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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0

       올리비아의 눈동자에서 새카만 안광이 터져 나온 그 순간을 기점으로 조각조각 쪼개져 무너지는 시공간.

         

       올리비아의 머리 위에 떠오른 헤일로 또한, 그 광채를 잃고 불길한 검은 빛을 내뿜기 시작한다.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아스모데우스의 시선이, 처음으로 동요하듯 흔들렸다.

         

       “이건……도대체……?”

         

       본래 올리비아의 주위를 맥동하던 마력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순했다.

         

       그녀의 심상 자체가 정화의 역할도 겸하고 있었기에 가능했었던 기행.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아스모데우스의 마기에 손쉽게 침식당했었다.

         

       너무 하얀 도화지는 쉽게 색이 바래는 법이니까.

         

       하지만 지금 올리비아의 심장을 맥동하는 기운은…….

         

       “인간인 당신이 어떻게……!!”

       “마기는 악마나 마물들만 가질 수 있는 기운이 아니야.”

         

       올리비아는 울컥 올라온 피를 삼켰다. 갈기갈기 찢어지는 고통이 온 장기에서 쏟아지고 있었다.

         

       “조건만 갖춰진다면……마녀들도 사용할 수 있지.”

         

       계약한 악마로부터 마기를 빌려와, 마법을 사용하기 위한 재료로 사용하는 것. 그것이 바로 마녀들이 애용하는 마법체계였다.

         

       하지만 올리비아의 마기는 다른 누군가에게서 빌려온 것들이 아니었다.

         

       체내에 저장되어 있던 모든 마력을, 같은 양의 마기로 치환하는 이적(異蹟).

         

       신을 믿지 않는 마법사들조차도 배교자라고 말할 정도로 끔찍한 행위였지만, 남은 방법은 이것 뿐이었다.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포기하고, 모두에게 비난받을 각오를 다지고, 두 개 이상의 계위를 초월할 정도의 이해력을 갖춰야…….”

         

       올리비아가 웃었다.

         

       “겨우 시도라도 해 볼 수 있다니. 터무니없네. 매개체를 창조한다는 건…….”

         

       올리비아의 입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받았지만, 아스모데우스는 여전히 그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어떻게 믿을 수 있단 말인가. 마기를, 홀로 만들어냈단다. 영혼을 바친 것도 아닌데. 인간을 제물로 바친 것도 아닌데…….

         

       매개체의 창조는 오직 신만이 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경지를 초월한 마법사라고 해도, 세계 그 자체를 그릇으로 쓸 수 있게 되었을 뿐, 마나 자체를 창초해내지는 못한다.

         

       그것은 대악마도, 마왕도 마찬가지다.

         

       마기를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이 커졌을 뿐, 마기 자체를 창조할 수는 없다.

         

       아스모데우스는 빠득 이를 갈았다. 어떻게 저 기행을 가능케 했는지 알아내야 했다. 올리비아는 온 몸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빈틈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스모데우스는 곧바로 결론을 내렸다. 마기를 깎아내어 쌍검의 형태로 조형했다.

         

       한 줄기 바람이 되어 올리비아와 거리를 좁히던 그 순간.

         

       콰아아앙!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움직인 올리비아가 팔꿈치로 아스모데우스의 허리를 찍어눌렀다.

         

       “끄하악……!”

       

       묵직한 소리와 함께 아스모데우스의 지면에 처박혔다. 반동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튕겨 올라온 육체는, 곧바로 이어지는 공격에 대처하지 못했다.

         

       콰아아앙!

         

       그대로 십 수 미터를 튕겨나간 아스모데우스의 신형이 순식간에 올리비아의 뒤에서 나타났다.

         

       “사용하는 매개가 바뀌었다고 해서, 뭐가 바뀌기라도 할 것 같아?!”

         

       카가가가각!

         

       올리비아의 몸에 조금씩 잔상처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스모데우스는 겉으로는 미친듯이 웃고 있었지만, 칼날의 움직임은 그렇지 않았다.

         

       유려한 움직임으로 빈틈을 노리는 것으로 모자라, 십수 번씩 공간을 도약하여 올리비아를 몰아붙인다.

         

       철저하게 상대를 유린하고 사살하는 데에 초점을 둔 살검.

         

       빈틈을 드러내는 순간, 온 몸이 꼬치처럼 꿰뚫리리라.

         

       “마기를 다루는 방법도 모르는 주제에!”

         

       올리비아는 피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다. 아스모데우스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천재적인 마법사였다고 한들, 마기의 통제는 고작 하루 이틀 익혔다고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올리비아의 재생 속도는 너무 느렸다. 너무 오래 걸려서, 저급한 하급 마물들과 비교될 정도였다.

         

       아스모데우스의 입꼬리가 씰룩거리며 올라갔다.

         

       “그럼 그렇지.”

         

       올리비아가 순수 제 능력으로 마기를 창조해냈다면 저렇게 재생 능력이 허접할 리가 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방금 그건, 그저 우연이 겹친 결과였을 뿐이다.

         

       확신을 얻은 아스모데우스가 다시 키득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좁아졌던 시야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

         

       “쉽게 죽이지는 않을거에요. 나, 잠깐이었지만 정말로 무서웠거든요.”

         

       인간 따위에게 공포를 느꼈다는 모멸감. 그 모멸감에서 비롯된 분노를, 어떻게든 풀어야 했다.

         

       촤악!

         

       근처에서 성기사단과 맞붙고 있던 거대 마물의 목을 베어내고, 아직 멎지 않은 심장을 쥐어 마기를 뽑아낸다.

         

       거대 마물이 잿가루로 화함과 동시에 등 뒤에서 들려오는 날카로운 비명. 그건, 공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아스모데우스의 입꼬리가 씰룩거리며 올라갔다.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지.

         

       “아무래도 관객이 있어야지 않겠어요?”

         

       아스모데우스는, 단순히 올리비아를 죽이는 것으로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완전한 절망. 살려달라고 애걸복걸하게 만들고 영원한 고통 속에 살도록 만들고 싶었다.

         

       그 첫 단계는, 그녀가 타락한 모습을 다른 모든 인간들이 알도록 만드는 것.

         

       거대 마물들을 일제히 소멸시킨 것도 그 때문이었다. 놈들을 죽여야, 인간들에게 올리비아의 모습이 보일테니까.

         

       멀지 않은 곳에 성녀의 모습이 보였다. 수천 마물들에 둘러싸인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던 성녀가, 올리비아와 시선을 마주친 순간 눈을 부릅뜨고 발악하듯 비명을 지른다.

         

       마물들을 찢으며 이쪽을 향해 다가오려 애쓴다. 하지만, 마물이 너무 많은 탓에 바라보는 것이 고작이다.

         

       아스모데우스의 몸이 달싹인다. 인간들이 평생토록 쌓아온 유대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때 생기는 희열.

         

       짜릿하다.

         

       “어때요? 모두에게 치부를 들켜버린 기분은?”

         

       검은 색으로 물든 날개. 불길한 빛을 뿜는 헤일로…….

         

       이제 누구도, 올리비아가 타락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못할것이다.

         

         

       *****

         

         

       “……쿨럭!”

         

       아스모데우스의 공격에 잠시 정신을 잃었었다.

         

       ‘얼마나 이러고 있었던거지?’

         

       충분히 막을만한 공격이라고 생각했건만, 아스모데우스의 공격은 반 박자 빠르게 쏘아졌다.

         

       아스모데우스의 공격을 허용한 대가는 컸다. 오러는 마왕의 마기에 반쯤 갉아먹혔고, 미칠듯한 고통 탓에 몸을 일으키기도 벅찼다.

         

       턱.

         

       지금 이러는 순간에도, 올리비아는 혼자 싸우고 있을 것이다.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 딛고 일어서려 해도, 고장난 것처럼 힘이 빠져버린다. 키엘은 이를 아득 깨물었다.

         

       지키기로 맹세하지 않았던가.

         

       콰직!

         

       키엘은 손잡이를 꽉 쥐었다. 심검을 바닥에 박고, 지지대로 삼아 어떻게든 일어섰다.

         

       올리비아는 이번에도 답을 찾아낼 것이다. 언제나 그랬으니까. 비록 상대가 일반적인 방법으로 죽지 않는 적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자신은 올리비아를 철저하게 보호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이길 수 있다. 그렇게만 하면ㅡㅡㅡ.

       

       눈 앞에 누군가 서 있었다. 

       

       자신이 지켜내기로 다짐한 사람.

       

       올리비아를 마주한 순간, 키엘의 입에서 새된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

         

       키엘은, 흔들리는 눈으로 올리비아를 바라보았다. 항상 찬란한 색상으로 빛났던 그녀의 날개가, 빛을 잃은 채 펄럭이고 있었다.

         

       그녀의 마력이, 마력이.

         

       ‘……느껴지지 않아.’

         

       키엘의 눈동자가 덜덜 떨렸다.

         

       올리비아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 그건, 아스모데우스의 것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었다.

         

       검을 놓칠 뻔했다.

         

       “어머, 남주인공이 왔네요.”

         

       키엘은 붉어진 눈으로 아스모데우스를 노려보았다.

         

       “그런데 어쩐담. 당신이 찾던 사람은 영영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버렸는데.”

       “…….”

         

       키엘의 표정이 변했다. 그것은, 순수한 분노 그 자체였다.

         

       더 강했더라면.

         

       올리비아를, 지킬 힘이 있었더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텐데.

         

       “아, 오해하지 마요. 내가 타락시킨 건 아니니까. 어디까지나 본인이 직접…….”

         

       그 순간, 키엘의 안에서 무언가 툭 끊어졌다.

         

       키엘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스모데우스…….”

         

       심장의 오러가, 들끓기 시작했다.

         

       저 간악한 혓바닥을, 당장이라도 찢어버리고 싶었다.

         

       저 미소를, 저 입꼬리를, 저 얼굴을……!

         

       키엘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언제나 침착했던 그의 얼굴은, 악귀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빠지지지지지지직!

         

       팔뚝을 타고 흘러나오는 섬뜩한 오러가 주변을 물들이다 못해, 격렬하게 진동했다.

         

       한계까지 응축시킨 심상(心想)을 검으로 만들어 아스모데우스에게 겨눈다. 그동안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검이었지만, 지금만큼은 달랐다.

         

       수백 번이고, 수천 번이고. 오직 상대를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검.

         

       이번만큼은 쉬이 넘기기 힘들었는지, 아스모데우스 역시 마기를 갈무리하며 자세를 잡은 순간.

         

       누군가, 키엘의 앞을 가로막고 섰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흑요석 같은 광택을 내는 거대한 날개.

         

       풍기는 기운도, 눈동자의 색깔도 달라졌지만, 특유의 기척만큼은 여전했다.

         

       “……올리비아?”

       “그러게, 내가 오지 말라고 했잖아.”

         

       물끄러미 자신을 바라보는 키엘의 시선을 마주한 올리비아가 씩 웃었다.

         

       “키엘, 부탁이 있어.”

        “상관 없다. 뭐든지 말해라.”

       “그래? 그러면…….”

         

       올리비아는 키엘의 가슴에 손을 올린 다음, 힘을 주어 밀쳐냈다.

         

       “……올리비아?”

         

       키엘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넘어진 순간.

       

       “거기서, 기다려줘.”

         

       마기로 만들어진 결계가 나타나, 올리비아와 키엘을 갈라놓았다.

       

       결계 너머에서, 처절한 소리가 들려왔다. 

       

       미친듯이 두드리며, 울부짖는…….

       

       올리비아는 키엘이 있던 방향을 바라보다가, 미련없이 고개를 돌렸다.

         

       “후후, 둘이 같이 싸우는 편이 나을텐데요?”

       “아니.”

         

       올리비아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방금, 눈앞에 떠올랐던 알림창.

         

       [회귀자, ‘키엘 로트실드’가 검의 끝에 도달합니다.]

         

       마침내, 모든 준비가 끝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블랙베리0님 2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몰살비아 삽화는 곧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앗!!

    -마일드바나나님 1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악! 감사합니다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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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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