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90

    <190 – 용사의 강함>

     

    용사 이슈타르.

    그녀는 기억하고 있다.

    주신께서 권능을 하사하시며 남긴 말씀을.

     

    -너의 미숙함을 지켜줄 것은 세 장의 보호막뿐이니, 성광을 깨우치기 전에 보호막이 한 장이라도 깨진다면 전력을 다해 싸우고, 두 장이 깨진다면 반드시 도망쳐라. 세 장이 깨진다면 신의 강림만이 너를 살려줄 것이니라.

     

    한 방 먹은 기분이었다.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다재다능함도 눈여겨보았다.

    용사파티의 동료후보로 손꼽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렇게까지 강해서는 안 됐다.

     

    ‘보호막이 한 장 깨졌어.’

     

    죽이지 않고 버릇을 고치겠다느니, 힘으로 제압해서라도 따르게 만들겠다느니.

    그런 미련과 망설임을 담은 검으로 확보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이 아이는 그녀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

     

    “조금만 더 약하지 그랬니. 그랬다면 널 힘으로라도 굴복시킬 수 있었을 텐데…”

    “흥. 이슈타르야말로 힘의 차이를 깨닫고 순순히 물러나는 게 어때요? 더 덤비면 아픈 꼴을 보게 해줄 거라고요? 용사의 보호막은 한 장이잖아요?”

    “…그것도 재단이 알려준 거니?”

    “앗, 으음… 마, 말할 수 없어요. 비밀이에요!”

     

    [거짓]

     

    재단의 금제조차도 없이 온갖 비밀을 자유롭게 논할 수 있는 아이.

    용사의 성검이 진동하며 빛을 뿜어내기 시작하니 오크노디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이것이 성검의 진정한 위력을 발휘하는 <성검해방>이라는 사실까지 아는 것처럼.

     

    사악한 힘.

    망가진 정신.

    모방하는 감정.

     

    저런 나쁜아이가 용사의 비밀을 모두 알고 있는 이유를 그녀는 하나밖에 떠올릴 수 없었다.

     

    ‘처음부터 용사의 적이 될 작정이었구나. 다크프린세스처럼 흉흉한 클래스가 드러난 것도 교수님들이 내게 이 사실을 간접적으로 암시하기 위함이었어.’

     

    그런 줄도 모르고 교수님들도 은근히 저 아이를 아낀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어리석었다.

     

    <성검해방>

     

    “엣? 성검해방? 어째서?”

    “네가 그만큼 나쁜아이이기 때문이야.”

    “나쁜아이 기능에 이런 페널티가 있었다니!?”

    “영문 모를 소리도 가식도 집어치워. 살고 싶다면 힘을 쓰지 말고 순순히 베여. 네 안의 모든 암흑마나를 정화해줄 테니.”

    “아니, 그건 곤란하거든요? 제 마력피스는 암흑마나가 대부분인데!”

     

    우는 소리도 넘어가지 않는다.

     

    <가속잔상검 – 위장궤적>

     

    다시 한 번 펼쳐지는 몸이 여러 개로 늘어나는 것처럼 펼쳐지는 잔상의 연속동작.

     

    <성검기능 – 정화>

     

    모든 부정한 힘을 배제하는 빛의 파장이 펼쳐지자 잔상이 일제히 깨지며 어느새 지척까지 도달한 오크노디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미 현역 고위암살자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기술은 대단했지만 성검 앞에서는 결국 여기까지다.

     

    ‘아프더라도 견뎌내는 건 네 몫이야. 이 검은 물리적 신체를 베지는 못하지만 악한 존재일수록 강한 데미지를 입히며 부정한 힘을 정화하는 성검이니까.’

     

    그녀가 진정으로 돌이킬 수 없는 악마적인 존재라면 검에 베이고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피격횟수가 늘어날수록 타격은 심해지고 부정한 힘이 정화되는 속도보다 숨이 끊어지는 속도가 더 빨라 목숨을 잃기도 하겠지.

    하지만 이슈타르는 믿고 싶었다.

    오크노디를 따르는 사람들을.

    그들이 오크노디를 대하며 그녀를 ‘착한아이’로 취급하던 것이 교활한 연기에 놀아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저 아이의 내면 어딘가에도 선한 마음이 있을 거라는 사실을.

     

    <홀리 스마이트Holy Smite>

     

    절명기 – 10연속 찌르기.

    악한 존재라면 확실하게 멸할 수 있을 기술 대신, 일격에 크게 몰아치는 공격으로 전환한 것은 막판에 흔들린 마음 탓이었다.

    그것은 오크노디에게는 여러모로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었다.

     

    <암흑장막>

     

    어느새 펼쳐졌던 어둠의 방어막이 깨지며 위력을 경감시키고, 한 번뿐인 공격이 신체에 데미지를 입히며 경감된 정화의 힘을 발휘했으니까.

    10분의 일.

    아니, 경감데미지를 포함하면 절명기의 30분의 일 수준에 불과한 정화.

    그마저도 용사 이슈타르의 예상 이상으로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으니까.

     

    용사 이슈타르의 몰아붙이기.

    효과는 대단했다.

    오크노디의 입에서 피가 새어나왔다.

    많이.

    그것도 굉장히 많이.

    저러다 죽어버리는 건 아닌지 두려워질 정도로.

     

    “오크노디!?”

     

    이슈타르가 깜짝 놀라 공격을 멈추었다.

    오크노디도 제 입에서 흐르는 피에 당황해서 한 손으로 입을 닦다가 피범벅이 된 손을 어떻게 해야 할지 헤맬 정도로.

    그 사실은 명백했다.

    마에 물든 마수.

    마수를 조종하는 인간, 마인.

    그런 마인마저 지배하는 마족.

    그중에서도 악에 치우친 악마족.

    악마족 중에서도 대악마라 불릴 정도로 사악한 존재들만이 입을법한 엄청난 데미지가 오크노디의 내장을 진탕시켰다는 뜻이니까.

    저 아이는 착한아이가 아니다.

    악에 물든 수준을 넘어서 악 그 자체.

    장차 세상에 재액을 뿌릴 대악마급의 사악한 존재.

    다크프린세스Dark Princess였다.

     

     

    * *

     

     

    앗.

    식후에 너무 격하게 싸우면서 복압이 올라간 탓에 입에서 <상급반 탑승물 보관소>에서 훔쳐 먹은 박쥐전용 동물피 드링크가…!

    마치 엄마한테 꾸중을 받는 아이처럼 시스템의 눈치를 봤다.

    아니지?

    치사하게 뱉고 싶어서 뱉은 것도 아닌데 먹뱉 했다고 도감수집 압수 이런 거 없지?

     

    “당신… 입에서 그 피는…”

    “시, 신경 쓰지 마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니긴요. 무리하고 있잖아요.”

    “솔직히 좀 쫄리기는 해요.”

    “대체 그 어린 나이에 무슨 짓을 했으면, 어떤 삶을 살아왔으면 그렇게까지 마에 물들 수 있는 거죠?”

    “몰?루.”

     

    이슈타르의 얼굴이 점점 울 것처럼 변한다.

    철컥.

    동정심을 느끼면서도 물러서지 않는 결단력.

    그 또한 용사의 자질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이슈타르는 정말 엄청난 용사가 되겠지.

    그래서 더 무서웠다.

     

    ‘나쁜아이가 너무 많이 올라서 파워업을 잔뜩 했나봐. 이를 어쩌지?’

     

    원래 용사는 동급생에게 성검을 해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마인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3학년부터 힘을 사용하지, 1학년부터는 결코 아니었다.

    즉, 이건 1학년 1학기에 3학년 1학기 진도를 선행학습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진도가 너무 가혹해!

    용사가 입술을 질끈 깨물며 달려들려던 순간, 검을 크게 위로 세웠다.

     

    땅땅땅!

     

    상당한 힘이 실린 암기가 튕겨져 나가며 내 앞으로 귀 밑까지 덮는 단발머리의 여자아이가 착지했다.

    가볍다.

    그리고 유려하다.

    신체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부드럽게 이어지는 아름다움마저 느껴지는 실력자.

     

    “거기까지 해. 아무리 당신이 용사라고 해도 오크노디가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어.”

    “잘한다, 즈앙! 이슈타르를 부서버ㄹ… 우에에.”

    “바보. 말하지 마. 피가 계속 나오잖아.”

     

    즈앙의 말에 체라도 한 것처럼 자꾸 입 밖으로 새어나오는 점심에 훔쳐먹은 피를 위장 속으로 차분히 가라앉히려 애쓰는 사이.

    복도 뒤편에서 새하얀 냉기가 느껴졌다.

    이 냉기.

    설마 레이브 교수인가?

    용사를 움직이게 한 것도 설마 그 사람의…?

    긴장도 잠시.

    레이브 교수의 것과는 다른 성질의 냉기를 느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도 도와드리죠.”

    “아이린. 끝내 그 아이를 돕기로 결정한 건가.”

    “그렇게 됐네요. 향후는 용사의 적이 되겠죠.”

     

    응?

    이 사람들 갑자기 무슨 대화를 하는 거야?

    아이린이 용사의 적?

    내 편을 들어줘?

    갑자기 왜? 이건 또 무슨 이벤트인데?

    이런 이벤트 없었는데?

    당황한 내 어깨를 차가운 바람이 부드럽게 스쳐 지나갔다.

     

    “그런 표정 짓지 말아요. 세상 모두가 당신의 적은 아니니까.”

    “아니, 그게… 누가 설명 좀 해주실래요?”

    “알고 있어요. 당신이 사악한 힘을 쓰고 있고, 잘못된 길을 걸을 수도 있다는 건.”

    “!”

    “용사는 그런 당신을 용서하지 못했지만, 저는 당신의 책임이 아닌 재단의 책임이라 믿어요. 그 사악한 힘도 저런 극단적인 수를 쓰지 않고도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바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즈앙이 새침하게 쏘아붙였다.

     

    “잘난 체는 나중에 해도 좋으니까 저 괴물 같은 기세나 어떻게 해주지 않을래? 면전에서 직접 감당하려니 엄청 부담되거든. 진심으로.”

     

    내 앞에 서서 용사에게 맞서고 있는 즈앙의 옆모습에 식은땀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아이린이 발산하는 한기를 바로 뒤에서 받고 있으면서도 땀이 흐르는 것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힘의 차이를 인지할 수 있을 정도의 어설픈 강함이 독이 된 거겠지.

     

    스스스

    스윽스윽

     

    …아니면 혼란을 틈타 반지에서 나온 작은 유령, 가짜 린이 즈앙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칭찬하는 기색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던지.

     

    “좋은 친구를 많이 뒀네. 용사의 앞을 가로막을 정도의 용기를 지닌 사람은 흔치 않아. 자신의 사욕 때문이 아니라 타인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더더욱.”

     

    갑작스러운 용사의 솔직한 칭찬.

     

    “…갑자기?”

    “솔직한 감상을 말했을 뿐이야.”

     

    긴장감이 감돌던 분위기가 한결 누그러졌다.

    봐주려는 건가?

    즈앙과 아이린의 경계가 느슨해졌다.

    그것이, 용사의 노림수였다.

    어떠한 전조도 없이 용사가 정면으로 쇄도했다.

     

    “!!”

     

    <잠행 – 셰도우워커Shadow Walker>

     

    급히 마력을 일으켜 존재감을 죽이는 즈앙.

    마치 그림자 속에 잠기듯이 눈앞에 있는데도 읽을 수 없을 정도로 흐릿해진다.

    암살자들의 싸움이 으레 그렇듯, 자신을 감추고 적의 틈을 찌른다.

    기본을 지키는 암살자스러운 기술이다.

    그러나 위치를 속이고 타이밍을 빼앗아 적의 빈틈을 유발하고 공격까지 먹이는 내 기술과 달리, 즈앙의 기술은 기척줄이기에 너무 올인되었다.

    한 번에 하나의 역할만 수행할 수 있는 기술은 용사같은 초절강자에게는 통용되기 어렵다.

    정면에서 사라지는 기척에 아랑곳 않고 용사가 그녀의 위치를 고스란히 쫓았다.

     

    “!!”

     

    들켰다.

    위치를 따라잡힌 즈앙을 향해 정확히 휘두르는 용사의 성검.

    베기라면 틀림없이 몸이 베인다.

    공포에 몸이 얼어붙을 정도로 정확한 궤적.

    그러나 즈앙은 운이 좋았다.

    용사는 그녀를 베는 대신 넓적한 검면을 들어 타격으로 후려쳤으니까.

    바닥을 구르며 튕겨져 나간 즈앙의 입가에서도 한 줄기 피가 흘러내렸다.

    그러나 출혈의 양은 공격을 직격으로 허용했음에도 나보다도 적었다.

     

    질끈.

    용사의 표정이 더욱 괴로움에 물들었다.

     

    동시에 한 줄기 얼음이 노도처럼 쓰러진 즈앙의 위로 질주했다.

     

    <빙결마법 – 얼음의 전령>

     

    움직임을 구속하는 얼음의 속성.

    그것을 매개체에 실어 공간 저편으로 투사한다..

    군중제어.

    얼음구속.

    노골적인 일격을 성검이 검으로 베었지만, 반으로 갈라진 기운은 그대로 용사의 주변 공간을 점유하며 눈꽃처럼 피어났다.

     

    펑!

     

    꽃이 터짐과 동시에 한층 더 짙어지는 냉기.

    몸이 얼어붙는 추위에 노출된 용사.

    냉기스택을 거듭 중첩시켜 점점 적을 둔화시키는 아이린 특유의 영리한 공격이다.

     

    챠라라

     

    반짝반짝 빛나는 얼음알갱이.

    동화 속에 들어온 것처럼 아름다운 광경과 달리, 그 안에 내포된 잔인한 가능성이 아이린의 손짓을 따라 연속해서 발현되었다.

    입자를 키워 가시처럼 날카로운 모양으로 변한 알갱이들을 중앙으로 발사하고.

    중앙에 밀접한 한기를 더욱 뭉쳐 혹한의 맹추위로 지면을 얼렸다.

    피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는 상대에게 결정타처럼 거대한 얼음의 벽을 띄워 깔아뭉갠다.

    저러다 사람 하나 죽이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철저한 공세를 퍼부으면서도 아이린의 표정은 조금도 밝지 않았다.

     

    번쩍

     

    빛과 함께 얼음의 마나를 무차별적으로 난도질하는 새하얀 검격들.

    앞서 아이린의 공격이 눈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아름다운 공격이라면 용사의 검격은 빛의 꽃이 만개하는 것처럼 눈의 아름다움을 집어삼켰다.

     

    <돌파기 – 칠섬일보>

     

    한 걸음에 일곱 번의 번쩍임을 담아낼 정도의 맹렬한 연속기가 얼음의 벽을 뚫고 아이린을 향해 맹렬하게 질주해온다.

     

    카앙!

     

    “방해하지마.”

    “으극…!”

     

    잠깐 사이에 몸을 추스르고 달려들었던 즈앙이 전보다 거칠게 튕겨나가 벽에 부딪쳤다.

     

    “즈앙!”

    “도망… 쳐…”

     

    의식을 잃고 고개를 축 늘어뜨리는 즈앙.

    그녀를 돌아본 그 잠깐 사이에 정면에서도 혹한을 밀집시킨 아이린의 방어절기 <혹한의 장벽>을 뚫고 용사의 손이 그녀의 멱살을 붙잡았다.

     

    “끄륵…”

     

    목이 붙잡히며 숨통이 조여지자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아이린.

    쓰러진 그녀를 즈앙의 반대편으로 내던진 용사가 성검의 날을 세웠다.

     

    “내가 나쁜아이라고 했지? 넌 나쁜 년이야. 저 애들은 아무 잘못도 없었어.”

    “…약속하지. 널 이렇게 만든 재단에게도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고.”

     

    용사의 검이 다시 한 번 위협적인 광채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힝.

    현실에서까지 위험한 기술은 쓰기 싫었는데…

    결국 <폭주기>를 써야 하나?

    이슈타르가 기세를 일으키는 것에 비례해서 암흑마나를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전력으로 ‘운용’하려고 마음먹는 그때, 마음이 차분해지는 향기와 함께 우리 둘의 사이를 한 사람이 비집고 들어왔다.

     

    “이런. 학생 간의 싸움은 여기까지만 해주시겠습니까?”

     

    부드럽게 뻗은 손으로 용사의 살기와 나의 암흑투기를 각기 다른 방향으로 부드럽게 말아 쥐어서 손목을 꺾는 손짓.

     

    <심인술 – 청정도론>

    <도인술 – 호접지몽>

     

    나비의 움직임처럼 부드러운 손짓에 어째서인지 항거할 수 없는 힘이 움직임을 강제했다.

    거스를 수 없는 힘의 작용을 따라 허공으로 흘려버린 힘에 용사와 내 힘이 동시에 무력화되었다.

    이런 신묘한 일을 할 수 있는 자가 일개 학생일 리가 없으니, 정체를 알아보자마자 그가 해낸 모든 일에 저절로 수긍이 갔다.

     

    “당신은…!”

    “앗! 교수님!”

     

    난입자의 정체는 폭이 두꺼운 회색 장삼 위로 낡은 갈색가사를 한쪽 어깨에 두른 민머리의 사내, 명호스님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교수의 강함…!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