       음. 그리고 기럭지랑 비율만 보면 아이돌이 아니라 모델을 해야 할 것 같은데.

         

         

       “혼혈이어서 그런 게 아닐까? 듣기로는 어머니 쪽이 우크라이나 쪽 사람이라던데.”

       “오, 어쩐지 외국인 느낌이 조금 나더라.”

         

         

       우크라이나는 세계에서 가장 미녀가 많은 나라.

         

       그중에서도 이다혜의 어머니는 그중에서도 특출나신 분이신 것 같다.

         

         

       ─잠시 인터뷰 시간 갖겠습니다.

         

         

       그렇게 프로그램이 종반에 향할 때쯤 탈락하는 걸그룹들이 속속들이 출현하기 시작하고, 서로의 성공을 응원하며 헤어지는 감동적인 장면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크레딧에는 모든 참가자들의 짤막한 인터뷰 장면이 흘러나왔다.

         

         

       [본인에게 있어서 아이돌이란 무엇인가요?]

         

         

       문뜩 PD가 그들에게 이런 질문을 건넸다.

         

       그 질문에 참가자들의 대답은…….

       

         

       [꿈.]

       [목표죠.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

       [한편의 성장 드라마 같은 거라고 해야 할까요?]

       [듣기만 해도 심장을 쿵쾅 뛰게 만드는 마법의 단어 같아요.]

         

         

       각자의 개성을 표현하듯이 제각각인 대답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등장한 이다혜의 대답.

         

         

       [힘든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존재?]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본능적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 동생아? 이거 되게 감동적인 장면인데?”

       “나도 알아. 그냥 재밌는 생각이 떠올라서.”

       “재밌는 생각?”

         

         

       그래.

         

       정말 재밌는 생각.

         

       역시 인생은 타이밍이다.

         

       그날 내가 설소영을 우연히 카페에서 만난 것처럼 오늘 누나가 거실에서 초이스 30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나는 다시 방으로 돌아가 다급히 설소영에게 문자를 보냈다.

         

         

       [소영 씨 괜찮은 생각이 났는데 한번 들어볼래요?]

       [뭔데요?]

       [혹시 소영 씨 노래 잘 불러요?]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알고 있다.

         

       뭐든지 잘하는 그녀는 당연히 노래도 잘 부른다.

         

       혹자가 말하길 배우가 아니라 가수를 했으면 더 성공했을 거라고 말할 정도로.

         

         

       [음, 조금요?]

         

         

       역시나.

         

       그녀 스스로도 자신의 노래 실력이 나쁘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는 모양.

         

         

       [그럼 춤은요?]

       [진짜 못 춰요.]

         

         

       즉답이었다.

         

       그렇다.

         

       설소영이 유일하게 못 하는 것은 바로 춤.

         

       그녀는 설정상 몸치다.

         

       운동은 잘하는데 춤에는 영 소질이 없는 이상한 설정.

         

       이것은 설소영 본인 역시 제일 잘 알고 있는 사항이었고, 그녀의 어머니와 아버지도 알고 있는 당연한 사실.

         

       그러니.

         

         

       [오히려 좋은데요.]

         

         

       오히려 좋아…….

         

         

       [???]

         

         

       의문이 가득 담긴 설소영의 문자를 보니 피식 웃음이 지어졌다.

       

       일단 조만간 나 PD님과 박용오 국장님과 얘기를 나눠봐야 할 것 같았다.

         

       내 차기작에 대해서.

         

       동시에 설소영이 품고 있는 고민을 이 차기작이 해결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차기작의 대본에 대해 구성했다.

         

       키워드는 꿈과 성장 그리고 희망.

         

       제목은 고난을 극복하고 높이 날아오르라는 의미에서……

         

         

       [플라이 하이(Fly High)]

         

         

       음.

         

       이게 좋을 것 같네.

         

         

         

       ***

         

         

         

       며칠 뒤, ‘플라이 하이’의 중반부 스토리까지 작성을 마치고 서둘러 스튜디오엔믹스 본사에 방문했다.

         

       원래라면 결말까지 다 적고 싶었지만, 설소영과 내게는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니 시기 안에 드라마를 완성 시키기 위해서 일단 캐스팅 단계를 빨리 끝내고 촬영단계에 접어들어야 한다.

         

       아마 후반부의 스토리는 그때부터 적어도 늦지 않았을 것이다. 어차피 결말은 이미 내 머릿속에 있으니까.

         

       국장실을 방문하니 박용오 국장님과 나 PD님이 나를 반겨주셨다.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고 싶어요.”

       “차기작에 관해서 말입니까?”

       “네. 어제 제가 보내준 대본은 다 읽으셨죠?”

         

         

       내 물음에 맞은편에 앉아 있던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떠셨어요?”

       “하하! 제가 감히 작가님 대본을 어떻게 평가하겠습니까? 확실한 건 이번 것도 그냥 대박이었습니다.”

         

         

       다행히 대본이 마음에 들었다는 듯 호쾌하게 웃는 박용오 국장님.

         

       반대로 그의 옆에 있던 나영진 PD님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나 PD님은 별로 마음에 안 드셨어요?”

       “아닙니다. 대본 자체는 기대했던 대로 완벽했습니다. 다만 927 작가님이 생각하신 스토리를 구현하려면 생각보다 문제점이 많습니다.”

       “음… 예를 들면요?”

       “일단 스토리 자체가 기본적으로 음악과 관련 깊습니다. 문제는 저희 쪽에 음악으로 그 정도로 높은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이 없다는 것이겠죠. 그리고 배우들에게도 강제로 춤과 노래 실력이 강요되니 이것 또한 문제입니다.”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서 배우가 됐지 춤과 노래를 잘하겠는가?

         

       나도 그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이 작품은 연기력보단 춤과 노래의 실력이 더 중요하다.

         

       물론 연기력까지 잘하면 말 그대로 금상첨화겠지만, 그래도 우선순위는 역시 춤과 노래 실력.

         

         

       “맞아요. 그러니까 굳이 배우들을 이 작품에 출연시킬 필요는 없겠죠.”

        “…예?”

         

         

       뭔가 이해가 잘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시는 나 PD님.

         

       내 생각은 이렇다.

         

       연기력보다 후자의 우선순위가 중요하다면 굳이 몸값 비싼 배우들을 써야 할까? 라고.

         

       그렇다면.

         

         

       “배우들 대신에 춤과 노래 실력이 뛰어난 아이돌을 출연시키면 그만이에요.”

       “지, 지금 드라마에 아이돌들을 쓰시겠다는 말씀입니까?!”

         

         

       내 말에 갑자기 눈을 크게 뜨시는 박용오 국장님.

         

       아니, 뭔데.

         

       아이돌을 쓰겠다는 말이 저렇게까지 놀랄 일인가?

         

       드라마에 아이돌을 출연시키는 건 전생에서는 비교적 흔하게 일어나던 일인데.

         

         

       “무슨 문제 있어요?”

       “작가님! 아이돌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경우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아, 리얼?

         

       그건 진짜 몰랐는데.

         

       근데 그게 왜?

         

         

       “당연히 캐스팅 비용을 아끼기 위해 연기에 ‘연’자도 모르는 애들을 막 갖다 썼다고 욕을 먹겠죠! 애초에 노래랑 춤을 전문으로 하는 애들을 데리고 어떻게 드라마를 찍는단 말입니까?!”

         

         

       박용오 국장이 잔뜩 성을 내며 그렇게 말했다.

         

       어… 글쎄요.

         

       아마 걔네 연기도 잘할걸요?

         

       아이돌은 무대라는 공간에서 표정과 제스쳐를 자유자재로 다룬다.

         

       그것 자체가 연기에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어쨌든.

         

         

       “국장님. 그럼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 때도 지금처럼 문제가 전혀 없었나요?”

       “그건…….”

       “절대 아니었죠. 분명 소영 씨 캐스팅 단계에서 얘기가 많이 나왔잖아요. 근데 결과는 어떻게 됐죠?”

       

         

       굳이 대답을 들을 필요도 없다.

         

       놀이터에 뛰어다니는 어린애한테 물어봐도 대성공이라고 말할 테니까.

         

         

       “그러니 제 선택을 한 번만 더 믿어보는 거 어때요?”

       “끄응…….”

         

         

       팔짱을 끼며 심각한 표정으로 고뇌에 빠진 박용오 국장.

         

       음. 미안하지만 이쪽도 제법 시간이 빠듯해서 말이지.

         

         

       뚜루루루루-

         

         

       나는 나 PD님에게 받은 휴대폰을 꺼내 어떤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물론 앞에 계신 나 PD님과 박용오 국장은 당연히 아니었다.

         

       지금 상황에 설소영에게 걸 이유도 전혀 없었고.

         

       이건 최근에 번호가 새로 추가된 사람에게 거는 거였다.

         

         

       “아, 유연정 국장님. 혹시 지금 통화되시나요?”

       “유연정 국장?! 작가님 갑자기 제 와이프한테 통화는 왜…….”

         

         

       당황해 하는 박용오 국장님을 가볍게 무시하고 나는 그녀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그리고 그녀로부터 즉답이 돌아왔다.

         

       나는 방 안에 있는 다른 두 사람이 똑똑히 들을 수 있도록 스피커폰을 켰다.

         

         

       ─작가님 마음대로 하세요. 앞에 두 사람은 그냥 최선을 다해서 작가님을 돕도록 하고.

       “아니 여보! 그래도 이번 건 조금 생각을…”

       ─어떤 귀인이랑 다르게 근래 들어서 시청률 10프로대도 못 뽑아낸 사람이 무슨 말이 이렇게 많아? 당신이 지금까지 말아먹은 작품들을 내가 일일이 말해줘야겠어?

       “하하! 작가님 저희가 뭐부터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역시.

         

       박용오 국장님을 설득하는 데에는 예상했던 대로 이 분이 최고일 것 같긴 했다.

         

       그럼 이제 남은 사람은…….

         

         

       “나 PD님도 괜찮으시죠?”

       “국장님 두 분의 의견이 저러신데 일개 PD인 제가 뭘 어쩔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된 거 즐거운 마음으로 임해야겠지요.”

       “좋네요.”

       “다만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배우 쪽은 아이돌로 어떻게 대체한다고 쳐도 음악 쪽으로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전문가가 현재 스튜디오엔믹스 내에 없다는 문제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아, 그거에 관해서 좋은 생각이 있어요.”

         

         

       만약 일이 잘 풀리게 된다면 캐스팅 단계까지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생각.

         

         

       “나 PD님 빠른 시일 내로 JYB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님이랑 면담 일정을 잡아주세요.”

       “JYB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라면… 설마 그 백준영 대표를 말하는 겁니까?”

       “네. 맞아요.”

       “잠깐! 제가 의아함을 느끼는 부분은 오히려 면담 쪽입니다. 설마 백준영 대표랑 직접 대면하시게요?”

       “뭐… 제 막무가내로 드라마 제작을 강행하고 있는데 그 정도는 감수해야죠. 그리고 제가 직접 나서야 얘기가 빠를 것 같거든요.”

       “하긴… 지금 927 작가님의 이름값은 엄청나니까요.”

         

         

       나 PD님의 말대로 조금 쑥스럽지만 현재 내 이름값. 즉, 927 작가가 가지는 이름값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이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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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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