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90

        방송을 종료했다.

        내가 방송하면서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이렇게 기운이 쭉 빨리는 것 같은 느낌은 또 처음이다.

       

        “후우~!”

       

        = “수고하셨어요.”

       

        “아, 도돌순이로구나.”

       

        그러고 보니 방송은 껐지만, 아직 토크코드는 종료하지 않았지?

        새삼 깨닫고 토크코드도 종료를…….

       

        = “잠까안!!”

       

        “음? 왜 그러느냐?”

       

        = “아니, 방금 토크코드 끄려고 하셨죠?!”

       

        “당연하지 않느냐?”

       

        이 아이는 왜 당연한 이야기하지?

        내가 그런 의미로 도돌순이를 바라보니, 그녀는 버럭 화를 내기 시작했다.

       

        = “아니, 어쩜 그럴 수 있어요? 저는 좀 더 라나님과 대화하고 싶었는데!”

       

        어…… 그러니까 나와 계속 대화하고 싶다는 것인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나에 대한 호감을 드러내는 도돌순이의 말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나를 좋아해 주는 아이가 있으니, 기분은 좋았다.

        하지만…….

       

        “이제 곧 방송할 시간이 아니냐?”

       

        = “아.”

       

        그렇다.

        내가 방송을 시작한 이후로, 다른 방송인들인 대부분 내가 방송을 켜는 시간대를 피해 방송을 켜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나와 방송 시간이 겹치는 이들은 전부 나에게 시청자를 빼앗기기 때문이었다.

       

        내가 방송 시간을 준수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내가 조금이라도 방송을 연장하는 순간, 나와 시간이 겹치게 되는 다른 방송인들에게 피해가 가기 때문이다.

        인간들이 방송을 보기 힘든 시간대, 짧은 방송 시간을 가지는 것과 같은 이유라고 보면 된다.

       

        ‘뭐, 나 역시 방송으로 수입을 얻었다면 이야기는 달랐겠지만…….’

       

        인터넷 방송이라는 것 역시, 결국에는 수입원이라고 할 수 있는 시청자들을 더 끌어모으는 경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시청자’는 곧 ‘많은 수입’으로 이어지는 법.

        만약 내가 방송으로 수입을 얻었다면, 이렇게 다른 방송인들을 배려하지는 않았겠지.

        생존을 위해서 영역 다툼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하지만 나는 방송으로 돈을 벌 이유가 없는 드래곤이고, 그렇기에 방송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다른 방송인들을 최대한 배려 했다.

        ‘시청자가 가장 적은 시간대’, ‘짧은 방송 시간’, ‘철저한 시간 준수’.

        이 세 가지의 배려가 내가 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인 셈이다.

       

        “이제 슬슬 방송 준비해야 하지 않겠느냐?”

       

        = “이이잉……. 방송하기 싫어…….”

       

        “…….”

       

        도돌순이가 어린아이처럼 떼를 쓰기 시작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잠깐 도돌순이의 떼를 받아줘야 하나 싶었지만,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왜냐하면 도돌순이의 방송 시작까지 20분밖에 안 남았기 때문이었다.

       

        “그럼 방송 수고하거라.”

       

        = “아아아!! 라나님!”

       

        띠롱~!

       

        망설임 없이 토크코드를 종료했다.

        이것으로 도돌순이도 방송을 준비하러 가겠지?

       

        “…….”

       

        이제 뭐 하지?

        의자 등받이에 누운 채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방송을 할 때는 즐거운데, 이렇게 방송을 끝낸 이후에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잠이야 본체가 맨날 하는 일이고, 먹는 것도 이 나이가 되니 딱히 끌리지 않는다.

        다른 이들과 함께 먹고 마시면서 즐긴다면 모를까, 나 혼자 산해진미를 먹어 봤자 딱히…….

        그렇다고 나에게 다른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방송 시간을 늘릴까?’

       

        잠깐 이런 생각도 들었지만, 역시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에는 오늘도 멍하니 시간을 보내게 되는가?

       

        ‘오늘도 이렇게 멍하니 시간을 보낼 수는 없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외출이나 해야겠다.’

       

        이러다가는 인간들이 말하는 ‘방구석 폐인’이 되어 버리겠다.

        물론 본체는 이미 ‘방구석 폐인’ 비슷하게 되어 버렸지만, 아바타인 나까지 그럴 수는 없다.

        본체는 늙었지만, 아바타인 나는 아직 젊기 때문이다. (아바타가 생성된 지 3일밖에 안 되었음.)

       

        = …….

       

        “…….”

       

        방송실을 나오니, 본체가 아바타인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지?

        서로 가지고 있는 뇌가 별개다 보니, 아바타인 나에게도 약간의 자의식이 존재하기는 한다.

        그렇기에 이런 장난 정도는 가능한 것.

       

        “나갔다 오마.”

       

        = …….

       

        슈르륵!

       

        본체에게 말을 걸자, 본체는 흥미가 떨어졌다는 듯 마그마 안으로 들어갔다.

       

       

        *            *            *

       

       

        “안녕하십니까!”

       

        헌터 협회에서 나온 경호원 이외에, 양지 엔터테인먼트에서 나온 직원까지 나에게 인사를 했다.

        갑작스러운 외출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시간을 내주다니.

        고마운 일이다.

       

        “오늘 밤늦게까지 돌아다닐 것 같은데, 괜찮은 것이냐?”

       

        “괜찮습니다!”

       

        “음.”

       

        내 매니저 자격으로 나온 양지 엔터테인먼트의 직원이 깍듯하게 대답한다.

        그의 패기 넘치는 대답에, 나는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은 쉬도록. 회사에는 말해 두마.”

       

        “헉?!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내 말에 열과 성을 다해 고개를 숙이는 매니저.

        충분한 보상과 확실한 벌은 우두머리로서의 기본이다.

        나의 요청에 갑작스러운 연장 근무하게 되었으니, 그에 따른 충분한 보상과 휴식이 주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럼 가자꾸나.”

       

        평소라면 헌터 협회에서 온 이들이나, 혹은 양지 엔터테인먼트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이 앞장섰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내가 앞장을 섰다.

        왜냐하면 오늘의 외출은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례지만, 어디로 모실까요?”

       

        “음…… ‘전자 센터’라고 했던가? 그곳으로 가면 된단다.”

       

        “……네?!”

       

        운전사가 당황해한다. 위치를 모르나?

        주소를 따로 불러 주려고 했더니, 내 옆에 앉은 매니저가 대신 입을 열었다.

       

        “제가 위치를 알고 있습니다. 주소가…….”

       

        매니저가 설명하고, 운전사가 네비게이션에 입력한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서울 한구석에 존재하는 커다란 빌딩이었다.

       

        “오오…….”

       

        내 본체보다도 큰 건물이로군.

        까마득하게 높은 빌딩을 올려다보다, 천천히 건물 안쪽으로 들어갔다.

       

        “어디 보자…….”

       

        게임 전문 구역이 몇 층인가?

       

        “9층이군요.”

       

        “그렇구나.”

       

        매니저의 도움을 받아, 일행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9층으로 향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보인 것은…….

       

        “오오. 본격적이로구나.”

       

        어떤 게임의 캐릭터로 보이는 입간판이었다.

        인터넷으로는 많이 봤지만, 이렇게 실제로 보니 신기한 기분이었다.

       

        “그럼 저희는…….”

       

        “그래. 수고하거라.”

       

        나와 함께 온 경호원들이, 마치 일반인인 척 주변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내 옆에 남은 매니저와 한 명의 경호원에게 물었다.

       

        “지금 내 모습은 어떠하느냐? 어색하지는 않나?”

       

        “감쪽같으신데요?”

       

        “문제없습니다.”

       

        갑작스럽게 잡힌 외출 계획.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외출을 할 때마다 인간들의 이목을 끌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이번에도 상당한 이목을 끌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인터넷이나 TV에서 유명인이 거리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생각해 본다면, 아마 나 역시 제대로 된 외출을 즐기지 못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그렇기에 이번 외출에서는 내 외형을 최대한 위장했다.

        머리카락과 눈동자 색깔, 피부색 등을 한국인과 똑같이 변형했다.

        그렇기에 지금의 내 모습은, 일반적인 한국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평범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럼 가자꾸나.”

       

        “넵.”

       

        나와 마찬가지로 평범한 모습으로 위장한 경호원과 매니저를 대동한 채 게임 전문 구역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오늘 내가 찾아온 ‘전자 센터’라는 곳은, 전기를 사용하는 전자기기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가게들이 모인 빌딩이라고 한다.

        1층에는 밥솥이나 냉장고 같은 가전 기기가 있고, 2층에는 TV 같은 기기가 있는 방식이랄까?

        그리고 이 ‘전자 센터’의 9층에 존재하는 ‘게임 전문 구역’은, 말 그대로 게임기기와 게임 소프트웨어만을 사고파는 가게들이 밀집된 구역이었다.

       

        “그런데 사장님.”

       

        “……사장님?”

       

        “일단 저희 고용주시니, 사장님 맞지 않나요?”

       

        “……?”

       

        그런…… 가?

        듣고 보니 맞는 말이라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나는 호칭으로 트집 잡는 드래곤이 아니다.

       

        “그런데 사장님. 이곳에는 무슨 일로 오셨나요?”

       

        “내가 그래도 인터넷 방송인이 아니냐?”

       

        “네.”

       

        “게임을 잘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양한 게임을 갖추어 놓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말이다.”

       

        비록 내 방송이 ‘게임 방송’은 아니지만, 그래도 종종 게임을 플레이할 때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PC로 플레이 가능한 게임’이 있고, 또 ‘PC로는 플레이가 불가능한 게임’이 존재한다.

        바로 ‘콘솔 게임’이라는 것이다.

       

        “인터넷 방송 때문에 PC는 구비를 했지만, 이번 기회에 콘솔 게임기도 사보려고 한단다.”

       

        “아하.”

       

        물론 내가 이렇게 수고할 필요는 없었다.

        자예에게 명령한다면, 곧바로 인간 세상에 파견 나가 있는 내 부하들이 최신 게임 기기를 구매해서 보내주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러면 내가 밖으로 나올 핑계가…… 아니, 의미가 없지 않은가?

       

        “어디 보자. 요즘 인간들 사이에서는 무슨 게임기가 유행하나?”

       

        “저기, 제가 잘 아는데…… 안내해 드릴까요?”

       

        “오. 그럼 부탁하마.”

       

        나는 매니저를 앞세운 채 근처 게임 매장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음!”

       

        직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주위를 둘러본다.

        책꽂이처럼 보이는 수납장에는 수많은 게임 소프트웨어 케이스가 꽂혀 있었고, 직원의 뒤쪽으로는 게임 기기로 보이는 큰 박스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매니저는 직원에게 다가가더니,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말을 꺼내…… 려다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어떤 것을 사시겠어요?”

       

        “음?”

       

        뭐가?

        내 의문스러운 표정을 본 것인지, 매니저가 다시 물었다.

       

        “콘솔 게임기가, 총 세 종류가 있거든요. 아무래도 예산과 성능 마지노선을 정해주시면, 제가 잘 조율해서…….”

       

        “전부 다.”

       

        “……네?”

       

        나는 품속에서 카드를 꺼내 들었다.

        헌터 협회에서 발행해 준, 내가 이 세계에서 벌어들인 ‘돈’이 저축된 황금색 체크 카드였다.

       

        “예산은 신경 쓰지 말고, 최선을 다해 보거라.”

       

        “…….”

       

        매니저의 눈동자가 몽롱하게 변했다.

        ……난 정신계 능력은 안 썼는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돈의 마력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월급쟁이.

    잠시 쉬어가는 타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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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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