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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

       “왜 안 된다고 하는 거야!!”

       

       

       한편, 마담은 괜히 유리잔을 바닥에 집어던지며 성질을 내고 있었다. 이번 일을 처리하면서 주제도 모르고 설친 듣도 보도 못한 길드를 손보기 위해서 손을 쓰려고 했다.

       

       

       그런데 하데스 길드는 물론이고, 심지어 녹스마저 그냥 얌전히 있으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백 보 양보해서 하데스 길드는 그럴 수 있다고 치자. 녹스는 이러면 안 되잖아.

       

       

       지금까지 달빛의 눈물이 녹스에게 바친 상납금만 따져도 영지 몇 개는 살 수 있는 돈이며. 그 외 뇌물이나 선물 같은 것까지 합치면 감히 그 값을 헤아릴 수가 없을 텐데.

       

       

       “지, 진정하세요. 마담.”

       

       

       “대모께서 직접 명령하셨으니,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그딴 뒷방 늙은이가 뭐가 무섭다고 그러는 거야!!”

       

       

       대모는 밤의 제왕 녹스를 이끄는 여인이었다. 당연히 마담 또한 대모가 녹스를 세운 위업 하나는 인정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나이 들어 이빨 빠진 호랑이에 불과하건만.

       

       

       아직도 뭐가 그렇게 무섭다고 눈치를 보는 건지. 마담 입장에서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그냥 듣보잡 길드 하나 치우는 것이 그렇게 어렵나?

       

       

       “후, 아니야. 됐어. 그래, 대모님의 명령은 따라야지.”

       

       

       마담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겨우 이성적인 말을 입에 담았다. 꼭 대모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자기 연줄을 동원하면 그딴 길드는 충분히 처리할 수 있으니까.

       

       

       “이번에 다시 잡아온 아이는 어때?”

       

       

       “아직도 반항하고 있습니다.”

       

       

       “말도 못 하는 주제에, 기껏 거두어줬더니.”

       

       

       마담은 경멸 섞인 표정으로 혀를 찼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을 주워서 쓸 만하게 만들어줬더니. 배은망덕하게 은혜고 모르고, 하지만 그렇다고 또 처분할 수는 없었다.

       

       

       혀가 없는 여자는 극소수지만 수요가 있다. 구멍에 물건을 깊숙이 넣을 때, 혀가 방해된다나 뭐라나. 손님이 뭐에 흥분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제일 중요한 것은 돈이다.

       

       

       그리고 혀가 없는 여자를 선호하는 고객은 까다로운 마담의 기준으로도 중요한 부자 손님이었다. 마담은 혀를 찼다. 이럴 줄 알았으면 친구들을 인질로 잡을 것을 그랬나.

       

       

       ‘워낙 더러워서 그럴 생각조차 못 했단 말이지.’

       

       

       마담에게 있어서, 신의 아이들은 쥐새끼와도 같았다. 그나마 햄스터 정도는 귀여워서 애완동물 정도로 키울 수 있었지만. 그 외에 시궁쥐들은 역겨워 상종하기도 싫었다.

       

       

       “그렇다고 애들에게 시궁쥐들을 잡아오라고 할 수도 없고.”

       

       

       “마담, 아까 그 애새끼들 중 한 마리가 찾아왔는데요.”

       

       

       “뭐? 그 아이의 친구가 찾아왔다고?”

       

       

       “네, 일단 잡아두긴 했는데. 다시 밖으로 내쫓을까요?”

       

       

       “아니, 아니야. 오히려 잘 됐어. 덕분에 걱정이 줄었네.”

       

       

       그 쓰레기들도 인생에 한 번, 아니 두 번 정도는 도움이 되어주는구나. 마담은 환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후, 마담이 나간 장소에는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보라색 머리카락에 볼에 작은 흉터가 있는 소년이었다. 마담은 웃으며 디에고에게 다가갔다. 디에고는 그들에게 붙잡힌 상태에서도, 표독스러운 눈빛을 치우지 않았다.

       

       

       “시궁쥐가 주제도 모르고, 다시 여기까지 찾아왔네?”

       

       

       “닥치고, 빨리 사샤를 돌려줘. 안 그러면……!!”

       

       

       “돌려줄 수는 없고. 기꺼이 만날 수는 있게 해줄게.”

       

       

       마담이 손짓하자 문이 열리고 직원들과 함께 사샤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샤는 전에 불태운 옷을 그대로 걸치고 있었다. 사샤를 발견한 디에고가 몸을 들썩이며 외쳤다.

       

       

       “사샤!!”

       

       

       “……!!”

       

       

       “일으켜 세워. 그리고 한 방 먹여.”

       

       

       마담의 명령대로. 디에고를 붙잡고 있는 남자들 중 한 명은 디에고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서 등까지 꽉 붙잡았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디에고의 복부에 주먹을 꽂았다.

       

       

       “커헉!!”

       

       

       “음~ 유일하게 비명 하나만은 쓸만하네.”

       

       

       “……! ……!!”

       

       

       눈앞에서 디에고가 구타를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샤가 어떻게든 그걸 막으려고 했지만. 연약한 소녀가 어른의 힘을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 마담은 웃으면서 말했다.

       

       

       “얘야, 아직도 일을 하고 싶지 않니?”

       

       

       “…….”

       

       

       “저딴 말…… 듣지 마, 난 아무렇지도 않으니…… 컥!!”

       

       

       “저런, 너무 강하게 때리지는 말렴. 그러다 죽겠다.”

       

       

       걱정하는 말투와 달리, 목소리에는 조롱이 가득했다. 사샤는 다급한 표정으로 디에고와 마담을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어때? 이제 좀 생각이 변했으려나?”

       

       

       “…….”

       

       

       끄덕.

       

       

       이 상황에서 변하는 것은 없다. 결국 자신이 나서지 않으면 디에고는 죽을 것이다. 사샤는 그것만은 싫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디에고가 소리 질렀다.

       

       

       “뭘 하겠다는 거야!! 사…… 크악?!”

       

       

       “잘 생각했단다, 얘야. 지금부터 준비를 하자꾸나.”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디에고가 할 수 있는 것은 세상을 원망하는 것뿐이었다. 버려진 곳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였다.

       

       

       그런데.

       

       

       이제는 그마저도 앗아가는 거냐.

       

       

       그렇게 많이 바라지도 않았잖아. 

       

       

       그냥 우리끼리 함께 지내는 것도 안 되는 거야? 

       

       

       대체 왜? 

       

       

       그렇게 우릴 미워할 거였으면, 아예 처음부터 낳지 말던가. 

       

       

       왜 우리에게!!

       

       

       분노. 무력감. 

       

       

       그리고 절망.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에게 무력감을 느끼고. 세상을 증오하게 된 디에고는 원래는 괴물이 되었을 운명이었다. 적어도 문이 부서지지 않았다면, 크게 다르진 않았을 터.

       

       

       “이건 또 뭔 난리지?”

       

       

       문이 부서졌다. 상황 자체는 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담은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황당함을 느꼈다. 이제는 아예 작정하고 우리들을 건드렸다고? 어떤 미친놈이?

       

       

       “소피아, 한스.”

       

       

       문을 작살내고 들어온 은발의 남자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러자 뒤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두 사람이 순식간에 상황을 정리했다. 디에고와 사샤는 멍하니 눈만 깜빡거렸다.

       

       

       “움직이지 마라. 금방 끝날 테니까.”

       

       

       “여자애는 괜찮은데. 남자애가 많이 다쳤네.”

       

       

       “뼈가 골절됐군. 일단 응급처치부터 하겠다.”

       

       

       아예 상처 투성이가 되어버린 디에고와, 창녀처럼 대놓고 음부를 노출하고 있는 사샤를 바라보며. 한스와 소피아는 죄책감을 느꼈다. 그걸 깨달은 것은 아이작 덕분이었다.

       

       

       [전장에서 고아들을 처음 봤을 때는, 아이들에게 많이 미안했었지. 어린 것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냐는 회의감도 들었고.]

       

       

       […….]

       

       

       [그런데, 지금은 그런 마음이 완전히 사라졌어. 오히려 짜증나고 더럽다고 생각했어. 아이들에게 잘못은 없는데도…….]

       

       

       [……잘못은 뉘우치고 바로 잡으면 된다. 아직 늦지 않았어.]

       

       

       전날, 그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딱히 변한 것이 없다고 믿었다.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들은 기드온에 너무 적응해버리고 말았다.

       

       

       그것을 깨닫게 해준 것은 바로 아이작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입만 산 놈이라 생각했다. 손을 잡은 것도, 그 당시에는 상황이 너무 급해서 어쩔 수 없이 잡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그에게는 사람들을 직접 이끄는 힘이 있었다. 그것도 올바른 길로 말이다. 그렇기에, 소피아와 한스는 이제 아이작을 믿고. 그 길을 따라 걷기로 했다.

       

       

       “대낮부터 잘도……!!”

       

       

       “닥쳐라.”

       

       

       “……?!”

       

       

       작정하고 이렇게 설치다니. 우습게 보는 것도 정도가 있지. 당연히 마담은 분노를 토해내려고 했다. 그러나, 겨울의 한기처럼 서늘한 한 마디가. 마담의 입을 막아버렸다.

       

       

       마치 성대라도 잘린 것처럼, 마담은 감히 목소리를 입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 눈앞에 있는 은발의 남자에게서 뿜어져 나오고 있는 기백 때문이었다. 그는 곧 입을 열었다.

       

       

       “나는 지금 몹시 화가 나있다.”

       

       

       “대, 대체 무엇 때문에……?!”

       

       

       “철의 방패에서 후원하고 보호하는 아이들을, 네놈들이 멋대로 건드렸기 때문이지.”

       

       

       ‘대체 뭔 개소리야?!’

       

       

       뭐? 후원? 보호? 누구를? 신의 아이들을? 마담으로써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지만. 당장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정말로 죽는다.

       

       

       “마지막 기회를 주지.”

       

       

       “…으, 극……!”

       

       

       “아이들에게 직접 사과해라. 그리고 다시는 건드리지 않겠다고 맹세해라. 그렇지 않으면…….”

       

       

       “하, 할게요! 하겠습니다!!”

       

       

       그래도 자존심이 있지. 달빛의 눈물의 주인인 자신이 듣도 보도 못한 군소 길드에게 고개를 숙였다가는, 당장 다른 라이벌들에게 얕보여서 그대로 물어뜯겨버리고 말 거다.

       

       

       그러나 그런 계산조차 이제는 할 수 없었다. 태산이 몸을 짓누르는 듯한 죽음의 공포가, 마담으로 하여금. 그렇게 경멸했었던 신의 아이들에게 고개를 숙이도록 만들었다.

       

       

       “죄, 죄송합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지금은 어떻게든 넘기고. 나중에 녹스와 하데스에게 바로 보고해서……!’

       

       

       “좋아, 사과는 했으니. 목숨을 거두지는 않겠다.”

       

       

       “가, 감사합니……?”

       

       

       그러나, 마담은 말을 끝까지 할 수 없었다. 어느새, 아이작은 자세를 잡고 있었다. 검을 배우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누가 봐도 당장 검을 뽑아 뭔가를 할 것이라는 사실을.

       

       

       서걱.

       

       

       뭔가가 잘리는 듯한 섬뜩한 소음이 울려퍼졌다. 따듯한 햇빛이 머리에서 느껴졌다. 잠깐만, 햇빛이 느껴진다고? 마담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 불안은 곧 현실이 되었다.

       

       

       “내, 내 달빛의 눈물이?!?!”

       

       

       그렇다. 말 그대로, 아이작은 검을 뽑아서 달빛의 눈물을 반으로 갈라버리고 만 것이다. 균열이 일어나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고, 건물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지도 않았다.

       

       

       그냥 반으로 갈라진 그 상태로 멈춰 있었다. 마치 자신이 베인 것조차 눈치채지 못한 것처럼. 아이작은 검을 칼집에 집어넣었다. 그런 아이작을 향해서 마담이 악을 썼다.

       

       

       “대체 왜 이 지랄이야!!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아직도 자기 잘못을 모르는 건가?”

       

       

       “기드온은 원래부터 약육강식이었잖아!!”

       

       

       하데스 길드가 집권한 이후로, 오직 강자만이 대우를 받고. 약자는 철저하게 도태되었다. 자신은 그저 그 방식을 따랐을 뿐이다. 근데, 근데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틀린 말은 아니군.”

       

       

       “그, 그래! 내가 더 강하니까! 내 멋대로 한 것뿐이야!”

       

       

       “그 말을 그대로 돌려주지.”

       

       

       “뭐……?”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마담은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아니, 돌아갈 수 없었다. 평생을 일궈온 성과가 박살나고 말았으니. 그런 마담을 위해 아이작은 말했다.

       

       

       “최강인 내가 이 아이들을 지켜주기로 정했다.”

       

       

       그러니, 아이들을 건드린 네 잘못이다.

       

       

       안 그런가?

       

       

       마담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혼절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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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Status: Ongoing
I possessed the body of a guild master who ruined the guild. "We are all family." Since I was already possessed, I decided to stick to the concept hard. The guild members' obsession is no joke. Help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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