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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

       * * *

       

       

       

       

       소련 모스크바

       

       이 무렵, 소련은 모스크바에서 좌파들이 시위를 벌였다.

       

       사유재산을 불허하면서 농민들을 집단농장에 집어넣지를 않나. 인민을 강압적으로 대우하며 권위주의를 펼치는 볼세비키에 더는 참지 못했다.

       

       다양한 개혁을 진행하는 황녀와는 완전히 달랐다.

       

       소비에트는 농민들에게 복종을 요구하고 폭력으로 그들을 탄압하며 공포정치를 펼쳤다.

       

       만일 백군이 실제 역사처럼 소비에트보다 더 답이 없었다면 모르지만.

       

       놀랍게도 지금 소련 인민들에게는 소비에트의 볼셰비키가 아닌 황녀의 백러시아란 선택지도 있었다.

       

       설령 그것이 아니라고 해도.

       

       그리도 믿어서 따른 볼셰비키가 황녀보다 못하다는 사실에 좌파 노동자들이 파업하고 시위를 벌였다.

       

       

       “볼셰비키가 하는 게 뭐냐!”

       “이럴 거면 차르 시절이 나았다!”

       “빌어먹을 사유재산을 불허한다고? 니들이 뭔데?”

       “전쟁 좀 작작해라!”

       

       

       파업에 이어 시위.

       

       소련의 인민들은 지금이 차르정 때보다 더하다고 여겼다.

       

       아니, 오히려 차르정의 뒤를 잇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황녀의 러시아는 소련보다 훨씬 더 노동자를 대우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만큼 배신감이 더했다.

       

       이래서야 정말 볼셰비키는 백러시아의 소문대로 권력만 탐하려고 노동자들을 선동한 것이 아닌가.

       

       시위는 격해지고 있었고, 계속되는 악순환 속에서 소련은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문제는 하필 그 결단을 내릴 위치를 트로츠키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트로츠키 동지. 최근 파업과 시위규모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모조리 때려잡아! 본보기를 보이란 말일세! 체카는 뭐 하는 것인가?”

       

       

       트로츠키는 시간이 갈수록 과격해졌다.

       

       모조리 때려잡고 본보기를 보여라.

       

       이건 그냥 피의 일요일이 재림한 것이 아닌가.

       

       하다못해 차르도 저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트로츠키의 측근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트로츠키라고 변명할 거리가 없는 건 아니었다.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뒤에서 반동들이 개입해올 수도 있고. 최악에는 레닌과 트로츠키가 그러했듯, 저들끼리 새로운 혁명을 일으킬 것이다.

       

       그 혁명은 황녀의 영향을 받았을 테고, 다시 러시아는 저 빌어먹을 제국주의 시절로 회귀할 수 있다.

       

       

       “그 너무 과격한 것은 아닌지.”

       “아직도 모르겠나? 우리가 지금 이 고비를 넘기지 않는다면 차르 꼴을 면치 못할 걸세! 지금 예카테리나 3세라 불리는 계집이 우리를 내부에서부터 흔들고 있다는 말이야!”

       

       

       트로츠키는 다급했다.

       

       한번이 어렵지 한 번 혁명 맛을 본 인민들이 가만히 있을까?

       

       그러니 답은 오로지 하나뿐이었다.

       

       

       “나 혁명 마려운데.”

       “그럼 뒤져!”

       

       

       당연히 볼셰비키는 혁명이 일어날 것을 막기 위해서 무기를 들었다.

       

       피를 봐서라도 한동안은 공포정치를 펼쳐야 한다.

       

       그렇게 노동자들이 굴복하고 나면 자기들이 하려는 개혁을 먼저 해버리며 혼란만 일으키는 황녀를 무너트리고 진정한 노동자의 나라를 설립한다.

       

       그게 답이었다.

       

       

       “트로츠키 동지가 너무 조급한 것 같습니다.”

       “어쩌겠나. 황녀는 우리의 약점을 너무 잘 알고 있네.”

       

       

       황녀는 태생부터가 좋은 말로 인민들을 꾀어내 시작된 소비에트의 약점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본래 소비에트가 할 만한 정책들마저 자신이 인민들 앞에 나아가 직접 설명하고 시행했다.

       

       물론 내전 중인 국가가 개혁을 하면 얼마나 할까.

       

       드넓은 러시아 곳곳에 그 개혁이 진행될 지는 모르지만.

       

       현 러시아의 상황을 주도면밀하게 살피던, 스탈린은 잘 알고 있다.

       

       

       ‘무서운 계집이다.’

       

       

       그 개혁은 민심을 황실로 돌리기 위한 것도 있겠지만, 황녀의 개혁은 소비에트를 겨냥한 것이다.

       

       소비에트는 이미 몇 번이나 인민들에게 개혁을 약속하고 시행해보려고 다듬고 그래 왔다.

       

       그런데 마치 황녀는 소비에트가 하려는 계획을 조금 더 입맛 돋우게 변화시켜서 개혁을 시행했다.

       

       사유재산을 불허하여 원성을 산 소비에트와 달리 황녀는 사유재산을 인정했고. 그것을 기반으로 개혁을 선언했다.

       

       내가 이렇게 먼저하면 너희가 뭘 할 수 있는데?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이제 무엇을 하든 소비에트는 황녀를 따라 하고 있다는 꼬리표를 떼기도 어려워졌고. 이것은 소비에트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었다.

       

       언젠가 소비에트의 1인자가 되려고 한 스탈린에게는 좋지 못한 징조였다.

       

       그 전에 황녀를 어떻게든 잡아야 한다.

       

       저 반동들을 쓸어버려서 인민들이 소비에트를 따르도록 해야 한다.

       

       물론 갈 길은 멀었고 지금은 레닌의 의중을 파악해야만 했다.

       

       

       “그럼 레닌 동지께서도 트로츠키와 뜻이 같습니까?”

       “일단 우크라이나를 탈환할 생각일세.”

       “우크라이나를요?”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려야 하지 않겠는가.”

       

       

       과연 이런가.

       

       레닌 동지도 무너지고 있었다.

       

       당장 권력 지키기에 급한 것이다.

       

       그래. 뭐 그게 당연하기는 하다.

       

       지금 당장 소비에트의 존속 자체가 어려워졌다.

       

       여기서 권력을 잃는다는 건 레닌만이 아니라 공산당의 모두가 인민의 단죄를 받을 것이 너무 뻔했다.

       

       즉, 지금 소비에트가 권력을 잃는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했다.

       

       차르가 당한 짓을 똑같이 당해버릴 수 있다.

       

       그래도 스탈린은 다행이라 여겼다.

       

       레닌과 트로츠키가 여기서 인민의 불평과 불만을 다 받아주면서 고기 방패 역할만 제대로 해준다면.

       

       황녀가 오히려 도와준 격이 아닌가.

       

       

       ‘내게 기회가 온다.’

       

       

       황녀의 압박은 반대로 스탈린에게는 기회로 작용했다.

       

       생각보다도 그 기회는 빨리 올 거 같다.

       

       그러자면 일단 당의 간부들을 같은 편으로 만들어야겠지.

       

       

       “스탈린. 아무래도 레닌 동지도 너무 조급해지신 것 같지 않은가.”

       

       

       레닌. 트로츠키의 동향을 파악하고 나오는 길에 보로실로프가 스탈린에게 말했다.

       

       그래. 이들도 봤을 것이다.

       

       레닌과 트로츠키는 너무 과격하게 변했다.

       

       여기서 스탈린은 판을 깔아야 했다.

       

       일단 자신과 함께하기에 알맞은 작자들을 모으고, 후일 숙청해야 할 자들도 분명히 걸러내야 한다.

       

       지금부터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음. 과격하긴 하지만 우크라이나 탈환은 해야 하는 일이긴 하지.”

       “그럼 자네도 찬성한다는 건가?”

       “나는 모르겠네. 탈환하려면 지금이 적기기도 하고 인민의 불만을 당이 아닌 외부로 돌리려면 지금은 다른 곳을 쳐야 하네. 하지만 그래서야 인민이 피를 흘릴 것이 아닌가. 하여 나는 모르겠네.”

       “레닌 동지께서 트로츠키가 아닌 자네를 옆에 두셨어야 했는데.”

       

       

       보로실로프를 비롯한 당의 간부들은 스탈린의 한탄에 씁쓸해했다.

       

       이러자고 혁명을 한 것이 아닌데.

       

       볼셰비키의 정권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이것은 당의 간부들이 원한 혁명이 아니었다.

       

       이래서야 차르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붉은 깃발 아래에 무엇이든 할 것만 같았는데.”

       “어쩌겠는가. 우리는 레닌 동지를 믿어야지.”

       

       

       스탈린은 아무도 모르게 조소를 머금었다.

       

       지금 당장은 계속 사람 좋게 따르는 척을 한다.

       

       그리고 레닌과 트로츠키가 제 할 일을 마치고 인민들의 감당 안 되는 원성에 모래성 마냥 무너지려는 그때.

       

       자신이 나서야 한다.

       

       새로운 혁명으로 레닌과 트로츠키를 축출한다.

       

       

       * * *

       

       

       소련은 몸살을 앓고 있다.

       

       이쪽에 합류한 오흐라나(러시아 제국 공안질서수호국)가 알아온 소식에 의하면 트로츠키의 군대 개혁은 생각대로 스탈린에 의해 발목이 잡혀 있었다.

       

       원래라면 백군이 주도권 다툼이나 하며 싸울 무렵에, 군대 재건을 마치고 500만이란 대군으로 백군을 몰아붙이는데.

       

       지금은 그게 가로막혀있다.

       

       스탈린은 우리도 힘을 키우느라 자기네들을 공격하지 못할 거로 판단했는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그는 트로츠키의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명분은 충분했을 것이다.

       

       예카테린부르크 공격실패, 남러시아의 예카테린부르크 임시정부 합류, 개혁은 지지부진하면서 군대만 머릿수만 키우는 무능한 공산당의 압제에 질려 속속 백군에 합류하는 중소도시.

       

       스탈린 쪽은 개혁부터 하고 군대를 기르자는 쪽이라고 한다.

       

       이거 어쩌면 시간을 조금 더 들여도 될 것 같다.

       

       실제 역사와 달리 이쪽의 백군은 발트와 핀란드 방면을 제외하고 군대가 통합되었고, 열강의 지원 아래에 백계 러시아는 무럭무럭 크고 있었다.

       

       표트르 브란겔을 남러시아 일대의 군대와 카자크, 일부 시베리아 백군을 통합해 ‘해방군’ 총사령관으로 임명하고 천천히 서진을 개시했다.

       

       물론 신신당부했지만, 전투는 벌이지 않았다.

       

       알아서 볼셰비키의 압제에서 해방되려는 도시들이 브란겔의 군대를 맞이했고. 이렇다 할 전투가 없다 보니 트로츠키만 더 주옥 된 거다.

       

       반면에, 표트르 브란겔 휘하의 백군은 날마다 백러시아로 합류하는 도시로 인해 백군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안톤데니킨의 군대는 지금 당장 움직이지 않았다.

       

       그쪽 방면은 우크라이나 때문에 그곳을 지켜야 한다고.

       

       영국의 2중대가 되어버린 독일의 지원이 눈부셨다.

       

       그들은 게르만 족의 자존심 따위는 사실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영프미가 하라는 대로 우리에게 막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더불어 기술인력 지원까지.

       

       그 덕분에 만일 지금 내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 일반적인 여대공의 영지물이었다면 치트키라도 쓴 것 같은 수준인데.

       

       솔직히 수상하기 짝이 없다.

       

       독일이, 동맹국도 아니고 원래 적국을 상대로 이렇게 잘해준다고?

       

       상식적으로 이상하잖아.

       

       차라리 영국에 사정사정해서 자기들이 빨갱이들을 상대하겠다고 하지.

       

       무슨 생각일까.

       

       

       “예카테린부르크를 중심으로 새로운 철도망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두마의 대표가 되어버린 콜차크가 보고를 했다.

       

       그래. 예카테린부르크는 이제 수도의 기능을 하고 있다.

       

       

       “볼셰비키를 싫어하지만 너희도 싫어!”하면서 백계 러시아 곳곳에 테러를 벌이는 놈들도 사라졌다.

       

       

       실제 역사에서 백군은 통합도 제대로 안 되고 한참 기세 좋을 때, 차리친도 탈환하지 못했으며, 뒤에서 볼셰비키든, 비볼셰비키 좌파 놈들이든 간에 백군을 뒤에서 테러질하며 괴롭힌 놈들이 많았다.

       

       내가 하는 일들이 마음에 든다거나, 또는 테러를 일으키는 분노조절장애를 잘 고쳐질 정도로 백계 러시아가 커졌다거나, 그도 아니면 지금 빨갱이들이 반쯤 무지성으로 병신 짓을 할 때 극동에 있는 빨갱이를 두들겨 잡아서인지는 모르지만.

       

       

       “철도망은 드넓은 영토를 가진 러시아에 인간의 육체에 피를 돌게 하는 핏줄과 같습니다. 그 중심은 심장이 되겠죠. 이 예카테린부르크가 반드시 그 심장부가 되어야 합니다.”

       

       

       내전이라 어쩔 수 없다지만.

       

       슬슬 좀 그럴듯한 인물이 나오지 않나?

       

       나 혼자 멱살 잡고 반갈죽난 러시아 끌어올리기 참 힘든데.

       

       개혁을 진행 중인 귀족들이나 예카테린부르크 시민 대표들이 지금 장관직까지 다 겸하고 있지만.

       

       임시정부가 제대로 정부를 수립하고 나면 좀 인재도 올리고 해야 하는데. 그때 가면 다 죽어있는 건 아니겠지.

       

       

       “그래도 독일제 무기랑 물건이 너무 들어오는데.”

       “저희에게는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독일제국이 우리에게 뭘 얻어먹으려고 이러는 건가.

       

       심지어 공장까지 싹 다 예카테린부르크며 남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쪽에 싹 다 박아버렸다.

       

       그것도 군수공장을.

       

       독일 애들이 원래 이렇게 잘 퍼주던 놈들인가?

       

       이걸로 배상금 좀 봐준다고 했나?

       

       아무리 그래도 게르만 자존심에 이렇게 다 퍼주는 건 말이 안 되는데. 심지어 패전한 주제에 왜 굳이?

       

       

       “황녀님. 독일이 현지에서 전차 생산을 도와준답니다.”

       

       

       이번엔 미하일 드로즈돕스키가 신난 듯 말했다.

       

       이 사람 전차 박이 된 지 오래-

       

       뭐? 전차 생산을 돕겠다고?

       

       

       “예?”

       

       

       그놈들이 전차를?

       

       아니야, 잠시만, 독일 이놈들이 이렇게 순수하게 정말 다 주지 않을 텐데?

       

       왜 독일놈들이 전차를 뽑는 걸 도와준다는 건가.

       

       얘네 전차 얼마 뽑지 못하고 패배했잖아. 아닌가?

       

       

       “왜 돕는지는 알고 있습니까?”

       “이유는 ‘카이저’께서 황녀님을 보면 루이제 황녀가 생각 나 아낌없이 지원해주고 싶지만, 영프의 눈이 있으니 비밀로 하면서 도와주겠다고.”

       

       

       아니, 명백하게 수상하잖아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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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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