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9

       눈앞에 움찔거리며 당황 속에 허우적거리는 마하나가 보인다.

         

       눈빛이 말한다.

         

       어째서 당신이 그걸 알고 있냐고.

         

       몸집이 호소한다.

         

       수상하고 의심스럽다고.

         

       나도 잘 안다.

         

       이건 모 아니면 도…아니 오히려 악수에 더 가까운 수라는걸.

         

       누가 봐도 미심쩍기 짝이 없다는 걸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없어.’

         

       내 생각보다 마하나의 개인 스토리 최악의 루트가 빨리 진행되었다.

         

       오늘 있었던 의무 토벌에서 그녀를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으며, 설마 당장이라도 무너지기 일보 직전에 놓였을 줄은 몰랐다.

         

       ‘…안돼.’

         

       나는 죽어도 마하나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수상하다는 거 잘 압니다.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 잘 압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마하나씨.

         

       “지금 당장 당신을 이해시킬 수단 따위…저에게 없습니다. 의문스러운 부분을 해명할 방법도 없고요.”

         

       “……왜.”

         

       “…네?”

         

       “…왜 그렇게까지…저를 붙잡으려고 하시는…거죠?”

         

       마하나의 모든 것이 나를 향해 물어보고 있었다.

         

       왜 그렇게까지 노력하냐고.

         

       오늘 처음 만난 인연에 불과한 거 아니냐고.

         

       “유세하씨라면 더욱 좋은 탱커를 구할 수 있을 거예요. 저 같은 낙오자가 아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려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네?”

       “제가 나아갈 미래에서, 삶에서 언제나 전위로 서 있는 것은 당신 말고는 그려지지 않습니다.”

         

       그렇다.

         

       상상되지 않는다.

         

       아니 원하지 않는다.

         

       므냥이 말고 다른 메인 탱커라고?

         

       ‘꺼지라 해.’

         

       나에게 있어 그녀야말로 믿을 수 있는 등이다.

         

       원래 세상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여기서 또한 같다.

         

       순간, 살벌하게 나를 노려보는 다른 시선이 느껴진다.

         

       임혜자.

         

       바로 전에까지 남자 친구냐며 좋아하던 모습은 온데간데도 없이 사라진 모습.

         

       나는 그제야 내가 알던 인 게임에서의 그녀를 보는 듯했다.

         

       ‘대표적인 지도관 배척 NPC.’

         

       ‘고스라’의 지도관은 성별도 얼굴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아마 유저들의 다양한 연령대, 성별을 고려한 암묵적 요소일터.

         

       다만 가장 중요한 주인공이자 관찰자의 위치만큼 대다수 인물이 지도관에게 호의적이다. 하지만 싫어하는 소수의 인물도 있기 마련.

         

       그중 한 명이 임혜자이다.

         

       ‘이유는 간단하지.’

         

       딸아이 같은 마하나를 위험천만한 헌터의 세계로 끌고 간 원흉이니까.

         

       그래 당연한 표정이다.

         

       이것 또한 나의 이기심이겠지.

         

       여기서 대장간일 도우며 오순도순 둘이서 사는 게 더 행복할지 모른다.

         

       전처럼 쓴소리도, 손찌검도, 모욕적인 말도 듣지 않으면서 일한 만큼 정직하게 돈을 받고 살아가는 그런 미래야말로 마하나에게 어울릴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허나, 단언한다.

         

       아니다.

         

       그것은 그저……

         

       “꿈을 포기한 시체에 불과합니다.”

       “……!!!”

         

       나의 말에 마하나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나는 그녀를 보며 확신했다.

         

       마하나는 이 길을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

         

       진정한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였던 그 일이 절망으로 바뀌어 병마처럼 퍼져 그녀를 뒤덮을 거다.

         

       “…저는 당신을 그렇게 둘 수는 없습니다. 그저 살아가기만 하는 그런 삶을 당신에게 주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망부석처럼 굳어있는 마하나를 보며 잠깐 과거를 회상했다.

         

       1시간 전.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마하나를 붙잡지 못했다.

         

       많이 고민했다.

         

       그녀를 설득해야 했다.

         

       ‘…하지만 대체 무슨 수로?’

         

       뭐라고 말한 건데.

       오늘 처음 본 사이이다.

       아무리 ‘브레이크 아웃’의 위기를 서로 겪고 목숨을 함께한 사이라고 하여도 나와 그녀 인연의 깊이는 고작 하루이다.

         

       겨우 말 한마디로 그녀의 마음을 돌리게 할 만큼의 연이 나에게는 없다는 소리다.

         

       ‘…그래서 등신 새끼처럼 고민했지.’

         

       그래서 병신처럼 가만히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수가 없었으니까.

         

       도저히 그녀를 납득시킬 이론, 지론, 명분, 개연성, 타당성이 나에게는 없었으니까.

         

       ‘그래서 포기했다.’

         

       고민하는 것을 말이다.

         

       이따금 생각한다.

         

       나는 정말 머리가 좋지 않다고.

         

       유식한 놈들은 화려한 말빨로 그녀를 설득시키겠지만, 나에게는 그런 재주가 없었다.

         

       ‘하지만…’

         

       그 누가 와도 지지 않을 한 가지는 있다.

         

       마음.

       지도관으로서의 마음.

       최애캐를 사랑하는 마음.

         

       유세하로서 그녀와 같이 아카데미에 입학하여 헌터의 정점을 찍겠다는 마음.

         

       ‘…아니 이것도 변명이다.’

         

       결국은, 그저 웃는 걸 보고 싶다.

       마하나가, 므냥이가 행복하게 웃는 걸 보고 싶다.

         

       꿈을 이루어내고 해맑게 미소짓는 그 힘찬 웃음이 보고 싶다.

         

       “…제가 내세울 것은…이 마음 하나뿐입니다.”

         

       그리고 이것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이다. 알겠냐? 너처럼 나뭇가지 들고 다 썰어버리는 그런 살의는 마음이 아니라고 이놈아.

         

       ‘…개소리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이럴 때 아버지라는 작자의 말이 떠오르는 거 보면 피는 안 이어졌어도 내가 그 사람 자식이긴 한가 보다.

         

       나는 가슴속에서 활활 타오르는 무언가를 움켜쥐었다.

         

       “맹세할게요. ”

         

       당신을 위로 올려드리겠습니다.

       언제나 옆에 있겠습니다.

         

       “그러니 제 손을 잡아주세요.”

         

       *

         

       10초.

         

       마하나가 유세하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침묵의 시간.

         

       하지만 체감상 수년은 지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머릿속 이성이 말하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대체 오늘 처음 본 그를 뭘 믿고 다시 위험한 업계에 뛰어드냐고.

         

       하지만 내면에 있는 목소리가…자신의 어깨를 붙잡았던 그 존재가 천천히 등을 밀고 있었다.

         

       ‘한 번만…’

         

       한 번만 더…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따듯해.’

         

       온기가 파도처럼 밀려온다.

       마하나는 유세하에게서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느꼈다.

         

       백색으로 밝게 빛나는 무언가.

       대체 저건 뭘까.

       뭐길래 저리 아름다운 걸까.

       무심코 그의 옆에 다가가고 싶었다.

         

       천천히 손을 뻗는다.

         

       덥석―!

         

       하지만 그것을 만류하는 사람이 있었다.

         

       임혜자. 가족 같은 언니가 자신의 손을 붙잡고 고개를 젓는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본 적 없던 표독스러운 얼굴로 유세하를 노려보았다.

         

       “…당신 듣자 듣자 하니까…”

         

       눈살을 찌푸리며 이를 갈아댄다. 마치 원수를 보는 눈빛이었다.

         

       “햇병아리라고 이 업계를 잘 몰라서 그런가 본데…애는 너보다 한참 선배야. 그리고 이미 받을 만큼 상처를 받은 아이라고! 이 이상…이 아이를 괴롭게 만들지 마!”

         

       “……”

         

       유세하는 후우 하고 한숨을 쉬었다.

         

       허공에 뭔가를 조작하더니 푸른빛의 창을 펼치었다.

         

       “…상태창 공개?”

       “미안합니다. 하지만 지금 보여드릴 수 있는 신뢰는 이게 다예요.”

         

       줄 수 있는 것도 없다.

       담보로 걸 것도 없다.

       하지만 그게 무슨 대수인가.

       언제나 중요한 건 마음이다.

         

       ‘…이곳에 빙의되고 나서 처음 다짐한 게 있었지.’

         

       바로 미래에 펼쳐질 메인 스토리를 두려워하며 나의 개입을 적게 하는 것.

         

       그렇게 하지 않을 거다.

         

       내가 ‘고스라’에 나타난 이상.

       이건 나의 미래고, 나의 이야기이다.

         

       적어도 나의 이야기에서 므냥이가 꿈을 포기하고 마음의 병을 얻어 점점 죽어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할 수 있는 모든 건 다했다.’

         

       이제 결과만을 기다릴 뿐이다.

         

       한동안 조용한 침묵이 감돌았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마하나.

         

       곧 시선을 마주쳤다.

         

       감았던 눈을 뜨며 나를 바라본다. 죽어있던 동공과 홍채에 미약한 빛이 감돈다.

         

       묘인족 특유의 황금빛 눈동자가 생기와 활력을 머금기 시작한다.

         

       물론 그늘진 어둠. 이번에도 실패할 거라는 두려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다시금 한번 용기를 내는 것이 느껴진다.

         

       덕분에 나는 그녀가 내릴 답을 한발 일찍 알 수 있었다.

         

       “믿을게요.”

       “므냥아!”

       “…언니. 나를 위해서 도와주고…그런 제안도 해준 거 정말 고마워. 그리고…미안해.”

         

       마하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나, 마지막이어도 좋아. 한 번만 더 도전해보고 싶어…이대로…포기하고 싶지 않아.”

         

       “……하아 바보 같은 녀석.”

         

       임혜자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흔히,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있던가.

         

       ‘…진짜 딱 그거네.’

         

       정말이지…자기 마음대로 풀리는 게 없었다.

         

       *

         

       10분 뒤.

       서로 대화를 나누는 유세하와 마하나.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내일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 그는 임혜자의 표독스러운 눈빛에 쩔쩔매며 도망치듯 밖으로 나갔다.

         

       “므냥아.”

       “…응?”

       “너 대체 뭘 믿는 거야. 저 남자에게서?”

       “……”

       “상태창도 확실히 중요한 정보지만, 그다지 너에게 의미 없잖아?”

         

       그건 맞다.

         

       유세하 입장에서는 문보라가 말해줬던 것 그대로 상태창을 공개한 것에 지나지 않지만.

         

       사실 그 행위는 마하나에게 조금도 담보가 되지 않았다.

         

       “맞아. 의미 없지.”

       “…그러면…!”

       “하지만 닮았어.”

       “…응?”

       “아빠랑-”

       “-미안한데. 선배보다는 저 기생오라비가 100만 배 더 잘생긴…-”

       “-아니 아니! 외모 말고 눈빛 말이야. 눈빛!”

       “…눈빛?”

       “응…”

         

       마하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을 쳐다보던 그 눈빛.

         

       언제나 따스하게 바라보며 믿어주던 아버지의 눈과 닮았다.

         

       그 빛이 그에게 느껴졌다.

         

       “…그러니 한 번만 더 믿어보려고.”

       “…나 참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혀도 난 모른다.”

       “…헤헤.”

         

       밤이 깊었기에 마하나 또한 이만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생각하였다.

         

       딸랑딸랑―!

         

       그러자 다시 울리는 방울 소리와 함께 재등장한 유세하.

         

       그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쳐다보는 두 사람을 보며 멋쩍게 볼을 긁적였다.

         

       “…저기, 그…죄송한데…”

         

       그리고 산산조각이 난 칼을 보여주었다.

         

       “…카, 칼…하나 싼 거 있을까요? 아 그리고 싸구려라도 좋으니 소모품용 독액도 하나만…”

         

       “……”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부터 다시 원래 시간대인 밤 12시 5분으로 돌리겠습니다. (목표로 했던 수치에 금방 도달해버려서…전부 독자님들의 과분한 사랑 덕분입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특별한 일이 있는게 아닌 이상 이 시간대를 유지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다음화인 20, 21화도 연참으로 올리겠습니다.

    선작과 알람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아직 누르시지 않은 분이 있다면 한 번씩만 부탁드립니다. 🙂

    다음화 보기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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