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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

    – 굿~ 모~ 닝~! 빠빠빠─

     

    ─탁.

     

    본능적으로 소음의 발생지를 후려쳤다. 얻어맞은 스마트워치의 알림이 끊어졌다.

     

    억지로 떠오르는 의식에 인상을 찡그렸다.

     

    “으으으…”

     

    몸을 비비적거렸다.

     

    품에 껴안고 있는 베개와 몸을 돌돌 감싸고 있는 이불. 따듯하고 보드라운 것들이 막 일어난 정신에게 다시 잠들라고 살살 유혹하고 있다.

     

    간신히 팔을 들어 올려 스마트워치를 켰다.

     

    [ 토요일 AM 5:30 ]

     

    검에서 창으로 바꿔 대련한 어제가 금요일. 시요람에서도 어지간하면 주말에는 터치하지 않는다.

     

    예전이었다면 한창 잠들어있을 시간. 어쩌다 일찍 일어나면 막 일어났을 때 느끼는 노곤함을 즐기며 침대에서 부비적거리던 시간.

     

    “으그극…”

     

    지금은 그래서는 안 된다. 그러한 일념으로 눈물을 머금고서 유혹을 뿌리쳤다. 간신히 상반신을 일으켜 쭉쭉 팔을 늘려 스트레칭을 해주었다.

     

    조금이나마 잠기운을 몰아내고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수건과 옷을 챙기고 화장실로 들어가 조심스레 수도꼭지를 돌렸다.

     

    찬물을 틀어 얼굴에 끼얹었다. 냉기가 얼굴 피부로 스며들자 저항하던 졸음이 기겁하며 도망갔다.

     

    “…?”

     

    옆에 걸려있는 수건으로 얼굴을 박박 문지르다가 아차 싶었다. 멍이 남았을 텐데 그렇게 해버리면 통증이 올라오고 말 거다.

     

    고통이 없다. 그러고 보니 뭔가 이상하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공간지각으로 얼굴을 제대로 살펴봤다. 깨끗하다. 상처 하나 없다.

     

    ‘어라.’

     

    잠시 침묵하다가 얼굴을 꾹- 꼬집었다. 아팠다. 하지만 정상적인 통증이다.

     

    하룻밤 만에 멍이 사라졌다. 잠옷을 들쳐 몸뚱이도 살펴봤다. 언제 멍이 생겼냐고 묻듯 깨끗하기 짝이 없다.

     

    “?”

     

    뭐지.

     

    분명 어제 잠자리에 들기 직전만 해도 남아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말끔히 사라져있다.

     

    연유를 파악하기 위해 머리를 굴려봤지만… 역시 모르겠다.

     

    회복 수련… 이라고는 칭하지만, 홍연화가 구닥다리 개씹창 효율이라고 평한 수련법.

     

    아트라 교수도 가능한 외부의 회복을 받지 말라고는 했지만, 정 못 참겠으면 알아서 하라고 말했다.

     

    그래서 치유는 받지 않았다. 얻어맞는 건 옛날부터 익숙했다.

     

    아픈 거야 어쩔 수 없지만, 이러면 좀 더 빠르게 강해진다기에 꾹 참고 있다.

     

    아트라 교수의 가르침은 확실히 힘들었다. 남들 이야기 들어보니 아트라 교수의 방식은 험한 축에 속한다더라.

     

    하지만 성과는 있다. 내가 그걸 직접 느끼고 있었다. 전투에 관해서는 확실히 이틀 만에 숙련도가 가파르게 올랐다.

     

    그녀는 리아나 교수와 마찬가지로 이번 해에 새로 부임한 신인 교수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리아나 교수와 다르게 개설한 강의가 없다는 것?

     

    기껏해야 오후에 특례입학생… 그러니까 나의 전투 강의를 맡고 있을 뿐이다.

     

    그럴 거면 왜 교수라는 직위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요람에선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다.

     

    애당초 시요람이란게 여러 교육기관의 시스템을 짬뽕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처음 새워졌을 때야 시대가 시대인지라 주먹구구식으로 돌아갔고, 시간이 흐르면서 이것저것 덧붙이면서 바뀐 거다.

     

    사실 명칭부터가 뒤죽박죽이다. 일단 사관학교를 표방하는지 학생은 생도라 부르면서 선생들은 교관이 아니라 교수라고 부른다.

     

    대학처럼 자기가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는 시스템이 있는가 하면, 자유학기처럼 지정해주는 과목을 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 학년별로 반은 나뉘어 있으면서, 자유학기 중에는 오후에 전공과 등급별로 나눠서 강의를 듣고…

     

    참 뒤죽박죽이라는 감상이다.

     

    – 뚝

     

    간단한 세안을 마쳤다. 조심스레 수도꼭지를 돌린 뒤, 수건으로 탁탁 털고서 나왔다.

     

    몸에 딱히 화장품을 바르진 않았다.

     

    원래 세계에서도 화장품은 귀찮고, 굳이 피부관리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해 무시했는데, 아가판서스의 잔소리에 수분크림 정도는 바르게 됐다.

     

    뭐였더라. 스킨? 토너? 에센스? 어쩌고저쩌고… 이름만 다르지 다 거기서 거기로 보였는데 말이다.

     

    어쨌든, 원래 세계에서는 대충 발랐지만, 여기서는 그럴 필요성을 더더욱 느끼지 못했다.

     

    적당히 옷을 걸쳤다. 옷이라고 해봐야 시요람에서 지급해준 생활복 차림이다.

     

    제복 비슷한 디자인의 정복이 아니라, 깔끔한 디자인이 특징인 후드가 달린 츄리닝.

     

    거기에 양말과 팔토시까지 착용해주면 끝.

     

    팔토시는 이제 손에 끼는 양말이라는 감상이다. 하도 착용하고 다니니 이젠 별 불편함도 없고.

     

    영양바를 한 움큼 주머니에 쑤셔 넣고 문을 나섰다.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동안 영양바를 대부분 까먹었다. 로비를 지나자 보이는 버스 정류장 옆에 도착.

     

    “끄그극…”

     

    팔을 위로 쭉 뻗고, 다리도 마찬가지로 뻗어주고… 전신을 이리저리 뒤틀며 스트레칭을 해준다.

     

    뻣뻣함이 조금 풀렸다. 숨을 한번 푹 내쉬며 땅을 박찼다. 새벽의 서늘한 공기가 얼굴을 훑고 지나갔다.

     

    버스를 타도 좋겠지만, 지금은 급한 것도 없어 다리로 직접 뛰어간다. 예전이라면 느끼지 못했을 속도감이다.

     

    고작해야 닷새나 될까. 그 정도 시간 만에 몸뚱이가 무척 성장했다.

     

    막 초인이 되어 시작된 성장. 성장의 가호로 인한 증폭에, 특례입학으로 또 증폭되는 성장 속도.

     

    이제 막 성장이 시작된 탓에 변화한 신체 능력의 체감이 여실히 다가왔다.

     

    대략 20분을 조금 뛰었을까. 목적지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딱딱한 흙과 모래가 가득한 구식 연무장이 아니다. 푸른색 풀잎이 가득하다.

     

    시요람 부지 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공원 중 하나다.

     

    입구를 넘자 새벽 특유의 옅은 햇빛과 자옥한 안개가 마중을 나왔다. 중앙에 있는 호수는 특히나 안개에 둘러싸여 있다.

     

    산책로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 호수 부근에 도착. 시간을 확인하자 아직 약속 시간까지는 좀 여유가 남았다.

     

    두리번거리다가 근처 잡초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여기는 1학년 구획인 데다가, 시간이 시간인지라 사람은 없었다.

     

    “…킁킁.”

     

    잠시 멍하니 앉아있자니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저도 모르게 냄새를 들이마셨다. 본래는 이러한 풀 내음 가득한 장소를 좋아했던 터라 자주 하던 행동이다.

    그리고 아무런 냄새도 없었다. 싱그러운 풀 내음? 서늘한 새벽 특유의 시원함? 뭣도 없다.

     

    ‘…아오.’

     

    본능적으로 했다가 괜히 열받는다. 조금이나마 올라갔던 기분이 다시 내리박혔다.

     

    진짜 살맛 안 나네.

     

    그리 생각하며 머리로 어제 대련을 복기하고 있을 무렵. 공간지각 범위로 누군가 들어왔다.

     

    막대한 마력. 한 명에게 저 정도로 모여있는 게 가능한가 의심이 드는 마력의 양.

     

    “아, 벌써 나와계셨어요?”

     

    [아뇨, 제가 할 게 없어서 일찍 나왔습니다]

     

    푸른 풀잎이 만연한 이곳에서도 시선이 끌리는 초록색 눈동자가 곱게 휘었다.

     

    목까지 감싸는 따듯한 색감의 터틀넥 스웨터와 검은색 롱스커트.

     

    강의실에서 항상 입고 있던 마법사 로브가 아니라 일상복 차림이다.

     

    리아나 교수가 방긋 웃으며 내게 손을 뻗었다. 내민 것은 피크닉 바구니였다.

     

    “?”

     

    “이거 챙기느라 쪼금 늦어버렸네요. 사과의 의미로 같이 나눠먹죠!”

     

    그리 말을 끝낸 리아나 교수는 대답을 듣지도 않고 총총걸음을 옮겨 근처의 테이블로 안내했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리아나 교수를 따랐다.

     

    테이블 위에 놓인 바구니를 열자 보기 좋게 나열된 샌드위치가 드러났다. 따로 챙겨온 과일음료도 있었다.

     

    “자! 특별히 드리는 선물이에요!”

     

    그중 유독 속이 빵빵한 샌드위치와 오렌지맛 음료를 성큼 뽑아들더니 내게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감사를 표한 뒤 샌드위치와 음료를 받아들였다. 잠시 내용물을 구경하다가, 끄트머리를 한입 베어 물었다.

     

    …당연하게도 맛은 없었다. 우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오물거리고 있자니 리아나 교수가 입을 열었다.

     

    “어떤가요, 입맛에 맞으세요?”

     

    [네. 맛있어요]

     

    아마 맛있지 않을까.

     

    “맛있다고 하시니 마음이 좀 놓이네요!”

     

    다행이라며 방긋 웃더니 본인도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 문다.

     

    새벽이라 그런지 서늘한 날씨였다. 하지만 몸이 바뀌어서 그런지 서늘하다기보다는 시원하다는 인상을 먼저 받았다.

     

    이른 아침. 안개가 낀 공원 테이블에서 한가로이 샌드위치나 까먹고 있자니 퍽이나 평화롭다는 감상.

     

    “이것만 해치우고 잠시 쉬다가 바로 들어가죠.”

     

    [네]

     

    리아나 교수와 만난 것은 별 이유가 아니다.

     

    어째선지 지난번 자기소개 이후로 내게 미안한 마음을 품던 리아나 교수 쪽에서 마력 입문을 도와주겠다고 말한 것이다.

     

    마력.

     

    고유능력과 함께 초인을 대표하는 상징.

     

    고유능력을 보유하지 않은 초인은 많다. 고유능력은 초인에게 있어 무척 중요한 힘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모든 초인이 가질 수 있는 건 아니다.

     

    선천적으로 타고나거나, 후천적인 노력을 통해 간신히 개화하는 힘이다.

     

    하지만 마력은 어지간해서는 모든 초인이 다룬다. 극히 희귀한 케이스가 아닌 이상에야 초인은 마력을 다룬다.

     

    마력을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본래 가지고 있던 상식을 깨부수는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지금의 나는 마력을 다룰 줄 모른다. 정확히는 마력친화 덕분에 다룰 수 있을 것 같지만, 일부러 다루지 않았다.

     

    제아무리 고유능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나는 지식이 얕은 문외한.

     

    눈앞에 있는 리아나 교수처럼 실력자에게 지도받는 것이 좋으리라 여겼기에 지금까지 꾹 눌러 담았다.

     

    처음에는 눈의 역할을 대신해줄 공간지각을 주로 건드렸다.

     

    공간지각으로 시야가 트이고서는 팔방미인을 간 보기 위해 간단한 요리책이나 잡다한 기술도 조금씩 건드렸고, 아트라 교수와 대련을 통해 검술, 체술, 창술, 보법 등등을 건드리고 있다.

     

    이제 슬슬 마력친화도 건드릴 타이밍이다.

     

    내가 가진 세 개의 고유능력은 하나같이 엑티브가 아닌 패시브. 그것도 대부분 만능계열과 비스름한 능력이니 다 함께 건드는 것이 효율적이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잡은 실마리. 이 셋을 함께 건들면 시너지를 기대해 볼 수 있으리라.

     

    미약한 기대감에 가슴이 콩닥거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 님! 선작과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큰 원동력이 됩니다!

    +

    예상은 했지만 아트라 교수가 욕을 다발로 얻어먹어 버렸습니다…!

    처음으로 받아보는 열렬한 반응에 초보 작가로써 손발이 덜덜 떨리는 기분!

    하지만 이 또한 빌드업이라 여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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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연속 후원…! 기쁨 그 자체! 정말 감사드립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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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Academy’s Disabled Student

I Became the Academy’s Disabled Student

아카데미 장애인 전형 생도가 되었다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created a game character.
Instead of taking several perks, I added restrictions.

▶Restriction (I): “Curse of Sensory Seal”
─Permanently seals a chosen sense.
─Choice: Sight, Taste, Smell

▶Restriction (II): “Curse of Short Life”
─You are born with a body doomed to a short life.

▶Restriction (III): “Curse of Silence”
─Speaking causes you pain.

When the next day came, I couldn’t se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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