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9

        몸에 힘이 다 빠질 때까지 진심 헬스를 보여준 나.

        그에 감동해, 땀에 옷이 더러워지는 것도 아랑곳 않고 날 숙소까지 옮겨준 시아.

        

        마지막으로…

        그런 우릴 반쯤 알몸으로 맞아준 하루.

        

        

        “아빠~?”

        “———유진?”

        

        

        시아의 차가운 목소리에 순간 눈 앞이 새까매졌다.

        

        …아니, 얘가 왜 여기 있는지는 차치하고.

        시아 입장에서 이게 어떻게 보일까.

        

        남사친 숙소 들렀는데, 웬 여자가 저런 차림으로 나타나? 그 여자는 남자를 아빠라고 부르고?

        

        좋게 봐줘야 원조교제. 나쁘게 보면 정신연령 낮은 애 속여서 몹쓸 짓 하는 성범죄자잖아.

        시아가 날 어떻게 볼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걸 어떻게 해명해야 믿어줄….’

        “…어휴. 보나 마나 얘가 멋대로 찾아온 거지?”

        “으, 응?”

        “얘가 여기서 이러고 있는 줄 알았으면, 날 여기로 안내 안 했을 테니까.”

        

        

        시아는 오히려 논리적으로 내 결백을 주장해 줬다.

        거기에 더해,

        

        

        “애초에 넌 여자한테 이런 차림 시킬 애가 아니고.”

        “……!!!”

        

        

        날 향한 흔들림 없는 신뢰를 보여주기까지.

        앨리스 때와는 전혀 다른 반응에, 감동의 쓰나미가 몰아쳤다.

        

        

        “으, 응!!”

        ‘우리 아내 최고! 완전 머리 좋아! 사랑해!!’

        “그래서, 유진이랑 점심 먹으려고 왔다고?”

       

       

        감동에 눈물을 글썽대는 사이, 상황 파악에 들어간 시아.

       

       

        “응. 아빠랑 먹으면 맛있어.”

        “얘가 안 오면 어쩌… 아니, 꼴은 또 왜 그런데?”

        “아빠 보여주려고 들고 와서 갈아입었어. 귀엽지.”

        

        -파닥파닥.

        

        

        하루가 천진난만하게 옷을 팔락였다.

        속옷이 보일락 말락 하길래 얼른 눈을 감았다.

        

        

        “…!!!? 유진 너, 보면 죽… 눈 감았네 벌써.”

        “아빠. 하루 안 귀여워…?”

        “귀엽긴 한데, 가슴이랑 속옷 보이잖니. 여자애가 그런 거 보여주고 다니는 거 아니에요~.”

        “아빠는 아빠니까 괜찮지 않아?”

        “그래서 더더욱 안 괜찮은 거예요~.”

        

        

        이사장 이 할망구야, 얘 교육은 자기한테 맡기라면서.

        안 그래도 지친 몸이 한층 더 무거워지는 기분이었다.

        

        

        “어휴. 유진, 일단 씻고 와. 욕실까지 데려다 줄테니까.”

        “아, 응. 고마워.”

        

        

        일단 좀 씻고, 단단히 타일러야지.

        

        

        * * *

        

        

        일단 유진을 욕실에 던져 넣은 후.

        시아는 빠르게 행동에 나섰다.

        

        

        ‘유진은 지쳤으니까, 내가 대신 내조해 줘야지.’

        “자, 자. 옷 입자. 하루야.”

        

        

        우선 눈 앞의 생체 병기부터 봉인.

        하루가 머뭇대는 사이, 그녀는 재빠르게 하루가 구석에 벗어던져둔 옷을 입혔다.

        진짜 아기 대하듯 어르고 달래가며.

        

        

        “으에… 잠옷이 편하고 귀여운데….”

        “유진은 옷 잘 입는 여자애 좋아해. 나처럼.”

        “그럼 입을래.”

        ‘진짜 애네, 애야.’

        

        

        어제와 달리, 하루를 대하는 시아의 태도는 지극히 다정했다.

        그녀의 정신연령이 유치원생 수준이란 걸 뻔히 알 뿐더러…

        

        

        ‘앨리스 그 불여시년한테 엄마 소리 하는 꼴은 못 보지. 암.’

        

        

        그녀는 유진의 엄마를 찾고 있지 않은가.

        어제는 불여시 앨리스더러 엄마냐는 망언을 내뱉었고.

        

        아무리 소꿉놀이에 가까운 관계라 할지라도, 앨리스가 유진의 아내 운운하는 꼴은 못 보는 시아였다.

        그럴 바엔 차라리 자신이 아내가 되는 편이 나았다.

        

        

        ‘뭐, 진심으로 유진의 아내가 되고 싶단 생각 따윈 절대 안 하지만? 그냥 얘 소꿉놀이에 어울려주는 것 뿐이지만?’

        “점심으로 뭐 먹고 싶어? 우리 유진은 치킨 먹을 건데.”

        “아빠 먹는 거.”

        “응. 응. 그럼 하루 것도 언니가 사줄게.”

        “와아~ 너, 엄청 엄마 같아. 가슴은 작지만.”

        “작은 거 아니라고.”

        

        

        …중간에 훅 들어온 상습 음해엔 잠깐 정색했지만. 아무튼.

        

        하루를 먹을 걸로 매수한 후엔 일사천리였다.

        

        

        “아, 언니. 점심시간에 전화해서 미안한데, 지금 당장 엘릭서랑 영약 반출해서 아카데미로 가져와줘. 치킨도 제일 비싼 걸로 한 4마리 사오고.”

        “음료? 당연히 콜… 아니, 솔잎의 눈 사 와. 나 갈아입을 옷도 좀.”

        

        

        재벌 2세답게 직속 비서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어디, 유진 갈아입을 옷은….”

        ‘아. 그러고 보니 속옷… 어, 어쩔 수 없지. 남자 속옷 따위 딱 질색이지만? 내가 특별히 찾아서 가져다 주는 수밖에 없겠네?’

        

        -뒤적뒤적.

        

        ‘헤, 헤에. 남자애 속옷은 이렇게 생겼구나… 유진은 이런 걸 입고….’

        

        

        음습하기 그지없게 옷장도 좀 뒤지고.

        

        

        “그럼 시아 님. 전 물러가보겠습니다. 맡겨주신 이 옷도 깨끗이 세탁해서….”

        “……크흠. 아니, 그대로 내 숙소에 가져다 놔. 비싼 아티팩트니까 내가 직접 빨 거야.”

        “예? 아니, 언제부터 그런 거 신경 쓰셨다고.”

        “아무튼 그대로 가져다 놔. 함부로 빨면 죽는다.”

        

        

        유진 땀에 젖은 옷 역시 일단 킵해두는 등.

        성별 바꿔 생각하면 범죄 그 자체고, 굳이 안 바꿔도 소름 끼치는 일을 태연하게 저지른 것.

        

        하지만 시아는 죄의식 따위 전혀 느끼지 않았다.

        그녀는 이 모든 일이 전부 유진을, 클랜을 위한 일이라 자기합리화 중이었으니까.

        

        

        ‘앞으로 우리 클랜을 책임져줄 인재니까,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암.’

        

        

        김칫국부터 마시는 시아였다.

        

        

        * * *

        

        

        후들거리는 팔로 간신히 씻고 나오니, 상이 다 차려져있었다.

        시아의 작품이었다.

        

        

        “아빠가 향긋해졌다~.”

        “다 씻었어? 앉아. 먹자.”

        “……응!”

        ‘이러니까 진짜 아내 같네. 회귀 전에도 딱 이런 분위기였는데.’

        

        

        시아는 아마 그런 의도 따위 없이, 그저 영입 대상인 내게 잘 해주는 것뿐이겠지만.

        나한텐 눈물 날 정도로 그리운 광경.

        

        저도 모르게 아빠 미소가 나왔다.

        

        

        -헤죽.

        

        “푸흡. 그렇게 치킨이 좋아? 아침에 그렇게 먹어놓고?”

        “세상에서 제일 좋아.”

        ‘네가.’

        “그래. 그럼… 자, 여기 다리. 하루 너도 다리 먹어. 난 가슴살밖에 안 먹으니까.”

        “헤에, 가슴살.”

        “……야, 좋은 말로 할 때 시선 돌려라. 치킨 뺏기 전에.”

        “응.”

        

        

        하루 덕에 감동적인 분위기는 오래 가지 않았지만, 아무튼.

        이후 우리는 도란도란 점심 식사를 즐겼다.

        

        

        -우물우물.

        

        “그런데 아빠, 그새 좀 세졌어.”

        

        

        그러다 문득 나온 하루의 말.

        내 어깨가 한껏 올라갔다.

        

        

        “아, 티 나? 하긴. 힘이랑 민첩을 거의 1이나 올렸으니까. 하루도 알아볼 만….”

        “하나 늘린 게 대단한 거야?”

        “그야 대단한 거지! 능력치 하나 차이가 각성자들 사이에서 얼마나 대단한 건데!”

        “———하루는 마음만 먹으면 두 개 늘리는데?”

        “……!!!?”

        

        

        어깨 도로 원위치.

        

        하루야, 그게 무슨 말이니.

        아빠 너무 놀라서 사레 들리겠어요.

        아니, 들렸어요.

        

        

        “커흑, 커흑!! 그, 그게 무슨…?!”

        “유진!? 으, 음료수 여기!!”

        

        -홱. 벌컥벌컥.

        

        ‘……와오, 솔잎.’

        

        

        그 와중 시아가 급히 챙겨준 음료수는 솔잎의 눈.

        우리 아내의 배려가 잠깐 미워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송충이도 거를 조합 따위는 곧 아무렇지도 않아졌다.

        

        

        “1 정도는… 이렇게.”

        

        -화악!!

        

        “……!!?”

        

        

        붉은 아우라와 함께 급격하게 늘어난 하루의 기세.

        

        평범한 사람이라면 저게 뭔가 싶겠지만…

        경험 많은 나와, 각성자라면 차고 넘치게 봐온 시아.

        우리 둘은 한 눈에 알아봤다.

        하루의 힘이 순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걸.

        A급 최상위급의 강함이 그녀에게 깃들었다는 걸.

        

        

        -스으으….

        

        “……후아. 오래 쓰면 아프니까, 이 정도만.”

        “너, 너 그게 무슨… 아, 설마 네 능력이야?”

        “응. 그게… 에이급? 이랬어. 언니가.”

        

        

        하지만 하루는 태연했다.

        아직 각성자로선 한참 덜 단련된 나와 달리, 이미 거의 성장이 끝난 그녀의 능력치가 늘어난 게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고.

        

        

        ‘능력치 증폭 계열 재능…? 게다가 순간 A급 최상위까지 오를 정도?’

        “…하루야. 이거 물어보면 안 되는 거지만, 아빠한테만 말해줄래? 하루 능력이 어떻게 돼?”

        “으응. 어려운 글자 많아서 못 읽겠어.”

        “유진, 내가 종이 가져 올게!!”

        

        

        게임이나 1회차 때조차 한 번도 본 적 없는 계열의 능력.

        시아와 내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하루가 천천히 뭔갈 적기 시작했다.

        

        꼬불꼬불한 글자였지만 알아보기 어렵진 않았다.

        

        =====

        

        이름 : 서하루 (28세, 여)

        칭호 : 없음

        능력치 : 힘 [8.19] 민첩 [8.85] 지능 [0.83] 행운 [0.61] 마력 [7.28] 

        보유 스킬 : 각성 (Lv. 8/10), 

        현재 상태 : 최면, 유아 퇴행, 세뇌 (현재 비활성화됨)

        

        『각성 (A Rank) – 육체를 각성시켜, 일시적으로 0.1~2.0의 추가 능력치를 획득. 해제 후, 발동 시간과 추가 능력치에 비례해 상태 이상 ‘탈진’을 획득한다.』

         

        =====

        

        ‘……미친. 여기서 2가 더 오른다고?’

        

        

        우리 둘이 동시에 헛숨을 들이켰다.

        

        근접계에게 중요한 주 능력치가 이미 평균 8점 대건만, 여기서 더 늘어난다니.

        수치만 보면 회귀 전 나나 스승님, S급 최상위랑 동급이잖아.

        

        물론 페널티가 있긴 해.

        등급을 생각할 때, 아마 최대치로 늘리면 며칠은 정양해야겠지.

        

        하지만…

        

        

        “능력치만 보면 그 아이카 급인데?”

        “응. S급 게이트도 캐리하겠어. 이사장님 이상으로.”

        

        

        각성자의 주 무대가 어디인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갑자기 나타나는 차원문. 온갖 괴물들이 득시글거리는 곳. ‘게이트’ 아닌가.

        

        하루의 능력은 게이트 토벌에 한해 S급을 줘도 무방했다.

        어차피 게이트에서 가장 위험한 건 게이트의 주인, ‘보스 몬스터’와의 싸움.

        하루는 그걸 인간의 한계에 달한 능력치로 캐리할 수 있으니까.

        

        하고 나면 며칠간 앓는 거? 별 페널티도 아니었다.

        어차피 S급 게이트는 드물게 나타나지 않나.

        일단 캐리해놓고 좀 쉬면 되지 뭐.

        

        

        ‘이사장님이 묘하게 하루한테 집착한다 싶었는데….’

        “엄청나네. 진짜.”

        

        

        그녀의 가치를 알아본 우린 차마 참지 못하고 혀를 내둘렀다.

        

        눈 앞에서 천진난만하게 치킨이나 뜯고 있는 하루.

        그녀는 사실상 S급 각성자였다.

        

        그리고…

        

        

        ‘잠깐. 이런 애를 데리고 있었으면… 윈터러는 왜 고작 아카데미 습격을 실패한 거야?’

        

        

        ———문득, 뇌리를 스친 의문.

        

        게임에서도, 1회차에서도 그저 초반에 잠깐 등장했다 패배하는 1급 빌런. 윈터러.

        그녀는 왜 아카데미 습격을 실패하고, 나아가 아카데미 측에 하루를 빼앗기기까지 한 걸까.

        하루에게 능력을 발휘하게 시키고 협공한다면, 이사장조차 목숨을 장담하지 못할 텐데.

        

        

        ‘하루가 저항했나? 아니, 세뇌 때문에 시키면 그대로 따랐을 텐데…?’

        

        

        * * *

        

        

        한편, 서울 어딘가. 빛조차 들지 않는 뒷골목.

        푸른 머리 소녀가 담벼락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화아악!!

       

        “프흐, 프흐흐.”

        

        

        마력. 누군가는 마나라고도 부르는 기운이 벽을 타고 흘렀다.

        푸르고 아름다운 문양을 그려가며.

        마치 기생충이 숙주의 몸에 파고들듯.

        

        

        “윈터러 니임~ 이제 몇 군데 남았어요~?”

        “이거 말고도 네 개 정도는 더 설치 가능해요. 한 2주 걸리려나?”

        

        

        뒤에 나열한 여성들은, 그녀를 ‘윈터러’라고 불렀다.

        

        …다른 사람들이 알면 놀랄 일이었다.

        지난 펜타곤 아카데미 습격 집단의 수장. 1급 빌런. 윈터러.

        그녀가 저리 앙상한 여자애라니- 하고.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그녀의 눈을 본다면 이해할 게 분명했다.

        그녀의 동공에 번들거리는 광기는 분명 광인의 것이었으니까.

        

        그림으로 그린 듯한, 전형적인 빌런이었다.

        

        

        “그럼… 2주 후면 또 쳐들어가는 거 맞죠? 이번에야말로 그 이사장인지 뭔지 거드럭대는 망할 년 죽이고, 아무튼 마음껏 죽여도 되는 나라를 만드는 거죠!?”

        

        

        그 추종자들이 떠드는 대화 역시 지극히 빌런스러웠다.

        S급 각성자 4위이자, 홀로 한국을 각성자 최강국으로 만든 각성자. 설하연.

        그녀를 죽이겠다 당당하게 선언하고 있었으니까.

        

        윈터러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푸흐, 네에. 별 일 없으면 잡아. 무조건.”

        “오오…!!!”

        “역시 윈터러 님!! 그깟 년들한테 붙잡힌 애착 인형 년이랑은 차원이 다르십니다!!”

        

        -멈칫.

        

        

        인형이란 말에, 아주 미세하게 입꼬리가 움찔했지만. 

        본인을 포함해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으니 별 상관 없는 이야기.

        

        때문에 그녀는 호언장담했다.

        함께 국가 전복을 꿈꾸는 빌런들 앞에서. 당당하게.

        

        

        “다른 S급이 오지만 않으면, 나 혼자서도 정리 가능해요.”

        ‘S급이 오면 얘기가 다르지만, 올 리가 없지. 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Jisss 님 10코인, HINEZE 님 20코인, 김이파리 님 10코인, HKM813 님 11코인, 모찌모찌웨힝 님 총 50코인, 마루나루 님 10코인, 소설너무재밌당 님 10코인 선물 감사합니다!
    감사의 후원메시지 롤백 기념 노래를
    깔~린까 깔린까 깔린까 마야 브 싸두 야고다-말린까 말린까 마야 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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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n with Hypnotic Powers Doesn’t Hold Back the Second Time Around

The Man with Hypnotic Powers Doesn’t Hold Back the Second Time Around

2회차 최면교배 아저씨가 능력을 안숨김
Score 5.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Since I regressed, I decided not to hide my abilities.

“Hypnosis, huh? That’s amazing! Hypnotize me too!”

“How about me, instead of that sly fox? If you join our clan… you, you can hypnotize me!”

…Maybe I exposed it too m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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