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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0

       

        

        

        

        

        

       “와, 해 진다.”

        

        

        

        아시아 예선전 첫 날이 막바지에 돌입하며, 하늘은 진한 노란색에서 옅은 핏빛으로 물들어간다. 한강의 수평선과 태양이 맞닿으며 세상은 점차 어두워지지만, 바톤을 이어받듯 인공적인 조명이 점등한다. 건물의 네온사인과 간판부터 가로등과 빌딩 건물까지.

        

        수십만 명이 운집한 용산의 전시관과 e스포츠 대회장, 그리고 외부에 설치된 관람석까지. 인공 조명과 플렉시블 홀로그램 플레이트에서부터 나오는 광량은 짙게 깔린 어둠을 몰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바깥은 경기장 내부의 상황을 알지 못했고, 역도 성립했다.

        

        용산에 도착한 오후 12시 이후로 단 한 번도 경기장을 벗어나지 않은 하모니 역시도, 바깥의 현재 날씨와 하늘의 색깔은 알고 있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신경쓰지 않는 것에 가까웠지만.

        

        여덟 개의 맵 중 선택된 여섯 개의 맵. 다섯 나라에서 온 유저들은 도심을, 숲과 산을, 화산섬을, 그리고 인기척조차 없는 연구 시설을 누빈다.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금속과 불의 발레는 망막과 뇌에 직접적이고도 말초적인 쾌락을 때려박는다.

        

        어찌 바깥에 신경쓸 수 있을까.

        

        

        

       “으아아, 피곤하다아….”

        

        

        

        의자에서 일어나 라운지를 향해 걷는다.

        

        한 자리에서 한참 동안이나 앉아있게 되면 몸도 자연스레 찌뿌둥해지는 법. 중간중간 이런저런 연유로 주 경기장 밖을 나갔다 오긴 했지만, 그럼에도 그 정도로는 해결되지 않는 것도 있었다.

        

        그래도, 이제 거의 다 끝났다. 5번째 경기를 넘어 어느덧 6번째 경기까지 끝을 맺었다 – 다르게 말하면 토요일의 마지막 판이 성황리에 마무리된 후, 잠시간의 쉬는 시간이 끝나면 간략한 인터뷰와 오늘 하루동안 벌어진 일을 집계하는 마무리가 있을 것이었다.

        

        시작까지는 15분 정도가 남았다. 어차피 곧 있으면 이 e스포츠 경기장과도 작별을 고해야만 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먹었던 주전부리와 음료수들의 포장지들을 쓰레기통에 가져다 버리며, 남은 경기를 뭘 먹으면서 보내야 깔끔할지를 고민했다.

        

        하지만 그 와중 귓전에 들려오는 환청.

        

        

        

       -열심히 운동 안 하면 찾아갈 거예요.

        

       “흐익.”

        

        

        

        이젠 자동으로 손이 배에 간다. 다행스럽게도 찹쌀떡 같은 뱃살…은 이전보다 훨씬 덜 잡힌다.

        

        그래도 두 달간 무려 6kg이나 감량했다.

        

        하지만 유진 선생님이 최근 아시아 예선전 준비 때문에 취침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개인 업무와 트레이닝 주관으로 보냈기도 하고, 나는 나대로 해야 할 일들이 좀 있었기에, 근래엔 어쩔 수 없이 연락이 좀 뜸했다.

        

        하루에 한 번씩 안부를 겸해서 이런저런 대화를 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 기쁘고도 대단한 소식을 논하는 데 있어 단순히 말과 말이 오가는 것만으로는 아무래도 좀 부족하다고 느껴졌기에.

        

        …그리고 이만큼 뺐으니, 오늘 치팅데이는 괜찮을 거야.

        

        

        

       -[알림 : 여러 건의 메시지가 와있습니다.]

        

       “으엥?”

        

        

        

        간단하게 초코우유 정도만 사갈까 생각하며 편의점과 카페가 모여있는 라운지로 향하는 동안, 바지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그와 동시에 눈 앞에 떠오르는 팝업 메시지.

        

        익숙한 닉네임이었다.

        

        

        

       <단체 채팅방 – 못난 놈들은 얼굴만 봐도 흥겹다>

        

       -[김스톤 : 하 모 니 어 디 갔 어 ! ! ! !]

        

       -[리밋 : 와 개시끄럽네 ㅋㅋㅋㅋㅋㅋ]

        

       -[리밋 : (하모니에게 답장) -> 모니야 얼른 나와서 김스톤좀 말려봐 얘 날뛴다]

        

       -[김스톤 : 같이만나서저녁먹자!!!!!!!!!!!!!!!!!!!!!!!!!!!!!!!!!!!!!]

        

       -[호떡 : 어으 저저 미친련]

        

        

        

        정신이 나갔구만.

        

        하지만 입가에 지어지는 웃음은 어쩌기 어려웠다. 여기에 유진 쌤만 있었다면 같이 모시고 밥을 먹으러 갔을 텐데, 그게 아쉽네 – 누가 들으면 진성 유진빠라는 소리를 척수반사적으로 뱉었을 말을 덧붙이며, 하모니는 멤버들을 확인했다.

        

        공교롭게도, 그리고 우연찮게도. 지난 번 같이 합방을 진행했던 네 명이었다. 김스톤, 리밋, 그리고 호떡까지. 그렇게 세 명을 스캔한 다음 곧바로 단체 통화를 걸었다.

        

        우다다다 소음이 쏟아졌다.

        

        

        

       “모니야───!!!!!!!”

        

       “우왁, 누가 단체 통화 걸었어!”

        

       “와, 군대 기상나팔보다 더 시끄럽네. 미쳤어?”

        

        

        

        누가 밥 같이 먹자고 칼 들고 협박 중이냐? – 하고 이어지는 쓸데없는 소리. 하지만 생각해보니 곧 있으면 저녁식사 시간이었다. 현재 오후 여섯 시가 다 되어간다. 아마 인터뷰와 등수 집계가 끝나면 딱 밥을 먹을 시간이 되겠지.

        

        그렇기에 이어지는 말들.

        

        

        

       “아니, 분명히 우리도 초대를 받았는데 여태까지 널 한 번도 못 봤네. 도대체 자리가 어디야?”

        

       “나? 나…여기. 위치 공유했는데 보여?”

        

       “어이구. 아예 정반대에 있네. 이러니까 못 찾지. 아무튼 만나서 같이 저녁 먹으려고 하는데, 어때? 갈 생각 있어? 이후에 스케줄 있으면 말고.”

        

       “아냐, 없어.”

        

        

        

       ───삑!

        

        

        

        그 와중 바코드 찍는 소리와 함께 결제되는 초코우유 하나.

        

        그 소리를 들은 이들이 또다시 한 마디씩 던져댄다.

        

        

        

       “뭐야, 뭐야. 하모니 뭐 먹어! 그만 먹어!”

        

       “야, 내가 너보다 살 많이 뺐거든.”

        

       “어딘데. 편의점? 사람 너무 많아서 나가기도 두렵던데, 용케 나갔네.”

        

        

        

        그치만 달달한 건 못 참지.

        

        후드의 앞주머니에 대용량 초코우유를 조심스럽게 집어넣고는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복도를 빼곡하게 채울 것만 같은 인파. 그 사이에서 나를 알아보는 이들도 있었기에, 원래 자리에 도착한 시간은 예상보다도 조금 늦어져있었다.

        

        의자에 몸을 파묻는다. 매 경기가 벌어질 때마다 그에 맞는 인테리어를 보여줄 수 있도록 천장의 홀로그램 투영기를 통해 구현되었던 모든 요소들은 어느덧 무대 위에서 완전히 사라진 상태.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때 봤던 바로 그 광경이 눈 앞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얼마나 지났을까. 천장에서 실시간으로 바뀌던 카운트가 제로로 수렴하며 사회자가 무대 정가운데로 걸어나왔다.

        

        마이크를 잡음과 동시에 중앙 무대가 열리며, 오늘 경기를 치른 모든 이들이 차례로 등장했다. 표정은 다양했다. 그다지 좋지 않아보이는 사람도, 표정에서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고작 이 두 부류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단 사실이었다.

        

        모두가 앉음과 동시에 입이 열렸다.

        

        

        

       “이곳에 모여주신 모든 분들께, 그리고 오늘 여섯 번의 경기를 훌륭하게 치뤄준 선수단 분들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표합니다.”

        

        

        

        유진 쌤이다.

        

        모두가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있음에도, 마치 자체적으로 발광이라도 하듯,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자신의 삶이라는 궤적을 가장 강하게 틀어버린 그 사람. 그녀는 그 무엇보다도 치열했던 여섯 번의 경기를 치른 후에도 별다른 표정의 변화 없이 무대 위에 앉아 있었다.

        

        저 당당함이야말로 그 무엇보다도 빛나는 게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지금 문자를 보내면 받으려나 했지만, 당연하게도 자체적인 양심은 잘 작동했다. 요컨대 바로 기각했다는 소리였다.

        

        오늘의 모든 플레이 데이터를 숫자로 변환함으로서 매겨진 각 나라별 등수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한국과 러시아, 일본, 대만, 그리고 중국. 자세한 알력을 알지 못했지만, 어쨌든 1등이 누구인지는 잘 알 수 있었다.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유진! 유진! 유진! 유진! 유진! 유진!”

        

       “그녀는 신인가! 그녀는 에이펙스 프레데터의 신인가!!”

        

        

        

        자동으로 몸에 힘이 들어간다. 아무리 그래도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자국의 선수가 잘 한다면 어쩔 수 없이 가슴이 웅장해지지 않을까.

        

        한편 환호가 가라앉자 경기장 내에 마련된 각국의 원정 응원단들이 차례대로 자국을 응원한다. 비록 그 수효는 작았으나, 홀로그램 플레이트와 스피커를 통해 쏟아지는 목소리의 크기는 방금의 환호에 지지 않는다.

        

        그렇게 모든 나라들이 한 차례 응원을 받고 나서야 사회자가 덧붙였다.

        

        

        

       “이어서, 먼 곳에서 오신 선수 분들 중 한 명을 임의로 인터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아, 러시아의 MKVS 선수. 갑자기 손을 번쩍 들어주셨습니다. 랜덤으로 뽑기도 전에 자원이라니, 이런 경우는 처음이네요. 혹시 이견이 있는 분들이 있으실까요?”

        

        

        

        정적.

        

        기이하리만치 조용한 상황에서, 그만이 홀로 손을 흔들고 있었다. 할 말이 아주 많다는 표정이었다. 그럼에도 표정에서 미소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머지않아 마이크를 받아든 그가 사회자와 대화를 시작했다. 안건은 제3회 아시아 예선전의 첫 번째 밤을 보낸 소감이 어떤지에 대한 것이었다.

        

        한 번 숨을 들이마신 다음, 이어지는 말.

        

        

        

       “상상 이상으로 거칠고 험난한 시간이었습니다. 경기 중간중간에 존재하는 쉬는 시간 동안, 저를 포함한 러시아의 전원이 휴식조차 반납하고 전술 분석에 몰두했었죠. 한국 유저들이 거대한 벽이 되어 우리를 맞이했기에, 내일은 감히 그 벽을 딛고 올라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만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러시아가, 이윽고 그들을 포함한 100명의 선수진 전원이, 그리고 이를 지켜보고 있는 경기장의 모두가 거센 박수를 보냈다. 

       

        어쩌면 저게 아시아 예선전의 모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몰아붙임이 아니라, 비록 경쟁을 한다고는 하지만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뭐 그런. 자세한 건 알 수 없었지만, 여하간 그러했다.

        

        이후에는 더 평범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가령 한국의 시설은 어떤지, 잘 즐겼는지와 같은 쉬운 이야기들. 그러나 아무래도 게이머들이라 그런지 한 치도 꾸밈없는 말들이 이어졌다.

        

        

        

       “한국에 와서 가장 처음으로 먹었던 음식이 뭔가요?”

        

       “한 눈에 보기에도 무지하게 매워보이는 봉지라면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죽을 뻔했습니다. 마트에서 산 마요네즈 한 통을 반이나 써야 먹을 만했어요. 나중에는 벌칙게임 용도로 썼습니다.”

        

        

        

        터져나오는 웃음.

        

        그 와중 러시아 유저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그냥 저 새끼가 매운 걸 뒤지게 못 먹는 거예요!’하는 소신발언이 이어지며 분위기는 삽시간에 솜뭉치처럼 가벼워졌다. 어떻게 보면 좋은 징조였다.

        

        그렇게 인터뷰가 본격적으로 이어졌다.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은 한국 유저들은 추후 스무 명 전원이 개별 인터뷰가 마련되어 있기에, 여기서 마이크를 받아들 수 있는 사람은 없단 점이었다.

        

        계속해서 이어진 인터뷰는 어느덧 인터넷에서 얼핏 본 것 같은 일본의 케이스라는 유저에게로 향했다. 아니, 유저라고 해야 하나. 사실 감독이란 느낌이 더 강했다. 상당히 중후하고도 남성적인 외모와 그에 걸맞는 낮은 목소리, 탄탄한 몸까지.

        

        뭔가 좀 거친 사회 생활을 겪고 온 사람 같기도 했다.

        

        

        

       “…이 자리에 설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제가 할 말 역시도 다른 분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이번 경기를 통해 한국의 저력을 여실히 깨달았습니다. 더하여 유진 선수와의 교전은 아시아 예선전 전부터 고대하고 있었습니다만,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정말 대단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힐끔.

        

        누구와 시선을 마주했을까 궁금함이 들던 와중 이어지는 말.

        

        

        

       “그리고 다이스 선수, 제가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장족의 발전입니다. 부디 본선에서 좋은 경쟁을 할 수 있길 기대하겠습니다.”

        

       “누가 아니래요. 이번엔 작년과 좀 많이 다를 테니, 긴장해야 할 거예요.”

        

        

        

        저 분이 다이스구나.

        

        어째 마지막에 서로의 경쟁심에 불이 붙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무튼 그에 따르는 환호성을 마지막으로, 아시아 예선전의 첫 날이 화려하게 마무리된다.

        

        만 명이나 되는 시청자들은 출구로, 무대 위의 선수진들은 중앙 무대를 통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동안, 저 멀리서 세 명으로 구성된 인영이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남자 둘에 여자 한 명으로 구성된 인원은 그 누구도 아닌 아까 통화했던 스트리머 동료들이었다.

        

        가장 먼저 다가온 김스톤 – 김현아가 자연스럽게 팔짱을 꼈다.

        

        

        

       “아으, 배고프다. 저녁 안 먹었지, 민아야? 혹시 주전부리로 이미 때웠으면 큰일인데.”

        

       “에이, 그럴 리가 없지. 혹시 뭐 먹을지 정했어, 다들?”

        

       “음식은 정했는데, 이 근처는 아니야. 여기에만 30만 명 가까이 몰려서, 아마 이 근처의 음식점들은 발디딜 틈도 없을 거고…일단 용산은 빠져나가야 할 거야. 차 가져왔으니까 강남으로 내려가자. 안 그래도 퇴근 시간이랑 겹쳐서, 지체하다간 오후 8시 넘어서나 저녁 먹어야 할지도 몰라.”

        

       “흐.”

        

        

        

        듣고 보니 그렇긴 하네.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서울은 교통이 여러모로 아픈 곳이었고, 지하철 역시 무인으로 바뀌어 모든 호선이 1분에 한 번씩 올 수 있을 만큼 운행한다고는 하지만, 사람이 이렇게나 많이 몰리면 아마 어디든 터져버릴 것이다.

        

        일단 호떡의 말대로 최대한 빠르게 용산을 빠져나가지 않으면 안 되겠지. 다리 하나만 건너면 강남이니 그때부터는 그나마 조금 편해질 거고.

        

        

        그렇게 발걸음을 옮긴다 – 아니, 옮기려고 했다.

        

        유진 씨의 번호에 지정된 특유의 멜로디가 울리기 전까지는.

        

        

        

       ───~♪

        

        

        

       “아, 유진 선생님! 오늘 경기 잘 봤어요!”

        

       -아. 다행히 받았네요. 이제 가시나요? 저녁식사는 했나요?

        

       “으, 이제 해야죠. 근데 지금 용산을 어떻게 빠져나갈지부터 고민되는 시점이라…지금 여기 사람 너무 많아요.”

        

       -하하, 그렇겠네요.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이어지는 충격적인 제안.

        

        

        

       -경기장 건물 지하에 대형 다이닝 홀이 있는데, 괜찮으면 여기서 식사라도 하고 갈래요?

        

       “…눼?”

        

        

        

        그런 내 멍청한 대답에 김스톤과 리밋, 호떡의 표정이 괴상해졌지만,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방금 머릿속을 강타한 말을 어떻게든 소화하려고 애썼…지만.

        

        꼴랑 몇 초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나는 척수반사적으로 새어나온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 와있었어요?”

        

        

        

        

        

        

        

        

        

        

        

        

        

        

        

        

       “뭐라고 하던가요?”

        

       “좀 당황한 목소리긴 했는데, 괜찮다네요. 예상한 것보다 사람이 몇 명 정도 더 많긴 하지만, 허락도 받았으니 크게 문제는 없을 거고.”

        

        

        

        스윽.

        

        VR 접속이 종료되고, 정갈한 방 인테리어가 망막에 비춰진다. 100명의 참가진들 중 유일하게 현실에서의 정체가 공개되지 않은 유진과 다이스만을 위한 전용 공간이었다.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여 침대 위에 앉은 유진과, 그런 유진의 뒤에 앉아 머리카락을 손질해주기 시작한 다이스. 머리카락이 전용 정리 도구를 통과하자 부드럽게 몽실거린다.

        

        머리카락도 사기라며 잠시 툴툴댄 다이스가 덧붙였다.

        

        

        

       “그렇죠. 어차피 뷔페식인데. 그나저나 어째 그 민아 씨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둘이 같이 만났을 때도…왜 만날 때마다 뷔페만 가는 것 같지?”

        

       “그러게요. 그래도 이번에는 어쩔 수 없죠. 선수단 100명과 코칭 스태프, 건물 직원들까지 전부 이 근처에서 식사를 하기에는 여러모로 무리가 있으니까요.”

        

        

        

        쉽게 말하자면, 아시아 예선전의 첫 날이 끝났다고 하여 이곳에 있는 모두가 바로 숙소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었다. 사실 불가능하다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몰랐다. 집으로 복귀를 시작한 30만 명 가량의 인파는 전부 이곳에 있는 프로게이머들의 팬 그 자체였으니까.

        

        경기가 끝나자마자 억지로 돌아가려 시도하다가는 난리가 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한편 그도 그렇고,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건 식사 문제였는데, 이는 대회장 지하에 있는 다이닝 홀에서 유명 쉐프들 다수를 불러와 뷔페식으로 음식을 제공하는 것으로 손쉽게 해결되었다.

        

        그리고 재밌게도, 유진은 그곳에 ‘하모니와 그녀의 일행들까지 식사가 가능하겠냐’는 물음을 던졌으며, 이는 시원스럽게 승낙되었다 – 물론 단순한 지인이라 그런 건 아니었고, 이들 전원이 다크 존과 파트너 스트리머 관계이기도 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거기서 식사하면 유진 씨의 정체를 아는 분들이 엄청 늘어날 것 같은데, 괜찮아요?”

        

       “어차피 나중에 밝힐 거기도 하고, 다들 알아서 자중하겠죠. 그 사이에 자중 못하면…글쎄요. 후폭풍을 맞는 건 제가 아니니까요.”

        

       “다들 식사하기도 전에 뒤집어지겠네요.”

        

        

        

        그에 유진은 의미 모를 미소를 지어보일 뿐이었다.

        

        그것을 보며 다이스가 덧붙였다.

        

        

        

       “가만 보면 유진 씨도 진짜 악질이예요.”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죠.”

        

        

        

        가벼운 단장 후, 두 명은 일어섰다.

        

        토요일의 밤은 이제 시작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유진의 술주정을 뭘로 할지가 상당히 고민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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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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