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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0

       사무실로 돌아와, 약 5분여. 이예리는 끝을 알 수 없는 설명의 향연을 끊을 타이밍을 잡지 못한 채, 쏟아지는 후배의 보고를 멍하니 듣고 있었다.

        

       이렇게 의욕적으로 일하는 스타일이었나. 어쩌면 너무 편견어린 시선으로 봤는지도 모르겠다, 라고 생각하며.

        

       “-그래서, 이 시위도, 결국 형식이 시위일 뿐이지 일종의 팬미팅이자 이벤트에 불과하다고 보아야 하고, 패러데이의 업무에 방해가 된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또한-”

        

       “변호사님, 유변호사님?”

        

       “아, 네, 네!”

        

       “일단 개요는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잠깐, 잠깐 진정하시고요.”

        

       재차 보고를 시작하려는 후배를 가까스로 진정시키는데 성공하고, 자료를 읽어 보자니- 대체 언제부터 정리한 건지 모를 정도로 방대하고 깔끔한 자료였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어떤 행위가 있었으며, 그게 왜 단순한 게임 플레이 전략일 뿐인지에 관한 논리적인 설명까지 담긴.

        

       고객이 보내온 간단한 이메일 – ‘특정 스트리머가 게임 내 취약점을 발굴, 악용하는 모습을 방송으로 지속적으로 노출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회사를 압박하기 위해 시위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업무방해가 성립할까요? 혹시 최소한 시위라도 막을 수 있을까요?’ – 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정보가 담겨 있었다.

        

       그러니, 자연스레 의아해지는 것이-

        

       “이거, 오늘 점심에 들어온 사건 아니었어요? 언제 이걸 다 정리한 거예요?”

        

       “어, 그, 네. 박변호사님께서 점심 때 저 붙여주겠다고 하셔서, 바로 이거부터 착수했습니다!”

        

       ‘……3시간 만에? 사진에 동영상에……행적 요약 자료까지?’

        

       하기야, 이전에도 이……나이트 오브 나이츠라는 게임을 하는 건 물론, 방송도 본다고 했던가. 이미 잘 알고 있는 영역이면 그럴 법도 했다.

        

       그렇게 스스로를 납득시킨 이예리는 자연스레 자료를 넘기던 중, 전혀 다른 의문에 도달하기 시작했다.

        

       “……이거 봐서는, 업무방해라고 볼 여지가 없기는 한데. 우리끼리 얘기지만, 왜 검토를 요청한 건지도 잘 모르겠는 건이네요. 그런데……고객 질의에는 특정 스트리머라고만 되어 있는데. 변호사님 자료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따먹이라고 나와있네요? 제가 놓친 다른 이메일이 있었나요?”

        

       움찔.

        

       부담스러울 정도의 의욕으로 반짝거리던 눈이 도르륵, 시선을 회피하듯 허공을 향했다.

        

       “아, 아니요. 그런 건 없었는데……이게 지금 나오나 커뮤니티에선 워낙 유명한 행각이어서, 이더라고요. 전세계에 아따먹 한 명밖에 없어요. 배경, 배경 리서치 중 확인했습니다.”

        

       그 정도의 이슈였나. 리서치 중 대상이 특정될 정도의 사안이라면 회사가 과민반응하는 것이 이해될 듯하면서도……동시에 찝찝함이 배가되는 지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업무방해 같은 죄목을 떠올릴 단계가 아니지 않나? 어찌되었든 고객을 고소하는 이슌데. 이메일에 본사 참조도 없는 것도 그렇고. 아직은 가능성만 검토해 두는 단계라 그랬겠지만…….’

        

       가능성이야 여러가지 있었더랬다.

        

       고객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을 수도 있고……스스로도 뭘 원하는지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혹은…….

        

       ‘회사는 전혀 그럴 생각 없는데, 어떤 개인이 혼자 풀 악셀 밟고 있을 수도 있지.’

        

       고객 내부에서도 정리 안 된 상태에서 검토부터 했다가, 일을 두 번 세 번 하는 게 몇 번이었던가.

        

       “전화 한번 드리고 시작하죠. 유변호사님도 질의사항 있으면 같이 말씀하세요.”

        

       이럴 땐, 상황 파악이 먼저였다.

        

       .

       .

       .

        

       “네, 지사장님. 상황 잘 이해했습니다. 그렇지만……말씀드렸듯이 아직은 형사 책임을 물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하기는 어렵다보니, 특별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이상에는 PR 언론 리스크를 감수하실 정도의 성공 가능성이 보인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드리기엔 어려울 것 같아서요. 차라리 우선 이 취약점 노출을 중단해달라고 물밑으로 요청을 하는 건 어떨까요? 연락처 정보를 제공해주시면, 저희가 귀사를 대리하여 연락을 드릴 수도 있습니다.”

        

       《아니, 그것도 좋지요. 그런데 이 사람이 이메일을 보내도 확인도 안 하고, 아주 문제가 많아요. 그렇다고 뭐 그 방송하는데다가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면 여기저기서 왜곡해서 저들끼리 떠들 수도 있고. 일단 이 시위라도 못하게, 어떻게 안되겠습니까?》

        

       “……네, 지사장님. 아무래도 미리 적법하게 신고한 집회고, 성격상 폭력이 예상되지도 않아서…….”

        

       무한 도돌이표가 찍힌 것만 같은 대화였다. 그냥 고소된다고 의견서 써주면 안 되냐. 어렵다, 이건 업무방해 성립 안 한다. 그러면 시위라도 못하게 막아주면 안 되냐. 시도는 해볼 수 있는데 첫 시위부터 막기는 어렵다. 그럼 겁이라도 주게, 그냥 고소를 미리 할 수 있도록 의견서를 좀 써주면 안 되냐…….

        

       고객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 자체야, 드물지언정 종종 있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이예리가 느끼기에 이상한 지점은, 단순히 같은 말을 반복한다는 점이 아니라- 정작 고소장이 아닌 의견서가 필요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점이었다.

        

       그것도 영어 의견서가.

        

       ‘……이 지사장님, 아무리 봐도 내부 합의가 안 된 상태에서 대뜸 밀어붙이려는 것 같은데.’

        

       고객을 고소하는 건이다. 당연히 본사 승인이 필요하겠지. 하지만 가능성만 검토해달라고 요청하는 정도야, 지사 독단으로도 가능할 터다.

        

       ‘지사장 독단으로도, 가능하겠지.’

        

       이예리의 눈이 가늘게 늘어졌다.

        

       * * * *

        

       무슨, 친구네 집에 처음 놀러가는 애도 아니고.

        

       이런저런 고민들이 떠다니는 머리를 가벼이 흔들었다. 그리 어렵게 생각할 건 없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애초에 여기 오는 것조차도 처음이 아니다.

        

       하던 대로 하자. 하던 대로.

         

       -띵동

        

       가벼운 심호흡 끝에 손을 뻗어 초인종을 누르자, 채 몇 초가 지나기도 전에 문이 열리고-

        

       “안녕하세요, 진희님.”

        

       “왔구나! 어서 들어와!”

        

       제법 불편해보이는 스타일의 옷을 입은 아크가 등장했다. 저런 걸 입고 어떻게 VR을 하는 거지. 과연 프로라고 해야 할까. 나라면 못할 것 같은데.

        

       물어보면 실례겠지.

        

       시선을 모로 돌리며, 준비한 선물이 담긴 쇼핑백을 내밀었다.

        

       “네. 여기, 선물이에요.”

        

       “선물? 그럴 필요 없다니까……와, 여기 케이크 사기 힘들었을 텐데! 진짜 안 그래도 되는데……앞으론 꼭 빈손으로 와줘. 그리고, 음. 이건 뭐야?”

        

       “홍삼 정과예요.”

        

       “……어, 홍삼……좋아하는 구나. 그래.”

        

       그건 아닌데, 홍삼 캔디는 잘 안 먹길래. 반응이 조금 재밌기도 했고. 아무튼 여러가지 연유로 다음엔 조금 더 전통적인 과자를 쥐어줘보고자 인터넷으로 주문한 상품의 양이 과다했더랬다. 내가 먹을 수도 있겠지만……문득 생각해보니, 혹시 둘이 취향이 맞는지도 확인할 좋은 기회 아닌가.

        

       우결, 아직 완전히 포기하진 않았으니까.

       

       왜, 저번엔 이야기를 꺼내는 방식에 조금 문제가 있었을 뿐이고……응.

        

       “아무튼 어서 들어와!”

        

       이런 저런 생각을 삼킨 채,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집안으로 발을 옮겼다.

        

       “커피 한잔 할래? 아이스도 가능해. 술은 안 타줄 거니까 묻지 말고.”

        

       “네. 아무거나 따뜻한 거 한잔 부탁드려요. 술은 상비하고 다녀서 괜찮아요.”

        

       친절한 집주인을 향해 살짝 몸을 돌리며, 바지 뒷주머니를 가볍게 두들기니- 시선, 시선이 조금 심하지 않나. 누가 봐도 농담이잖아.

        

       아니, 진짜로.

        

       “몸 수색할 거야. 얌전히 손 머리 위로 들어.”

        

       아니, 진짜로?

        

       조금 전까지 생글거리던 상냥한 사람은 어디갔는지. 아크는 어느새 사설 경비원으로 빙의라도 한 양, 결의에 차 다가오고 있었다.

        

       설마 진짜로 주머니에 술을 숨겨왔다고……음. 아니, 해본 적이 있냐 없냐로 나눈다면, 있기는 한데.

       

       이번엔 아니었다. 정말로.

        

       그런 마음을 가득 담아 무고한 시민의 눈빛으로 호소해봤으나……시선에는 저지력이 없더라.

        

       “억울, 억울해요.”

        

       조금, 화난……아니, 걱정하는 건가. 표정이 조금 일그러져 있는 것이, 어쩐지 물리적으로 저지하기는 힘들더라.

        

       “억울하긴 무슨. 뒷주머니 불룩 튀어나온 거 다 보여. 그거 힙 플라스크지? 뭔 서부개척시대도 아니고, 술을 두 병이나 넣어 놓고-”

        

       그리하여 자유롭게 접근한 아크의 두 손이, 내 바지의 양 뒷주머니를 동시에 두들기기를 두 차례.

        

       -툭툭!

        

       세기가……조금, 조금 감정이 실리지 않았나. 보통 몸수색은 뭐 딱딱한 게 있는지만 확인하는 거잖아.

        

       내가 아크에게 무언가 잘못한 거라도……음. 이건, 그렇네. 지은 죄들이 파노라마처럼 떠오르는 광경 앞에서 절로 숙연해지는 기분에, 잠시 침묵을 지키고 있자니-

        

       “……어?”

        

       왜, 정작 본인이 더 당황하는 건지.

        

       * * * *

        

       “진짜, 진짜 미안해. 아니, 항상 펑퍼짐한 옷을 입은 모습만 봤다 보니까……아니, 예나 네 탓이라는 건 절대, 절대 아닌데, 그, 당연히 뭔가 부드러운 재질의 술병을 넣어 놨다고 생각했어…….”

        

       “……사과, 그만해주세요. 제발.”

        

       화난 걸까. 화났겠지. 당연히 화났을 터다. 여느 때와 같이 무표정한 이예나의 얼굴은 한층 더 어둡게 굳어진 채였다. 저걸 무슨 표정이라고 해야 할까.

        

       감정을 읽어내는 건 쉽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그 왜 보온 물주머니 같은 거 있잖아. 그런 거에 술을 담아서 넣어 둔 게 분명하다고…….”

        

       말하면서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과한 음해였다. 그렇게 반성할 거면서 그 순간엔 왜 그리도 확신에 차 있었냐고 묻는다면, 평소에도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것 같아서 항상 걱정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그 순간 보인 게 도저히 믿기 어려운 곡선이었노라고 답할 수밖에 없겠으나- 피해자 탓을 하는 건 가당치 않았다. 

        

       “미안해…….”

        

       어딘가에 숨고 싶은 기분을 애써 억누른 채, 아크는 다시 한번 사과를 입에 담으며 고개를 숙였다. 

        

       “……정말, 괜찮아요. 음……그러면, 기왕 이렇게 된 거, 이건 어떤가요.”

        

       그 탓에, 옅은 한숨을 내쉰 이예나의 눈이 가늘게 호선을 그리는 걸 볼 수 없었더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지난 휴재분은 지난주에 어떻게든 메우려 했는데, 설이 겹치며 조금 꼬였습니다. 조금만 더 말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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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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