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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

-“저···여기가 시자쿠마우르, 맞나요?”

-“아, 예. 잘 찾아오셨습니다. 환영합니다.”

샐리는 지옥 같은 야근 러쉬를 해치운 뒤. 마침내 휴가를 내고 마검사 아이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그가 마지막으로 발견됐다는 장소, 시자쿠마우르.

말이 마지막으로 발견됐다지, 자그마치 100년 전. 솔직히 큰 기대는 안 들었지만.

만약에 맞다면, 자신이 일찍이 알아채고 그를 서포트한다면. 맞이할 이변을 생각해서라도 발이 저절로 움직여졌다.

-“여기에 마검사 아이라는 사람이 방문한 적 있지 않나요?”

-“마검사 아이···요? 글쎄요. 저는 처음 들어보네요.”

-“그, 얼굴까지 로브를 뒤집어쓴 사람인데···”

-“아! 혹시 방랑사신님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방랑사신이요?”

방랑사신. 생전 처음 듣는 키워드에 샐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내는 오히려 그 반응이 기꺼운지. 신까지 나서는 방랑사신에 대해 읊어댔다.

-“저희 마을의 수호신이셨던 분입니다.”

위험에 처한 마을 사람들을 몇 번이고 구해줬다더라.

어느 시간대에 뒷산을 올라도 몬스터를 사냥하는 그를 볼 수 있었다더라.

대단한 선행임은 차치하고, 평범한 인간과는 여실히 궤를 달리하는 행적에. 샐리의 탐구심은 깊어져만 갔다.

-“말씀 감사합니다. 마을을 좀 더 둘러보고 싶은데. 혹시 저쪽엔 뭐가 있나요?”

-“훈련장이 하나 있긴 한데, 지금은 사실상 이용을 안 해서 방치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용을 안 한다는 건, 100년 전···그쯤에는 이용이 활발했을까요?”

-“100년 전이라···네. 이장님한테 듣기론, 그때쯤이 가장 활발히 쓰인 시기였다고 하시더라고요.”

샐리는 그 말에 넙죽 인사를 하곤 곧장 훈련장으로 달려갔다.

거기뿐이다. 이 제대로 된 시설 하나 찾기 어려운 작은 마을에, 베테랑 모험가가 그나마 들를만한 곳이.

-“저긴가?”

꽃으로 만개한 드넓은 초원. 그 한복판에 안 어울리게 자리 잡은 초라한 회색 구조물이 보였다.

컨테이너에 가까워, 훈련‘장’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하다. 그래도 기본적인 구색은 나름 감춰. 이용 내역을 뒤져볼 여건은 마련되어 있었다.

-“찾았다.”

방치됐다는 게 괜한 말이 아님을 증명하듯.

최신순으로 약간만 끌어올리자 금세 100년 전, 샐리가 기억해 둔 그 날짜에 도달하였다.

-“이용자 아이. 스킬 일심동체, 디스펠 리저렉션, 페인 쉐어링을 사용한 이후···사망?”

샐리는 제 눈을 의심했다. 비비고 다시 들여다봐도, 결과는 똑같았다.

사망. 그것도 다른 이유조차 아닌, 비치된 허수아비에 의한 죽음.

그도 기적의 세대이니 마찬가지로 죽지 않고 되살아났겠지만. 생초보가 감이나 좀 잡으라고 만든 거에 죽는다니. 그건 일반인인 그녀도 힘들 터였다.

-‘일단은 저 스킬들을 통해서 의도적으로 죽었다, 그리 생각하는 게 맞겠지···?’

접수원으로서 간접적으로나마 모험가들을 경험한 샐리는 안다.

모험가의 정점, 기사단장들과도 견줄 실력자인 S급 모험가. 정상인 비율이 처참한 그들이 무언가 의도를 갖고 벌이는 행동은 보통 둘 중 하나다.

큰 여파가 생기거나, 큰 여파를 대비한 것이거나.

-‘일단 큰 여파가···생기긴 했지?’

S급 모험가 아이의 실종을 기점으로 기적의 세대들이 종적을 감추는 케이스가 폭발적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그게 약하다는 말도 아까울 존재에게 굳이 죽을 이유로는 맞지 않다. 하물며 되살아나는 몸으로도 한 번을 죽지 않던 사내라고 한다면.

-‘설마···?’

이에 샐리는 어느 가능성을 떠올렸다. 원인 모를 기적의 세대 대량 실종 사건에 대한, 여러 추측 중에 하나를.

[기적의 세대는 죽지 않는 육체를 가진 대신에, 한정된 짧은 생을 살고 소멸하는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육체를 바꿔 여전히 우리 사이에 숨어 있을지 모른다는. 당시에는 그닥 주목받지 못하며 음모론에 가깝게 취급된 가설.

허나, 그게 망상이 아니라면?

-‘그가 이용한 직후, 허수아비를 교체했어.’

부서져도 즉시 복구되는 허수아비를 망가져서 교체했을 린 없다.

아예 사라졌으니까. 허수아비 자체가 사라져서 새로운 걸 놓은 게 분명하다.

-‘아이···당신은, 허수아비로 다시 태어나신 건가요?’

그렇다면 ‘왜 여태 숨어 지내다가 100년이나 지난 이제서야 모습을 드러냈는가’ 하는 의문점도 해결된다.

기적의 세대에게 특별한 육체를 내리고, 또한 거둬간 존재의 눈을 피하기 위해. 그에겐 시간이 필요했던 거다.

마을 사람들 전원이 목격했다고 하는. 먹지도, 자지도, 쉬지도 않고 오직 사냥만을 몰두한 것 역시. 그가 허수아비라면 말이 된다.

S급 모험가씩이나 됐던 사내가 고작 마수화한 참새에 고전하여 모험가를 부른 것도, 로브를 깊게 눌러쓰고 정체를 숨긴 것도.

“이 모험가들, 도중에 야영할 수밖에 없는 의뢰로 지명해서 한곳에 묶어주세요. 저는 신청해서 들어간 걸로 해주시고요.”

“···네, 네! 그렇게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샐리는 그런 우여곡절 끝에 겨우 새 삶을 얻었으면서, 이번에도 남을 위해 헌신하려는 허수아비를 아련히 바라보았다.

‘마스터가 아니라 나한테 부탁하셨다는 건···나를 믿고 의지해주신다는 거겠지···?’

“흠. 저 처자, 눈에서 아주 꿀이 떨어지는구나.”

“오빠···진짜 언제 꼬셨어···?”

“아니 글쎄, 나는 모르는 일이래도···”

‘아이님, 제가 숨은 조력자가 되어드릴게요···!’

샐리는 생애 처음으로 자신이 하는 일에 보람을 느꼈다.

* * *

콩알탄 순회로 찾아낸 배신자의 수는 총 셋. B급 하나와 C급 둘이었다. 웃기게도 전원 도적.

예상한 대로 A급 이상은 한 명도 없는 게 다행인 점이자, 주목 포인트였다.

‘A급 이상이 굳이 도적이랑 손잡을 이유가 없긴 하지.’

우리 마리아만 해도 저 나이에 벌써 남 부럽지 않게 풍족히 사는 것만 봐도 그렇다.

저택은 부모님이 물려준 거라지만, 유산 없었어도 자수성가해서 잘 살았겠지.

게임에서도 도적단으로 전향하는 퀘스트가 있긴 했는데. 재미로 해본 놈들, 바로 좌표 찍히고 다굴 맞아서 얼마 안 가 싹 그만뒀다.

“오빠. 무슨 일 생기면 큰 소리로 마리아 불러야 해? 마리아가 바로 갈게.”

“그래그래, 알겠어. 우리 마리아만 믿을게.”

나는 그러지를 못해서 잘못된 길로 빠져든 직장 동료들을 혼내주러 간다.

길드 마스터는 좀 빡세서 그나마 만만한 접수원한테 부탁했더니, 군말 없이 예쁘게 모아다 줬다.

‘진짜 왜 이렇게 잘해주지? 뭐···나야 좋지만.’

마리아와 아스트레아는 상대방의 경계심을 낮출 겸, 유사시 전까진 주변에서 감시만 하기로 했다.

이런 분담은 처음이라 그런지. 마리아는 나를 무슨 물가에 보내는 아이처럼 걱정한다. 본인이 애면서.

“왜 이리 어렵게 빙빙 돌아가는지를 모르겠구나. 뭣하면 이 몸 혼자서 처리해 줄 수도 있느니라.”

“아직은 안 돼. 확실하게 잡아넣으려면 물증이 필요하다고.”

아군과 적을 구분할 스킬도 방식도 전부 밝혔지만. 결과를 직접 본 것도, 따라서 그들이 명백하게 배신자라 확정 지을 수 있는 것도 나뿐이다.

영주가 공범인지 아닌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허투루 일을 벌였다간, 처치가 곤란해지는 건 오히려 이쪽일 거다. 나뿐만이 아니라 보증인인 마리아까지.

“그럼, 갈까?”

“응. 마리아 준비 완료.”

“몸이 근질근질하노라.”

우리는 각자의 위치로 향했다.

* * *

의뢰를 나선 밤.

배신자들은 하필 딱 자신들만 지명 당했다는 것에 의문을 품거나,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도적만 셋이 모인 환장의 파티가 정말 안 이상한가? 뭐 하긴, 이 정도로 멍청하니까 도적단하고 놀아난 거겠지.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49 ▶ 50]

거기에 더해 일행들의 심심풀이에 자동으로 경험치가 쓸어 담아지는 걸 보고 있노라면. 여유롭다 못해 하품이 다 나올 지경이었다.

“이쯤에서 슬슬 야영 준비할까요.”

그 무렵, B급 도적이 물꼬를 텄다.

오기도 중간쯤 왔고, 하늘에 어둠이 내렸기도 하니. 반대하는 여론 없이 자연스럽게 불침번을 정하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제가 작은 건물을 하나 부르는 스킬을 갖고 있는데, 우리 거기서 자는 건 어떨까요?”

“오오. 그게 정말입니까?”

“네. 건물이라고까지 하긴 뭐하고, 벽이랑 천장만 겨우 달린 구조물에 가깝지만요.”

아무리 엉성해도 텐트만 못할까.

실내에서 잘 수 있다는 희소식을 전해주자. 도적 삼 형제는 목소리 톤부터가 다르게 열띤 성원을 해왔다.

‘좋댄다.’

[튜토리얼 룸]

저리들 원하니 바로 만들어줬다.

배신자 트리오는 저게 30분짜리 간이 지옥행 관광버스인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바람이라도 불면 사라질라, 허겁지겁 안으로 들어섰다.

‘뭐, 잘 수는 있을 거야. 잘 수는.’

전원이 입장함과 동시에 의식을 끊었다.

신나서 들어왔다가 맥없이 촤르륵 쓰러지는 몰골은 퍽 웃기더라. 하나 같이 전형적인 닌자스런 복장에 마스크까지 판박이라 더.

[장르:호러]

[진행 절차:실시간 자율]

[클리어 조건:시간 경과 (남은 시간:29분 51초)]

미리 계획한 대로 빠르게 설정을 마쳤다.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방식의 튜토리얼이지만, 안 풀린 뒷 설정을 본다는 느낌으로 참아보자.

[플레이어들이 ‘과거 회상’에 돌입합니다.]

덜미를 잡을 건수를 발견할 때까지, 다들 좋은 꿈 꾸기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닉네임 비공개 독자님 50코인 후원과 응원의 말씀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살림이 보태 소중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코로나 재유행이 시작됐지만 밖으로 나가지 않는 저는 무적이랍니다. 우리 모두 내일도 건강하게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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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a Tutorial Scarecrow

Became a Tutorial Scarecrow

튜토리얼 허수아비가 되었다
Status: Ongoing Author:
Due to lack of content, I died to a tutorial scarecrow. [Your character has died.] [Hidden Achievement Unlocked! ‘Lost to the Weakest Monster~♡︎’] And then, I possessed that 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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