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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

       19.

       

       “허…!”

        

       의외로 반응은 제르피에드나 에실리아에게서 나오지 않았다. 반응을 한 것은 에실리아를 인질로 잡고 있는 마족 남자였다.

        

       “지금 내가 잘못 들은건가? 괴물 새끼라고 생각하기는 했는데 제르피에드 림 세드바이갈이라고? 족장 이 미친년아, 우리 모두 죽일 작정이었냐? 살아있는 죽음한테 우리를 보내? 어쩐지 씨발, <얼음 무덤>에 들어가고 멀쩡한 게 이상하다 했어. 상급 마법 걸린 갑옷이 아니라, 그냥 괴물이어서 안 뒤진거군.”

        

       “진정 좀 해, 켈크로드. 그래서 결국 안 죽었잖아. 너도 이틀 동안 저 여자애 털끝 하나 다치지 못하게 하는 거 봤으면서 난리야. 그러고도 너가 사제야? 용기의 신 믿는다는 놈이 다른 것도 아닌 언데드에 벌벌 떨기는.”

        

       “이런 씨…언데드도 언데드 나름이지. 신성력 날리기 전에 내 목 날아가면 사제인게 뭔 소용이야? 제길, 이래서 마신 믿는 것들은.”

        

       켈크로드는 더 이상 말을 이어 가기 힘들었다. 층계 같은 단 위에 서 있는 드로우들에게서 욕설 섞인 고함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떨어져 내리는 고함은 공동의 바닥에 벽에 튕겨서 서로 얽혀 의미를 번잡하게 만들었다.

        

       성녀 역시 그들이 뭐라고 말하는지 구체적으로 알기는 힘들었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대부분 호위기사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 소리들을 들은 의자에 앉은 족장이라 불린 여자는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보통 한 무리를 담당하는 수장의 말을 끊었을 때, 그것은 상당한 무례로 평가되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여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오히려 고함이 절정에 달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녀는 조용히 손을 들어올려 고함을 진정시켰다. 잦아든 후에도 곳곳에서 산발적인 욕설이 일어났다.

        

       “그래, 모두들 수고했어. 켈크로드, 사제들 내려오라고 해.”

       “망할 에제르넬 년…. 이래서 우리한테는 왜 데려오라는 건지 말도 제대로 안한거였냐? 진짜 족장만 아니었어도….”

        

       켈크로드라는 남자는 에제르넬의 말이 썩 만족스럽지 않은 듯, 뭐라고 웅얼거렸으나 잠시 뿐이었다. 그는 곧 공동 가장자리의 단에 서있는 마족들을 향해 손짓을 보였다. 그의 손짓을 본 마족들이 단 아래로, 공동의 바닥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제르피에드는 시선을 한바퀴 돌려 단에서 내려오는 마족들을 살펴보았다. 그들의 신체에는 켈크로드라는 남자보다는 못하지만 빛들이 살짝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모두 사제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모두 긴장감이 어려 있었다. 내려오는 사제들 뿐만이 아니라, 단에 위에 서 있는 마족들도 다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들을 노려보듯이 유심하게 보던 데스나이트는 공동의 중앙에서 들리는 소리에 그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의자에 앉아있던 에제르넬이 계단을 타고 내려오고 있었다. 수장이 몸을 움직이자, 속삭임이 허공을 부유하던 공동은 잠잠해졌다.

        

       공동을 울리고 있는 건 그녀의 발소리와, 그녀의 흉부에 부딪혀 기이할 정도로 맑은 짤랑거리는 소리를 내는 은색 목걸이 뿐이었다. 제르피에드는 내려오는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에제르넬은 제르피에드와 눈을 맞추고 빙긋 웃었다. 반쯤 감겨 있는 그녀의 나른한 한쪽 눈이 부드럽게 휘어졌다. 애초에 한쪽 눈밖에 보이지 않았으니 양쪽 눈을 다 그러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른 눈은 그 긴 은색 머리카락에 가려져 있었으므로.

        

       “안녕? 제르피에드? 정말 오랜만이야. 이 좆 같은 새끼야.”

        

       그녀가 나른한 목소리로 입술을 달싹였다.

        

       “…나를 아나?”

       “하…. 씨발 새끼. 그래, 니 새끼한테는 그 빌어먹을 계약 말고는 아무런 관심도 없겠지. 이러면 좀 기억이 나냐?”

        

       방금전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어투로 말한 에제르넬은 천천히 한쪽 눈을 가리던 은색 머리카락을 들어올렸다. 뒤에서 바라보던 에실리아는 숨을 삼켜야 했다. 본래 눈이 있어야 할 그 자리에는 참혹하게 찢어발겨진 흉터밖에 없었다.

        

       “이제는 좀 알아보겠냐고, 이 좆 같은 새끼야 – ! ”

        

       그녀의 노기 어린 외침에도 제르피에드는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에제르넬은 결국 분노를 넘어 광기에 휩싸인 사람처럼 소리를 쳐야 했다.

        

       나는 에제르니어엘 벨카르드로스다 – ! ”

        

       그녀의 외침이 거대한 공동에 울려 퍼진다. 에실리아는 그녀가 거칠게 발한 외침이 공동의 벽에 튕겨 나와 자신의 피부결을 타고 울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긴장감에 더욱 몸을 굳혀야 했다. 단순히 에제르넬의 분노가 가득 담긴 외침 때문이 아니었다.

        

       성녀의 몸이 딱딱하게 굳은 이유는 에제르넬이 말한 본명에 그 유명한 대악마의 이름이 섞여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제르피에드는 비로소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

        

       “에제르니어엘 벨카르드로스. …살아있었나?”

       “왜, 죽었기를 바랐냐?”

       “……그럴리가, 그저 살아있을 줄 몰랐을 뿐이다.”

        

       예상 외로 에제르넬이 기대한 반응은 데스나이트가 아닌 다른 곳에서 흘러나왔다.

        

       “대악마…벨카르드로스…?”

        

       에제르넬은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에실리아는 그녀가 목에서 상황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맑은 짤랑거림을 풍기며 점점 다가올 때마다 주먹에 준 힘을 더해갔다. 어느새 성녀의 주먹은 핏기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하얘졌다.

        

       “아, 그러고보니 아가씨가 있었지?”

        

       에제르넬은 꽤나 장신이었기에, 성녀는 그녀를 고개를 들어 봐야했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에제르넬은 금색 눈동자에서 비릿한 웃음을 떨어뜨렸다.

        

       “미안? 아가씨는 원래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 저 살아 있지도 않는 새끼 데려오려면 필요해서 말이야. 일 끝나면 다시 돌려보내 줄게. 괜찮지?”

        

       에제르넬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몸을 떠는 성녀를 잠시 보다가 뒤쪽으로 시선을 힐긋 던졌다. 예상대로 데스나이트는 자신과 앞의 조그마한 여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슬슬 기대하는 방향으로 돌아가는 상황에 그녀는 만족감을 느꼈다. 그녀가 다시 데스나이트에게로 돌아가려는 순간, 덜덜 떨던 여자의 입이 열렸다.

        

       “…대악마 벨카르드로스의 추종자인가요? 그는 죽었어요. 그것도 한참 전에. 과거 당신네들 종족과 함께 세계를 억압하려고 했던 유일무이한 당신들의 대족장은 빛 바랜 과거일뿐이죠. 그게 우리를 납치한 이유인가요? 대악마와 함께 했던 저 기사님을 통해서 빛 바랜 과거의 영광을 어떻게든 되살려보려고?”

       “하.”

        

       에제르넬의 입에서 웃음이 흘렀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에제르넬은 고개를 숙여 성녀와 눈을 맞췄다.

        

       “벌벌 떠는 것 밖에 못하는 아가씨인줄 알았는데, 제법 맹랑한 구석이 있네? 하지만 아가씨, 목숨 부지하고 싶다면 그 입 조심하는 게 좋아. 아무리 아가씨가 지금은 별 상관이 없다고 할지라도 그런 말을 들으면 상관 있어질지도 모르거든?”

        

       에제르넬은 켈크로드의 손에서 더크를 뺏다시피 가져와, 에실리아의 목에 겨누었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성녀는 눈을 미친듯이 떨었다. 곧바로 데스나이트 쪽에서 기대하던 움직임이 나왔다. 그는 당장이라도 뛰쳐나올 듯 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나 이곳을 노려보고 있을 뿐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했다.

        

       에제르넬은 그 모습을 보면서 킥 웃고는 근처에 서 있던 다른 마족에게 더크를 넘겼다. 그녀의 의중을 깨달은 마족은 더크를 받아 대신 성녀의 목을 겨누기 시작했다. 에제르넬은 고갯짓으로 켈크로드에게 신호를 보냈다. 켈크로드는 다소 불만 어린 표정을 지었으나 그녀를 따라 데스나이트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걸음을 옮기면서 그녀는 말했다.

        

       “역시. 예상대로 저런 반응을 하는 것 보니 이번 대의 계약자는 아가씨가 확실한 것 같네. 저 괴물 놈이 닥치는 대로 죽이지 않는 걸 보니까 자기를 지켜 달라고 하기라도 했나?”

        

       성녀의 굳은 얼굴을 본 에제르넬은 웃음을 터뜨렸다.

        

       “정답이었나? 저 괴물 놈도 괴물 놈이지만 아가씨도 제정신은 아니네. 저게 뭔지는 알고 있었을 테니까. 저런 흉물한테 자기를 지켜 달라고 하다니.”

       “……어쩔 수 없었어요.”

        

       성녀는 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무기력하게 떨궜다. 그 무력한 움직임을 본 에제르넬은 다시 웃음을 흘렸다. 명백한 조소였다.

        

       “어쩔 수 없어? 어쩔 수 없기는. 그렇게 따지면, 과거 우리 드로우가 세계를 제패하려고 했던 것도 어쩔 수 없었던 거였지. 이렇게 말해봤자 너희들은 믿지도 않겠지만. 그리고 뭐? 다시 저 흉물의 힘을 빌려 세계의 제패를 시도하려고 하냐고?”

        

       조소는 실소로 바뀌었다. 데스나이트의 앞에 선 그녀는 거칠게 외쳤다.

        

       천만에 – ! 나는 이 흉물을 영멸시킬거다! 대악마 벨카르드로스의 곤손녀(晜孫女)인 나 에제르니어엘 벨카르드로스의 이름을 걸고! 우리는 이 시련을 뛰어넘을 거다! 우리 드로우는 다시금 그때의 강인함을 세계에 떨칠 거다! 저 따위 흉물의 힘을 빌려서가 아닌 오롯이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세계를 제패할거다!”

        

       욕설, 고함, 환호. 한데 어울리기 힘든 것들이 한데 어울려 사방을 질주했다. 에실리아는 고개를 숙이고 마족들의 걸걸한 외침에 귀를 틀어막고 싶은 심정을 느꼈다. 제르피에드에 대한 욕설과 감정에 취한 고함들, 드로우의 원대한 포부를 말하는 그녀에 대한 환호가 마구잡이로 쏟아져 나왔다.

        

       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귀를 막지 않은 이유는 에제르넬의 입에서 이해할 수 없는 말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황망히 그 사실을 중얼거렸다.

        

       “대악마 벨카르드로스의…곤손녀…?”

        

       불가능한 일이었다. 대악마와 마족이 세계를 지배하려고 한 것은 생사대전을 기준으로 잡아도, 한참 전의 일이다. 대악마의 곤손이라면 생사대전 당시라면은 모를까, 약 1,000년 전의 사건인 생사대전 때의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있을 리가 만무했다. 제르피에드는 차분하게 그 사실에 대해서 감탄하며 말했다.

        

       “그래서 마신에게 그대의 일부를 바쳐가며 반신[半神: Demigod] 이 되었나, 에제르니어엘 벨카르드로스? 나를 영멸시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그 말을 들은 에제르넬은 거칠게 팔을 뻗어 자신의 로브를 걷어냈다. 날카로운 그녀의 손톱이 다른 팔의 살점을 찢었다. 그녀가 가진 분노를 스스로에게 표출하는 것 같았다.

       

       에실리아는 반신이라는 충격적인 말도 말이었지만, 이어지는 광경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그녀에게서 흘러내리는 것은 시뻘건 핏물이 아닌 이글거리는 불꽃이었다. 고통으로 얼굴이 일그러짐에도 그녀는 계속해서 외쳤다.

        

       “나는 후회하지 않아! 비록 내 몸뚱아리가 홍염의 마신의 것이 되었지만, 그걸 통해 얻은 수명으로 결국 이렇게 너를 볼 수 있다면 상관 없어! 이 빌어먹을 언데드 새끼야 – ! ”

        

       고통은 그녀의 분노를 잠재우지 못했다. 팔을 타고 흘러내리는 불꽃처럼 오히려 스스로를 태우며 더욱 격렬해져 갔다.

        

       “나의 태조부(太祖父) 벨카르드로스께서는 너에게 스스로의 등을 맡기셨다! 너를 위해서 신성력을 막는 이 목걸이 마저 제작해 너에게 주었지…….”

        

       에제르넬은 자신에 목에 걸려 있는, 태조부가 남긴 유품을 소중히 손으로 감쌌다. 부드러운 동작이었지만, 여전히 말은 날카로웠다.

        

       “그런데? 그런데 너는 어떻게 했지? 그 빌어먹을 생사대전 때 어떻게 했냐고! 너와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장수들의 자손들이 너와 이야기를 해본답시고 갔을 때 너는 어떻게 했냐는 말이야! 그들이 아버지들의 아버지와 어머니들의 어머니의 이름을 말할 때, 너는…아무렇지 않게 그들의 목을 잘랐잖아!”

        

       마지막은 흡사 절규에 가까웠다. 그녀는 떨리는 손을 자신의 눈이 있었다는 사실만을 살점 덩어리에 가져갔다. 이제 이곳으로 빛을 본 지는 약 1,000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이 살점은 빛을 갈구하는 것처럼 욱씬거린다. 그녀는 마지막 남은 눈을 감았다. 빛이 사라지고, 오로지 그녀만이 볼 수 있는 광경이 내비친다.

        

        

       사방이 시체였다. 동족들의 목 잘린 시체를 밟으며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살아있는 죽음이 북진을 멈추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 몇몇 사람들이 그와 이야기를 해본다고 용감히 나섰을 때, 그리고 그들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들었을 때, 그녀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에제르넬이 태조부의 이름을 말하며 북진을 멈춰 달라고, 더 가면 자신들의 터전이라고, 설마 우리 마저 다 죽일 생각이냐고  간절한 마음을 담아 말할 때, 살아있는 죽음은 조용히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 그녀는 안도감을 품었다. 역시 살아있는 죽음은 태조부와의 신예(信禮)를 저버린 것이 아니었다.

        

       드로우에게 전설과도 같이 내려오는 태조부와 살아있는 죽음의 영웅담에 나오듯이 그는 굳건히 신예를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안도감은, 다음 순간 동족들의 베어지는 목과 함께 허망하게 잘려 나갔다. 그 동작에는 주저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흠 잡을 곳 없는 일격이었고, 동족들의 얼굴에는 고통마저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가 한 번 내지른 참격의 풍압으로 눈이 찢겨 나가면서, 그녀는 생각했다.

        

       모두 착각이었다고.

        

       드래곤과 그녀의 헤츨링이 대륙 하나를 불태울 때. 마녀와 그 여자의 호문쿨루스Homunculus들이 기이한 문양들로 대지를 유린할 때. 그녀의 동족들이 별 다른 화가 없었던 것은, 그저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최북단에 있는 드로우들에게 살아있는 죽음의 계약자들이 큰 관심을 두지 않았을 뿐이었다고.

        

       폭풍과도 같은 참격의 바람에 휩쓸려 절벽 아래로 떨어지면서, 그녀는 생각했다.

        

        

       에제르넬은 눈을 떴다. 살아있는 죽음이 눈 앞에 있었다. 착각이 아니었다. 그녀는 씹어 뱉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작해.”

        

       용기의 신 호르파의 사제들이 기도문을 읊기 시작했다. 그들의 성흔에서 빛이 떠오른다. 그들이 읊는 용기의 신에 대한 찬송이 빛에 담긴다. 빛은 곧 찬송이 되었다. 문자로 이루어진 빛들은 서로 얽히기 시작했다. 찬송이 서로 얽히니, 그것은 사슬이었다.

        

       그것을 본 데스나이트는 몸을 폭발시킬 듯 긴장시켰으나, 그 뿐이었다. 여전히 그의 레이디는 목에 더크가 겨누어진 상태였다. 지금 자신이 움직이는 것은 곧 그녀의 죽음을 뜻했다.

        

       무력한 죽음의 청기사의 사지를 빛의 사슬들이 속박했다.

        

       ─────────────── ! ”

        

       제르피에드는 포효를 내질렀다. 그의 실존성을 압박 당하는 듯한 느낌은 감히 견딜 수 없는 것이었다. 제르피에드는 사지를 뒤틀었으나, 빛의 사슬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제르피에드가 고통에 몸부림치는 것을 본 성녀는 경악에 가득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기사님 – !”

        

       그리고 똑같은 모습을 본 에제르넬은 더할 나위 없는 흡족함을 느꼈다. 그녀가 만족감 어린 어투로 말했다.

        

       “진행해, 켈크로드.”

        

       호르파의 고위 사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족장의 말을 들으며 마음에 밀려온 분노를 최대한 담지 않으려고 애쓰며 기도문을 말했다. 성흔에서 빛이 떠오르고 찬송이 담긴다. 그가 구현한 것은 거대한 광휘의 참수검Executioner’s sword이었다. 켈크로드는 손을 위로 들어올렸다. 제르피에드의 머리를 향해 겨눠진 참수검의 칼날이 아찔하게 빛을 발했다.

        

       광휘를 담은 참수검이 살아있는 않은 자의 목을 노리고 떨어졌다. 거대한 빛의 물결이 허공을 가른다.

        

        

       그리고 물결은, 흐르는 중간에 바위를 만나듯 데스나이트의 앞에서 갈라졌다.

        

       켈크로드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데스나이트를 지나쳐 흐르는 빛들을 멍하니 좇았다. 다른 호르파의 사제들도, 마족들도, 에제르넬도. 모두 홀린 듯이 그의 빛의 흐름을 따라갔다.

        

       그곳에는, 어미가 상처 입은 자식을 보듬듯이, 부드럽게 그 빛의 흐름을 제 손에 거두는 조그마한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를 보면서 에제르넬은 생명과 죽음, 불과 물처럼, 언데드라는 것과 공존해서는 안되는 한 단어를 말해버렸다.

        

       

       “……성직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설마 공모전 예선이 끝났으니 이 소설도 끝날거라고 생각하셨나요? 그렇셨다면 유감입니다! 이 소설은 공모전 결과에 상관 없이 끝까지 갈 예정이니까요!
    어차피 공모전 시작되기 전부터 연재를 하던 소설이었거든요! 공모전 투고에 상관 없이 쭉 써내려갈 생각이었습니다!
    원래 11월이 되기 전 한편이라도 올리고 싶었지만 갑자기 일이 잡히는 바람에 주말에 쓸 시간을 전혀 내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오늘은 늦게 올리고 말았네요 죄송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전 회차 마지막에 나온 신 캐릭을 마녀라고 생각을 하시더라고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필 제가 신 캐릭 등장 이전에 마녀와의 기억을 부각시키는 바람에…ㅠㅠ
    하다못해 신 캐릭에 대한 떡밥을 조금이라도 넣었어야 했는데 써 놓고 업로드하고 보니까 설정 노트에 ‘신 캐릭 관련 내용 집어넣기!’ 라고 당당하게 써놓고 정작 본편에 넣는 걸 빠뜨리고 말았습니다. 이 부분은 제 불찰입니다.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우선 제르피에드의 계약 조건은 제르피에드가 계약자의 생명을 취하는 것 입니다. 계약자의 목적 완수와 무관하게 이루어지죠.
    계약자가 목적을 이루면 그 순간 생명의 일부를 건넨 후 살아가다가 수명을 다해서 죽건, 사고를 당해서 죽던간에 죽을 때 제르피에드에게 가지고 있던 생명성을 바치느냐,
    아니면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계약자가 죽어버려 그 즉시 생명성을 제르피에드가 취하느냐 이 정도의 차이입니다. 어찌 됐든 계약자는 무조건 생명성을 제르피에드에게 바칠 수 밖에 없습니다.

    추후에 언급될 내용이지만 계약은 한번에 하나만이 가능합니다. 다중계약 같은 경우는 불가능해요. 두 계약자의 목적이 서로 상반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전 계약자들은 모두 다 죽은 상태입니다. 전 계약자들이 회상과 같은 상황으로 등장할 수는 있겠지만 살아있는 상태로 직접 등장하지는 않을겁니다. 등장한다 하더라도 전 계약자들 본인이 아닌 그들과 관련된 인물들이 등장할거에요.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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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eath Knight Became The Saint’s Bodyguard

The Death Knight Became The Saint’s Bodyguard

데스나이트는 성녀의 호위기사가 되었다
Score 3.3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Betrayed by her own Order*, the Saint begged the death knight to become her guard—the death knight who could destroy the world. *tl note: she was betrayed by the church, not her own doing. Author Notes: Contains Authentic fantasy, and wholesome love. I hope this brings you the reader a little bit of 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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